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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79화 (967/1,404)

#979화 대천사의 가호 (14)

대천사의 가호를 쓰는 순간 역시나 눈부신 빛과 함께 내 등 뒤로 새하얀 기운을 내뿜는 거대한 날개가 양 옆으로 길게 뻗어나갔다.

투명하면서 완벽한 형상을 가진 신성력의 날개.

파아아앗!

그걸 본 패황이 놀란 듯 순간 입을 크게 벌렸다.

“이게 무슨……?!”

아마 자신이 가진 리빙 아머 킹의 갑옷에 내장되어 있는 뭔가의 스킬로 마왕 올펠을 묶어두는 것까지는 좋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재중이 형이 내게 맡기겠다고 했다면 분명 한 가닥하는 스킬을 내가 보유하고 있을 거라 예상했을 테니.

그런데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스킬은 그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스킬이었다.

현재 천계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는 절대로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스킬이 내게서 발현되었으니까.

이건 누가 봐도 마계나 중간의 인간계 쪽에서는 얻을 수 없는 스킬이다.

화련이야 이미 한 차례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딱히 놀란 구석은 없었다.

반대로 중립 연합들의 장은 역시 깜짝 놀랐는지 패황과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상에……!”

사방으로 압도적으로 퍼져나가는 강맹하면서 파괴적이기까지 한 신성력의 아우라에 꽤 놀란 듯 했다.

심지어 근처에 있는 아군들의 체력을 채워주는 듯 회복 이펙트가 사방에서 퍼져 올라왔다.

흐음.

전에는 몰랐는데 말이야.

아마도 이 대천사의 날개의 영역 안에 들어오는 모든 아군에게 회복 효과를 부여하는 모양이었다.

거기다 그들의 무기들에 신성력으로 보이는 빛들이 맺히듯 휘돌면서 검신에 감도는 것까지 보였다.

패황과 중립 연합장 모두 자신들의 무기를 내려다보고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 했다.

화련도 이번에는 신기한지 자신의 보랏빛 레이피어를 바라봤는데 의외로 화련의 검에서는 스파크를 튀면서 그 신성력을 바깥으로 튕겨내 버렸다.

흐음.

아무래도 화련의 검은 마 계열 무기인 것 같기도 한데…….

대천사의 날개가 서서히 펼쳐짐에 따라 내 신체 스탯도 엄청나게 뻥튀기되어 점점 수치를 늘려갔다.

특히 신성력 스탯.

기존의 스탯을 아득하게 넘어가는 스탯 수치가 잠시나마 내 몸에 머물렀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마계의 몬스터는 건드리기만 해도 녹아버릴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게 대천사의 날개 이펙트가 완전히 펼쳐지는 순간.

마왕 올펠의 눈빛이 더 없이 붉게 물들더니 이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악을 쓰듯 외쳤다.

“너, 이 새끼……! 대천사의 존속이었나!”

존속이라?

듣기엔 아마 대천사에게 힘을 받는 존재를 뜻하는 것 같은데…….

대천사의 강림이나.

그와 비슷한 무언가.

마왕이 중간계에 인간들에게 빙의를 했던 것과 유사한 뭔가일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녀석의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가 대천사의 힘을 가져다 쓰는 건 맞는데.

이 검은 애초에 그 대천사라는 놈에게 사기 쳐서 강제로 뺏어온 거나 마찬가지다.

거기다 대천사의 검을 쓸 자격도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르아 카르테를 써서 그 자격을 얻어내 버렸으니까.

대천사의 힘은 쓰되.

난 그 대천사와 어떠한 접점도 없었다.

하지만 마왕 올펠이 그걸 알 리가 있나.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대천사의 가호를 드러내고 싶진 않았다.

아직까지는 드러낼 준비도 부족했던 데다가.

이걸 숨기고 있어야만 써먹을 수 있는 이득들이 존재했었다.

조금만 시간이 있었으면 아마 조금 더 좋은 그림들이 나왔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중간에 이 마왕이라는 것들이 대천사의 힘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거기서부터가 잘못된 거겠지.

그런 단점이 아니었다면 마왕 올펠이 굳이 지금 이 마왕성에 친히 날아와서 깽판 치는 일도 없었을 테고.

일이 많이 꼬였다고 생각은 하긴 했는데.

