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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16화 (1,004/1,404)

#1016화 고대 마수의 탑 (10)

마검과 마룡의 창을 찾아내 나와 재중이 형이 들고 나갈 아이템은 정해졌다.

나르샤 누나도 마찬가지.

이제 남은 건.

챠밍과 이쁜소녀, 전사 형, 막내별의 아이템인가.

기존에 찾았던 아이템들이 꽤 좋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인 구성을 갖춰놨지만.

그래도 역시 숨겨진 아이템들이 더 좋을 확률이 높았다.

감각을 전부 개방하자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그림에 물감을 채워 넣듯 점점 선명한 구조로 엮어져 갔다.

생각 이상으로 넓어.

마계의 마왕이 어느 정도 사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모아둔 아이템들의 규모는 내 상상 이상이었다.

앞으로 나와야 할 네임드 템과 마족의 아이템.

또는 마왕의 고유 무기나 방어구, 악세서리.

더 나아가 마신의 무구까지.

여기에 영웅의 무구까지 더하면 종류는 더욱 많은 것이다.

그중에 필요한 건.

일단은 챠밍의 무기이려나…….

대흑마녀의 스태프도 분명 나쁘지 않은 무기다.

다만 나쁘지 않다는 거지 그게 정말 좋다는 말이 되진 않는다.

여기서 얻어갈 수 있는 아이템들 중에 그렇게 높은 등급이 아닐 수도 있어.

정말 잘 얻었다고 표현하려면.

마왕의 고유 무기이거나 마신의 무구, 영웅의 무구 중에 하나 정도.

최소한 그 수준은 되어야 한다.

감각을 최대한 펼쳐서 마왕 바이카르의 창고 속을 살피는데 저 멀리 우리 팀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도 귓속말로 여러 아이템들을 찾았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확실히 비밀 창고가 큰 만큼이나 다양한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자이언트 배틀 해머라던가.

에이션트 드래곤 본.

페어리 여왕의 목걸이.

암흑기사의 저주받은 심장.

고대 망령의 주술 스태프.

서큐버스 여왕의 반지.

.

.

<챠밍> 아이템들은 여기 모아둘게요.

<이쁜소녀> 저도 많이 모아놨어요.

<방패전사> 이쪽에도 많다.

<막내별> 무기만 따로 놔둘게요.

모두들 이전에 계획했던 대로 한 곳에 아이템들을 쫙 모아두고 있었다.

나중에 내가 복사를 한꺼번에 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문제는.

저 아이템들은 그저 복도를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찾을 수 있는 물품이라는 데 있었다.

이미 마신의 무구인 마검과 그에 버금가는 마룡의 창.

거기다 영웅의 무구인 무형시 활을 본 이상에야…….

계속해서 감각을 퍼트려서 주변을 살폈는데 아쉽게도 내가 서 있는 장소에서는 더 이상의 어떤 균열이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최소한 이 근처에는 없는 거려나.

아니면 감각만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구조일 수도 있고.

결국 르아 카르테를 꺼내 들었다.

<주호> 아무래도 직접 발로 뛰어야겠어요.

감각으로 찾을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아쉽지만 이젠 발로 뛸 때다.

그래도 어느 정도 소득은 있었다.

비밀 창고의 구조를 아는 만큼.

좀 더 효율적으로 이곳을 달릴 수 있을 터.

【 헤이스트! 】

곧장 가속을 걸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속도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주변의 풍경들이 계속해서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중간에 처음 보는 아이템들이 쭉 보였지만 역시 무시.

내 신경은 오직 르아 카르테의 진동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지나가다 뭔가가 있다면 바로 반응을 할 테니까.

금속의 정령도 내 주변에 떠서 쭉 나를 따라오면 외쳤다.

“나도 찾을 거야!”

확실히 금속의 정령 역시도 이런 식의 탐지는 나보다 나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부분도 알 수 있을 테고.

그렇게 얼마나 오래 달렸을까.

웅웅!

갑자기 르아 카르테가 진동을 일으켰다.

거기다 금속의 정령도 코를 찡긋하면서 한쪽 방향을 쳐다보았다.

“멈춰!”

금속의 정령의 외침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바로 몸을 멈췄다.

