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화 마왕성 전용 사냥터 (6)
내가 올려준 방송의 댓글 창에는 저들을 욕하는 글밖에는 올라오지 않았다.
누가 봐도 저들의 욕심이 도가 지나쳤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때 전사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방패전사> 이쪽은 잘 처리했다.
<주호> 네, 고마워요.
<방패전사> 뭘 이 정도로. 그나저나 저놈들 정말 얼굴에 철판을 깔았네. 이 방법을 안 썼으면 귀찮아질 뻔 했어. 저러고 끈덕지게 들러붙었을 거 아냐.
<주호> 잘 처리됐으니 다행이죠.
아까 처음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 자리에 있지 않아야 할 녀석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걸 보자마자 감이 왔다.
저들이 앞으로 귀찮게 할 녀석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혹시나 몰라 그때부터 녹화를 시작했다.
만약 저 녀석들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겠지만.
아니나 다를까.
마치 자기 것을 내놓으라는 듯이 성토하는 그들을 보면서 속으로 웃었다.
정말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숟가락도 올릴 데 가서 올리세요.”
“크윽!”
“아니, 잠깐……!”
“이건 경우가!”
뭔가 반발을 하려는 녀석들을 슥 내려다본 뒤 서늘한 말투로 경고를 섞어 말했다.
“매달아서 질질 끌고 나가면 그때서야 나갈 생각인가?”
내 말에 그들이 서로를 당황하면서 바라보았다.
“아니, 네가 이러면 된다고 했잖아.”
“그냥 버티는 게…….”
“무려 마왕의 드랍템이라고.”
“여기서 물러나면……!”
하아.
이것들 진짜 답도 없네.
적당히를 모르는구나.
곧 고개를 돌려 중립 연합장인 신시아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갈까요? 아님 저들을 끌어낼래요?”
신시아에게 선택지를 주자 곧 큰 한숨을 쉰 그녀가 결정을 내렸다.
그리곤 바로 중립 연합 소속의 가드 NPC들을 불렀다.
“다들 억지는 여기까지입니다. 가드!”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일련의 가드 NPC들이 순식간에 녀석들의 주변을 포위했다.
“끌고 나가.”
신시아의 명이 떨어지자 그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내가 누군지 알고 손을 대?!”
“이거 놔! 우린 중립 연합이야!”
“감히 내게!”
“야! 누구 덕분에 그 자리에 앉아있는데……!”
“신시아!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신시아의 얼굴이 더없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끄럽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그녀를 보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한 번 정리할 필요는 있겠네요.”
“하아…….”
그녀의 짧은 한숨만이 지금의 상황을 모두 보여주었다.
그리곤 연이은 한숨과 함께 날 보며 말을 이었다.
“처리할 수 있었으면 진작했겠죠.”
이건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뭔가의 문제가 있거나.
혹은 힘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제약이 있을 수도.
그때 재중이 형이 신시아를 가만히 보면서 말했다.
“처리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네? 그게 무슨?”
“네가 뭔가 착각하는 게 있는가 본데. 우리가 중립 연합을 정말 무서워서 건드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재중이 형을 그 말을 하자 옆에 앉아 있던 전신과 패황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중 전신은 정말 귀찮다는 듯 한마디 했다.
“귀찮은 것뿐이다.”
마치 하려고 했다면 언제든지 쓸어버릴 수 있었다는 걸.
말하기라도 하듯.
확실히 전신이 나서면.
그 끝이 곱게 끝나지는 않을 터.
패황은 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단은 중립이니까. 겉으로 보기엔 좋지 않지.”
패황 역시 마찬가지.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중립 연합을 건들려고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가능하단 말이다.
단지 두 세력은 전쟁 중이기도 하고.
굳이 전력을 빼서 가만히 있는 중립 연합을 치기엔 마이너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재중이 형도 피식 웃으면서 신시아에게 말했다.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면 이상하잖아.”
“네……?”
당황한 듯한 신시아의 표정.
지금 잘못 들었나 하는 딱 그런 얼굴이라.