막상 앞에서 마왕 올펠의 저 분노하는 표정을 보자 머릿속에 먼가의 생각들이 확확 지나가기 시작했다.

흐음.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이 상황을 좀 더 이용해 보는 것은 또 어떨까라는 생각들이.

분명히 난 아무런 짓도 안 했음에도.

저 녀석은 대천사의 가호에 발악하듯 분노했다.

그렇다는 건…….

역시나 이건 이용하기 좋은 패라는 거다.

반드시 여기서 죽일 수 있다고 하면.

굳이 귀찮게 돌아갈 필요는 없겠지만.

슬쩍 마왕 스티어에게 시선을 돌렸다.

원래라면 지금쯤 상당히 회복이 되어 있어야 할 마왕 녀석이 아직도 빌빌거리는 중이었다.

좀 더 조심하게 진행했어야 했나?

물약만 제대로 다 들이켰어도 됐을 텐데…….

중간에 마왕 올펠이 다른 유저들을 죄다 죽여버리는 바람에 이젠 그쪽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남은 방법은 회복 스킬 정도인데.

애초에 힐이 먹힐 대상도 아니었고.

거기다 내가 대천사의 가호를 시전하면서 녀석에게까지 영향이 가버렸다는 거다.

마왕의 성질은 대천사의 그것과는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

마왕 올펠도 짜증나는 듯 신성력의 파도를 자신의 마력으로 밀어내는 걸 보면.

아주 영향이 없는 건 아닌 듯 하고.

가득이나 약해진 마왕 스티어의 신체는 대천사의 가호에 휩싸여 신성력의 샤워를 받고는 몸 전체가 하얀 김을 내면서 대미지를 계속 입는 중이었다.

물론 마왕이 이런 가호 하나 견뎌내지 못해서 죽는 일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녀석의 신체에 타격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

가지고 있던 패가 너무 약해져 버렸다고 해야 하나.

지금의 마왕 스티어의 상태라면 어쩌면 이 마왕 올펠의 목을 날려버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한 상태에서도 밀리는데.

무력화시켜 준다고는 해도 과연 그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

결국.

이 마왕 올펠이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일을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단순히 지금 이 마왕 올펠 한 놈 잡고 끝날 일도 아닌 듯하니까.

그런데 의외로 녀석은 날 못 알아보는 건가?

예전에 마계 경매장에서 한 번 마주친 적도 있었고.

뒤에는 피닉스의 알 때문에 또 봤었다.

하지만 마왕 올펠은 날 전혀 모르는 듯했다.

이 녀석이 기억력이 나쁜 건지.

아님, 시간이 오래 지나서 잊어버린 건지 모르겠다만.

최소 머리가 좀 있다면 내가 마왕 벨라의 집사였다는 것 정도는 기억할 텐데 말이야.

굳이 모르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두는 게 낫겠지.

하지만 꼭 이 녀석이 아니더라도 다른 마왕 녀석들은 날 기억할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마왕 서열 1위라던 그 녀석이라던가.

아님 베르테니아 마왕성과 전쟁 중이었던 그 마왕성의 마왕도 그렇고.

지금 염려되는 것 중 하나는 그 녀석들 역시도 이 마왕성에 찾아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녀석도 왔는데.

그 녀석들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낙천적인 생각이겠지.

그렇다면 최소한.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 한다.

녀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대천사의 기운을 더 끌어올렸다.

마치 녀석을 비웃듯이.

이건 도박이다.

승률이 반반인.

하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오직 녀석이 다른 녀석들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했기에 써볼 수 있는.

그리고 녀석의 성향.

이전에 마계 경매장에서 봤던 마왕들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이거 참. 의뢰 대상에게 미리 말을 해주는 건 아닌데 말이야. 곧 죽을 놈이니…….”

“방금 뭐라고 했냐?”

“곧 죽을 놈?”

“아니, 그 전에……!”

그러면서 두 개의 레플리카 르아 카르테를 녀석의 가슴으로 가져다 대면서 하나의 스킬을 시전했다.

【 광화! 】

신성 계열의 또 다른 버프 스킬을 쓰자 내 몸 전체에 강렬한 신성력이 퍼져나갔다.

【 헤븐즈 스트라이크! 】

그리곤 바로 헤븐즈 스트라이크로 녀석의 신체를 강타했다.

