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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86화 (1,074/1,404)

#1085화 황실 비밀 던전 (2)

성마대전에 대비해서 준비한 회심의 기술인 타이탄이 정작 제일 필요한 순간에는 적들의 손에 들어가 있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그 황당한 일이 실제 성마대전에서 일어났었다.

적을 말살해야 하는 타이탄이 오히려 에센시아 제국의 성벽을 부수고 아군을 학살하면서.

타이탄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성마대전에서 활약한 그 어떤 존재들보다 효율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지상 전투에서 공수에 걸쳐 모두.

특히 대괴수전 같은 거대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의 전투력.

이번 방어전 경우만 봐도 아크 드래곤을 지상에서 누를 수준의 방어력과 강력한 힘을 보여주었다.

지상 한정이긴 해도.

어쨌든 대형 몬스터 한정으로는 강력한 대항마였다.

아마 처음부터 타이탄을 악마군의 대형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었고.

그냥 일반적인 병사 NPC들의 전력으로 커다란 네임드를 상대하려면 수백, 수천은 그냥 죽어나가니까.

높은 성벽이 있다고 해도.

역시 인간 쪽이 불리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 불리한 점을 메워줄 수 있는 존재의 힘은 분명 성마대전에서도 중요했다.

물론 공중에서의 전투는 아예 못하니 아쉬운 점은 분명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성마대전에서 주축으로 활약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런 타이탄이 원래부터 악마군 쪽의 전력이라고 생각했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지만.

이건 멀쩡히 있던 전력을 뺏긴 셈이라.

하지만 타이탄 정도 되는 기술을 그냥 뺏긴다고?

비록 뒤로 몰래 도와주지만 일단 천사군에서 지원해 주고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고이 여기는 기술을?

분명 보안도 철저할뿐더러 누군가 기술을 탈취하려고 하면 어떤 식으로든 트러블이 났을 거다.

그런데 역사에서는 이런 사실이 아예 서술되어 있지도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재중이 형이나 전사 형이 이렇게 아무것도 모를 수가 없었겠지.

기록조차 없애버린.

어쩌면 제국의 흑역사이거나 아예 누군가가 누락시켜 버린 정보들.

아예 있던 역사를 일일이 지워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주호> 혹시 천사 쪽에서 누군가 배신했을까요?

<불멸> 글쎄. 천사일 수도 있고. 아님 여기 제국 놈들 중에 하나일 수도 있겠지.

지금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소유하고 있을 타이탄에 접근 가능한 건 딱 몇 부류로 나뉜다.

일단 천사군.

여기야 뭐 애초에 타이탄의 기술을 전해주었으니 당연히 후보에 넣어야겠고…….

그다음에는 에센시아 제국 황제.

그런데 멀쩡한 제국 놔두고 자기 뒤통수를 칠 인간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 역시 제외다.

전에 만나본 제국 황제는 본인이 주도하고 지배하려는 성향이 강해 보였다.

그런 이가 적군에게 타이탄을 넘겨주는 건 일어나기 힘든 일이겠지.

게다가 헛돈 들였다고 불만을 하는 것을 봐선 타이탄에 생각 이상으로 자금을 들였다는 뜻이었다.

제국 황제 스케일에 타이탄에 적은 돈을 들일 인간은 아니었으니.

결국은 중간에 타이탄을 관리하거나 접근 권한이 있는 누군가가 손을 댔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지키는 이들을 모두 한꺼번에 속일 수 있는 인물이.

<주호> 제국 내부를 한 번 엎어야 나오려나요?

<불멸> 때가 되기 전까지는 이빨을 드러내지 않을 걸? 제국 황제도 뒤통수 맞을 정도로 신중한 놈이야. 어쩌면 놈들일 수도 있고.

재중이 형 말은 한두 놈이 아니라는 거다.

타이탄을 빼돌린 놈들이.

하긴 그 정도의 전력을 빼돌리는데 개인이 했다고 보기엔 너무 스케일이 크다.

최소한 집단은 되어야 실행할 수 있겠지.

<주호> 악마군에서 모습을 숨기고 있을 확률은요?

<불멸> 그것도 배제할 수 없겠지. 이전에 가르시아 제국에서도 그랬으니까.

가르시아 제국은 아예 대가리가 악마였다.

