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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67화 (955/1,404)

#967화 대천사의 가호 (2)

《 대천사의 가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

《 두 개의 그랜드 크로스 스킬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

《 대천사의 천공 스킬 : 그랜드 크로스의 발동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

《 그랜드 크로스를 시전 가능합니다. 》

귓가에 얼핏 그런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

그랜드 크로스를 시전하는 순간.

르아 카르테와 라페르나의 검신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며 한 점으로 교차했다.

마치 십자가와 같은 형태를 만들어내듯.

동시에 두 검에서 거친 파장이 흘러나와 하나의 거대한 황금빛 마법진을 만들어내 두 검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기류들이 압축되듯 두 검을 중심으로 폭풍처럼 몰려들었다.

오직 이 장소에는 이 두 개의 검만이 존재한다는 듯 폭발적인 에너지를 끌어모으더니 이내 정면을 향해 그 에너지를 한꺼번에 분출하였다.

【 그랜드 크로스! 】

눈부신 섬광과 함께 분출된 마력은 곧 하나의 날카로운 칼이 되어 대기를 찢어발기듯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삼키며 전진했다.

화아아악!!

닿는 존재들을 전부 삼키는 십자 형태의 빛의 향연.

그건 마치 밤하늘에 유성우가 별의 긴 흔적을 남기듯 하나의 길을 만들어내었다.

곧 대기가 일그러진 것처럼 왜곡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동시에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나 커다란 비공정의 선체를 앞으로 밀어내듯 뒤흔들었다.

“으아앗!!”

놀란 듯한 갑판 위의 외침.

하지만 내 귀에 그런 외침은 중요하게 들리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너무 강력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두 검을 들고 있던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증발…… 했어?”

분명히 비공정 후방에서 삼킬 듯이 날아오던 마계 비룡들이 대기가 찢겨나감과 함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그것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전부.

하늘을 통째로 찢어발기는 스킬이라니…….

그랜드 크로스가 지나간 십자로 갈라진 대기가 떨리며 울고 있었다.

얼마 뒤 비어 있는 대기를 채우기라도 하듯 주변의 공기가 밀려 들어와 하나의 난기류를 만들어 내었다.

어느덧 달려온 전사 형과 이쁜소녀가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해 떨면서 말했다.

“우왁! 저게 뭐야?!”

“오빠! 구름들이 사라졌어요!!”

챠밍은 입으로 손을 막으며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막내별도 마찬가지.

“세상에……!”

“와……! 미쳤다아!”

나르샤 누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대체 뭘 한 거니?”

놀란 그들을 보고는 나도 머쓱해져서 두 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랜드 크로스의 스킬 여파로 황금빛 스파크가 격하게 튀는 르아 카르테와 라페르나를 내려놓으며 옅게 웃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기존에 존재하던 스킬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그냥 미쳤다라는 말로도 부족한 압도적인 위력의 시위.

설마 대천사라는 것들은 이런 무식한 스킬을 써대는 건가?

《 격에 맞지 않는 스킬 사용으로 전신의 근육이 손상되었습니다. 》

《 근력이 최대치로 하락합니다. 》

《 민첩이 최대치로 하락합니다. 》

《 체력이 기준 이하로 하락했습니다. 》

《 빠른 회복을 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 》

《 한계치까지 모든 마력을 소모하셨습니다. 》

《 마력의 자연회복이 지연됩니다. 》

《 모든 신성력을 소모하셨습니다. 》

《 신체에서 신성의 기운이 사라집니다. 》

그 순간 빨간색의 경고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껏 이렇게 많은 시스템 경고가 뜬 적이 있었던가?

문득 검을 잡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니 신체의 과부하 때문인지 몰라도 계속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니.

손만 그런 게 아니라 팔과 어깨.

신체 전체가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

챠밍이 재빠르게 내게 스킬을 걸었다.

막내별도 놀라 스킬을 넣어주었다.

【 메가 힐! 】

【 메가 힐! 】

단일 회복 스킬 중에는 가장 높은 회복력을 가진 스킬.

그런데 그런 힐을 받으면서도 시스템 경고가 일어났다.

