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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07화 (995/1,404)

#1007화 고대 마수의 탑 (1)

워프인가……?

놀라운 건 이곳이 중립 연합의 거점 안이라는 거다.

몬스터가 마음대로 워프로 오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우리 바로 옆에 워프를 만들어 내 나를 찾아왔다.

“마왕 바이카르가 보냈습니까?”

분명 녀석을 정면에서 보고는 있지만 인식이 잘 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만약 이곳이 거점이 아니라 다른 장소였다면.

녀석이 공격했을 경우 꽤 곤란했을지도 모르겠는데.

흐릿한 어둠의 결정체 같은 형상.

아마 평범한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으려나.

“네, 마왕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녀석은 의문이 드는 정체와는 다르게 꽤 깍듯한 태도로 내게 답했다.

저건 마왕 바이카르가 명령했기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해도 이 녀석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몬스터였다.

게다가 레벨대도 상당히 높을 거라 여겨졌고.

낮추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텐데?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녀석이 말했다.

“곧 마왕이 되실지도 모르는 분이라 예의를 지키는 겁니다.”

“아직 마왕이 된 건 아닌데?”

그 물음에는 녀석이 침묵을 지켰다.

기묘한 웃음을 보이며.

그러면서 내게 말했다.

“마왕의 징표를 가지고 계신 걸로 충분합니다.”

마왕의 징표?

이건 마왕의 핵을 말하는 거려나?

그냥 이 아이템 자체로도 뭔가의 우대를 받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능인데?

“뭐 그렇다고 하면 넘어가죠. 그런데 지금 바로 가야 합니까?”

“그래 주시면 더 좋겠지만. 필요하신 준비를 하고 오셔도 상관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마왕 바이카르의 마왕성에 가면 이곳에서 할 준비를 다 끝낼 수가 없었다.

뭐 유저를 위한 창고 정도야 있겠지만.

그간 내가 거쳐 온 마왕성들의 상태를 보면 없을 확률이 더 높아.

시아트 마왕성과의 포탈을 연결할 수 있느냐고 하면…….

아마 이쪽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나을 테고.

“그렇다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마왕님께는 전달 드리겠습니다.”

그러더니 녀석의 손에서 허공을 격해 무언가 날아오기에 손으로 잡았다.

“이건……?”

“마왕님의 마왕성으로 올 수 있는 귀환석입니다.”

『 카르페디움 마왕성 귀환석 / 1회용

- 기간 만료 3일. 』

총 세 개.

나와 재중이 형, 화련의 것까지.

마왕성 이름이 카르페디움이었나?

귀환석이 1회용에다가 3일이라는 기간 만료까지 붙어 있는 걸 보면.

마왕 바이카르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은 아마 그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

녀석과의 거래가 끊어지는 거려나?

“전달했으니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넘어왔던 워프를 통해 그대로 녀석이 사라졌다.

고레벨 몬스터 특유의 압박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긴장을 했던 건 사실이라.

녀석이 사라지자마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어때요?”

“방금 그 녀석?”

“네.”

내가 물어본 건 별 게 아니었다.

바로 레벨 확인.

어차피 레벨 200대인 내가 보면 어지간한 녀석들은 죄다 시뻘건 색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몬스터에 대한 분별력이 없다는 거지.

일단 겉으로 보면 위압감이라던가 하는 느낌 같은 걸로 분간을 할 수 있기는 한데.

방금 이 녀석은 말 그대로 아무런 위협을 주지 않았으니까.

“나도 새빨갛게 보이더라.”

“그래요?”

“어, 최소 600대. 그 이상일 수도 있고.”

일개 전령이 그 정도라…….

단순 레벨만 생각하면.

마왕 스티어만큼이나 높았다.

물론 네임드냐 아니냐에 따라 같은 레벨이라도 능력은 천차만별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아마 카르페디움 마왕성 근처는 죄다 이런 녀석들만 있을 게 분명했다.

어떻게 보면 알짜 사냥터라고 보면 되는데.

능력은 낮은데 레벨만 높으면.

아무래도 잡기가 쉬울 테니.

그만큼 레벨을 올리기도 좋을 것이다.

뭐 이것도 잡을 수 있다면 말이지.

