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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88화 (1,076/1,404)

#1087화 황실 비밀 던전 (4)

황실 비밀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아크 드래곤의 거대한 잔해였다.

드랍 아이템으로 사라지지 않는.

특수한 잔해.

이걸 아이템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사실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대로 놔두고 들어간다면 제국 황제가 명하긴 했어도 분명히 중간에 손을 대는 자가 나올 것이다.

특히 타이탄을 빼돌릴 것으로 예상되는 무리들.

뭐 그 녀석들 외에도 욕심낼 녀석들이 즐비하다는 게 더 문제지만.

아마 제국 황제도 이것까진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여차하면 타란 왕국으로 튈 거예요.”

내 말에 전사 형이 피식 웃어 보였다.

“제국 황제가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

“딱히 그런 것보다는…… 뭔가 일을 자꾸 뒤에서 꾸미는 것처럼 보여서요.”

지금 에센시아 제국 내에서 가장 믿지 못할 몇 명을 고르라면.

당연 그 목록의 최상단에 위치한 녀석이 에센시아 제국의 황제였다.

솔직히 뭘 생각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 황제, 나중에 회까닥하고 죽는 녀석 아니었어?”

“네, 뭐 그렇죠.”

전사 형 역시도 원 역사를 잘 알고 있기에 제국 황제의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으음. 기억하기로 그거 독이었지?”

“네. 중독돼서 사망해요.”

사실 에센시아 제국 황제는 후에 독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무슨 독인지.

어떠한 형태의 독인지는 전혀 알 수는 없지만.

원 역사에서도 그렇게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한 줄로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독으로 죽었다 정도랄까.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제국 황제 역시 성마대전을 지나는 역사 속에서 한 줄 글귀에 불과했다.

“그렇게 강한데 말이죠.”

“맞다. 강하다고 했지. 어느 정도야?”

“대충…… 제가 느끼기엔 마왕급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아요. 그것도 상위에 위치한.”

마왕급이라는 말에 챠밍을 비롯해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이 놀란 눈빛을 보였다.

“호오. 그렇게 강하단 말이지?

“용사 특전이라는 걸 가졌거든요. 제국 황제가.”

“응? 그건 또 뭐야?”

용사 특전이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아.

이건 말을 아직 안 했었지.

제국 황제와 만나고 나와서는 줄곧 5황녀, 카샤스 대공하고 있었으니까.

“일단은…… 이걸 하나씩 받아요.”

그리고는 시스템에서 『 용사 후보 특전 』을 불러냈다.

《 유저 주호 님께서 유저 방패전사 님에게 『 용사 후보 특전 Lv.1 』을 부여합니다! 》

《 유저 주호 님께서 유저 챠밍 님에게 『 용사 후보 특전 Lv.1 』을 부여합니다! 》

《 유저 주호 님께서 유저 이쁜소녀 님에게 『 용사 후보 특전 Lv.1 』을 부여합니다! 》

《 유저 주호 님께서 유저 나르샤 님에게 『 용사 후보 특전 Lv.1 』을 부여합니다! 》

《 유저 주호 님께서 유저 막내별 님에게 『 용사 후보 특전 Lv.1 』을 부여합니다! 》

용사 후보 특전을 부여하는 순간 다섯 사람들 모두 환한 빛으로 감싸여지며 머리 위로 잠시 용사를 뜻하는 푸른색 왕관 마크가 생겨났다가 이내 몸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챠밍과 이쁜소녀, 막내별이 놀라운 듯 감탄했다.

“용사 후보 특전……?!”

“와~! 용사다아!”

“특이한 시스템이네요?”

전사 형도 바로 시스템을 확인하더니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오, 이거 경험치 특전이잖아?”

“네, 경험치 상승 버프도 포함되어 있죠.”

【 경험치 추가 상승 버프 】

- 용사 후보에 주어지는 경험치 추가 습득 버프입니다.

- 용사 후보 특전 등급에 따라 경험치 추가량이 증가합니다.

【 경험치 제한 돌파 버프 】

- 경험치 최대 습득 수치를 상승시킵니다.

- 레벨 습득 제한 5레벨을 6레벨로 변경합니다.

- 용사 후보 특전 등급에 따라 경험치 제한이 추가로 풀립니다.

이 두 가지 외에도 다른 버프도 더 있었다.

절대 선 계열의 모든 NPC들에게 우호도가 올라가는 버프.

악 성향 몬스터나 존재들에게 주는 피해 상승.