“그러니까 서로 좋게 봐주는 정도에서 끝내라고 해. 괜히 귀찮은 일 만들지 말고.”
재중이 형 역시 전신처럼 귀찮다고 생각하는 거였나.
두 사람 다 이곳에 굳이 얽히고 싶진 않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중립 연합에서 경매하자고 했을 때 아무말도 하지 않고 허락한 걸 보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엎어버릴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들은 신시아가 결국 한숨 쉬며 말했다.
“제 선에서 처리를 해볼게요. 안 된다면…….”
“그땐 도와주지.”
“하아, 진짜 못난 꼴만 보이네요.”
확답을 받고 나서야 신시아의 표정이 풀어졌다.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면 좋은 소릴 듣진 못하겠죠.”
“그건 알아서 하고.”
결심이 선 신시아가 눈빛을 빛냈다.
“안 그래도 한 번쯤은 정리를 해야 했어요.”
“좋은 자세네. 쟤들. 오래 데리고 있어봐야 별 도움도 안 될 거야. 사리분별 못하는 것들이라.”
정리가 된 듯하자 재중이 형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좀 시끄러웠긴 한데. 우리도 할 일을 해야지? 다들 시간 넉넉한 사람들이 아니잖아.”
그 말에 전신과 패황, 그리고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혼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령은 굳이 왜 따라왔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경매 결과를 보고 난 뒤에 다시 접촉할 생각이려나?
곧 신시아가 나섰다.
“경매는 중립 연합의 장인 제가 주관하도록 하겠어요. 다들 테이블 위에 드랍템을 올려주세요.”
그 말에 재중이 형, 화련, 전신, 패황이 동시에 테이블 위로 마왕 올펠을 잡고 나온 아이템들을 올려놓았다.
마지막에 내 쪽에선 마왕의 핵을 올렸다.
바로 아이템 확인에 나선 신시아가 곧 하나씩 확인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은 문제없네요. 다들 확인해 보세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건 역시.
마왕 올펠의 것으로 보이는 무기였다.
무려 마왕을 대표하는 무기다.
다들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패황이 들고 갔었는데.
용케 경매를 하자고 했네.
오히려 그냥 가지자고 했어도 될 텐데.
내 드랍템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확인은 해보지 못 했던.
아마 거대 야수화를 했을 때의 그 근접전 앞발이 그대로 구현된 무기인 듯 했다.
갑주처럼 손 전체를 감쌌던.
클로 타입의 무기.
처음에는 그냥 장갑 방어구인 줄 알았지만.
지금 확인해본 결과 확실히 무기였다.
예상하기에 마왕 올펠의 마왕성 부근에서는 이런 무기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건.
마왕 올펠의 몸 전체를 감싸던 철갑 형태의 변형 방어구.
갑주 사이로 연신 마기를 뿜어내며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했던 방어구라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우리 모두의 공격을 거의 다 무력화 시켰던 갑주다.
상위의 방어 관련 옵션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을 건 안 봐도 뻔했다.
탐이 나지 않을 수가 있나.
무엇보다.
자가 회복이 되는 능력까지.
그것도 패황이 가진 리빙 아머 킹의 플레이트보다 이쪽이 훨씬 윗줄일 거다.
탱커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갑주는 또 없을 테지.
전사 형에게 쥐어주면 좋을 텐데…….
안 그래도 이번에 마왕성 전용 사냥터로 들어가야 하는데.
저런 방어구라면.
전사 형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다들 저걸 원할 거라는 거지.
그리고 마왕 올펠이 썼던 각종 스킬북들도 즐비했다.
공격 스킬에서 방어 스킬까지.
그간 보지 못했던 다양한 상위 스킬들을 보고는 다들 눈빛을 빛냈다.
저 중에 하나만 가져가도.
어디 가서든 랭커 소리를 듣겠지.
일반 유저들은 접해보기도 힘든 스킬북 역시도 탐나는 물건이다.
거기다.
악세서리는 그 값어치가 더 했다.
솔직히 성능 좋은 악세서리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워낙 악세서리가 잘 안 나오기도 하고.
여기서 말하는 악세서리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제작템이나 드랍템을 말하는 게 아니다.
