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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74화 (1,062/1,404)

#1074화 새로운 용사 후보 (13)

5황녀?

아니 그보다는.

후견인이라고?

사실 5황녀에 대한 정보는 우리에게 딱히 남아 있는 게 없었다.

원 역사에서 5황녀가 활약한 역사가 거의 없으니까.

영웅 중에 하나였다는 건 아는데.

공식적으로 활약하지 않은 반쪽짜리 영웅이라고 해야 하나.

당연히 황위 경쟁에서도 밀려 언제인지 모르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는 건.

그런 거니까.

아마 우리가 이번에 방어전을 치르면서 만나보지 못했다면.

끝날 때까지도 우리와는 접점이 없었을 확률이 높았다.

<주호> 5황녀에 대한 정보가 더 있어요?

<불멸> 그다지?

<주호> 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군요.

재중이 형 역시도 5황녀에 대한 정보는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원 역사를 알고 있으면 도움이 좀 될까 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런 도움을 받을 순 없었다.

이번은 임기응변으로 가야 한다는 뜻.

“5황녀의 후견인 말입니까?”

마치 처음부터 5황녀인 것을 알았다는 듯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꽤 놀란 상태이지만 그걸 저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으니까.

잠시 침묵을 지키던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내게는 많은 황자와 황녀들이 있지. 이미 봐서 알겠지만.”

“그렇더군요.”

대체 얼마나 많은 황자와 황녀가 있는지.

이 황제도 모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숫자가 많았다.

전사 형이 역사를 정리하면서 학을 뗄 정도라.

“하지만 그중에서 쓸만한 녀석들은 얼마 없지.”

마치 황자와 황녀들은 하나의 도구처럼 이야기하는 황제의 말투에 조금 신경이 쓰였다.

흐음.

에센시아 제국 황제의 성향이 이런 거였나?

이런 성향의 녀석이라면 황자나 황녀 한둘이 죽어 나간다고 해도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을 것 같았다.

방금 나간 황자와 황녀들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쓸모 있느냐와 쓸모 없느냐로 나뉘는.

황자와 황녀의 처지라…….

이 와중에 5황녀는 아마도 쓸모 있는 쪽에 속하는 듯 했다.

그런데 왜 5황녀를 놔두고 간 거지?

쓸모 있는 쪽에 속한다면 말이지.

오히려 살려서 데리고 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5황녀는…….”

내가 말을 흐리자 황제가 고민 없이 대답해 주었다.

“나쁘지 않지.”

나쁘진 않다라.

그건 딱히 좋다라는 말로도 들리지 않는 묘한 평가였다.

황제가 정한 선은 넘어가는데.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딱 그 정도의 평가랄까.

아마 그 만족스럽지 않는 부분이.

방금 언급한 바로 그 부분을 터다.

후견인.

혹은…….

“세력입니까?”

“그렇다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에센시아 제국 황제는.

내게 대놓고 5황녀의 세력을 형성해 주기를 제안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5황녀에 대한 얼마 있지 않은 정보 중에서는 따르는 세력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다른 1황자나 3황자, 2황녀 같은 거물들의 세력들과는 달리.

4황자는 아예 황제가 대놓고 총애하는 녀석이니 별개로 치더라도.

그 어린 나이에 제국의 재상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세력이나 다름없었다.

그에 반해 5황녀는.

지지하는 세력이 없다.

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역사에 언급되지 않았다면.

아주 세력이 적거나.

그냥 없다고 봐야겠지.

<주호> 5황녀의 외가에 속하는 가문이 어딘지 알아요?

<불멸> 일단 전사에게 조사해 보라고 했다.

<주호> 기다려야겠네요.

아마 전사 형은 이 질문 하나만으로 상황을 바로 유추했을 것이다.

우리를 밀어주었던 그 황녀가 5황녀라는 걸.

굳이 아무 이유 없이 5황녀에 대한 호구 조사를 부탁할 리는 없으니까.

이쪽은 일단 기다려 보자.

황제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가 따로 알아야 황제의 의중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은 너무 의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버리려고 했던 5황녀에게 굳이 세력을 붙여줄 이유가 없기도 하고.

좀 전의 황자와 황녀들을 대하는 태도를 고려해 볼 때.