그것도 마왕이 손수 자리 잡고는 앉아서 놀고 있었으니.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주호> 전처럼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마왕일 수도 있겠네요.

<불멸> 흐음. 그랬다면 성마대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장났겠지.

<주호> 하긴. 그렇죠.

대놓고 에센시아 제국의 문을 열어주면 끝나는 전쟁이라.

그게 아니더라도 제국군을 사지로 몰고 가도 금방 끝날 테고.

<불멸> 그리고 이번엔 천사들이 지켜보고 있어. 타이탄의 기술을 이전해줄 정도라면 몇 번 마주쳤을 텐데 몰랐을 리는 없을 테지.

<주호> 아, 천사들이 있었죠.

악마들과 극 성향의 천사들이 제국 황제인 척 하는 악마를 과연 몰라봤을까?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천사들과 거리가 어느 정도 있으면서 핵심 인력인 녀석들을 찾아야 할 텐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또 아니었다.

아무리 로가슈 왕국의 왕자 행세를 하고 있다지만 에센시아 제국을 확 뒤집어서 조사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손님 수준에서는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거지.

<불멸> 일단은 지켜보자고. 그리고 한 번은 우리에게 접근할 거다.

<주호> 흐음. 타이탄 때문에?

<불멸> 그렇지. 보아하니 아직까진 타이탄을 운용할 방법을 못 찾은 것 같은데…….

<주호> 전 할 수 있으니까요.

<불멸> 아마 이번에 지켜보면서 꽤 놀랐을 거다.

재중이 형 말대로 타이탄을 이전에 운용할 수 있었다면 벌써 빼돌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한 마디로 아직까지 그런 기술이 없으니까 그냥 타이탄을 내버려두고 있다는 소리였다.

타이탄이 스스로 직접 움직이지 않은 이상.

그 거대한 동체를 옮기려면 어마어마한 자원과 인력이 들어갈 테니까.

그것도 남들 몰래 하려면 더 어렵고.

결국 이번 타이탄과 아크 드래곤의 전투를 지켜본 누군가가.

내게 접근할 거라는 말이다.

직접 타이탄을 운용할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제국 황제가 그렇듯.

배신자가 될 누군가도 내게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주호> 조심해야 할 이유가 또 늘었네요.

<불멸> 그만큼 네 몸값이 높다는 소리지.

<주호> 아, 그런데 천사들은 타이탄을 움직이지 못 해요? 그들이 만들었으면 움직일 수 있어야 정상 아니에요?

<불멸> 흐음. 모르지. 어떤 제약이 있을 수도 있고.

만약 천사들이 할 수 있었다면 이러헥 일이 복잡하게 되진 않았을 거다.

그냥 천사 이놈들이 제국 황제에게 알려주면 그만이라.

<주호> 혹시 천사들도 타이탄을 어디서 주워온 거 아니에요?

<불멸> 그럴 수도 있겠지. 혹은 누군가에게서 녀석들도 훔쳤거나.

재중이 형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왜 타이탄의 핵이 최상의 정령석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꼬리를 물자 계속해서 다른 생각들이 이어져 나갔고.

결국 하나의 가정으로 이어져 갔다.

<주호> 형, 천사 이 녀석들. 타이탄을 정령들에게서 훔쳐온 거라면요?

<불멸> 응? 아…….

내 말에 재중이 형도 눈치챘는지 생각에 빠지더니 대답했다.

<불멸> 확실히 네 금속의 정령이 타이탄을 정령 병기라고 불렀었지.

<주호> 네, 그냥 처음에는 타이탄의 핵이 정령석이라 그렇게 부르는 건가 했는데…….

<불멸> 타이탄 자체가 아예 처음부터 정령들의 기술이라면?

<주호> 앞뒤가 맞겠죠.

타이탄이라는 게 천사들이 만들어낸 물건이 아니고.

애초에 정령들의 기술이라면.

모든 게 설명이 된다.

그리고 천사들을 포함해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금속의 정령인 별이 타이탄을 움직일 수 있는 것까지도.

<불멸> 하, 천사 이 새끼들. 남의 기술 훔쳐 와서는 제 것인 것인 양 생색낸 건가?

<주호> 어쩌면 불완전한 기술이라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넘겨주었을 수도 있겠어요.

<불멸> 그래. 완전히 운용할 수 있었으면 자기들이 더 쥐고 안 놓아줬겠지. 불완전하니까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쥐어주고는 어떻게 움직여보라고 했겠지.

