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51화 (1,039/1,404)

#1051화 아크 드래곤 몰이 (5)

크어어어!!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아크 드래곤의 매서운 하울링이 제국 상공을 뒤엎는 건 물론이고 지상에서는 땅이 들썩거릴 정도로 충격파가 일어났다.

아퀼라스 주니어와 가르가 주니어 역시도 그 여파에 공중에서 휘청거렸다.

재중이 형이 가르가 주니어를 꽉 붙들면서 말했다.

<불멸> 휘유, 저 새끼 진짜 열 받았나 본데?

<주호> 머리를 다 헤집어놨으니까요.

<불멸> 큭. 그렇지. 외부도 아닌 아예 머릿속에다가 그랜드 크로스를 폭파시켰으니 저 난리를 치겠지.

그걸 맞고도 살아있는 게 용하기도 합니다만.

아마 보통의 다른 네임드라면 그 한 방으로 거의 죽음까지 몰아갈 수 있었을지도.

하지만 아크 드래곤은 미친 재생력을 보여 주면서 머리의 피해를 거의 다 복구해 버렸다.

뭐 그렇다고 완전히 복구한 건 아닌 듯 하지만.

머리 한쪽이 함몰되어 거대한 뿔이 부서져 나간 것까지는 다시 재생을 시키지 못했다.

아.

저거 혹시…….

쓸 수 있으려나?

급하게 나르샤 누나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나르샤 누나. 지금 어디에요?

<나르샤> 응? 네가 부탁한 일 처리 중인데? 한참 준비 중이야.

<주호> 아. 그러면 혹시 지금 아크 드래곤이 쓰러졌던 장소로 가주실 수 있어요? 아무래도 누나가 제일 빠르게 도착할 것 같아서요.

<나르샤> 응? 알았어. 근데 왜?

<주호> 아크 드래곤의 머리 뿔 중 한쪽이 부위 파괴됐거든요.

그 말만 했을 뿐인데 나르샤 누나가 바로 알아들었다.

<나르샤> 세상에! 그걸 그냥 놔두고 왔다고?!

<주호> 우린 도망 다닌다고 바빠서요. 다시 주우러 갔으면 바로 죽었을 걸요.

<나르샤> 알았어. 최대한 빨리 주워 와야겠네. 누가 가져가기 전에.

<주호> 그럼 부탁 좀 할게요.

머리 뿔이 날아간 걸 확인한 건 지금이다.

아마 그랜드 크로스로 한쪽 눈을 날렸을 때 그 여파로 머리의 뿔이 날아간 듯했다.

거기다 아크 드래곤이 피해를 복구했다고는 하지만 한쪽 눈이 푹 꺼져 있는 걸 보면.

아마 눈 부위는 정말 큰 피해를 입은 모양이다.

저 회복력 좋은 아크 드래곤도 눈 같은 특수 부위는 마음대로 회복이 안 되는 건가?

혹은 복구하는 데 아주 오래 걸리거나.

어느 쪽이든 일단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시야가 절반은 가려지는 셈이라.

<주호> 형, 그랜드 크로스를 다시 한 번 먹이면 완전히 못 보게 될까요?

<불멸> 흐음. 쟤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전처럼 완벽한 기회를 내어주진 않을걸?

확실히 재중이 형 말대로 아크 드래곤은 내가 자신의 머리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원천 차단할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든 그 수비를 뚫고 머리에 달려들더라도 아크 드래곤이 몸을 내빼 버리면 그것도 문제고.

이전과 같은 무방비 상태를 다시 만드는 건 이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차라리 더미 스킬을 또 써주면 좋겠지만.

두 번이나 내게 더미 스킬이 간파당해 큰 피해를 입은 상황.

더미 스킬을 또 쓸 확률 역시도 아주 낮았다.

그리고 굳이 그런 스킬을 쓰지 않더라도.

아크 드래곤은 충분히 강하다.

일부러 빈틈을 내어주는 스킬은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역시.

정직하게 붙어서 이겨야 한다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아크 드래곤이 완전히 우리가 있는 지역까지 따라 날아왔다.

혹시나 제국의 비공정들이 따라왔나 싶어 확인해 봤지만.

그들이 굳이 중앙성을 비워두고 아크 드래곤을 쫓지는 않았다.

어차피 중앙성을 지키기 위해 배치된 녀석들이라.

더 이상의 지원을 바라면 안 되겠지.

거리가 멀어져 중앙성의 방어포 역시도 지금은 지원을 받기 힘들고.