이 황제라는 녀석은 쓸모가 없으면 자신의 직계 자손이라도 가차 없이 처낼 확률이 높다.

잠시 재중이 형과 눈을 맞추고는 다시 황제에게 물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굳이 다른 이가 아닌 우리를 후견인으로 삼으려는 이유.

분명히 제국 내에서도 후견을 해줄 세력은 존재할 것이다.

황제가 명령을 한다면 말이지.

그 녀석들이 평소 누굴 지지하던가 상관없이.

뭐 다른 왕국이야 지들이 알아서 밀고 있는 황자나 황녀가 존재하니까 딱히 5황녀를 밀진 않을 테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갑자기 나타난 로가슈 왕국은 붕 떠 있는 상태랄까.

내 물음에 잠시 턱을 쓰다듬던 황제가 이내 말문을 열었다.

“흐음. 5황녀에게 주는 포상이라고 해두면 좋겠지.”

“포상입니까?”

“예상 이상으로 잘해 주었으니. 적절한 포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았다.

<주호> 형 말이 맞았나 봐요.

<불멸> 그러게. 역시 시험이었나.

시험의 난이도가 개판이기는 한데.

일종의 사자가 자식들을 낭떠러지에 떨어뜨리는 그런 시험을 한 듯했다.

그보다는 포상이라…….

“그 포상이 우리라는 겁니까?”

“그렇게 되겠군. 그리고 5황녀는 현재 지지하는 세력이 없다.”

동시에 전사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방패전사> 황자나 황녀 중 5황녀는 유일하게 세력이 없어.

<주호> 그래요?

<방패전사> 혈통 문제도 있고. 아무튼 현재 지지 세력이 없어서 황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상황이다.

<주호> 알았어요.

적어도 저 황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해도 우리를 상품으로 거는 건 좀 못 마땅한 부분이었다.

그때 황제가 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왕자에게도 좋은 보상이 될 수 있겠지.”

“보상……?”

“아닌가?”

우리를 무심히 바라보는 황제를 보는 순간.

황제가 우리의 의도를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멸> 감이 좋은 녀석이네.

<주호> 그러게요.

단순히 타국의 왕자로서 에센시아 제국에서 활동을 하는 것과.

한 황녀의 후견인이 되어 활동을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

그냥 타국의 사절인 전자와 달리.

후자는 직접적으로 제국 내 정치나 경제에 관여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5황녀를 지지함으로써.

우리의 활동 반경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뭐 이게 좋은 점만 있다는 건 또 아니고.

5황녀를 지지한다는 건.

제국 내 다른 황자, 황녀를 지지하는 세력들이나 타 왕국의 세력들과 대립하게 된다는 걸 뜻한다.

반대로 지금 상태로 계속 중립을 유지하면.

각 세력들로부터 열렬한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린 제국을 지켜낸 자들이니까.

여기서 굳이 한 세력을 선택하는 일은.

독이 될 수도 있겠지.

양쪽 다 장단점이 뚜렷하다.

그런데도 황제가 보기엔 보상이라…….

잠시 고민을 하다가 황제에게 물었다.

“굳이 다른 황자와 황녀를 두고 5황녀를 택하라는 겁니까? 제가 보기에는 다른 황자나 황녀들이 훨씬 후계 경쟁에 앞서 있는 걸로 보입니다만.”

내 물음에 황제가 또다시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러면 재미가 없겠지.”

마치 우리가 붙는 쪽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황제가 대답을 하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옆에서 재중이 형은 흥미롭다는 듯 웃음 지었고.

<불멸> 황제 이 녀석, 생각 이상으로 재밌는데?

<주호> 전 머리가 아픈데요?

아무래도 황제의 의도를 모르겠다.

굳이 5황녀를 선택하게 해서 진흙탕 싸움을 만들려는 의도가.

그리고 지금.

그 제안이 내게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데도 문제가 있고.

5황녀를 선택하는 게.

아무래도 제일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른 황자나 황녀를 선택하면…….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 진영에 우리가 끼게 되는 셈이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할 확률이 너무 높아진다.

그건 딱히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니까.

지금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는 우리가 자유롭게 움직일 환경이 그 어떤 조건보다 우선이다.

필요한 순간.

