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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22화 (1,010/1,404)

#1022화 에센시아 제국 (1)

모든 것이 이상했다.

마왕성의 사냥터 안에 인간들의 방어시설로 보이는 성이 존재한다?

그것도 마왕성의 규모와 맞먹을만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뭔가 다른 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에야.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온 문지기의 말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챠밍의 이곳이 어디냐는 물음에.

녀석들이 답한 것은 바로.

“뭐? 그것도 몰라? 이곳은 제국성이잖아!”

제국성.

내가 아는 제국성은 가르시아 제국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이 성은 그런 제국성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됐어.

우리가 성문의 병사가 말한 제국성을 모르는 듯 하자 그들에게서 거센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오러의 기운이.

아니.

무슨 문지기가 오러를 쓰는 거지?

문제는 우리에게 질문하는 녀석 하나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에게서 동시에 오러가 뿜어져 나오자 우리 역시 한 걸음 뒤로 발을 뺐다.

“대장님. 이 녀석들 수상합니다.”

“통제령이 내려졌는데 돌아다니다니.”

“제국성도 몰라?”

“일단 잡아들여!”

슬쩍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도 난감한 듯 말했다.

“하, 여긴 무슨 문지기가 오러를 쓰냐.”

“그러게요.”

보통 문지기는 일반 병사를 쓰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아니다.

자세히 보니 조금 일반 병사와 다른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전체적인 기세가 보통은 아닌듯한 느낌이다.

그때 챠밍이 다시 그들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가 가르시아 제국성인가요?”

“뭐? 가르시아? 그건 어디 붙어 있는 나라야?”

이번에는 챠밍이 표정을 굳혔다.

확인차 물었던 건데.

그게 정답이 되어 버렸으니.

그리고는 날 돌아보며 말했다.

“오빠, 역시 가르시아 제국은 아니에요.”

“아니. 그보다는 가르시아 제국 자체를 아예 모르는 눈친데?”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가르시아 제국을 알았다면.

방금 물음에 여기는 가르시아 제국이 아니라고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들의 반응은 그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전혀 모른다는 눈치.

한마디로.

이 녀석들은 가르시아 제국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 제국성이라고?

뭔가 녀석들과 우리들의 말에 포인트가 서로 안 맞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한쪽이 착각을 했다던가.

아니면 아예 모르는 뭔가가 있던가.

그때 성문을 지키던 병사 중에 한 명이 의아한 말을 했다.

“어? 가르시아. 거기 제 고향이지 말입니다.”

“엉? 뭐야? 너네 나라였어?”

“그렇지 말입니다. 그런데…… 가르시아는 제국은커녕 그냥 변방에 작은 왕국인데 말입죠.”

순간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 같았다.

가르시아 제국이…… 변방의 왕국이라고?

그것도 작은 나라?

자기 고향이 가르시아라는 녀석이 우리를 조금은 반기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가르시아에서 피난 온 녀석들인가 봅니다. 안 그래도 그쪽도 고대 마수들이 나와 어렵다고 하던데.”

가르시아라는 말에 졸지에 저 병사와 동향 사람이 되어 버렸달까.

당황할 법도 한데 일단은 입을 다물었다.

<주호> 형, 이거 무슨 일이죠?

<불멸> 일단 있어 보자. 알아서 오해해주는 것 같으니까.

여기서는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일단은 재중이 형 말대로 기다렸다.

그러자 다시 그 동향(?)의 병사가 멋쩍은 듯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아니, 아무리 고향이 좋아도 그렇지. 어디 가서 함부로 제국이라고 하고 다니면 안 된다고. 이 사람들아.”

아까와는 달리 경계가 완전히 풀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거기다 오러를 내뿜던 녀석들도 전부 오러를 거둬들였고.

“에이, 동향 사람이면 그렇다고 진작에 말할 것이지.”

“괜히 힘 뺐잖아. 오러 한 번 내려면 얼마나 힘든데.”

“어휴. 팔 아파. 오러 때문에 며칠 드러 눕겠네.”

