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화 고대 마수의 탑 (3)
챠밍, 이쁜소녀, 막내별이 큰 규모의 창고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눈이 휘둥그레 변하며 감탄했다.
“정말 많네요.”
“우와~!!”
“세상에~”
끝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아이템의 보고.
거기다 지금 보고 있는 아이템들은.
그냥 어중이떠중이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아이템들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바깥에서는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던.
구역별로 하나씩 구분되어 나열되어 있는 아이템들은 하나같이 고유의 빛을 내뿜고 있었다.
최소 네임드 템이나 그에 준하는 아이템들이라는 거지.
워낙 넓어서 하루에 다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전사 형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흥분한 상태로 가까이에 있는 아이템들부터 하나씩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결국 두 손을 번쩍 들고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하…… 이건 완전 미쳤네.”
나르샤 누나 역시도 흥미로운 눈빛으로 쭉 나열된 아이템들을 살펴보더니 마찬가지로 들뜬 모습을 보였다.
“여기 무기 형태별로 다 있잖아?!”
병장기는 형태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었다.
그중 다수의 사람들이 쓰는 검과 도 계열은 가장 많아 보였고.
창 계열의 무기들 역시도 창고 한편을 차지하고 쭉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많이 쓰는 활.
이쪽 역시도 형형색색 다른 녀석들이 즐비하게 나누어져 나르샤 누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스태프와 완드를 비롯해 각종 주술 증폭형 아이템들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는 모습에 챠밍과 막내별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쁜소녀도 해머와 액스 계열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는 진열대 앞을 서성이며 신나 하는 걸 보면.
여기에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최상의 지상 보고.
재중이 형도 몇 개의 아이템들을 들었다가 놓으며 눈대중으로 슬쩍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괜히 마왕 서열 1위가 아닌데?”
나야 그동안 쉬는 동안 못 본 아이템들이 많아서 그런지 전부 다 처음 보는 물건들이었는데.
심지어 재중이 형 역시도 처음 보는 물건들이 많은 것 같았다.
재중이 형이 모른다면.
정말 바깥에는 아예 퍼지지도 않은 물건일 터.
이 정도라면.
쉽게 줄 만한 아이템들이 아닐 텐데.
창고 저 멀리 들어갔다 온 전사 형이 곧 울상을 지으면서 나타났다.
“주호야, 정말 여기서 하나만 골라야 하는 거냐?”
“음, 일단은요?”
“아! 말도 안 돼! 이 최상의 아이템들을 다 놔두고 가라고?!”
이미 전사 형은 아이템들을 두고 가야 한다는 점에 패닉이 온 듯했다.
나 역시 르아 카르테, 테르타로스, 라페르나 같은 무기가 있어서 어지간한 아이템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곳의 아이템들의 품질은 확실히 좋아 보였다.
이 중에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점은.
확실히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얼마 뒤 이쁜소녀 역시도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는 내게 달려왔다.
“이걸 어떻게 골라요오!!”
“으음, 다 좋아?”
내 말에 이쁜소녀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눈물이 핑 도는 표정으로 말했다.
“버릴 게 없어요오…….”
이미 눈에 봐둔 아이템들이 몇 개 있는지 이쁜소녀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
이쁜소녀 역시 영웅의 무기인 토르를 들고 있긴 한데.
새 무기라는 건 역시 좋겠지.
특히 토르는 밀폐되어 있는 던전에서는 그 한계점이 명확한 무기였다.
악마 계열에게 치명적이긴 한데.
그만큼 쓰는 환경도 문제다.
상황에 따라 바꿔 쓸 만한 세컨 무기를 이곳에서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딱 하나.
나라도 여기서 딱 하나의 아이템만을 들고 나갈 수 있다면 무기를 고르지 않을까.
하지만 비교적 약한 방어를 위해 중갑 형태의 아이템을 얻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나나 재중이 형처럼 날렵한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차라리 방어를 높이는 편이 나을 테니까.
현재 이쁜소녀의 방어구는 일반적인 유저들이 쓰는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에 불과했다.
“방어구는 어때?”
“으음, 그것도 가지고 싶긴 하지만…….”
이젠 아예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만들고 내게 물었다.
