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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12화 (1,000/1,404)
  • #1012화 고대 마수의 탑 (6)

    어?

    나르샤 누나의 말에 순간 머릿속이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맞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그냥 다 복사해 버리면 되는 일 아니었나?

    비록 그게 내구도가 얼마 없는 복사판이라고 할지언정.

    적어도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고유 옵션은 복사해 놓을 순 있을 것이다.

    그러면 르아 카르테에 옵션을 가져와서 쓸 수도 있을 테고.

    고개를 슬쩍 올려 남은 시간을 바라보았다.

    원래라면 나와 재중이 형의 아이템을 고를 시간 정도만 남겨두었는데…….

    지금은.

    아마 그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바로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형. 시간이…….”

    “그래. 알아. 꽤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네.”

    재중이 형 역시도 나르샤 누나가 한 말을 듣고는 시간이 없다는 걸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 마왕 바이카르의 비밀 창고는 상상 이상으로 넓었다.

    다른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이쁜소녀와 전사 형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우리 역시 아직 창고의 일부분만을 확인한 거고.

    어쩌면 전부 다 돌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나르샤 누나가 가져온 저 활이 더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저 영웅의 무구로 생각되는 무형시 활의 발견 방법이.

    “숨겨진 아이템들을 찾아야 해요.”

    과연 이 창고에 몇 개나 숨겨져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나가기 전에 반드시 구해야 한다.

    바깥에 있는 눈에 띄는 아이템들도 물론 좋긴 하겠지.

    하지만 그보다는 숨겨져 있는 아이템들이 더 좋을 확률이 높았다.

    잘하면 정말 뜻밖의 아이템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먼저 나르샤 누나가 내게 말했다.

    “난 이 녀석 구했으니. 시간 끝날 때까지 같이 찾아봐 줄게.”

    “아, 고마워요.”

    나르샤 누나야 이미 영웅의 무구를 구했으니.

    확실히 다른 사람들보다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

    이 비밀 창고에서 저 무형시 활보다 더 상급의 아이템을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그러자 챠밍이 한 손을 거들었다.

    “저도 도울 게요.”

    그런 챠밍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이템을 확정한 건 아니잖아. 네게 맞는 템을 찾아보는 게 좋을 텐데.”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저었다.

    “전 이 중에 아무거나 하나 고르면 돼요.”

    그러면서 대흑마녀 스태프와 야누비스 스태프, 파우스트 완드를 가리켰다.

    확실히 저 중에 하나만 골라도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이기도 했다.

    당장 어딜 가도 상급의 아이템에 속할 테니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건데.

    “좀 더 찾아보는 게 좋지 않아? 더 좋은 것도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러자 챠밍이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오빠가 좋은 거 찾으면 그게 더 좋아요.”

    음.

    저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럼, 좀 부탁할게. 사실 시간이 모자라긴 했어.”

    “네!”

    혼자 찾는 것보다 한 사람이라도 손을 거들어주는 편이 좋긴 하다.

    지금처럼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공간에서라면.

    막내별도 내쪽을 보면서 말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괜찮겠어요?”

    “챠밍처럼 저도 같은 이유에요. 이미 쓸 만한 아이템도 있으니까.”

    확실히 야누비스 스태프나 파우스트 완드 같은 보조 계열 아이템은 막내별에게 최적의 아이템이긴 했다.

    그것도 밖에서 찾기 힘들 정도의 상급이기도 하고.

    두 사람이 모두 도와준다고 하자 재중이 형이 내게 말했다.

    “전사하고 이쁜소녀에게는 벌써 말해 놨다.”

    “아. 그렇게까지 안 해도…….”

    그 말이 하기 무섭게 전사 형과 이쁜소녀에게 연락이 왔다.

    <방패전사> 싹 뒤져서 다 찾아주마. 하하.

    <이쁜소녀> 저도 찾으러 다닐게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나 하나 도와주자고 전부 다 자기들 아이템을 놓겠다는 소리라서.

    이건 고맙다고 해야겠지.

    “다들 감사합니다.”

    그러자 재중이 형이 내 어깨를 툭 쳤다.

    “부담 가지지마. 뭐 네 것만 주구장창 찾겠냐. 찾다보면 이런 저런 아이템들 다 확인 가능하니까.”

    “하하. 그렇죠.”

    부담 안 주려고 일부러 한 말인가 싶기도 하네.