만약 카르페디움 마왕성에 갔는데 다른 마음을 품었다면 꼼짝 없이 죽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가도 되나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안 갈 거야?”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물어보자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죠.”

광랩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그걸 놓칠 순 없지.

곧 시선을 돌려 화련에게 말했다.

“시간이 좀 있으니까 화련하고 같이 갈 파티를 구해와요.”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뒤 화련이 바로 사라졌다.

지금 우리가 꾸릴 수 있는 파티는 총 3개.

마왕 바이카르에게 허가를 받은.

나, 재중이 형, 그리고 화련의 파티.

그중 화련은 알아서 파티를 꾸릴 거고.

이제 내 쪽은…….

“형,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흠. 일단 파티가 두 개니까…….”

한 파티당 8명.

산술적으로 총 16명의 유저를 데리고 갈 수 있었다.

곧 재중이 형이 전사 형과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을 바라봤다.

“보자…… 너흰 모두 내 파티로 들어오고.”

그러자 챠밍이 나와 재중이 형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당황한 듯 물었다.

파티 명단에 내가 빠진 것도 문젠데.

반대로 재중이 형의 파티로 전부 다 데리고 간다고 하니까.

“오빠는요?”

그런 챠밍을 본 재중이 형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아, 쟤? 쟤는 혼자 놀아야지.”

“네?”

챠밍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해를 못하겠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우리하고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해서. 같은 파티에 있어봐야 경험치도 별로 못 얻어.”

“아…… 그러니까 아예 따로 파티를 만들자는 거네요?”

“그렇지. 주호는 주호 단독으로 파티를 한다.”

재중이 형이 그렇게 말하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몬스터를 몰아주면…….”

“그래. 저 녀석이 쓸어먹기만 해도 경험치를 몰아줄 수 있지.”

“파티가 두 개여서 다행이에요.”

처음에는 나 혼자 파티를 하라고 해서 이해를 못 했지만 재중이 형과 챠밍의 대화를 들은 모두가 이제 납득을 했다.

막내별이 조금 아쉬운 듯 말을 꺼냈다.

“파티 자리가 많이 남는데 아쉽네요. 들어오려고 하면 천금을 주고도 올 사람들이 있을 텐데요.”

확실히 마왕성 전용 사냥터에 입장할 수 있는 파티는 두 개인데 가는 인원은 일곱 명뿐이었다.

아홉 자리가 빈 상태로 가는 거니까.

효율로만 치면 최악에 가깝겠지.

막내별의 말대로.

당장 랭커들 상대로 파티 자리를 준다고 하면 넙죽 엎드릴 사람들도 넘쳐날 것이다.

파티에 들어올 입장권만 팔아먹어도 어마어마한 돈을 챙길 수 있을 터.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좋긴 하겠지만. 우리의 주된 목적을 생각하자고.”

“아, 마왕요?”

“그래, 일단은 이 녀석을 마왕으로 만들어 주는 게 목적이니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날 가리키자 막내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재중이 형 말대로 굳이 빈 파티 자리를 다 채워서 갈 필요가 없었다.

돈이야 나중에라도 벌 수 있을 테고.

뭐 이번 기회에 랭커들에게 빚을 지워두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꼭 이게 아니더라도 상관없는 일이니까.

거기다.

굳이 경쟁 상대들에게 전력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이유는 없다.

아군 세력이라면 또 몰라도.

문제는 딱히 데리고 갈 만한 녀석들도 없다는 것도 있고.

파티로 묶이면 행동을 같이 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발이 묶이게 된다.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득보다는 실이 많겠지.

그렇게 결정이 나자 얼마간의 준비를 하고는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 팀은 시간이 있는 동안 중립 연합의 시장을 돌며 사냥에 필요한 아이템들도 잔뜩 구매했다.

뭐 포탈 연결이 된다고만 하면 언제든지 오갈 수 있을 테고 꼭 그게 아니라도 카르페디움 마왕성에서 필요한 물건을 조달할 수도 있을 터였지만.

일단 그쪽은 유저들의 시장 자체가 없으니 미리 준비를 해서 나쁠 건 없었다.

마왕성의 정비도 어느 정도 해둔 상태.

그리고 이쪽 마왕성의 운영은 일단 사장님에게 일임해 두었다.

최악의 경우.

나나 재중이 형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도 생각해야 하니까.