“있어?”

“응! 저기!”

그리고는 금속의 정령의 손가락이 아무것도 없는 벽면을 가리켰다.

하.

아무리 봐도 그냥 이건 벽이다.

누구라도 그냥 스쳐 지나갔어야 할.

그런 벽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내 손이 안쪽으로 쭉 빨려 들어갔다.

대략적인 신호는 르아 카르테가 잡아주고 정확한 위치에 대한 디테일은 금속의 정령이 맡는다.

아마 르아 카르테만으로 찾으려고 했다면 위치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테지.

최고의 아이템 탐지기 르아 카르테와 금속의 정령의 콤보는 이토록 훌륭했다.

“빙고.”

“잘했지?”

“어, 최고다.”

엄지를 딱 치켜세워주고 비밀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 카르페디움 마왕성의 숨겨진 비밀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

역시 이번에도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아마 지금쯤 운영자들이 경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머리칼을 쥐어뜯는다든가.

이런 식으로 숨겨진 아이템들을 찾아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테니까.

“어디 여기에는 뭐가 있나 한 번 볼까?”

그렇게 안으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하얀 달빛을 담은 초승달 형태의 뭔가가 길게 눕혀져 있었다.

뭐지?

타격 무기는 아닌데?

딱히 날이 서 있는 형태는 아니라서 더욱 기묘한 느낌이 드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다가가자 순간 쩌릿쩌릿한 차가운 기운이 내 몸을 침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걸 느끼자마자 바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거…….

적어도 네임드 무기가 아니다.

최소한.

마왕급.

혹은 마신의 무구라든가.

“어때?”

고개를 돌려 금속의 정령을 보자 금속의 정령도 입을 벌리고 군침을 흘리는 중이었다.

더 없이 반짝이는 저 두 눈빛만 봐도 잘 알겠네.

“맛있겠다아…….”

휴.

얘랑 르아 카르테가 다른 점을 찾기가…….

“좋다는 거지?”

“응.”

“뭔지는 알겠어?”

근처만 가도 얼어붙을 것 같은 느낌이라…….

그리고 이건 단순히 표면만 냉기를 뿜어내는 게 아니고 뼛속까지 저리게 만드는 한기가 침투해왔다.

내 마법 방어가 그렇게 낮은 건 아닐 텐데…….

특히 특수 무기들로 인해 기본적인 상태 이상 방어가 가능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저 냉기는 여전히 내게 밀려들어 왔다.

“서리 여왕의 무구야.”

“서리 여왕?”

들어본 적이 없는데.

하긴 이곳에 있는 아이템들 중에 내가 들어본 아이템들 자체가 별로 없다.

그때 금속의 정령이 놀라운 말을 했다.

“응. 몇 백 년 전쯤에 아마 마계 마왕 서열 2위였을걸?”

“마왕 서열 2위였다고?”

지금 마왕 서열 2위는 다른 녀석이지 않았나?

그렇다는 말은 저 서리 여왕이라는 마왕이 중간에 죽었다는 말이 되는데.

“죽었어?”

내 물음에 금속의 정령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갑자기 사라졌어.”

“그래?”

금속의 정령이 모른다고 하면 모르는 거다.

적어도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 한에서는 더 알 방법도 없고.

“서열 2위라면 굉장히 강했겠는데?”

당장 마왕 바이카르와 마왕 데미안만 봐도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할 것이다.

그런데 그만큼이나 서열이 높은 전대 마왕의 무구라니.

“응. 정말 강했어. 혼자서 천사들의 군단과도 맞짱 떴는데.”

그 천사가 내가 아는 그 천사가 맞나?

일단 대천사는 아니니 비교대상으로 넣긴 좀 그렇고.

“혹시 대천사하고 싸우면 어때?”

“으음. 아마 지진 않을걸?”

“강하네.”

지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강했다는 말이 된다.

그런 서리 여왕의 무구라니.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서리 여왕이 마법사였어?”

“응. 싸움도 잘했지만 기본적으로 대마법사였어.”

“좋았어.”

그리곤 곧장 챠밍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아무래도 내가 네 무기를 찾은 것 같아.