    “그럼 다들 흩어져서 찾고. 어차피 악세나 방어구는 복사가 안 되니까 그냥 눈에 확인만 해둬.”

    “네!”

    “알았어요.”

    챠밍과 막내별도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흠. 시간과 거리상 전부 다 들고 오는 건 어차피 무린데……. 어쩐다?”

    방금 재중이 형이 한 말은 일리가 있었다.

    챠밍이 먼저 말했다.

    “무기를 발견하면 이곳으로 끌고 오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그 말에 재중이 형이 머리카락을 쓸면서 말했다.

    “근처에 있는 아이템들을 전부 이곳으로 끌고 오려면 시간 안에는 불가능해. 그것도 아주 가까운 것들만 가능할 테고.”

    “아. 확실히 그렇네요.”

    그러자 막내별도 의견을 꺼냈다.

    “무기를 발견한 장소를 알려주는 건 어때요?”

    “그럼 주호가 사방팔방 뛰어다녀야 하는데?”

    “아, 시간이 너무 걸리겠네요.”

    막내별도 아차 싶은지 난감함을 표했다.

    챠밍과 막내별 같은 경우는 힘이 낮아서 무거운 아이템은 애초에 많이 들고 올 수도 없었다.

    만약 인벤에 아이템을 넣어올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이 비밀 창고에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무작정 힘으로 들고 와야 하는데.

    배틀 액스나 배틀 해머 같은 종류는 워낙 무겁다 보니 한 번에 하나를 끌고 오기도 힘들 테지.

    그건 차라리 전사 형과 이쁜소녀가 들고 오는 편이 나을 것이다.

    스태프나 완드, 활 같은 경우는 몇 개 정도 들고 올 수는 있으나.

    그것도 수량이 많아지면 무거운 건 매한가지니까.

    문제는.

    현재 어디에 어떤 아이템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아이템을 가지고 오고 싶어도.

    그 위치가 너무 멀리 있다면?

    여기까지 가지고 오는데 시간을 다 보내게 된다.

    그것도 한 번에 하나씩이나 많아야 두 개 정도.

    다시 돌아가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거기에 좌표조차 찍히지 않는 이 곳에서는.

    갔던 길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는 이상에야.

    한 번 길을 잃으면 어디에 누가 있는지 확인도 안 되니까.

    너무 멀리까지 나가지도 못 해.

    가깝다고 한들 누가 어디에 아이템이 있다고 알려준다고 해도.

    좌표가 없으니.

    바로 찾아가는 것도 무리.

    게다가 아이템을 가져오지 않고 내가 발견된 장소까지 뛰어다니는 것 역시도 시간이 걸리긴 매한가지였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거리에 있는 물건만을 찾을 수 있다.

    서로가 찾을 수 있는 딱 그 정도 위치까지만.

    아이템 복사라는 사기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그때 내가 조금은 다른 말을 꺼냈다.

    “뭐……. 일단 너무 멀지만 않으면. 누가 어딧는지 정도는 제가 알 수 있어요.”

    내 뜻밖의 말에 막내별이 의아한 듯 미니맵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아군들 좌표가 전혀 찍히지 않잖아요. 여기 지도도 없고요.”

    “음. 그냥 알려고 하면. 느껴져요. 다들 어디쯤 있는지.”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두 곳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 방향으로 100m쯤에 이쁜소녀가 있네요. 그리고 저기로 150m 거리에 전사 형이 있고요.”

    내 말에 막내별이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느껴서 안다고요?”

    “네. 뭐. 좀 별나죠?”

    “세상에…….”

    고유의 발걸음이라던가.

    입고 있는 갑옷의 무게의 진동과 움직임의 속도 정도 같은 걸로 어느 정도까진 구분해낼 수 있었다.

    특히 이렇게 한정된 장소에서는 더 그렇고.

    “음, 그게 정말 가능하다면 멀리 있어도 어떻게든 찾아가긴 하겠네요.”

    그러자 챠밍이 의견을 말했다.

    “그럼 각자 아이템을 한 장소에 모아두는 건 어때요? 그럼 오빠가 찾아다니는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말이지.”

    “네. 이쪽이 편하죠?”

    챠밍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번 찾아갈 걸 한 번에 찾아간다면 확실히 시간이 많이 절약되긴 할 거다.

