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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04화 (992/1,404)

#1004화 마왕성 전용 사냥터 (12)

이전에 베르테니아 마왕성 때도 그렇고 이번 시아트 마왕성 때도 그랬었다.

여긴 마왕성 전용 사냥터라는 게 아예 없어.

혹시나 있을까 찾아봤지만 그냥 필드만 쭉 펼쳐져 있을 뿐.

특별한 기능으로 따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건 고위 마왕의 마왕성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뭔가의 마왕성에서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원래 그런 장소에다가 마왕성을 만들었을 수도 있을 테지.

한 마디로 시아트 마왕성은 그냥 개털이라는 거다.

지리상으로도 그다지 좋은 사냥터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뭔가의 좋은 품질의 광석이라던가 아이템이 나는 것도 아니다.

마왕성의 시스템인 비공정 시스템을 빼버리면 그냥 손가락 빨면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다들 갈수 있는 마왕성이 없으니까 유저들이 모여들긴 하겠지만.

혹여 다른 마왕성이 개방이라도 되면 뭐…….

찬밥 되는 건 순식간이라는 거지.

꼭 그게 아니라도.

다른 마왕에게 마왕성을 뺏기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쪽도 손해 보는 건 마찬가지였다.

공짜로 얻은 마왕성이긴 해도.

지금은 내 소유니까.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가 넘어가는 거랑.

내 것인데 넘어가는 건 기분 상 차이가 있다.

결국 고민 끝에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지켜야 하는 거.

제대로 해 먹어 보자.

마왕성 전용 사냥터?

그게 계속 없다면…….

그냥 내가 만들어 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만들고 싶다고 확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 고생을 안 하지.

좋은 사냥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존재하는데.

꾸준히 리젠되는 몬스터가 있던가.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강한 몬스터들가 리젠되던가.

그것도 아니면 정말 좋은 아이템을 주는 몬스터가 있던가.

거기에 물약과 장비 수급이 원활한 거리인가.

유저들이 모이기 쉬운가 등등.

몇몇 조건들이 있는데.

이 마왕성은 다른 건 다 좋지만.

딱 하나 부족했다.

바로 리젠될 몬스터.

이건 내가 운영자가 아닌 이상에야 절대 수급할 수 없는 문제였다.

원래 몬스터가 있는 장소로 내가 옮겨가지 않는 이상에야.

하지만 지금의 마왕성은 그 조건에 매우 부합하는 시점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몬스터가 쳐들어와주는.

내가 무슨 짓을 하지 않더라도.

주기적 혹은 그보다 더 잦은 빈도로 몬스터가 우르르 몰려오는 상황인 거다.

게다가 그 몬스터의 레벨은 아주 높을 예정이고.

만약 이걸 버텨낼 수만 있다면.

절대 나쁘지 않다.

여기서 걸리는 건 딱 하나.

바로 마왕의 존재.

유저들이 모여서 의싸의싸 하고 있는데 마왕이라는 녀석들이 와서 깽판을 놓으면 바로 분해되어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그에 준하는 녀석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발록, 뱀파이어 로드, 혹한의 얼음 여왕.

이 셋이라면 적어도 마왕에게 밀리지는 않을 터.

뭐 마왕이 개떼처럼 몰려오면 그것도 문제이긴 한데.

여기서는 전에 재중이 형이 한 가지 힌트를 주었다.

“마왕 데미안 쪽 녀석들은 당분간 쳐들어오지 않을 거야.”

“그래요?”

“녀석에게는 일종의 거래였으니까. 마왕 올펠의 마왕성을 흡수하는 것을 받는 걸로 하는.”

“그러다 뒤통수치면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그럼 마왕 바이카르가 직접 나설 수 있는 상황을 자신들 손으로 만들어 주는 거겠지.”

재중이 형의 말은 이거다.

이 시아트 마왕성을 건들면.

마왕 바이카르가 직접 개입할 명분을 만들어준다는 것.

그런데 이 외곽 지대의 버려진 것 같은 마왕성에.

굳이 힘을 빼가면서 다른 상위 마왕들이 쳐들어올까?

그 위험 부담까지 감수해 가면서?

“일종의 중립 지대 같은 느낌이겠네요.”