《 심각한 근육 손상으로 인해 회복이 지연됩니다. 》

《 심각한 근육 손상으로 인해 회복이 지연됩니다. 》

.

.

“물약도.”

이쁜소녀가 어느새 달려와 물약을 내 입에 다발로 넣어주었다.

“아, 땡큐.”

물약과 회복 스킬을 동시에 받고 나서야 겨우 바닥에 있던 체력이 조금씩 차올랐다.

이거 스킬 후폭풍도 무시 못 하겠는데?

한번 쓰고 나면 꼼짝도 못 할 정도다.

재중이 형이 옆에 와서는 물었다.

“괜찮냐?”

“아뇨. 가만히 앉아서 쉬고 싶은데요?”

“살 만은 한가 보네.”

고개를 돌린 재중이 형이 흔들리는 선체 뒤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 마리도 안 남기고 다 녹였네.”

“그러게요.”

마계에 비룡이라는 게 나타난 이후로 아마 한 번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기 뒤쪽에서 입을 큼지막하게 벌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암흑 상인의 반응을 보면 말이지.

얼마나 놀랐는지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어, 어떻게?”

놀란 건 우리도 마찬가지라.

화련도 어느새 달려와 나와 후방의 찢어진 하늘을 번갈아 보며 벙찐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말하고 싶어 입도 벙긋거리는 걸 보면…….

아마 설명을 해라는 거겠지?

그런 화련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저 화련이 이렇게 놀라는 걸 보다니.

꽤 재밌는 광경이라.

“생각보다 돈값 하는 것 같지 않아요?”

이 대천사의 검을 쓰기 위해서 그동안 들인 노력과 정성.

거기다 들어간 자금을 생각해 보면 어느 미친놈이라도 절대 투자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거 아마 최소 빌딩 하나 값은 되지 않던가?

게임에 정말 진심인 놈들 빼고는 엄두도 못 내는 검이 바로 이 대천사의 검이었다.

사실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니.

슬쩍 한 손에 들고 있던 대천사의 검, 라페르나를 흔들어 보였다.

하늘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검신.

그 검신을 보는 화련의 눈이 검의 움직임에 따로 고개가 흔들거렸다.

“그거 팔아!”

“안 되죠.”

그랜드 크로스를 쓰기 전이었다면 또 모를까.

이미 손맛을 본 뒤라…….

이젠 얼마나 거금을 들고 와도 놓지 않을 것이다.

“이씨. 지만 좋은 거 들고 다니고.”

“대천사를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은 안 들걸요…….”

그러고 보니 대천사 그놈.

내게 말하지 않은 게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이 그랜드 크로스의 발동 조건.

화련에게 조언하듯 말했다.

“그런데 이 검 하나 들고 있다고 방금 그 스킬을 못 써요.”

“그럼?”

“발동 조건이 두 개는 있어야 하거든요.”

내가 대천사 루스를 욕하고 싶은 게 바로 이거다.

그랜드 크로스 스킬이 내장된 무기가 하나가 아니고 두 개가 있어야 이 스킬은 발동이 된다.

한 마디로 녀석은 대천사의 검을 내게 주면서 절대 이 스킬을 못 쓸 거라는 걸 이미 알았다는 말이다.

그러자 듣고 있던 챠밍이 의아한 듯 내게 물었다.

“오빠 검이 하나뿐인데…….”

곧 내가 들고 있던 다른 검을 보고는 바로 눈치를 챘다.

“아! 맞아. 이 스킬은 오직 오빠만 쓸 수 있겠네요.”

“역시 그렇지?”

르아 카르테의 고유 능력.

탐식.

만약 스킬을 복사해올 수 있는 이 능력이 없었다면 그랜드 크로스는 구경도 못 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너만 쓸 수 있다고?”

“뭐 그렇다는 거죠.”

“칫. 됐어.”

어차피 팔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욕심은 나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나라도 저 하늘을 찢어버리는 광경을 봤다면 욕심을 안 낼 수 없었겠지.

불만이 가득한 화련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음, 아마 마신의 파편도 강할 거예요. 이것만큼.”

“그래?”

솔깃한 화련의 모습.

“네, 제가 가지고 있는 테르타로스도 꽤 좋거든요.”