    재중이 형도 납득한 듯 말했다.

    “그럼 멀리 있는 곳까지도 아이템을 보러 나갈 수 있겠네. 이놈의 창고가 얼마나 큰진 모르겠는데. 다 돌아보긴 해야지.”

    그렇게 전사 형과 이쁜소녀에게도 전달하고 나자 바로 눈앞에 있는 아이템들부터 복사했다.

    메두사 슬레이어부터 해서.

    대흑마녀 스태프.

    야누비스 스태프.

    파우스트 완드.

    광룡 커틀라스 배틀 해머.

    바포메트 액스까지.

    무기 종류는 전부 복사를 해두었다.

    애초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웨폰 카피니까.

    방어구에 속하는 메두사 라지 쉴드는 복사가 불가능했다.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웨폰 카피 대상의 랭크가 너무 높습니다. 》

    《 웨폰 카피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

    《 웨폰 카피 스킬을 성공했습니다. 》

    《 웨폰 카피 스킬을 성공했습니다. 》

    《 웨폰 카피 스킬을 성공했습니다. 》

    .

    .

    “확실히 아이템 등급이 높네요.”

    웨폰 카피 스킬이 MASTER 단계인데도 몇 번이나 실패하는 걸 보면.

    그리고 이렇게 실패하는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이 웨폰 카피 스킬 자체가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 스킬이라.

    마력을 회복하는 것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머지는 두고 광룡 커틀라스 배틀 해머는 내가 들어올렸다.

    “이건 소녀에게 먼저 가져다줄게요.”

    일단 대흑마녀 스태프는 챠밍이.

    야누비스 스태프와 파우스트 완드는 막내별이 손에 들었다.

    악세서리는 그다지 무게가 나가지 않으니 디아블로 심장과 정령왕 이프리트 혼. 정령왕 나이어드 반지는 따로 챙겼고.

    마지막에 어떤 걸 들고 나갈지 모르니.

    “마왕 녀석이 여기 좀 어질렀다고 화내진 않겠죠?”

    이미 이 근처의 창고에 있는 아이템들은 죄다 들쑤셔 놓은 상태라…….

    나중에 치우려고 하면 꽤 고생하지 않을까.

    “큭. 설마 쪼잔하게 그런 걸로.”

    “하하. 그럼 다 흩어지죠.”

    “그래. 필요한 게 보이는 족족 복사해 버려.”

    “네, 마력이 되는 데까지 해봐야죠.”

    남은 시간은 대략 40분 남짓.

    마력 자연 회복 시간까지 감안하면 못 해도 100자루 이상은 복사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중간에 웨폰 카피 스킬이 실패해버리면 그 수량도 확연히 줄어들긴 할 것이다.

    복사를 하긴 하되.

    꽤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도움이 안 된다 싶은 무기는 아예 처다보지도 말아야 해.

    괜히 이상한 무기에 마력을 소모해서 정작 필요한 무기를 찾았을 때 마력이 부족한 경우는 없어야 하니까.

    “먼저 갑니다.”

    일단 멀리까지 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은 이 근처의 아이템들만 확인했으니까.

    【 헤이스트! 】

    【 대쉬! 】

    아예 속도를 끌어올려 몸을 날리자 창고의 아이템들이 눈에 슥슥 지나쳐 갔다.

    어차피 이 근처의 아이템들은 우리 팀이 확인해줄 것이다.

    한참을 달려나가는데 몇몇 아이템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잠시 멈췄다가 몇몇의 옵션만 확인하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특수한 배틀 액스 종류와 배틀 해머, 스피어, 활 같은 종류는 옵션이 확실히 좋긴 한데.

    정작 적용할 만한 옵션들이 보이진 않았다.

    아주 여유가 넘치면 이것들도 전부 복사를 하겠지만.

    마력엔 한계가 있으니.

    아무거나 복사할 수는 없어.

    그렇게 한참을 달려나가다 보니 언젠지 모르겠는데 내 인벤에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응?

    뭐지? 방금?

    그리고 그 정체를 확인하고는 바로 인벤에서 꺼냈다.

    “르아 카르테? 네가 왜?”

    웅웅웅.

    뭔가에 반응해 계속 떨리며 빛을 내는 녀석을 보는 순간.

    내 눈빛을 확연하게 변했다.

    하.

    그래.

    내겐 이 녀석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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