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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64화 (952/1,404)

#964화 다시 찾은 마계 경매장 (6)

아마도 대천사 루스는 대천사의 검, 라페르나를 내가 쓸 수 없을 거라 예상하고 선뜻 주었을 것이다.

힘들게 봉인을 풀어봐야 결국 저 대천사의 가호라는 스킬 때문에 대천사가 아닌 이상에야 사용할 방법이 없다.

이걸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다시 가져가는 방법밖에는.

화련도 궁금한 듯 고개를 삐죽 내밀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화련은 대천사의 무덤이 안내자가 말한 마계의 재앙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가 뭘 만났는지 딱히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지금 눈치를 봐선 대천사의 검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해오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는 알 테지.

이 물건의 주인이 대천사라는 것도.

무기 이름을 보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당연히 대천사가 아니니 못 쓰는데 지금은 쓸 수 있다고 장담하니까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화련을 봤다가 다시 재중이 형을 바라보았다.

<주호> 역시 이건 안 되겠죠?

내가 하려는 것이 어떤 종류의 일인지 알아챈 재중이 형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불멸> 아아, 지금은 화련이 우리 편에 서 있긴 해도. 이건 안 돼.

화련에게 내 전력의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술을 보여주는 것은 꽤 부담되는 일이었다.

어디서 화련이 입을 가볍게 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나중에 서로 대치를 하게 될 상황이 오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정말 곤란하다는 눈빛으로 화련에게 양해를 구했다.

마계 경매장에 무난하게 입장하게 된 건 화련 덕분이기는 한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아쉽지만 공개 못 할 기술이 있어서요.”

내 말에 잠시 미간을 찡그린 화련이 괜히 바닥에 놓인 장식품을 발로 툭툭 차댔다.

“짜증 나.”

궁금한 걸 풀지 못해서 그러는지.

아니면 우리가 그녀를 신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 되었든.

난 화련의 욕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됐어. 남의 기술 훔쳐볼 정도로 궁금한 건 아니야.”

“고마워요.”

정말 억지라도 부리면 어쩌나 했는데.

화련은 딱 선을 그어서 서로 불편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고마움도 함께 가지고 있다.

“기회가 되면 좋은 거 하나 구해다 드릴게요.”

“검?”

“음, 검일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른 아이템이 될 수도 있겠죠.”

전에 마왕성 경매 건으로 신세 진 것도 있고.

거기다 마계 경매장에 쉽게 입장한 것까지.

요즘 꽤 도움을 많이 받고 있었다.

“흥, 방금 한 말 잊지 마라?”

서운함이 많이 풀렸는지 이전처럼 툭툭 내뱉는 말투가 사라졌다.

정말 어떤 면에서는 알기 쉬운 사람일지도.

“그래서 경매는 계속할 거야? 원하는 걸 얻은 거 아냐?”

“아, 그렇긴 하죠.”

확실히 화련 말대로 원하는 물건은 이미 구한 셈이었다.

원래라면.

『 벼락 맞은 찢겨진 날개. 』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

이 물건들을 전부 다 사서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확인해 봐야 했는데.

금속의 정령, 별 덕분에 그 과정을 확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돈이 좀 굳었다고 해야 하려나.

금속의 정령이 정령왕으로 올라선 데다가.

대천사의 검도 이제 쓸 수 있게 되었다.

당장의 문제는 다 해결된 셈이다.

물론 남은 두 가지 역시 뭔가의 꽤 좋은 아이템일 수 있을 텐데.

문제는 지금 금속의 정령이 잠이 들어 버렸다는 데 있다.

아마 한동안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떤 용도의 아이템인지 알지도 못한 채 큰돈을 쓰는 건 좀 꺼려지는 일이지.

“화련은 어때요?”

“으음, 글쎄에. 딱히 끌리는 게 없는걸?”

아무래도 화련의 구미에 당길 정도의 물건이 나오지 않은 모양.