“어, 우리가 대놓고 다른 마왕성을 치지 않는 이상은 당분간.”

“적어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지켜본다는 말이겠군요.”

“그래. 딱히 먹을 것도 없는 마왕성이기도 하고.”

일종의 계륵 같은 마왕성이려나.

내가 먹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먹어봐야 남는 것도 없는.

사실 이번에 대천사의 무기의 흔적만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다른 마왕들이 관심을 가지는 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외곽의 한적한 마계 어딘가에서 어떤 정체도 모를 하위 마왕이 자리 깔고 앉아있는 버려진 마왕성이라는 거다.

차라리 그런 면에서는 베르테니아 마왕성 쪽이 더 중심에 가까운 장소다.

거기도 뭐 자원이 없긴 매한가지긴 한데.

원래 있던 걸 소모한 것과.

아예 없는 곳과의 차이는 크지.

등급으로 치면 마왕성 중에 이곳은 최하 등급일 것이다.

아니.

시스템이 애써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하위 등급 마왕성이라 지분을 사들일 때 들어가는 돈이 최하 수준이었다고 대놓고 말해주던걸.

“요컨대. 이곳은 최하위 마왕 자리를 노리는 마왕에 준하는 녀석들이 쳐들어 올 만한 곳이라는 거지. 이전의 마왕 스티어가 그랬듯 말이야.”

말단 마왕 자리에 발을 들여놓기 위한 입문서와 같은 장소.

그게 이 시아트 마왕성이다.

“이곳 마왕성이 비었다는 걸 알면 꾸준히 밀려오겠네요.”

마계는 생각 이상으로 넓다.

그리고 마왕이 되고 싶어 하는 녀석들은 즐비하고.

그런 녀석들에게는 이곳 마왕성은 꽤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위 말단이라고 해도 마왕은 마왕.

심지어 마왕성의 주인은 공석인 상태.

정확히는 공석은 아니지만.

마왕 자리에 마왕이 없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어떻게 이 마왕성을 꾸려야 할지 대강 그림이 그려졌다.

당분간은 위협적이진 않아.

그렇다면 충분히 해볼 만해.

이곳 마왕성 자체를 하나의 사냥터로 만드는 것이.

그것도 전 서버의 유저들이 몰려들 만한.

매력적인 사냥터로 바꾸는 건 일도 아니었다.

* * * * *

발록과 뱀파이어 로드, 혹한의 얼음 여왕은 내 제안을 듣고는 결국 합류하기로 했다.

뱀파이어 로드가 먼저 나서서 물었다.

“정말 마왕을 죽여도 되겠지?”

“기회가 된다면. 그런데 당분간 상위 마왕은 오지 않을 거야.”

“그럼?”

“마왕이 되고자 하는 녀석들. 이전에 이곳을 차지하고 있던 마왕 스티어 수준이 되는 놈들이 올 거다.”

내 말에 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상위 마왕은 이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당장 마왕 데미안이 쳐들어와서 깽판 놓으면 답도 없다.

반대로 적당한 녀석들이 온다면?

이들에게는 더 성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나 없는 동안 많이 강해져 있으라고. 꾸역꾸역 몰려드는 마왕 후보들 잡아가며.”

“그건 무슨 소리냐?”

“당분간 자리 좀 비워야 할 것 같아서.”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왕 바이카르가 보낸 안내자가 오기는 할 거다.

이쪽도 준비는 해야 하니까.

그리고 오히려 이쪽이 메인이지.

우리가 시아트 마왕성에 죽치고 있는다고 해서.

마왕 바이카르가 원하는 만큼의 성장을 할 수 있을 보장은 없었다.

녀석이 판을 깔아줬으면.

그 판을 이용하는 건 당연하다.

곧 손을 올려 시스템을 조작했다.

《 시아트 마왕성의 주인 유저 『 주호 』가 네임드 『 발록 』에게 시아트 마왕성의 군단장 자리를 제안합니다. 》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마왕 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 시아트 마왕성의 군단장으로 네임드 발록이 지정되었습니다. 》

원래 마왕성 대리라는 직책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에 베르테니아 마왕성에서 집사라는 직책을 수행하고 있을 때 마왕 벨라가 재중이 형에게 군단장이라는 직책을 수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야 재중이 형이 굴릴 수 있는 부대도 없기도 해서 별 효용 없이 넘어갔었다.