이건 테르타로스와 라페르나를 둘 다 직접 써본 내가 느끼는 생각이었다.

라페르나의 그랜드 크로스가 물론 정말 미친 듯이 강하긴 했다.

내 상상 이상으로.

그런데 테르타로스는 그보다 오히려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무기였다.

앞으로 테르타로스로 잡게 되는 몬스터가 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성장 가능성 하나만을 놓고 보면.

아마 이쪽이 위가 아닐까.

그리고 그런 테르타로스와 라페르나의 위에 있는 존재가 르아 카르테라고 생각했다.

저 엄청난 무기들의 장점을 다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서.

딱 셋 중에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당연히 르아 카르테겠지.

그때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

끝이 보이지 않는 순서대로 차오르는 레벨 상승 시스템 메시지들.

“완전히 죽진 않았었나 보네요.”

마계 비룡들이 눈앞에서 증발됐을 때 레벨이 왜 안 오르나 했더니 이제야 죽은 모양이었다.

《 체력이 회복됩니다. 》

《 마력이 회복됩니다. 》

《 모든 상태 이상이 회복됩니다. 》

.

.

당연하겠지만 나와 마계 비룡들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레벨 격차가 존재했다.

그런 마계 비룡들을 한 번에 씹어 먹었으니 레벨이 이렇게 오를 수밖에.

챠밍이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지상에 추락한 걸까요?”

“응, 아마도?”

너무 거대한 그랜드 크로스의 섬광에 시선이 가려져 정작 녀석들이 아래로 추락한 것까지는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 녀석들이 지상에 처박히면서 완전히 목숨줄이 다한 모양이었다.

“그랜드 크로스가 생각보다 강하진 않네요.”

솔직히 마계 비룡들을 증발시켰을 거라 생각했었으니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르아 카르테와 라페르나의 대미지가 고작 1밖에 되지 않았다.

강화 수치로 더해 21이긴 해도.

이런 낮은 수치에서도 마계 비룡들을 전부 추락시켰으면 앞으로 성장시켰을 때는 더 강해진다는 뜻이니 아쉬움은 금방 사라졌다.

그때 이쁜소녀가 생각나는 게 있는지 내게 말했다.

“오빠, 드랍템!!”

“아, 맞다.”

그간 마계 비룡이 떼로 몰려다닌 탓에 유저들이 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드랍템도 처음 나오는 걸 테고.

암흑 상인을 불렀다.

“잠시 착륙하죠?”

녀석들의 대략적인 추락 위치는 거슬러 돌아가 유추가 가능하니 조금만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터.

곧 암흑 상인이 무역선을 하강시켜 완전히 지상으로 내려갔다.

쩍쩍 마른 논바닥 같은 마계의 대지.

멀리 보이는 몇몇 곳에서 바닥을 도는 드랍템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가져올게.”

몸이 튼튼한 전사 형이 재빠르게 무역선에서 뛰어 내려가 드랍템들을 줍기 시작했다.

추락한 위치가 각각 달라서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곧 모든 드랍템들을 찾아냈다.

그런데 드랍템들을 찾다가 한 곳에서 굼틀거리는 한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쁜소녀가 놀란 듯 외쳤다.

“오빠! 저기!!”

설마 아직도 죽지 않은 건가?

마계 비룡 한 마리가 힘겹게 몸을 비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단단한 신체 전부가 뭔가에 타들어 가는 모습.

재중이 형이 그걸 보더니 알겠다는 듯 말했다.

“저런 괴물 같은 신성 스킬에 맞았으니 멀쩡할 리가 있나.”

그랜드 크로스는 누가 봐도 신성 계열 스킬이다.

반대로 마계 비룡은 암흑 계열 몬스터였고.

상성으로 치면 최악.

추락하고도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나와 재중이 형이 먼저 뛰어 내려가 녀석을 살피는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마계 비룡이 마지막 비명을 지릅니다. 》

《 마계 비룡을 테이밍할 수 있습니다. 》

《 마계 비룡 테이밍에 필요한 재료가 없습니다. 》

이 녀석 곧 죽겠는데?

곧장 전사 형을 보면서 외쳤다.

“전사 형! 드랍템 빨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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