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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97화 (985/1,404)

#997화 마왕성 전용 사냥터 (5)

내 등장에 중앙성 회의실에 있던 모든 유저들의 시선이 몰렸다.

그들에게서 다소 놀라는 눈빛이 보이는 건 왜일까.

아마 예상하기에 저 눈빛들은 아마도 마왕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뜬금없이 마왕성을 차지했다는 메시지가 서버에 울려퍼졌으니.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한 여성이 먼저 일어나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주호 님. 이젠 마왕성의 주인이시네요.”

중립 연합장.

신시아.

거점 포엔을 이끄는 중립 연합들의 수장.

마왕성에는 통솔력이 돋보이는 유저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이곳 거점 포엔에 와서 보니.

그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지나치면서 본 거점 포엔의 규모를 보면.

보통의 능력으로 차지할 만한 자리가 절대 아니었다.

“어때요? 처음 중립 연합에 온 소감은?”

“생각보다 괜찮네요.”

내 평가는 딱 이 정도.

사실 이만큼의 거점이나 유적지는 여러 번 굴려봤으니까.

일단 내게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였다.

“역시 랭킹 1위였던 분의 평가는 박하네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면 딱히 그렇게 받아들인 것 같진 않은데?

신시아에게서 나온 랭킹 1위라는 말에 현 랭킹 1위인 전신에게 유저들의 시선이 몰렸지만.

전신은 딱히 상관없다는 듯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몇 번 보진 못 했어도 확실히 랭킹 같은 걸로 신경 쓸 사람은 아닌 건 잘 알겠다.

“예전 랭킹이죠. 지금은 한…… 유저 랭킹이 100만 등 정도 되려나요?”

그동안 개인 랭킹을 확인해 본 적은 없긴 한데.

아마 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아니.

레벨로만 따지면 그보다 한참 아래 일 수도.

어느 정도 랭킹이 높아야 눌러서 확인하지.

레벨 200대의 유저는 저 아주 깊은 곳에 박혀 있겠지.

확인해 보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다.

“그런 분이 마왕성을 먹나요?”

“뭐…… 운이죠.”

솔직히 이번에는 운이 정말 많이 작용했다.

마왕이라는 존재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같은 마왕이 싸워주질 않나.

방심하고 달려들 때도 있었고.

지하에서는 마왕 서열 1위가 그냥 보내 주기까지.

만약 개인 방송을 진행해서 방송에 나갔더라면.

당장 시청자들이 운영자들에게 사기라고 시위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내가 운이라는 말로 답을 끝내버리자 신시아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인사를 끝냈다.

눈치도 빠르네.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은 더 이상은 캐묻지 않겠다는 거겠지.

다만 뒤에서 다른 중립 연합, 상인 연합의 유저들이 내 쪽을 향해 뭔가 불만이 있는 눈치로 바라보았다.

신시아를 보면서 물었다.

“저들은……?”

“아, 마왕 올펠과 싸울 때 있었던 유저들이에요.”

그때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신시아에게 말했다.

“우리가 물어보려는 건 그런 게 아닐 텐데?”

그러자 신시아가 굉장히 곤란한 눈빛으로 나와 재중이 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말 꺼내기 어려운 일을 할 때나 보일 법한 딱 그런 눈빛.

결국 신시아가 한숨을 쉬면서 말을 꺼냈다.

“아…… 사실 저들도 같이 싸웠다고…….”

그런 신시아의 당황하는 말에 재중이 형이 손을 들어서 끊었다.

“안 들어봐도 잘 알겠군.”

“네에…… 정말 죄송해요.”

급 기세가 꺾인 신시아의 모습에 재중이 형이 중립 연합과 상인 연합의 유저들을 쓱 한 번 쳐다보았다.

다들 재중이 형의 눈빛에 움찔하는 모습.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생각이려나.

재중이 형이 가만히 앉아있는 전신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거 안 말리고 뭐 했어?”

뜬금없이 불똥이 튀자 전신이 재중이 형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여기가 필드였으면 다 죽였을 겁니다. 파리가 나대는 건 보기 싫어서.”