<챠밍> 네? 전 대흑마녀 스태프가.

<주호> 아니. 이젠 그건 확 잊어버려.

어디 굴러다니는지도 모르는 네임드와 마계 마왕 서열 2위 마왕의 무구를 비교할 수 있을까.

바로 웃음 지으며 말해 주었다.

<주호> 무려 전 마계 서열 2위의 마왕이 쓰던 무기야. 그것도 대마법사라는데?

<챠밍> 네에?

챠밍이 화들짝 놀란 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주호> 앞으로 무기 걱정은 없겠다.

<챠밍> 정말요.

어떻게 찾다 보니 내가 찾을 수 있는 최대치의 무기를 찾아버렸다.

솔직히 마신의 무구가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다지 하지 않았으니까.

마검 같은 경우에는 마왕 바이카르도 처치 곤란이니 여기 처박아둔 거지.

쓸 수 있다면 직접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전대 마왕의 무구는.

이 비밀 창고에서 찾을 수 있는 최대의 성과라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마왕의 무구 같은 경우에는 사냥터에서 구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네임드에게서 떨어지는 무기도 아니고.

그렇게 초승달 형태의 아이템을 회수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가는 순간.

그 아이템에서 차갑게 얼어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넌 자격이 없다. 』

그러면서 내 몸이 급속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 아이템에 깃든 서리 여왕의 잔류 사념이 유저 『 주호 』를 거부합니다. 》

《 어둠의 서리 기운으로 주변 마력이 얼어붙습니다. 》

《 상태 이상 극한의 서리가 적용됩니다. 》

《 제한 범위 내 모든 신체 활동이 80% 제한됩니다. 》

끼기긱!!

이건 혹한의 얼음 여왕과는 수준 자체가 달랐다.

아예 마력 자체를 얼어붙게 만드는 수준.

그것도 서리 여왕 본체도 아닌.

겨우 잔존 사념에 불과한 존재가 만들어 낸 현상.

물론 저 아이템의 힘을 빌렸겠지만.

“쉽지 않네.”

솔직히 이 기운을 파고들려고 하면 어떻게 파고들 수 있긴 하겠는데.

정작 저 서리 여왕의 무구를 잡았을 때가 더 문제였다.

잘못했다가 그냥 죽어버릴지도…….

제한이 있는 아이템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제한이 있는 거다.

이전의 마검의 경우도 그랬고.

마검은 아예 피를 다 빨아가는 형태였지.

반대로 이 서리 여왕의 무구는 활동 자체를 죽여 버린다.

어쨌거나 둘 다 죽는 건 매한가지라.

고개를 돌려 금속의 정령을 바라봤다.

여기서 해답은 얘뿐이지.

믿고 있기도 하고.

“난 안되는 것 같은데 다른 방법 없어?”

그때 금속의 정령이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면서 서리 여왕의 무구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대화가 끝나자 곧장 내게 말을 꺼냈다.

“으응. 마법사를 찾아와야 해. 그것도 서리 여왕의 무구가 인정할 만한 강력한 마법사를.”

그런 거였나?

바로 귓속말부터 넣었다.

<주호> 너 지금 어디야?

<챠밍> 네? 으음. 어딘지 설명하기가…….

<주호> 아니다. 내가 갈게.

한 발짝 물러서자 바로 디버프가 풀렸다.

아마 자격이 없는 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결계인 듯했다.

그리고는 비밀 장소를 나오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서리 여왕의 무구가 정체를 숨깁니다. 다른 장소로 이동 시간까지 3분 남았습니다. 》

《 3분 후에 비밀 장소가 변경됩니다. 》

칫.

설마 다른 장소로 옮겨갈 수 있는 거였어?

빠르게 감각을 펼쳐냈다.

곧장 저 멀리 챠밍이 느껴지는 장소를 포착하고는 바로 속도를 올려서 그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서 도착하자 챠밍이 내 쪽을 깜짝 놀라 바라봤다.

“오빠?”

“아, 이야기는 나중에. 지금 좀 급하거든.”

그리고는 손을 뻗어 챠밍의 손을 확 붙들고는 최대한으로 속도를 올렸다.

“꺅!”

“미안! 일단 좀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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