그간 다른 유저들의 발이 닿지도 못하는 이곳에서 VIP를 달 정도면 아이템을 보는 안목은 우리보다 훨씬 좋을지도 모르겠다.

피닉스의 알 정도가 나오면 또 모를까.

하지만 피닉스의 알이 이곳 경매장에 매번 나올 정도라면 그 마왕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 나오는 저 아이템들도 마찬가지.

아마 이번에 한 번 올라오면 다음에 두 번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벼락 맞은 찢겨진 날개. 』 혹은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이라…….

“형, 저 둘 중에 하나가 봉인을 푸는 아이템이겠죠?”

“아마도?”

이미 대천사의 검의 봉인은 풀었지만.

그렇다고 저 아이템들이 쓸모가 없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전에 안내인에게 물었을 때.

저 물건 중에 하나가 마신의 파편의 봉인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으니까.

“그럼 마왕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네요.”

이전의 피닉스의 알의 경우와는 또 다르다.

그건 본신의 능력을 키우는 아이템이라면.

이번에는 마신의 파편의 봉인을 풀기 위한 아이템이었다.

“후, 녀석들에게 줄 순 없죠.”

모르긴 해도 최상위 마왕들이 노리고 있을 텐데.

그 녀석들에게 넘어가는 건 곤란한 일이지.

거기다.

난 마신의 파편이 있는 장소를 또 하나 알고 있었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 벼락 맞은 찢겨진 날개. 』가 경매로 올라왔다.

“1000코인!”

“2000코인!”

.

.

.

“7000코인!”

이미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을 우리에게 뺏겨서 그런지 누군지 알지 못하는 녀석들이 가격을 끝없이 올려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마나 오를지 모르겠네.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감탄했다.

“아무래도 마신의 파편과 연관이 있다 보니 가격이 아주 쭉쭉 올라가는군.”

옆에서 화련이 눈빛을 빛냈다.

“그래? 그럼 나도 껴 볼까?”

“쓸 데는 있고?”

재중이 형의 물음에 화련이 눈을 부라리면서 말했다.

그것도 아주 날카롭게 찔러왔다.

“시아트 마왕성.”

순간 나와 재중이 형의 시선이 마주쳤다.

<불멸> 호오. 이것 봐라?

<주호> 알고 말한 거겠죠?

사실 속으로는 꽤 놀랐다.

설마 화련이 마왕성의 지하에 있는 마신의 파편에 대해 알고 있다니.

나와 재중이 형의 표정이 굳자 화련이 깔깔 대면서 웃어 버렸다.

“그냥 한 번 찔러 본 건데 표정들이 볼만해?”

그 모습에 나와 재중이 형도 한 방 먹었다는 생각을 했다.

<불멸> 이거 참. 우리 여왕님이 만만찮네.

<주호> 그러게요.

“전에 베르테니아 마왕성 때도 마왕이 왜 그렇게 지하를 박박 뒤지나 했거든.”

“알고 있었나?”

“그냥 오다가다 우연히 봤지.”

생각해 보면 대충 연관될 만한 일들이기도 했다.

중간 과정을 꽤 건너뛴 것 같긴 해도.

“나도 하나 가지고 싶은데?”

“마왕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어서 힘들걸?”

그 말에는 다시 화련이 넘겨짚듯 물어보았다.

“너네는 방법이 있잖아.”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번에는 안 돼.”

정보를 주지 않겠다는 뜻 단호한 대답.

그럼에도 화련은 확신했다.

“방법이 있긴 있다는 거네.”

“거 참…….”

재중이 형도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그래서 살 거야?”

화련이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경매 아이템을 보고 손짓했다.

“아무래도 사야겠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나에겐 마왕성의 마신의 파편을 몰래 꺼낼 방법이 있었다.

이미 한 번 해보기도 했고.

가격은 계속 올라 어느새 또 10000코인에 달하는 가격까지 올라갔다.

재중이 형도 어이없다는 듯 그 광경을 보고 평했다.