다들 죽겠다는 표정을 하며 풀썩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는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오러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저 짧은 시간을 썼다고 퍼진다고?

내 황당함을 알았는지 그 동향 병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이거 이 무기를 들어야 가능해서 말이야.”

그러면서 자신들이 들고 있는 무기를 보여주었는데 무기 자체에 뭔가의 문양 같은 것이 잔뜩 새겨져 있는 게 보였다.

“그것만 들면 오러를 쓸 수 있는 겁니까?”

“어, 보급품치고는 좋지?”

아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좋다.

유저들이야 오러를 배우면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NPC인 병사들은 또 그게 아니니까.

문제는 우리가 있던 곳에서는 저런 아이템은 듣도 보도 못 했다는 점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전사 형에게 물었다.

<주호> 형, 혹시 저런 아이템 서버에 풀렸어요?

<방패전사> 아니. 나도 처음 보는데?

전사 형이 바로 고개를 저으면서 말하자 확신했다.

여긴.

확실히 우리가 있던 곳과는 다른 곳이다.

무엇보다 가르시아 제국이 변방의 왕국이라는 대목에서 마음에 걸렸다.

내가 기억하기로 예전에 가르시아 제국 역사를 들었을 때 그런 시기였던 점이 딱 한 번밖에 없었는데.

설마 아니겠지…….

경계가 많이 풀어진 듯 하자 내가 그 동향 병사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가 진짜 제국성입니까?”

“그래, 여긴 에센시아 제국성이다.”

에센시아 제국성.

그 말에 모두 표정을 굳혔다.

그런 그들을 대신해 다시 한 번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지금이 혹시 크루아 대륙력으로 몇 년입니까?”

“하아, 그것도 몰라? 아니. 시골에서 살다왔으면 모를 수도 있으려나.”

그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은 크루아 대륙력 937년이다. 에센시아 제국력으로는 315년이지.”

하.

미치겠네.

이건 정도를 좀 지나치는데?

나뿐만 아니라 재중이 형도 눈에 이채를 발했다.

재중이 형이 바로 전사 형에게 물었다.

저들 병사들에게 들리지 않게.

“전사, 우리가 있던 때가 대륙력 몇 년이었지?”

“음, 제 기억에 대륙력이 1325년이었을 겁니다.”

쿠루아 대륙력 1325년.

그리고 가르시아 제국력 273년.

우리가 아는 것과는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났다.

저들 말이 맞다면.

지금은 무려 400년 전이라는 말이니까.

“설마…… 우리가 과거로 온 건가?”

재중이 형도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자 전사 형도 못 믿겠다는 듯 답했다.

“아마도 그런 듯 합니다만.”

“이거 참. 탑 안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문젠데. 이젠 과거냐.”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냐,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마수의 탑이라는 개념이 애초에 잘못 된 걸 수도 있어.”

“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재중이 형의 말에 우리 모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이곳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가 문제인 거다.”

“시간 말입니까?”

“어, 고대 마수의 탑 자체가 하나의 장소를 뜻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건너뛰는 시스템이라면? 그것도 어느 시점의 특정 고대 마수가 있는 시간대로 가는 거라고 생각해 봐.”

“아……! 그렇군요.”

“한 마디로 우린 던전이라는 특수 장소를 이동한 게 아니라. 지금 시간 여행 중이라는 거지. 그것도 과거 400년 전으로.”

그런 재중이 형의 말에 모두 다 충격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개념이라.

그냥 마왕성 안에 있는 어떤 탑 안에 고대 마수들이 있고 그걸 잡기만 하면 되는 줄로 알았는데.

지금 재중이 형의 말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그때 전사 형이 뭔가 떠오른 듯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휴, 400년 전이라면 문제가 좀 되겠군요.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시간대는…… 바로 성마 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입니다.”

그 말에 나 역시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아스티아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400년 전쯤에 성마 전쟁이 일어났었다고.

그리고 신성 제국이 300년 쯤 되었지 아마.