그렇게 전신에게 파리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아마 이곳이 중립 연합의 거점이라 쫓아내려다가 그만둔 모양이었다.

패황은 두 손을 들어 포기한 듯한 모습이고.

화련이 그런 그들에게 쏘아대듯 말했다.

“하, 지금 여기가 너희들이 앉아있을 자리라고 생각해? 안 꺼져?”

역시.

화련은 눈치 보는 것 없다.

대놓고 꺼지라고 하자 몇몇이 움찔했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대표로 한 유저가 일어나 말했다.

“우리도 자격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마왕 올펠과 맞서 싸우지 않았나.”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는 그 모습에 순간 나도 넘어갈 것 같았다.

화련은 바로 입에서 쌍욕을 꺼내들었다.

“이 새끼들이 면상에 철판을 깔았나. 먼저 도망가려다가 안 돼서 겨우 꼽사리 낀 주제에 뭐라고?”

오.

화련.

잘한다.

막힘없이 팩트로 조져주는 화련 덕분에 회의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언의 장이 되었다.

물론 일방적으로 화련이 쏘아붙이는 상황이지만.

저들도 잘 알거든.

지금 여기서 농성하는 게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

사실 마왕 올펠과 싸울 때 제대로 싸운 사람은 재중이 형, 전신, 패황, 화련 정도가 다였다.

나머지는 그냥 정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랄까.

도움이 되기는 했는데.

따지고 보면 저들이 없었다고 해도 딱히 문제되진 않았을 것이다.

후에 다른 마왕들까지 우르르 몰려든 걸 생각해 보면 말이지.

“같이 싸운 우리에게도 마왕 올펠의 드랍템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정말 대놓고 철판을 시전하자 화련이 다시 한 번 쏘아붙였다.

“까고 있네. 뒤지기 싫으면 빨리 나가.”

무표정하던 전신도 이번에는 화련을 보고 웃음을 보였다.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들던 건 저 녀석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신시아를 보면서 말했다.

“상황 정리가 이렇게 안 될 줄은 몰랐네요.”

“아, 저야 당연히 포기했는데. 저들이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쫓아낼 순 없어요?”

“네, 제가 중립 연합장이긴 해도…… 일종의 공화정 같은 시스템이라…….”

“아, 위원들 여럿 있는 그것 말이죠?”

“네. 중요 사안은 투표도 하고요.”

한마디로 저들이 투표를 하자고 버티고 있으면.

쫓아낼 방법이 없다는 말이었다.

적어도 이곳 중립 연합에선 말이지.

저들도 이곳의 주축이다 보니 함부로 하는 게 어려운 모양이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든 마왕의 아이템 경매에 끼어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확실히 마왕이 드랍한 아이템은 다시 없을 아이템들이긴 하지.

이 중에 하나만 건져도 당분간은 최강의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저 전신이나 패황 같은 거대 연합들과 싸우기 위함일 수도 있고.

“중립 연합으로 오는 게 아니었나 봐요.”

실망스럽다는 투의 말에 중립 연합의 장인 신시아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아, 잠시 주목요.”

화련과 기 싸움을 벌이던 중립 연합과 상인 연합을 보면서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몰렸다.

“뭐 다들 하고자 하는 건 잘 알겠고. 같이 싸웠으니 드랍 아이템의 권리를 달라 이거죠?”

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외쳤다.

“당연히 같이 싸웠으니까 우리도 권리가 있습니다.”

“레이드의 기본 아닌가요?”

“거참. 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몇 개면 우리도 가질 만하지 않습니까.”

“우리 물약이 없었으면 절대 못 잡았을 겁니다.”

와.

이 정도면.

칼만 안 들었지.

그냥 강도인데……?

옆에서 화련이 한 마디 쏘아붙이려는데 내가 계속해 보라는 식으로 기다리자 한술 더 떠서 그들이 외쳤다.

“만약 이 일을 그냥 넘기면 전 서버 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

“유저들이 이 일을 알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레이드에 참여하고도 보상을 못 받으면 그 누가 손해를 보면서 레이드를 할까요.”

