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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92화 (1,080/1,404)

#1091화 황실 비밀 던전 (8)

황실 비밀 던전을 공략하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레오나 에센시아의 말을 듣자마자 놀라움보다는 의아함부터 먼저 들었다.

<주호> 형, 어떻게 생각해요?

<불멸> 글쎄. 저렇게까지 확신하는 걸 봐서는 뭔가 수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주호> 그런데 이상하잖아요. 그런 방법이 있었더라면 진작 혼자 들어가서 빼내오면 되는 것 아닌가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한 건 이상한 거다.

던전을 완전히 공략하지 않고도 정령신의 무구를 빼올 수 있다면 굳이 우리를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

그냥 15 황실 기사단을 이끌고 혼자 가서 가져오면 그만인데.

그런 내 의문에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한 뒤 답을 주었다.

<불멸> 황녀가 독자적으로는 던전에 들어갈 수 없는 제한이 있었을 수도 있어.

재중이 형 역시도 이상한지 레오나 에센시아를 바라보자 그녀가 우리를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알아요. 그런 방법을 알고 있었는데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궁금한 거겠죠?”

레오나 에센시아가 그렇게 알아서 말을 꺼내자 우리 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녀가 우리를 모두 한 번 둘러본 뒤 말을 꺼냈다.

“일단 15 황실 기사단이 외부적으로는 제게 배속된 기사단이 아니에요.”

“평소에는 개인적으로 기사단을 쓸 수 없었다는 말인가요?”

“아시다시피 전 겉으로 보기에 아무 권력이 없는 황녀여야 하니까요.”

15 황실 기사단이 다른 황자와 황녀들에게 배속된 기사단들에 비해서 중립적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레오나 에센시아가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기사단은 아니란 말이었다.

황제의 허가가 있어야 쓸 수 있는.

“그리고 제가 혼자서 황실 비밀 던전에 들어가면 다들 미친 짓이라고 말리겠죠.”

저런 이유라면 이제껏 황실 비밀 던전에 들어가지 못했던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들어가려고 해도 기사단 자원이 없는데다가 본인의 세력 역시 없는 건 마찬가지라.

그렇다고 레오나 에센시아가 대놓고 세력을 만들었다가는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

대외적으로 황위 경쟁의 우선 순위에 있는 황자나 황녀 녀석들이 5황녀가 세력을 키우는 걸 그냥 두고 보진 않았을 테니까.

레오나 에센시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뒤를 봐주는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황자나 황녀들의 외가가 최소 왕가나 제국의 거대 귀족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어설프게 이빨을 드러냈다가는 그냥 뭔가 해보기도 전에 밟혀 버렸을 테니.

“그런 와중에 우리가 나타난 거군요.”

“네. 그래서 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예요.”

우리를 바라보는 레오나 에센시아의 눈빛이 잔잔하면서도 뜨겁게 타오르는 듯했다.

<주호>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녀의 동아줄이 되는 걸까요.

<불멸> 그래. 5황녀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지.

거기다 내가 황실 비밀 던전을 언급하는 덕분에 레오나 에센시아 역시 같이 들어갈 명분도 얻게 되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감시자이기는 한데.

레오나 에센시아는 딱히 그럴 마음도 없어 보였고.

서로 원하는 게 명확한 관계랄까.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말해 주는 편이 속이 편하지.

“좋아요. 협조하도록 하죠. 우리 역시 원하는 게 있으니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거예요.”

황실 비밀 던전을 레오나 에센시아 덕에 완전히 공략을 하지 못하고 나오게 된다면.

당분간 황제의 시선으로부터 시간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황제 역시 내게서 원하는 바는 명확하니까.

“어떤 방법인지 미리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주실 건가요?”

내 물음에 레오나 에센시아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가문의 비밀이라. 직접 보여 주기 전까지는 안 돼요.”

“흐음. 그러면 너무 모험인데요? 막상 들어갔는데 그 방법이 안 먹히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행들과 함께 그냥 나오셔도 돼요. 어차피 황실 비밀 던전을 완전히 공략하지 않을 생각이잖아요.”

<불멸> 딱히 손해 볼 만한 제안은 아닌 것 같은데?

<주호> 네. 들어갔다가 안 먹히면 황녀 말대로 나오면 되니까요.

일단 우리 목적이 아크 드래곤의 심장과 타이탄의 핵이 되는 특수 정령석이기는 한데.

완전히 공략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조금 뒤로 미뤄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한 번에 완벽하게 공략하는 게 쉬울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만약 그랬다면 이미 다른 황자나 황녀들이 끝까지 공략을 했을 것이다.

<불멸> 어쩌면…… 레오나 에센시아의 저 방법이 공략이 가능한 또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

<주호> 네. 그럼 진행해 보도록 하죠.

“잠시 이야기 좀 나눌게요.”

그러고는 우리 팀을 불러 모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모두 다 듣고 있었기에 특별한 반대 없이 공략을 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나르샤 누나가 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네가 성장할 수 있는 던전도 하나 필요했잖아. 버틸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레벨 대가 너무 높지 않길 바래야죠.”

“초입부터 그렇게 강하진 않을 거야. 입구 쪽부터 천천히 공략해 봐. 어차피 황제가 기한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니잖아.”

나르샤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 황제는 딱히 공략의 기한을 정해두진 않았다.

들어가는 것도 마음대로.

나오는 것 역시도 우리 마음대로다.

다른 말로.

당분간은 이 황실 비밀 던전은 우리가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전사 형이 괜찮다는 듯 말했다.

“물약 보급도 제국성 안이니까 빠르게 될 테지.”

“네, 그러면 사냥터를 오가는 시간도 아낄 수 있겠죠.”