반대로 악 성향 몬스터나 존재들에게 입는 피해 역시 하락한다.

그것도 자동 패시브로.

이밖에 여러 가지 독에 대한 내성이라던가.

일정 이하 레벨의 저주에 저항하는 버프 등.

전반적인 신체 능력 스탯의 향상 같은 것들도 옵션으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과 달리.

딱 하나 있는 액티브 스킬.

『 용사 후보 전용 오러 』

얼핏 보면 그냥 일반적인 공격 스킬인가 싶기도 하지만.

용사 후보 특전으로 주어지는 스킬이 평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때요?”

“좋네.”

전사 형은 꽤나 만족스러운 눈빛이었다.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도 마찬가지.

“이거 근데 영구적으로 쓸 순 없는 거지?”

“네. 아쉽게도요.”

“보자. 제한이 기여도 포인트?”

“네, 기여도 포인트예요.”

사실 이 영웅 후보 특전을 유지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일단 기여도를 쌓으면 된다.

그리고 그 기여도를 소모해서 특전을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면 기간제나 마찬가지네.”

“반대로 기여도가 많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하하. 이거 참. 용사 후보로 살고 싶으면 계속 기여를 하란 소리군.”

전사 형의 말은 정론이었다.

용사라는 게 그냥 공짜로 쥐어주는 특권 같은 건 절대 아니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막 퍼주는 시스템이었다면 형평성 논란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할 테고.

영구적으로 경험치 버프를 받는 시스템을 시기하지 않을 유저는 어디에도 없다.

반면 이렇게 확실한 제한을 둔다면.

그만큼의 노력으로 대가를 받는 셈이라.

만약 기여도를 쌓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용사 후보 특권은 회수되어 쓰지 못하게 된다.

“근데 이 기여도…… 책정 방식이 어떻게 되는 거야?”

“저도 모르죠.”

일단은 에센시아 제국에서 내어주는 퀘스트에 기여를 했으니까 기여도가 올라갔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라면?

에센시아 제국이 아닌 다른 장소.

다른 공간이라면 또 어떨까.

만약 그때에도 기여도가 상승할까?

그리고 그 기여도가 영웅 후보 특권에 적용이 되는가의 문제도 있었다.

예를 들어 타란 제국이라면?

이곳에서 쌓은 기여도가 거기서도 적용이 되려나?

혹시 용사 후보 특전이 타란 제국에 가면 사라진다던가 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아님 에센시아 제국을 벗어나면 바로 풀려 버리던가.

“페널티를 좀 알아봐야겠는데? 멀쩡히 싸우다가 갑자기 특전이 풀려버리고 하면 골치 아프잖아.”

“그렇죠 뭐.”

잠시 용사 후보 특전을 살피던 나르샤 누나가 내게 물었다.

“이거 레벨 상승 조건이 어떻게 돼?”

“아. 그것도 기여도예요.”

내 대답에 나르샤 누나의 표정이 묘하게 경직됐다.

“아쉽네. 일단 기여도가 꽤 있긴 한데…… 레벨을 올렸다가는 오래 쓰질 못하겠어.”

당연하게도 특전의 레벨 상승에 기여도를 쓰고 나면.

남은 기여도로 유지를 해야 하는데.

그 유지비용도 적잖게 많이 들어간다.

“정말 용사라는 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하하…….”

어지간한 기여도로는 줘도 못 쓰는 특전이랄까.

한때 재중이 형이 특전을 보고 스쳐가듯 우스갯소리로 한 소리가 있다.

유지 못할 가격의 스포츠카를 줘봐야 세금, 감가, 수리비, 기름값도 감당 안 된다고.

“그 제국 황제도 영웅이라고 했지?”

“네. 영웅 특전요.”

“흐음. 제국 황제는 유지 가능하겠네. 자기가 제국을 가지고 있으니까.”

나르샤 누나 말이 결코 틀리진 않았다.

애초에 본인이 제국 황제인데.

기여도를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그냥 에센시아 제국 황제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여도는 차고 넘칠 것이다.

“그 제국 황제가 강하다는 이유도 대략적으로 알겠어. 이런 특전을 몸에 계속 두르고 사는 거니까. 레벨도 엄청나게 높을 것 아냐.”

“그런 셈이죠.”

레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기에는 이보다 좋은 시스템은 없었다.

기여도만 충분하다면 말이지.

그때 챠밍이 내게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다른 영웅은 또 누가 있어요?”