“오빠, 저 뭐 골라요?!”
이쁜소녀는 본인이 도저히 못 고르겠는지 아예 선택권을 내게 넘겼다.
“좀 생각해 보자.”
그러면서 이쁜소녀가 낑낑대며 한 손에 하나씩 잡고 질질 끌고 온 아이템 두 개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멀리서부터 끌고 왔는지 바닥이 아주 길게 패여 있었다.
그 궤적 위로 보이는 이쁜소녀의 몸 크기만 한 두 개의 무기들.
아니 오히려 더 크다고 해야 하나?
『 광룡 커틀라스 배틀 해머 』
『 바포메트 액스 』
하나같이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다.
아.
생각해 보니 바포메트 액스는 이전에 본 적이 있었던가?
아주 예전에 경매장에서 확인한 마왕 데미안이 가지고 있다는 아이템 목록 중에 저런 아이템이 있긴 했었다.
그런데 마왕 바이카르 역시도 이걸 모아둔 모양이었다.
덕분에 이쁜소녀가 두 개를 동시에 들고 왔지.
아마 여기 있는 무기 중에 저 두 개가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했으니 들고 왔을 터.
슬쩍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이거 역시 네임드를 잡아야 나오는 아이템이겠죠?”
“어, 둘 다 지금 구할 수 있는 수준의 아이템이 아니야.”
현재 유저들이 공략 가능한 네임드 수준을 넘어선 아이템이라는 거다.
혹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공략되지 않았거나.
어쨌든 없다는 건 확실하다.
잠시 고민 뒤에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주호> 으음, 밸런스를 위해선 방어구가 나을까요?
그런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더니 대답해주었다.
<불멸> 방어구 골라줬다가는 쟤 바로 울어버릴걸?
<주호> 아…… 그렇겠네요.
이쁜소녀의 성향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강력한 무기를 두고 방어구를 골라준다?
<주호> 저 둘 중에 하나로 해야겠네요.
아마 이쁜소녀는 두 개 중에 하나를 골라 달라고 굳이 저 무거운 무기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일 터.
방어구를 골라줬으면 평생 원망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둘 중에 하나면 돼?”
“응…… 그럼 좋아요.”
정말 방어구는 아니었구나.
재중이 형과 같이 그 두 개의 무기를 옵션을 살피다가 곧 눈을 찡그렸다.
“형, 이거 둘 다 너무 좋은데요?”
“어, 동감.”
광룡 커틀라스 배틀 해머는 무기의 위력 자체가 폭발적이었다.
소유자로 하여금 정말 미친 위력을 한 번에 뿜어낼 수 있게끔 디자인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단순 위력만 따지면.
현재의 그 어떤 무기도 이 녀석보다는 약하다.
영웅의 무기도 예외는 아니었고.
특히 광룡화.
이건 뭐.
거의 사기지.
얼핏 봐도 사기인 게 빤히 보인다.
반면에 바포메트 액스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저주와 디버프 위주의 무기에 가까웠다.
강력한 저주를 동반하며 대미지를 끌어올리는 무기랄까.
기본 대미지 역시도 강력하지만.
역시 저주 쪽에 치우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도 나 같으면 바포메트 액스를 했을 테지만…….
슬쩍 재중이 형을 보니 재중이 형도 진지하게 고민 중인 듯했다.
그러다 한마디를 꺼냈다.
“소녀가 바포메트 액스를 소화할 수 있을까?”
“으음, 글쎄요.”
확실히 바포메트 액스가 요구 조건이 좀 더 까다로운 편이긴 했다.
하지만 쓰려고 하면 못 쓸 정도는 아니니까.
그래도 역시.
이쁜소녀 성향상 한 방이 강력한 쪽이 나으려나?
스택을 쌓아야 하는 바포메트 액스는…….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재중이 형과 내 손가락이 동시에 한쪽으로 쏠렸다.
이쁜소녀도 만족스러운지 손을 뻗어 그 녀석을 움켜쥐었다.
“헤헷, 처음부터 이게 좋았어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은 듯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광룡 커틀라스 배틀 해머를 품에 쥐고 놓지 않는 걸 보고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주호> 바포메트 액스 골랐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불멸> 크큭, 그러게.