애초에 휘하에 굴릴 부대 자체가 없어 군단장이라는 자리에서 해볼 만한 일이 없었다.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몬스터라고는 마왕 벨라가 타고 다니는 그 커다란 용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때 군단장에 관련된 시스템은 재중이 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휘하의 몬스터들을 사용해서 싸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하나의 희망을 걸었다.

발록을 이 군단장 자리에 집어넣으면 과연 어떻게 될까.

잠시 기다리자 결과는 매우 만족적이었다.

군단장 자리가 되자마자 발록이 관련 시스템들을 활용해서 자신만의 부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

“네, 확실히 그렇네요.”

솔직히 이건 실패 확률이 꽤 존재하는 거라서 크게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군단장을 해본 재중이 형이 가능할 거라고 말은 해주었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그런데 내 시스템 창에 계속 해서 뭔가의 시스템이 울렸다.

《 시아트 마왕성의 군당장인 네임드 발록이 군단 창설 자금을 요청합니다. 》

《 시아트 마왕성의 군당장인 네임드 발록이 부대 유지 비용을 요청합니다. 》

《 시아트 마왕성의 군당장인 네임드 발록이 병기창의 건설 비용을 요청합니다. 》

.

.

.

끝없이 올라오는 시스템 메시지에 순간 손을 이마에 짚었다.

하.

공짜가 아니었구나.

당연하겠지만 이 모든 일들이 공짜가 아니었다.

심지어 몬스터 하나 뽑아내는데도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걸 입히고 굴리고 무기를 쥐어주고 하는데 역시 마찬가지 상황.

이거 잘못하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지는 않겠지?

지금 마왕이 아니라서 건들 수 없었던 시스템을 반대로 몬스터인 발록은 아주 수월하게 활용 중이다.

내 돈과 함께 말이야.

쓴웃음을 지으며 군단장 발록에게 필요한 자금을 대어주었다.

그래.

써라 써.

나만 좋자고 하는 일도 아니고.

그런데 그때.

뱀파이어 로드가 날 바라보았다.

“난?”

“응?”

“나는 안 해주나?”

“……음.”

옆을 보니 혹한의 얼음 여왕도 은근히 내 쪽을 한 번씩 흘긋 거리고 있었다.

난 당연히 발록을 군단장으로 넣으면 자동으로 편입이 되는 줄 알았는데.

재중이 형이 날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군단장 말고도 직책들 있잖아.”

“아, 그렇죠.”

마왕이 되고 나서 확인한 것들.

그때야 재중이 형 밖에 없으니 마왕 벨라가 군단장만 내린 거지만.

지금은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그때보다 훨씬 많았다.

《 시아트 마왕성의 주인 유저 『 주호 』가 네임드 『 뱀파이어 로드 』에게 시아트 마왕성의 친위대장 자리를 제안합니다. 》

이어서.

《 시아트 마왕성의 주인 유저 『 주호 』가 네임드 『 혹한의 얼음 여왕 』에게 시아트 마왕성의 마법사단장 자리를 제안합니다. 》

친위대는 일종의 마왕성의 특수 부대 개념이었다.

군단장이 전체 군대를 통솔할 수 있는 거라면 이쪽은 마왕성 내성을 지키는 부대라고 봐야겠지.

마법사단은 말 그대로 마왕성의 마법사들의 상위 직책이었다.

셋 다 전투적인 성향을 띈 부대들이다.

이들의 성향과 맞는.

둘 다 허락을 하자 바로 시스템이 반응했다.

《 시아트 마왕성의 친위대장으로 네임드 뱀파이어 로드가 지정되었습니다. 》

《 시아트 마왕성의 마법사단장으로 네임드 혹한의 얼음 여왕이 지정되었습니다. 》

“어때 다들 마음에 들어?”

그러자 다들 흡족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 뒤로 이어진 둘의 자금 요청은 내 돈주머니를 계속 아프게 만들었다.

이거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아픔을 애써 내색하지 않으면서 겉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들 들어오라고 하죠.”

안이 정리됐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외부 인사들을 끌어들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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