이쪽은 발록, 뱀파이어 로드, 혹한의 얼음 여왕이 있으니 어떻게든 굴러가겠지.

마왕급의 녀석이 쳐들어오더라도.

“다들 준비됐나요?”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곧 나를 제외한 나머지 우리 팀은 전부 재중이 형의 파티로 들어갔다.

화련의 팀이야 나중에 알아서 올 테니 신경 쓰지 않았고.

강화는 일단 하지 않았다.

혹여나 카르페디움 마왕성에 더 좋은 장비를 구할 수 있다면.

그쪽에서 강화석을 쓰는 편이 더 좋을 터.

나름 기대하는 부분이지.

“자, 그럼 갑니다.”

* * * * *

《 마계의 수도. 마왕 바이카르 소유의 카르페디움 마왕성에 진입하셨습니다! 》

《 카르페디움 마왕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바로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그리고 눈앞의 풍경이 변하면서 내 시야 안으로 카르페디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이쁜소녀가 바로 감탄했다.

“우와……!”

챠밍 역시 마찬가지.

“세상에……!”

이건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 막내별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벽 전체가 검은 광택이 도는 고성 위에 소환된 우리의 시선 아래로 쭉 펼쳐진 끝도 없이 큰 나라의 모습이 보였다.

거리마다 일관되게 정돈된 거대한 도시.

그리고 사방에서는 타르를 불태우며 날아다니는 수도 없이 많은 비공정들까지 보였다.

그간 봐왔던 유적지나 거점들이 작아 보일 정도로.

굳이 비교를 하자면 가르시아 제국 정도가 비슷하려나?

마왕성이라고 하길래 그냥 우리가 봐왔던 그 베르테니아 마왕성이나 시아트 마왕성 정도를 상상했던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건 아예 그런 상상을 한 것이 미안할 정도의 규모다.

게다가 마왕성의 외곽 경계에는 처음 보는 거대한 검은 비석들이 날아다니기까지 했다.

저건 뭐지?

하나의 크기가 어지간한 소형 비공정만 한데?

자세히 보니 어떤 결계 같은 불투명한 검은 마법진들이 그 비석들을 공중에서 서로 이어주고 있었다.

흐음…….

방어 시설이려나?

시아트 마왕성에는 보이지도 않던데 말이야.

심지어 베르테니아 마왕성에서조차 본 적 없었다.

그때 나르샤 누나가 내게 말했다.

“솔직히 감상을 말해도 돼?”

“음, 네.”

“시아트 마왕성은 완전 시골이었네.”

“하하…….”

나도 그 말이 하고 싶었다.

옆에서 챠밍과 이쁜소녀, 막내별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걸 봐도 뭐.

혹시나 싶어 강화석을 미리 안 쓰길 잘했네.

아무리 봐도 저쪽에서 구할 수 있는 물품이 여기에서보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 정도로 격의 차이가 심했다.

갑자기 한 가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 이거 완전 속은 것 같은데?”

내 혼잣말에 챠밍이 의아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왜요?”

“아, 그게 난 왜 그렇게 쉽게 마왕 데미안이 물러났다 싶었거든. 근데 지금 여기 마왕성을 보니까 바로 이해가 되네.”

녀석이 철수하는 게 마왕 올펠의 마왕성을 흡수하는 대가라…….

그땐 그냥 시아트 마왕성보다 좀 좋겠거니 하고 넘어갔는데.

이건 뭐 움집과 5성급 호텔 수준 차이라니.

마왕 올펠의 마왕성이 여기보다 좋지 않다고 해도.

상당한 규모일 건 뻔했다.

그러고 보니 상위 마왕들이 시아트 마왕성을 무슨 거지굴 보는 것처럼 봤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생각해 보면.

베르테니아 마왕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물론 고작 시아트 마왕성을 받고 마왕 올펠의 마왕성을 넘겨준 건 마왕 바이카르가 결정한 일이긴 하지만.

아까운 건 아까운 거다.

상황만 좋았다면 마왕 올펠의 마왕성도 해먹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때 마왕 데미안이 죽자고 달려들었으면 지금도 없을 테니까.

그러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휴.

내가 꼭 여기서 본전 뽑고야 만다.

그리고.

마왕 올펠의 마왕성.

언젠가 뱉어내게 만들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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