방어구야 뭐…….
어떻게든 구해지겠지.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쨌든 된 것 아니겠어?
그나마 이쁜소녀는 원하는 아이템이 확고했던지라 빠르게 결정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 전사 형이 먼저 뭔가의 아이템들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건 어떻습니까?”
『 메두사 라지 쉴드 』
한 손에 쥔 건 검붉은 독사들이 잔뜩 새겨져 있는, 전사 형의 플레이트를 전부 커버할 크기의 라지 쉴드.
그리고 반대 손에는.
『 메두사 슬레이어 』
이쪽 역시도 꽤 폭이 넓은 대검이었다.
양손용으로 보이지만 한 손으로도 잡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두 개의 아이템이 모두 하나의 몬스터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메두사.
이것 역시도 네임드일 테고.
저 두 아이템 역시도 강력하겠지.
“휴, 둘 다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전사 형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는 그 마음을 이해했다.
아마 더 좋은 아이템들이 있었으리라.
그중에서도 방어 쪽에 특화된 녀석들을 추리고 추렸을 텐데.
메두사 라지 쉴드 쪽은 일단 이해는 하겠다.
그런데 메두사 슬레이어?
이쪽은 무슨 능력이 있지?
하지만 나와 재중이 형이 전사 형이 내미는 메두사 슬레이어의 옵션을 살펴보고는 바로 납득을 했다.
심지어 메두사 라지 쉴드까지 보자 혼란에 빠졌다.
“이건…… 둘 다 안 가져가면 더 이상하겠는데요?”
“그래. 하나를 포기할 수도 없고.”
둘 다 좋다.
그런데 둘 다 있으면 더 좋다.
아마도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아이템들인 모양인데.
전사 형이 저렇게 죽상인 이유는 둘 중 하나는 놓고 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와 저 메두사 세트가 있으면…….
공방에서 거의 완벽한 상태가 된다.
그 이유는.
무기인 메두사 슬레이어 자체가 하나의 방어구나 다름없기 때문에.
사실 이제껏 이런 옵션을 가진 무기는 본 적도 없었다.
재중이 형도 어이가 없는 듯 웃어버렸다.
“이것은 무기인가, 방어구인가.”
“역시 그렇죠?”
일단 메두사 라지 쉴드는 직접적인 방어에 관련된 각종 옵션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메두사 슬레이어에 각종 저항에 관련된 옵션이 엄청나게 많이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메두사 라지 쉴드가 방어의 뼈대를 만든다면.
무기 쪽은 반대로 저항 옵션을 잔뜩 올려준다.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에 있는 저항 옵션에 이 메두사 슬레이어의 옵션을 더하면……?
상상 이상의 저항력이 나온다는 거지.
이러면 전사 형이 네임드에 비해 다소 약하다고 한들 당장 버틸 수 없는 몬스터들을 상대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어쩌냐?”
“그러게요.”
둘 중 하나는 놓고 가야 하는데.
정말 하나같이 쉽지 않네.
“전사 형, 일단 기다려 봐요.”
단 한 개라는 제한이 이렇게까지 압박이 올 줄이야.
아예 처음부터 모르고 넘어갔다면 욕심이 나지도 않지.
전사 형이 눈앞에서 망연자실 나라 잃은 표정으로 돌이 되어 있는 동안.
이번에는 저 멀리서 뭔가를 양손 가득 들고 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챠밍……? 막내별……?”
챠밍 역시 날 발견하더니 눈망울이 크게 흔들렸다.
그 뒤로는 막내별 역시 움찔했고.
그리고는 둘 다 울먹이듯 말했다.
“오빠, 저 어떻게 해요?”
“저희 좀 많이 가져왔죠?”
“아아…… 안 들어봐도 알겠네요.”
『 대흑마녀 스태프 』
『 디아블로 심장 』
『 티아메트 목걸이 』
『 서큐버스 심안 』
『 정령왕 이프리트 혼 』
『 정령왕 나이어드 반지 』
『 야누비스 스태프 』
『 파우스트 완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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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쪽은 상황이 더 심각한데?
대체 얼마나 들고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