그것들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5황녀만큼 매력적인 선택지는 없었다.

그리고.

아직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5황녀가 꽤 마음에 들었으니까.

저 황제가 원하는 게 뭔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뭐 그렇다고 대놓고 황제가 원하는 대로 끌려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원하는 건 죄다 꺼내들어야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 말해 보게.”

마치 뭐든지 다 들어줄 것 마냥 황제가 너그럽게 허락하자 바로 생각했던 것 중 하나를 말했다.

“면책특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에센시아 제국 내에서 어떤 불법 행위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당장은 로가슈 왕국의 왕자 신분이라 어지간한 불법 행위를 해도 무마가 되겠지만.

어느 선을 넘게 되면 그것도 먹히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이를테면.

전시에 다른 귀족들의 목을 날려 버린다던가…….

꽤 극단적인 상황이긴 해도.

앞으로 할 일들을 고려해 보면.

충분히 필요한 조치였다.

내 조건을 들은 황제가 옆에 그림자에게 바로 명령했다.

“처리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서류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그림자는 두말할 것 없이 바로 황제의 명령을 처리했다.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도 울렸고.

《 유저 주호 님이 얻은 에센시아 제국성 방어전 퀘스트 기여도 습득 포인트는 458,943,753 P입니다. 》

《 황제의 조건 승인으로 인한 면책 특권 구입이 가능해집니다. 》

《 유저 주호 님께 『 에센시아 제국 면책 특권 』이 발동됩니다. 》

《 50,000,000 p가 차감됩니다. 》

《 남은 포인트는 408,943,753 P입니다. 》

응?

이건 또 뭐야.

포인트가 차감된다고?

<주호> 형, 방금 봤어요?

<불멸> 어, 봤다. 포인트를 이렇게 쓰라는 거였나?

어쩐지 포인트가 무지막지하게 많다 했는데…….

단순히 1위 책정만하는 게 아니라.

포인트 자체를 쓸 수 있던 모양이었다.

<주호> 형이 포인트 얼마랬죠?

<불멸> 5천만. 이거 참…… 면책 특권 하나 쓰면 5천만이 그냥 날아가는군.

에센시아 제국의 황제나 대리자를 찾아가서 합당한 보상을 받으라는 게…….

이 포인트를 쓰라는 말이었던 것 같았다.

물론 면책 특권은 황제의 조건 승인하에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긴 한데.

어쨌든 일반적으로 구하지 못하는 물품을 얻은 것을 고려해 보면.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냥 숫자에 불과했던 기여 포인트가.

지금은 보물로 돌아왔다.

이제부터는 귀족 머리 몇 개 날린다고 해도.

제국 내에서는 처벌받지 않는다.

뭐 그 숫자가 너무 늘어나면 황제가 걷어가긴 하겠지만.

만족스런 미소를 짓자 황제의 제안이 이어졌다.

“또 뭘 원하는가?”

휴.

이거.

잘하면 시작부터 잔뜩 털어먹고 시작할 수 있겠는데?

“아크 드래곤의 온전한 소유권을 원합니다.”

그 말에 황제가 손가락을 툭툭 두들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그림자가 잠시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황제가 손을 들자 곧 잦아들었다.

“인정한다. 그대가 잡았으니.”

《 아크 드래곤의 소유권이 에센시아 제국성 방어전 퀘스트 보상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

이건 딱히 기여도를 쓰진 않는 듯했다.

마치 원래 산정되어 있던 보상에 포함된 듯.

“제 타이탄도 부서져서…….”

이쪽은 좀 문제가 되는 게 황제가 타이탄을 알고 있는 늬앙스를 계속 줘서 불안감이 존재했다.

그런데 의외로 황제는 바로 승인해 주었다.

“보상해 주지.”

역시 이것 역시 퀘스트 보상에 포함되었다는 메시지가 울렸다.

생각 이상으로 보상 범위가 후한데?

아직 포인트는 4억 포인트 그대로 남았으니까.

그때 황제가 내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내 그대를 용사 후보에 올리고 싶군. 하겠는가?”

이어지는 시스템 메시지.

《 용사 후보에게는 특전이 부여됩니다. 》

그리고 그 특전 목록을 보는 순간.

바로 손을 불끈 쥐었다.

이건…….

안 할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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