중앙성 근처에서 싸웠으면 그런 지원들을 다 받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아크 드래곤과 싸우다가 중앙성이 날아가 버리면 어차피 이 게임은 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가 굳이 멀리 떨어진 것도.

중앙성이 날아가지 않게 하기 위함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처에 중앙성이 자리 잡고 있으면.

우리 마음대로 하기 힘들거든.

지금부터는 그야말로 불 잔치를 해야 하니까.

<주호> 가죠.

<불멸> 그래.

끊임없이 하울링을 터트리면서 접근하는, 하늘을 꽉 채운 아크 드래곤의 형상은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재앙을 보는 듯했다.

그런 재앙에 나와 재중이 형.

단둘만이 정면으로 맞섰다.

<주호> 타이밍 잘 맞춰야 해요.

<불멸> 그래. 실수하지 마. 한 번만 수틀려도 둘 다 죽는다.

재중이 형이 농담을 접었다는 건.

그만큼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크 드래곤이 우리 근처로 다가오자 빠르게 나와 재중이 형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녀석의 시야를 갈라놓았다.

<주호> 녀석의 오른쪽 시야가 불편할 거예요.

<불멸> 오케이. 봤다.

내가 그랜드 크로스로 날린 부위가 확실히 일그러져 있다.

눈꺼풀이 덮인 걸 보면 눈도 거의 보이지 않는 듯했고.

그렇다는 건 녀석의 오른쪽 방향으로 회전해서 돌아가면 녀석이 순간적으로 시야를 놓칠 확률이 높다는 거다.

일단은 여기서부터 시작인가.

나와 재중이 형이 좌우로 갈라지자 아크 드래곤은 시뻘게진 눈으로 나를 쫓으며 고개를 돌렸다.

<주호> 형, 제가 미끼가 되어야겠어요.

<불멸> 오케이. 그럼 내가 사각으로 들어간다.

그랜드 크로스의 어글이 워낙 커서 그런지 다른 사람을 아예 보지 않았다.

오직 나만 쫓아오는 걸 보면.

“그래. 한번 해보자.”

곧장 녀석의 거대한 입이 벌어지면서 거의 무영창으로 딜레이 없이 화염 브레스가 뿜어졌다.

화르르륵!

공중을 일자로 수놓으면서 쭉 뻗어지는 화려한 불의 길이 놓아지자 빠르게 아퀼라스 주니어를 반회전 시키며 브레스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러자 아크 드래곤의 머리가 계속 내 쪽으로 돌아가며 브레스의 방향을 바꿔 쭉 나를 추적했다.

보통 다른 드래곤들은 브레스를 쓰면 일자로 고정되게 쏘는데, 이 녀석은 그런 것도 없다.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며 얼마든지 강력한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거기다 녀석의 머리족에 두 개의 마법진이 더 생기더니 이내 빙결과 뇌전의 브레스를 동시에 뿜어내기 시작했다.

키이이잉!!

콰지지직!!

도합 세 개의 브레스.

이게 전에 봤던 그 제국 장벽을 무너뜨린 브레스일 것이다.

한 발만 쏘아져도 강한데 무려 세 발이 동시에 밀고 들어오니 박살 날 수밖에.

그런 브레스가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이곳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세 개의 브레스가 각기 다른 궤적으로 쏘아지자 그때부터 아퀼라스 주니어를 조정하는 내 손이 정말 바빠졌다.

엇박자로 엮어서 쏘아지는 세 발의 브레스 사이로 곡예를 하듯 아퀼라스 주니어를 비행시켰다.

손만 뻗으면 바로 닿을 만한 시야 옆으로 화염과 뇌전, 그리고 빙결의 브레스가 스쳐 지나가는 광경이란…….

아슬아슬한 곡예를 계속하면서 사선으로 계속 교차하는 브레스들을 피해 나가자 등에서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렸다.

어떻게 멀리 떨쳐놓으려고 해도 아퀼라스 주니어와 아크 드래곤의 이속은 너무 차이가 났다.

심지어 몇 개의 마법진이 더 활성화되기 시작하자 손발은 더 바빠졌다.

앞서의 브레스에 덧붙여 폭풍과 산성, 어둠 계열의 브레스까지 동시에 발현되는 걸 보고는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휘이이잉!!

샤르르륵!!

키이이잉!!

무려 여섯 개의 브레스가 동시에 내 뒤를 쫓자 더 이상은 여유가 없어졌다.