가르시아 제국력도 273년.

그때에는 가르시아 제국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그러면 방금 저 동향 병사가 말한 것들이 이해가 된다.

시골 변방의 왕국이라는.

애초에 가르시아 제국 자체가 거기서부터 시작했으니까.

다른 중앙의 제국과 왕국들이 망해갈 때.

그나마 대륙 외곽에 있어 피해가 적어 계속 남쪽으로 후퇴하다보니 어느새 제국이 되었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아직 여긴 성마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아니, 어쩌면 진행 중일 수도 있어.”

“……그럼 살아남는 데 집중해야겠네요.”

만약 정말 성마 전쟁 중이라면.

이전의 가장 컸던 전쟁에 한 발을 들여놓는 셈이 된다.

그것도 그 시대에 영웅이라고 하던 녀석들이 전부 존재하는 시점에.

이거 어쩌면…….

그때 당시의 르아 카르테의 주인도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전대에 영웅인 주인이 있다고 들었으니까.

설마 르아 카르테를 들고 있다가 그 녀석과 마주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리고 다른 하나에도 관심이 갔다.

고개를 돌려 우리가 왔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까 그 녀석들도 과거의 고대 마수겠죠?”

“아마도?”

아크 드래곤과 타이탄.

타이탄 쪽은 마수인지는 정확히 모르긴 하지만.

드래곤과 싸우고 있던 걸 봐서는 아마 특별하게 틀리진 않을 듯했다.

우리가 대화를 하는 사이 어느새 동향 병사가 다가왔다.

“보통 이 시기에 외부인은 받지 않지만, 고향 사람이니 특별히 받아들여주는 걸세.”

“아, 감사합니다.”

딱히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저 동향 병사는 우리를 고향 사람이라고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얘들은 통과시켜줘.”

그러자 에센시아 제국성의 외곽 성문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거대 몬스터를 막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성벽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아마 성벽 하나만 따지면 이전의 그 어떤 성보다도 높을지도.

거기다 성벽 위로 흉흉하게 자리잡고 있는 발리스타와 마법포대들 역시도 거대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고.

이전에 봤던 것들과는 크기에게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이쪽이 훨씬 거대했다.

하긴.

아크 드래곤 같은 녀석을 저지하려면.

이걸로도 부족할 수도 있겠네.

그리고 성벽 위로 마법 공격을 막기 위한 각종 결계가 섞인 마법진이 몇 중으로 겹쳐져 있는 걸 보고는 나름 안심이 되었다.

제국은 제국이라는 건가.

기억하기에 아마 과거의 제국이 더 강했다고 하니.

어쩌면 기술력이 지금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전사 형. 성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어야겠어요.”

“어, 나도 그 생각 중이다.”

생각한 게 맞다면.

이곳에서 얻은 아이템들은 추후 돌아가서도 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동향 병사의 안내를 받아 제국성 안으로 들어가자 확연히 다른 기운들이 느껴졌다.

외부와 달리 안쪽은 환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고.

온기가 확 퍼지는 게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 『 과거의 찬란한 영광. 에센시아 제국성 』에 진입하셨습니다. 》

《 최초로 에센시아 제국성에 진입했습니다. 》

《 제국 NPC들과의 호감도가 일괄 상승합니다. 》

《 고대 마수 토벌 관련 특수 의뢰들을 수령 받을 수 있습니다. 》

《 마족 토벌 관련 특수 의뢰들을 수령 받을 수 있습니다. 》

《 마왕 토벌 관련 특수 의뢰들을 수령 받을 수 있습니다. 》

《 현재 성마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

재중이 형도 같은 시스템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마 전쟁이 시작된 시점이었나?”

그때 갑자기 내 품에 있던 르아 카르테가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보통 때와는 완전히 다른.

그것도 꽤 청량한 음을 내며.

그런 르아 카르테를 보고는 웃음 지었다.

“그래, 아무래도 여기 또 있는 모양이다.”

너와 같은 르아 카르테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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