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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01화 (989/1,404)

#1001화 마왕성 전용 사냥터 (9)

만족스러운 경매를 끝내고 회의장을 나오자 신시아가 뒤를 따라왔다.

“저기요.”

“네?”

“기왕 오셨으니까 안내를 해드려도 될까요?”

“아, 네…….”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은 그다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주인장이 같이 돌아주면 좋지.”

반면 화련은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잠시 눈을 치켜세웠으나 딱히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쪽은 뭐…….

모르겠네.

중간에서 난감해하던 신시아가 겨우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 그게 궁금하기도 해서요.”

“지금 만나러 가는 녀석들요?”

“네,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니…… 혹시 랭커인가요?”

랭커라…….

일단 사람은 아닙니다만.

그런 말이 입 밖에 나올려다가 다시 쏙 들어갔다.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오해는 오해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상하네요. 중립 연합에는 그렇게 강한 유저가 없을 텐데요.”

“개인적으로 아는 녀석들이라서요.”

“그런가요? 확실히 중립 연합에는 그렇게 강한 유저가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 있는 분들도 힘들게 상대한 마왕을 상대하려면…….”

그때 화련이 툭 쏘듯이 말했다.

“뭘 귀찮게 쫑알쫑알 물어봐. 가서 보면 되지.”

그 말을 들은 신시아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역시 저 성격 어디 가지 않는다니까.

우리 뒤를 따르던 전신, 패황, 혼령도 궁금함이 있어 보였지만 딱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앞에서 신시아가 열심히 물어보고 있으니 굳이 자신들이 물어볼 필요가 없기도 했고.

“뭐, 가면 알게 될 겁니다.”

납득할 수 있을 지는 둘째 치더라도.

* * * * *

그렇게 옮겨간 곳은 중립 연합 특수 지구로 분류되어 있는 전투장이었다.

유저들끼리 PVP를 연습하는 장소라고 했던가?

필드에서 유저들끼리 싸우는 건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거점 내에 전투장을 만들어놨다고 했다.

신시아를 보자 그녀가 당당하게 말을 꺼냈다.

“수요가 있어서 그런지 꽤 잘 돌아가더라고요.”

그리고 그곳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손에 뭔가의 표를 들고 외치는 게 보였다.

그것도 아주 열광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광기 넘치는 열기에 순간 전투장에 들어서는 내 발이 멈출 정도였다.

“쳐! 죽여 버리라고!”

“난 네 녀석에게 걸었다!”

“지면 죽인다! 내 전 재산이야!”

전투 소리를 압도하는 함성들.

떠나가라 외치는 소리들에 몸이 묻혀버리는 느낌이라...

신시아가 나서서 말했다.

“제 말로 하긴 좀 그렇지만. 이곳 중립 연합 거점의 명물이에요.”

고개를 돌려 광기에 빠진 유저들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손에 표를 들고 외치는 모습이 어디선가 보던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혹시 이것도 이 여자 작품이려나?

생각보다 능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함을 굳이 숨기지 않고 물었다.

“꼭 도박장 같네요.”

“맞아요. 도박장이죠.”

대놓고 펼쳐지는 도박장이라니.

이런 건 생각을 못 해봤는데.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혼령이 슬쩍 나와서 말했다.

“중립 연합이니까 가능한 겁니다. 다른 곳이었으면 편파적인 진행으로 아예 이런 도박장이 운영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 혼령의 말에 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사람들이 원하는 걸 좀 더 공개적으로 풀어줬을 뿐이에요.”

참.

여러모로 신기한 여자네.

중립 연합의 간부들이 마음대로 구는 걸 해결 못할 때는 능력이 없어 보였다가.

또 이럴 때 보면 다른 모습이다.

그런 내 시선이 부담이 되었는지 신시아가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그게…… 생각보다 돈이 되거든요.”

“그런가요.”

중간에 혼령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정도는 확실히 넘어섰을 겁니다. 순수익이 어마어마할 테니까요. 일반인이 보기에는 상상을 초월할 텐데.”

혼령은 아깝다는 듯 말하는 걸 봐선.

자신도 상황이 된다면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저 사람도 돈이 부족하지 않는 사람일 텐데도 부러워하는 걸 보면.

정말 벌리는 돈이 장난 아닌 듯 했다.

아무래도 중립 연합 장은 돈 버는 능력으로 앉혀놓은 거려나?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니까.

아니 오히려 이런 거대한 연합을 굴러가게 만들려면 필수적일 것이다.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는지 옆에 있던 패황이 말을 꺼냈다.

“그녀를 중립 연합장에 있게 만든 투기장 시설이지.”

“확실히 그렇네요.”

콜로세움처럼 규모가 큰 걸 봤을 때.

거기다 방송까지 탄다고 봤을 때 그 값어치는 더 높아질 터.

슬쩍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주호> 형, 이런 건 제재 안 하나요?

<불멸> 글쎄. 하려고 했다면 벌써 했을 거야. 지금까지 있는 걸 보면…….

딱히 그런 건 없는 모양이네.

마침 한 경기가 끝나고 전투에서 진 패배자와 승리자가 나뉘어졌다.

“여기서 어떻게 찾죠?”

분명 이 부근에 있다고 들었는데.

고개를 돌려 전사 형을 찾으려고 했으나 유저들이 너무 많아서 보이지 않았다.

<주호> 전사 형, 어디에요?

<방패전사> 어? 왔어?

<주호> 네, 뭐. 선물도 좀 들어왔는데. 보이지가 않네요.

전사 형이 보면 놀라 뒤집어질 만한 선물을 가져왔다고는 따로 말하진 않았다.

실제 놀라서 쓰러지는 걸 보고 싶기도 하고.

<방패전사> 아, 지금 걸어둔 게 있어서 좀 보고 있는 중이야.