이전에 재중이 형에게 공격했던 것과 지금의 난이로를 비교하자면 이쪽이 압도적으로 위다.

안 그래도 속도가 느린데 브레스가 여섯 개나 사선으로 뿜어지며 교차하자 그걸 피한다고 비행 속도가 점점 깎여 나갔다.

그렇게 조금도 거리를 벌리지 못한 채로 끝없이 브레스들이 내 뒤꽁무니를 따라붙자 이를 꽉 깨물었다.

<주호> 형, 오래 못 버텨요. 아퀼라스 주니어가 너무 느려요.

누가 들으면 드래곤 계열의 탈것을 가지고 배부르다는 소리를 한다 하겠지만.

진짜 느리게 느껴졌다.

아니.

실제로 느리다.

그것도 아주 많이.

브레스를 뿜으며 어느 새 내 뒤를 바싹 붙은 아크 드래곤의 거대한 입이 크게 벌어져서 나를 덮치려고 할 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오케이. 그럼 쇼타임.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아크 드래곤이 몸이 번쩍이면서 눈이 부실 엄청난 화력을 내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도 하늘이 벌겋게 느껴질 정도의 화력으로.

화아아악!!

화르르륵!!

“키아아아악!!”

마치 아크 드래곤이 불의 새인 피닉스라도 된 듯.

온몸이 불타오르면서 그 거대한 몸 전체가 하나의 불꽃이 된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주호> 아, 진짜 너무 늦잖아요.

<불멸> 녀석 몰래 해야 하는데 쉽게 되겠냐.

이 불꽃 쇼는 재중이 형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정확하게는.

제국의 곳간을 털어서 만들어 낸.

앞으로 할 돈질의 서막.

<불멸> 하. 같은 무게의 금만큼 비싼 성유를 이렇게 쓰다니.

성유.

이른바 최고 품질의 하르 결정을 초압축해 액체화시켜 만들어 낸.

악마 계열에게 있어 최악의 상성을 보이는 물품이었다.

이 성유의 제조법은 당연히 천계에서 흘러나오는 거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천계에서 지원을 해준 거다.

정말 급할 때 쓰라고.

당연하겠지만.

이 성유라는 건 미친 듯이 비싸다.

원 역사 속에서도 한 줌 성유의 값어치가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쌌다고 하니.

구하기도 어려운데.

쓰는 건 더 어려운.

우리도 과거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과연 이걸 우리가 접할 일이 있을까 생각만 해봤던.

최강의 대악마형 살상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걸 지금.

재중이 형이 저 커다란 아크 드래곤의 덩치에다가 죄다 쏟아부은 거다.

저 비싼 걸.

한마디로 지금 아크 드래곤의 몸에다가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금칠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불멸> 내가 웬만해서는 아깝다는 소리 안 하는데…… 저건 좀 아깝다.

<주호> 어차피 우리 돈 아니잖아요.

<불멸> 크큭. 그렇긴 하지.

신난다는 듯 가르가 주니어로 아크 드래곤을 따라가며 성유를 넘치게 부어내는 재중이 형을 보며 웃음 지었다.

그렇게 아깝다면서 아주 줄줄 부으시네.

당연히 아크 드래곤은 그 거대한 몸을 고통스럽다는 듯 비틀어 가면서 미친 듯이 발광하는 중이다.

“크에에에엑!!”

성유로 붙은 불은.

절대 쉽게 끌 수 없다.

그게 저 대단한 아크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곧 견디다 못한 아크 드래곤이 자신의 몸에 빙계 광역기를 때려 박는 미친 짓을 하는 엽기적인 일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쿠드드득!!

아크 드래곤이 자기 자신이 시전한 스킬에 얼고 불타기를 연달아 하는 기묘한 장면.

그 와중에 성유에 약해진 비늘들이 화염과 얼음의 교차에 점차 깨져 나가며 지상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마치 유성이 떨어져 내리듯 불타오르며 떨어져 내리는 비늘들이란…….

당연히 그 사이의 균열로 아크 드래곤의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열심히 성유를 들이붓던 재중이 형이 곧 아쉽다는 듯 손맛만 다시면서 내게 연락했다.

<불멸> 아, 성유 들고 온 거 다 떨어졌네.

<주호> 그래요? 그럼 이제 두 번째 돈질을 시작하죠.

성유?

돈질을 이걸로 끝내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어.

인벤에서 아이템들을 꺼내며 씨익 웃었다.

“그럼, 2라운드를 시작해 보자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