최상위 악세서리.
그것도 마왕을 잡고 나온 악세서리는 뭐.
말해봐야 피곤하지.
드랍템 중에 그나마 잡템이라 할 수 있는 것들도 여기선 잡템이 아니었다.
하.
아다만티움이 잡템으로 나온다고?
설마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확인해서 봤지만.
역시나 아다만티움이었다.
안 그래도 아다만티움을 어디서 구하나 했는데 말이야.
마왕을 잡으면 나온다는 건 꽤 좋은 정보였다.
그 마왕을 잡을 수 있고 없고의 문제는 떠나서.
하나 같이 놓칠 수 없는 아이템들이라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왜 저들이 굳이 경매를 허락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들이 드랍 템으로 얻은 것들도 좋은데.
다른 아이템들도 충분히 좋았다.
그런데 다들 내가 올려둔 아이템에 시선이 돌아갔다.
마왕의 핵.
검은 마기를 불길하게 줄기줄기 뿜어내는 마왕의 핵은 다른 어떤 아이템들보다 눈길을 끌었다.
전신 역시 마왕의 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왕의 핵인가…….”
『 마왕의 핵 / ?? 』
물론 누가 봐도 설명은 없었다.
여기 있는 아이템 중.
유일하게 설명이 없는 드랍템.
시선이 가지 않으면 이상하지.
그중에 이 아이템의 효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건 나와 재중이 형밖엔 없었다.
화련도 있긴 한데.
딱히 말하진 않을 듯하고.
그때 패황이 제안을 했다.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돈이 아쉬운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아니.
난 아쉬운데?
너희들처럼 돈이 화수분처럼 철철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당연히 그런 내 생각은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패황이 화련을 빤히 바라봤다.
“돈으로 경매를 하면 여기 계신 이분이 싹 쓸어 가시겠죠.”
그 말에 화련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불만 있어?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화련은 정말 다 쓸어갈 생각이었나 보네.
아마 여기 오기 전에 건물 몇 개 팔고 왔을 지도 모르겠다.
전신도 패황의 의견에 함께 했다.
“확실히 그건 불공평하군.”
“칫, 너도 언니가 주는 돈 있잖아. 그거 써.”
“누구처럼 마음대로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라서.”
화련의 언니라는 말에 패황과 혼령이 의아한 듯 둘을 바라봤지만 딱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소문은 나지 않았나 본데.
중요한 건.
지금 이 자리만은 돈으로 해결이 안 된다는 거려나.
그때 지켜보던 신시아가 하나의 패를 꺼냈다.
“하아, 다들 돈은 넘치시는 모양이에요. 정말 부럽네요. 그럼 혹시 이렇게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희 중립 연합에서도 자주 쓰는 방법이랍니다.”
그 말에 다들 관심이 가는지 그녀를 바라보았다.
패황이 물었다.
“그게 어떤 방법입니까?”
“음, 일종의 포인트제라고 할까요? 각각에게 동일한 포인트를 쥐어주고요. 그 포인트로 아이템을 사는 거죠. 원하는 물품을 포인트를 할당해서 고를 수 있다면 서로 괜찮지 않을까요? 어차피 다들 그것 때문에 나오신 거잖아요.”
신시아의 제안은 꽤 괜찮아 보였다.
전신과 패황도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화련은 불만이 있는 듯 했지만.
그때 화련이 내 쪽을 한 번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마음에 안 들지만…… 알았어.”
지금 나 때문에 돈으로 하는 경매를 포기한 건가?
설마.
아니겠지.
화련까지 허락하자 각자에게 포인트가 쥐어졌다.
꽤 넉넉할 수도 있는 포인트였는데 이건 적절히 분배를 해서 가져가라는 뜻일 거다.
그런데 그때.
내가 바로 손을 들어올렸다.
제일 먼저 원하는 아이템을 말하려는 내가 궁금한지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그런 그들을 한 번씩 바라본 뒤 보란 듯이 말을 꺼냈다.
“마왕의 핵에 포인트 올인.”
그래.
역시 남자는 올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