<주호> 혹시 이거 하고 있어요?

<방패전사> 흐흐. 내가 어디에 걸었는지 알면 너도 이해할 거다.

이거…….

좀 불안한데?

생각해보면 왠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주호> 하아, 설마 저기 출전한 건 아니겠죠?

<방패전사> 하하…… 벌써 들켰나?

잠시 한숨을 쉬었다.

녀석들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했더니…….

그 유효기간이 이미 끝난 모양이었다.

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말했다.

<주호> 그거 완전 사기잖아요.

<방패전사> 뭐, 어때? 돈 잘 버리고 좋던데.

끙.

그렇기야 하겠지.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도 뭔가를 들었는지 입가에 실룩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형도 들었죠?”

“어. 그렇지.”

옆에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딱히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대신 바로 행동에 옮겼다.

“신시아 씨. 여기 투기장에 우리도 걸 수 있나요?”

“어머? 직접 하시게요?”

“이왕 왔는데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마침 다음 대전자들이 투기장 내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백여 명의 유저들이 동시에 투기장으로 들어오자 곧 외부로 나가는 문이 닫혔다.

고레벨의 장비를 걸치고 있는.

누가 봐도 랭커에 가까운 녀석들이 몇몇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랭커가 확실한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세상에. 오늘 무슨 일이래.”

“이런 데서 10위권 녀석들이 나오면 어쩌자는 거야.”

“야야, 저긴 랭킹 17위잖아.”

“23위도 있어.”

“에이, 저런 녀석이 나오면 안 되지.”

“안 될 건 뭐람. 이기면 그만 아냐?”

“난 무조건 저 녀석에게 건다.”

100위권 안의 랭커만 무려 일곱.

아마 이 투기장의 규모가 크다 보니 제법 돈이 되는 모양이긴 하다.

알려질 대로 알려진 랭커 녀석들까지 와서 뛰는 걸 보면.

그런데 그들 사이에 묻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한 사람은.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녀석 중에 하나였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지.

그걸 발견한 재중이 형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시아가 날 보면서 물었다.

“어디에 거시게요?”

“아, 전 저 사람으로 하죠.”

딱 한 사람 찍어서 말하자 신시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의아함 가득 담긴 표정으로.

“랭커가 아니고요? 저 사람은 장비가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는데요? 금방 죽겠는데…….”

전투에 있어 장비가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레벨이 아무리 높더라도.

기본적인 장비는 갖춰져야 최소한의 힘을 발휘하니까.

물론 그게 아닌 녀석들도 있긴 한데.

신시아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내가 찍은 녀석에게 배팅하는 녀석들이 전혀 없어 보였다.

백여 명이 넘는 유저들이 서든데스처럼 저 투기장 안에서 서로를 떨어뜨리는 형식일 텐데.

누가 봐도 살아남기 힘들어 보였으니까.

굳이 제 돈 태워가면서 불길로 들어갈 녀석들은 없었다.

그런데.

난 아니지.

“흐음. 가볍게 일억 정도만 걸어볼까요?”

내 말에 신시아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가볍게라고 하기에는 꽤 높은 액수였다.

장난으로 하기에도 결코 적지 않았고.

혹시 알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신시아의 사정을 많이 봐준 셈이었다.

난 결과를 뻔히 알고 있으니.

거기다 지금.

내가 찍은 녀석의 배당률이 엄청나게 높았다.

나 말고는 찍은 유저가 없었으니까.

굳이 꼽자면 어디선가 전사 형이 걸었을 테고.

이건 당연한 거려나.

거의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한 십억 정도 올리려다가 지불할 능력이 안 될 것 같아서 봐줬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옆에서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말했다.

<불멸> 그 정도만 해도 저 여자 파산하겠는데? 뭐 전부 다 부담하진 않겠지만.

<주호> 아, 솔직히 다 받을 생각은 아니에요. 다른 걸로 받아낼 생각이라.

<불멸> 잔인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럼 나도 용돈 좀 벌어 볼까나?

나보다는 적지만 확실히 재중이 형도 적지 않은 돈을 걸었다.

그제야 다들 뭔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화련은 재밌겠다는 듯 돈을 걸려고 하자 내가 손수 말렸다.

“화련이 저기다 걸면 바로 개판 될걸요?”

“왜? 가볍게 십억만 걸려고 했는데.”

역시나.

스케일도 다르고.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

십억이라는 말에 신시아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영혼이 탈출한 듯한 표정이라니.

전신이나 패황, 혼령은 딱히 따라하진 않았지만.

눈치를 보니 상황은 파악한 듯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경기에 신시아의 영혼이 바로 가출해버렸다.

모두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단 한 명의 유저에게 저 랭커들이 탈탈 털리면서 바닥을 기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완전히 밀리다 못해 바닥에 얼굴이 파묻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단 한 손만으로 써서 그들을 짓밟는 능력은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을 벌리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나중에는 일곱이던 랭커들이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었는데.

그 결과는 처참했다.

한 손만으로 싸우는 녀석이 제 자리에서 서서 그들을 완전히 찍어눌러 버렸다.

주먹이 휘둘러져 맞을 때마다 저 멀리 날아가는 랭커들의 모습이란.

랭커가 피하지도 못할 정도의 압도적인 수준 차이에 이미 투기장은 누구 하나 입 밖으로 말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떠들던 사람들이 말이지.

“미쳤…….”

누군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결국 모든 랭커들이 처박혀 죽어나가며 경기는 완전히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 결과는 난 웃으면서 지켜봤다.

완전히 원하던 대로 결과가 흘러갔으니까.

그리고 투기장에 마지막으로 그 녀석이 혼자 남자 신시아를 보면서 웃어보였다.

“자, 이제 만나러 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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