제국 황제가 헛돈 썼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분명 타이탄의 기술을 천사들에게 덤탱이 맞아가며 비싸게 구해왔을 테니까.

그렇게 비싸게 구해왔는데 정작 움직이지는 못하는 애물단지.

아니지.

자기 맘대로 움직여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녀석이었다.

전혀 움직이지 못하면 차라리 낫지.

대놓고 부수고 다니면 그게 더 민폐다.

<불멸> 흐음. 제국 황제가 꽤 몸이 달았겠는데?

그리고 이제 이해가 된다.

왜 내게 그 정도까지 혜택을 몰아주었는지도.

물론 제국을 구한 것도 포함되어 있긴 하겠지만.

다른 귀족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까지 해주기에는 다소 과한 점도 있었다.

타이탄이 내 소유라고 했던 것을 침묵으로 넘어가준 일 역시도.

<주호> 제국 황제가 당장 칼 들고 죽인다고 하진 않겠네요.

<불멸> 어, 적어도 네게서 답을 듣기 전까지는.

흐음.

이렇게 되면 당장 내게 구애를 보낼 녀석들이 셋이나 되는 거려나.

일단 에센시아 제국 황제.

그리고 누군지 모르지만 베일 속에 숨겨져 있는 배신자 녀석.

이쪽은 어떻게 나올지 솔직히 잘 모르겠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옆에 있는 이 카샤스 대공.

이 녀석은 아크 드래곤을 가지겠다는 마음가짐이 너무 넘쳐서 문제다.

하지만 그만큼 눈에 잘 보여서 오히려 안심이 된달까.

적당히 셋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려나?

그리고 5황녀 문제도 처리해야 하는데.

거기다 에센시아 제국 어딘가에 있을 전대 영웅인 레온 브라이더 역시 찾아내야 한다.

할 일이 갑자기 많아져서 그런지 머리가 살짝 울리는 느낌이었다.

<주호>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죠.

<불멸> 그래. 우선은 황실 비밀 던전이겠지.

어차피 타이탄을 빼돌리는 배신자는 당장은 찾아내지 못한다.

레온 브라이더 역시도 마찬가지.

전에 연관이 있어 보이는 그 기사단의 덩치를 족치면 뭔가를 불 수도 있겠지만.

당장 그 녀석을 족치기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무턱대고 가서 기사단 하나 납치해오는 상황이 될 테니까.

괜히 제국 황제의 이목을 끌 필요도 없었고.

그렇다고 지원군이랍시고 그 덩치를 선정해 던전으로 데려갈 수도 없는 게.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녀석을 데리고 가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쪽은 후에 접촉해 봐야 하려나.

<주호>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황자와 황녀들이 복귀할 거예요. 그 전에 들어가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그래, 최대한 빨리 선점하는 게 낫겠지.

생각을 정리하면서 짧은 숨을 쉬고는 카샤스 대공을 바라보았다.

나와 재중이 형이 한참 서로를 쳐다보고 귓속말을 해도 상관 없다는 듯이 기다려주던 카샤스 대공이 이제야 끝났냐는 듯 물었다.

“비밀 이야기는 끝났나?”

“뭐, 그렇지. 그래서 우린 이제 황실 비밀 던전에 들어갈 생각인데. 카샤스 대공은 어떻게 할 거야?”

“흠. 역시 들어가는 건가.”

카샤스 대공은 그다지 탐탁치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따라 들어가면 제국 황제가 그다지 좋아하진 않겠군.”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에센시아 제국 황실의 치부를 직접 상대국의 대공에게 보여주는 셈이라.

이미 알고 있으니 상관없긴 하지만.

직접 보여주는 것과 대략 알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거라.

“그래서 달랑 너네들과 5황녀만 들어가겠다는 건가?”

마치 미친놈을 보듯이 우릴 쳐다보는 카샤스 대공에게 한 마디를 하려던 순간.

옆에 있던 레오나 에센시아가 끼어들었다.

“주호 왕자만 괜찮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사단이 있어요.”

“네?”

그리고 레오나 에센시아에게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제15 황실 기사단.”

그 순간 나와 재중이 형의 눈빛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바로 재중이 형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면서 말했다.

<불멸> 호오. 이것 봐라? 일이 재밋게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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