파지지직!!

콰르릉!!

허공에서 생성된 수도 없이 많은 신성의 뇌전 다발이 떨어져내려 마왕 올펠의 신체 전반을 타격하면서 녀석을 새하얗게 태워갔다.

그야말로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릴 천상의 폭뢰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크아아악!!”

아마 보통 상황의 헤븐즈 스트라이크라면, 이 녀석을 이 정도까지 고통스럽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천사의 가호로 인해 신성력이 극대화되어 있는 상황.

같은 신성 계열의 스킬을 시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대는 녀석만 봐도 이건 잘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저렇게 되지 않았으니.

그리고 이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좋은 점은 또 있었다.

바로 끝없이 신성의 전력이 녀석의 몸을 타고 돌면서 녀석의 움직임을 한없이 멈추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이게 무한정이진 않지만.

최소한 녀석에게 확실하게 타격을 줄 시간 정도는 벌어줄 수 있을 것이다.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쓰면서 어느 정도 마력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남아 있는 마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쓸 수 있긴 하겠네.

곧장 다음 스킬을 시전했다.

이 스킬 하나를 쓰기 위한 힘을 모으기 위해 사방의 모든 기운들이 내게로 몰려들면서 날 중심으로 강한 압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브레스를 쓰기 전에 그렇듯.

곁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기운이란 기운은 모조리 빨아들이는 느낌.

그러자 두 개의 레플리카 르아 카르테의 검신의 결을 따라 서서히 금이 가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모조품은 모조품이었다.

내구도가 이런 스킬들을 연달아 버틸 만큼은 절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거 한 방은 버텨주면 좋겠는데.

신성한 뇌전에 묶여 비명을 지르던 마왕 올펠이 신성의 회오리가 내 주변에 크게 모여들면서 시전하고 있는 스킬을 발견하더니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마치 믿을 수 없는 것을 본다는 표정으로.

이 스킬을 전에 본 적이 있는 거려나?

“어떻게 네가 그걸……?!”

“네가 아까 그랬잖아. 대천사의 존속이라고.”

“웃기지 마라. 대천사의 최종 스킬을 어떻게 네가……! 그건 존속 따위가 절대로 쓸 수 없는 기술이다!”

아!

이 스킬.

평범한 존속들은 못 쓰는 거였나?

하긴.

생각해 보면 대천사의 검을 굳이 다른 녀석들에게 줄 일이 없을 테니…….

뭔가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난 어차피 너만 죽여주면 되는 거거든.”

내 정체에 대해서 생각을 못 하게 다른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마왕 올펠도 지금 시전되어 가는 스킬에 눈이 돌아가면서 내게 물었다.

하지만 꽤 오해를 한 듯했다.

“역시 천계에서 전쟁을 걸어올 생각이냐!”

그런 녀석의 말에 스킬을 쓰려다 피식 웃음을 지었다.

“천계? 고작 너 하나 잡으려고 천계가 움직였다고 생각해?”

“무슨 소리냐. 난 마계 서열 3위…….”

“아아, 됐고. 그건 죽고 난 뒤에 의뢰를 한 다른 녀석들한테나 실컷 물어봐.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덤덤한 말투에 순간 녀석도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느낀 모양이었다.

눈썹이 확 일그러지면서 자신을 옭죄는 신성의 전력에서 벗어나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패황의 리빙 아머 킹의 갑주까지 녀석을 꽉 잡고 있어 바로는 벗어나기 힘들어 보였다.

“다른 녀석들? 천계가 아니라는 거냐?”

“뭐 죽기 전에 한 마디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너 의외로 적이 되게 많더라? 평소에 좀 잘하기 그랬냐. 이렇게 꼴사납게 죽을 걸 알았으면.”

녀석을 한 번 비웃어준 뒤.

“넌 네가 잘나서 여기에 다른 녀석들보다 먼저 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정말?”

그것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더 말을 해봐야 의미가 없었다.

남은 건 녀석이 알아서 상상해 주어야 한다.

내가 알지 못해 말하지 못하는 만큼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주라고.

그러자 뭔가를 떠올린 듯 마왕 올펠의 얼굴이 뻘겋게 변하더니 크게 굉음을 터트렸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가득 담아서.

“이 씹어 먹을 것들이! 감히 누굴!!”

옳거니.

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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