괜히 멀리 있는 사냥터를 오간다고 시간을 허비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특수 던전의 효율은 굉장히 높은 편에 속했다.

무엇보다 외부의 사냥터에서 자리를 잡기에는 기반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였고.

매번 물약과 수리르 하러 오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전부 시간 낭비였다.

아이템의 처분 역시 마찬가지.

거기다 안전도 무시 못 하고.

던전에서 나오면 바로 제국성으로 바뀌니까 사냥 뒤에는 마음대로 쉬는 것 역시 가능했다.

이쁜소녀가 뭔가를 생각하다가 신기한 듯 말을 꺼냈다.

“던전 속에 던전이라니 신기해요.”

“아. 그렇지…….”

워낙 커서 실감이 안 될 뿐이지.

이 과거의 크루아 대륙은 어떻게 보면 거대한 하나의 던전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번 죽으면 탈락하는.

때문에 난이도가 있는 편이지만.

어떻게든 버티고만 있으면 생각지도 못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지금처럼.

그때 막내별이 날 보면서 말했다.

“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좀 쓸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제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특히 회복 계열요.”

그 말에 재중이 형을 보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들의 입김이 가득 들어간 게 지금의 에센시아 제국이다. 아마 우리 중에 가장 스펙 업 하기 좋은 게 막내별일걸.”

“아. 확실히 그렇겠네요.”

상업 지구가 지금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제국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아이템 중에 쓸 만한 건 꽤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난 김에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전에 황제가 허락한 지원을 어디까지 받을 수 있을까요?”

“아이템 말인가요?”

“그렇죠. 기본적인 건 네이던 후작에게 부탁해 놨는데 다른 것도 좀 구해야 할 것 같아서요.”

네이던 후작에게 미리 말해둔 건 던전에서 쓰기 위한 보급품 위주였다.

거기에 성유와 정령석 정도가 추가된 정도랄까.

“물론이에요. 원하신다면 에센시아 제국의 기사단이 쓰는 장비들도 대여할 수 있을 거예요.”

레오나 에센시아의 확답에 우리 팀 모두 환한 웃음을 보였다.

“나쁘지 않네요.”

현재 무기야 마왕 바이카르의 비밀 창고에서 좀 털어왔다지만 나머지가 문제다.

방어구나 악세서리도 죄다 교체해야 할 판이라.

그걸 공짜로 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지.

전사 형이 바로 손을 들어서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물었다.

“혹시 강화석 종류도 지원해 줍니까?”

“따로 원하시는 종류가 있으신가요?”

“음. 그런 건 없지만. 최소 10강 강화석 정도는 있으면 좋을 것…….”

그런 전사 형의 말에 오히려 우리가 화들짝 놀랐다.

<주호> 전사 형. 그건 좀 과한 것 같은데요.

<방패전사> 아. 역시 그런가?

밖에 나가면 저 10강 확정 강화석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구하기 어렵기도 하고.

강력한 네임드를 몇 십 마리를 잡아야 겨우 한두 개 떨어질까 말까 하는데.

최초 드랍이 아니면 정말 구하기 힘든 물품 중에 하나였다.

이벤트라도 해서 풀지 않는 이상에야.

그런데 레오나 에센시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음. 아마 제국 창고에 여분이 좀 있을 거예요. 이번에 전권을 받으면서 수량을 확인했거든요. 황제께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큰 무리 없이 얻어낼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에 전사 형이 엄지를 번쩍 들고는 웃어보였다.

“와. 정말 황녀님 최고입니다! 얼굴만 미치게 이쁜 게 아니라 씀씀이가 그냥……!”

퍼억!

“크헉!”

그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옆에 나르샤 누나에게 허리를 격타당하고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어휴.

매를 벌지 진짜.

레오나 에센시아는 그 모습이 재밌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재밌는 분들이네요.”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전에 부탁드린 대장장이부터 볼 수 있을까요? 보시다시피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할 게 많아서요.”

“네. 바로 만나볼 수 있도록 준비해 드릴게요.”

이걸로 장비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려나.

제작자가 드워프면 최소한 기본 품질 이상은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급한 건 방어구이려나.

전사 형의 라지 쉴드.

챠밍과 막내별의 로브.

이쁜소녀의 중갑.

그리고 악세서리 또한 죄다 다시 맞춰야 하니까.

“아, 그리고 미리 알아두셔야 할 게 있습니다.”

갑자기 생각난 사항에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말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일이죠?”

“카샤스 대공이 던전에 같이 들어갈 겁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반응했다.

“알고 있었나요?”

“아뇨. 하지만 어떻게든 따라 가실 거라 생각했어요.”

“문제가 된다면 그냥 두고 가도 됩니다만.”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이 생기면 가장 기댈 수 있는 분이기도 하죠.”

“뭐 그렇다면야.”

확실히 영웅이 강하긴 하니까.

그들 사이에서 급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굳이 비교하면 최상위 마족 혹은 적당한 급의 마왕과 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네임드 하나를 아군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몇 가지 사항을 조율하고 난 뒤 다시 레오나 에센시아가 우리가 부탁한 것들을 처리하러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레오나 에센시아가 자리를 떠나고 나자 챠밍이 내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

꽤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

“오빠.”

“응?”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황녀요.”

“많이 이상하긴 하지.”

“그 말이 아니라.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르아 카르테를 가진 사람이 영웅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긴 해.”

“지금대로라면 레오나 에센시아가 르아 카르테를 가지게 되겠죠?”

“일이 잘 풀린다면.”

그러자 챠밍이 뭔가를 고민하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잘못 생각한 거라면요?”

“응?”

“원래 얻었어야 하는 주인이…… 우리가 개입해서 조금 더 빨리 얻는다는 생각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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