“아. 너도 잠깐 스치듯 봤을걸? 전에 그 카샤스 대공 말이야.”

“그 사람이 영웅이에요?”

“응. 제국 황제보다는 특전이 낮은 것 같기는 하던데. 일단 타란 제국의 대공이니까.”

타란 제국의 황제 바로 아래가 대공이다.

그만큼 기여도가 넘쳐날 듯하고.

아마도 높은 레벨의 영웅 특전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을 것이다.

내 말에 놀라워하면서도 생각에 잠겨있던 챠밍이 손바닥을 살짝 마주치면서 말했다.

“그럼,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없어졌어요.”

“응?”

“카샤스 대공요. 타란 제국의 영웅이라면서요.”

“그렇지?”

“그러니까요. 타란 제국의 영웅이. 이곳 에센시아 제국에 와서도 영웅 특전을 유지하고 있잖아요.”

챠밍의 말에 모두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 특전이라는 건 딱히 장소에 구애받지는 않을 거예요.”

“확실히.”

바로 옆에 좋은 표본이 있는데도 엉뚱한 생각을 하다니.

챠밍에 말에 따르면 영웅 특전은 멀리 가더라도 유지가 된다.

그렇다는 건…….

“성마대전에 나가 있는 녀석들도 특전을 그대로 사용 중이겠는데?”

에센시아 제국에서도 상위의 황자와 황녀들이 전투 지역에 나가 있는 중이었다.

그들이 여전히 특전을 사용하고 있다면…….

“황자와 황녀들 말이죠?”

“응. 최소 용사 후보 특전을 들고 있을 거야. 그것도 높은 레벨로. 어쩌면 제국 황제처럼 영웅 특전일 수도 있고.”

내 말에 챠밍이 바로 눈치챘다는 듯 말했다.

“그럼 성장이 엄청나게 빠르겠어요. 성마대전에서 죽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요.”

항상 피와 살이 튀는 전장.

그것도 성마대전이라면 사방으로 악 성향 적들이 바글바글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죽지 않고 버틸 수만 있다면.

챠밍 말대로 다른 이를 압도하는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을 터.

용사 후보나 영웅을 키우기에 이보다 적합한 장소는 없었다.

옆에서 전사 형이 알겠다는 듯 말을 꺼냈다.

“괜히 제국 황제가 죽어 나갈지도 모르는 성마대전에 아끼는 황자와 황녀들을 내보낸 건 아니라는 거잖아.”

“그렇네요.”

왜 에센시아 제국에 그렇게 텅 빈 것처럼 영웅이나 용사 후보들이 없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물론 인간군을 대표하는 에센시아 제국에서 병력을 내보내는 게 맞기는 한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제국을 싹 비우다시피 본진을 다 비워놓고 내보낸 건 좀 무리하다고 판단했었다.

아크 드래곤이 쳐들어 왔는데도 제대로 대처할 영웅조차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성마대전에서의 초고속 성장.

아크 드래곤만 안 왔다면.

당연히 최상의 성장 코스다.

“다른 왕국에서도 경쟁하듯 내보냈겠어요.”

에센시아 제국에서 핵심 인력을 성장시키려고 내보냈듯.

다른 왕국들 역시 따라 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게 제국의 강압이 되었든.

자의로 했든.

어쨌든 자국의 영웅들을 성장시켜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

전사 형이 전투에 한쪽 벽이 무너져 내린 제국성을 쭉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럼 여기 남은 황자와 황녀들은 쭉정이들뿐이라는 소린데.”

“아, 딱히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내가 제국 황제를 만나러 갔던 집무실에 무거운 엉덩이를 깔고 앉아있던 놈들은.

그냥 버리는 패다.

그나마 제국 황제가 시험을 한다고 시험 문제를 내주었는데.

정작 그것을 통과한 건.

어쩌면 제국 황제가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을 수도 있는.

5황녀.

레오나 에센시아뿐이었다.

“예상 밖의 진주이려나…….”

“응? 무슨 말이냐?”

“아. 아니에요. 그냥 제국 황제의 변덕에 놀아나는 느낌이라.”

5황녀의 가세가 그냥 제국 황제의 잠시뿐인 변덕일 뿐이라도 어떤가.

그 5황녀를 다른 녀석들 못지않게 더 키워 버리면 그만이다.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고.

곧 고개를 들어 시선을 저 멀리 있을 어딘가의 장소를 향해 돌렸다.

한참 피와 살이 난무하고 있을.

전장으로.

“늦은 만큼. 빠르게 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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