“거대 연합의 횡포라고 소문이 자자할 겁니다.”

“그러니까……!”

“경매만 참여를……!”

계속 내가 대답이 없자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답을…….”

그제야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렇군요. 하도 신박한 개소리들을 하시길래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는지 좀 기다려 봤어요.”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그런 궁금증이 내 입을 잠시 막았을 뿐이었다.

신시아는 이미 부끄러운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잘도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중립 연합을 이끌었네요.”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오늘따라…….”

“아뇨. 평소에도 그랬는데 아무도 말을 안 했겠죠. 저들이 이곳의 터줏대감이라.”

그 말에는 신시아도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잠시 한숨을 쉬었다가 그들을 내려다보면서 말을 꺼냈다.

“아, 미리 말해 두지만요. 지금 여기 계신 분들 전부 방송에 나가는 중입니다.”

“네?”

“방금 뭐라……?”

“지금 방송이라고?”

그들의 멍한 얼굴에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서버로 전부 알린다면서요. 그거 좀 도와드리려고요. 귀찮지 않게.”

그리고 내 옆에는 녹화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저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건 정확하게 전사 형에게 전송되어 처리되고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댁들 마왕 올펠과 싸울 때 벽 두들기면서 도망가려던 것도 찍혀 있어요. 저 그때 생각보다 할 일이 없어서 다 찍고 있었거든요.”

후방에서 르아 카르테 작업을 할 때라 내 시선은 그들에게 간 적이 많았다.

어떻게든 마왕 올펠에게서 도망가려고 발버둥 치던.

“마왕 올펠에게 저항 한번 못해 보고 한 번에 다 쓸려나가시던 모습도 있군요. 아, 이곳에 계신 분들 중에 마왕 올펠의 공격을 단 한 번이라도 막아보신 분 있나요? 그냥 평범한 평타도 좋아요.”

그 말을 하자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제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리고 눈을 굴리면서 서로 눈치를 봤다.

있을 리가 있나.

애초에 없는 기억을 꺼내려고 하니 답이 없을 수밖에.

“공격을 피하지도 못 해. 반격도 못 해. 한 방에 다 죽어 나가. 이게 진짜 레이드를 한 건 맞나요? 평타 한 방을 못 버티는데?”

레이드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능력도 없는데.

그저 같이 옆에서 공격 좀 했다고 드랍템을 내놓으라니.

지나가는 개도 이걸 보면 웃겠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지 않나.”

“우리도 분명히 참여했다고. 그건 팩트지.”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는데 두 명의 남자가 끝까지 내게 언성을 높였다.

정말 부끄러움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나 보네.

아마 저들이 이 엉터리 연합에게 제법 발언권이 있는 녀석들 일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댓글 지금 올라오고 있는데…… 다들 구경 좀 하실래요?”

그리고 댓글 창을 그들에게 돌려서 보여주자 다들 얼굴이 헬쓱하게 변했다.

- 와, 미친 새끼들. 세상 뻔뻔한 거 보소.

- 야씨, 누가 봐도 한 방에 다 죽는데?

- 어떻게 한 방을 못 버티냐?

- 거기다 쟤들 원래부터 싸우려는 것도 아니었네?

- 벽 두들기고 도망가려는 거 봐라.

- 욕심만 많아서는.

- 중립 연합 저것들 얼굴에 철판 깐 거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 꼴에 레이드 했단다.

- 보니까 중간에 살려준 것도 모르고.

- 와, 보는 내가 다 부끄럽다.

- 그러게. 이 부끄러움은 다 내 몫이냐? 중립 연합인 게 창피하다.

- 말만 중립이지. 쟤들 밥그릇만 얼마나 챙기는데. 유저들 사람 취급도 안함.

- 하, 저것들 당장 끌어내리자.

- 주호야. 누나들이 미안해.

- 형님, 부끄럽습니다.

“왜 다들 이런 반응을 원한 거 아니었나요? 전 서버에 깐다면서요.”

안색이 파랗게 질린 그들 모두를 다시 한 번 둘러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소원, 이제 푸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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