“여긴 뭐 좀 나왔다 하면 10000코인이냐?”

솔직히 이런 가격은 우리에게 굉장히 부담되는 가격대였다.

그것도 확실하지도 않은 물건에는.

분위기를 보니 마왕들도 독이 잔뜩 올라서인지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을 듯했고.

남은 두 개를 다 살 돈을 쓰기에는 나 역시 부담이다.

『 말라붙은 천공의 눈물샘. 』을 산다고 너무 많은 지출이 있었으니.

하지만 그래도 질러야 한다.

마신의 파편이라는 물건이 그만치의 값어치가 있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난 당연히 맞다고 할 것이다.

물론 모든 마신의 파편이 동일한 성능을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인벤에 있는 마신의 파편 중에 하나인 테르타로스.

이 테르타로스만 보면 분명히 값어치는 한다.

특히 르아 카르테와 함께 사용할 경우 그 효용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어떤 마신의 파편이든.

얻을 수만 있다면…….

그런데 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다.

“15000코인!”

“16000코인!”

“17000코인!”

.

.

.

이미 예전의 피닉스의 알 수준을 넘어가는 가격이 나오자 바로 표정을 찡그렸다.

내가 한 아이템에 쓸 수 있는 한도를 넘어가는 가격.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마왕들에게 남는 돈이 좀 많나 봐요.”

내 말에 동감하는 듯 재중이 형도 말을 이었다.

“마왕들이 그동안 마왕성을 아주 쥐어짠 것 같은데?”

마계 설정상 여긴 마왕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다 보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막상 그 속에 내가 끼려고 하니까 옆구리가 터져나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화련을 보니 그녀는 딱히 이 경매에 참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차피 자기가 얻어 봐야 쓸데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려나.

“왜? 사 줘?”

자신을 바라보자 그런 의미로 알아들었는지 화련이 내게 물어왔다.

그 너무 여유로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사달라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화련이라면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뇨. 한두 푼 하는 물건도 아닌데요.”

이걸 사달라고 했다가 나중에 무슨 꼴을 당하려고.

만약 금속의 정령이 깨어 있어서 확인만 제대로 할 수 있었다면 좀 비싸더라도 질렀을 텐데.

속으로 금속의 정령을 불러 봐도 나오진 않았다.

이번엔 할 수 없나.

곧 경매인이 누군가에게 낙찰됐다는 말을 해왔고 다음 경매로 넘어갔다.

그다음에 나온 물건은 아니나 다를까.

『 비틀어진 신념의 검날. 』

이것 역시도 폭풍적인 반응과 함께 가격이 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체 저 녀석들은 뭘 알고 저렇게 돈을 올리는 걸까.

어쩌면 다들 작당하고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재중이 형이 나를 보면서 물었다.

“이번에도 패스?”

돈이야 저거 하나 살 정도는 남아 있긴 했다.

문제는 저 아이템을 사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거의 없을 거라는 게 문제지.

내 아이템들과 우리 팀의 아이템 몇 개를 구하고 나면 이번 마왕성 지분 경매에서 얻은 돈을 다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고민하는 사이 가격은 계속 올라 어느새 15000코인까지 올라가 버렸다.

정말 생각할 시간도 안 주네.

봉인을 풀어주는 것과 별개로.

마신의 파편을 실체화하기 위해 드워프 왕의 해머가 필요했다.

일단 이쪽이야 빌리면 된다.

타르 광산의 핵.

최상의 타르석까지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다만티움은 잘 모르겠네.

사실 아다만티움도 이곳 경매장에서 구할 수 있을까 싶어서 와본 거라.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아까 전까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 약한 불빛이 인벤에서 감돌고 있었다.

응?

이게 왜?

너무 생각에 잠겨 있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빛을 내고 있는 아이템이 하나 보였다.

테르타로스가……?

그리고 바로 손을 들어올렸다.

“저거. 무조건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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