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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60화 (948/1,404)

#960화 다시 찾은 마계 경매장 (2)

『 마왕 벨라의 행적 』을 열어본 내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니 화련이 물었다.

“뭔데 그래?”

“아, 좀 놀라서요.”

좀 놀랐다고는 했지만.

사실 많이 놀랐다.

마왕 벨라가 있는 곳이 여기라고……?

내가 뜸을 들이자 화련이 고개를 들어 『 마왕 벨라의 행적 』이 있는 정보를 바라보았다.

“응……? 이거 정말 맞아?”

“아마 맞겠죠?”

화련도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재중이 형도 궁금한지 한 발을 걸쳤다.

그리고선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여기가 맞다고?”

결국 암흑 상인도 궁금해졌는지 우리 옆에 와서 섰다.

“헉! 이곳은……?”

화들짝 놀란 암흑 상인의 모습.

곧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입 밖에 내놓았다.

“피닉스의 둥지……!”

생명의 시조.

불꽃의 왕.

피닉스.

이전에 마계 경매장 운영자 가른이 이야기해 주었던 내용에 따르면 『 피닉스의 알 』이 나온 장소가 바로 피닉스의 둥지였다.

마계 화산 지대의 지저 바닥에서도 가장 깊고, 깊은 곳.

탐사 팀이 수백 번 갈려나가고서 겨우 하나를 건져왔다는.

그 『 피닉스의 알 』이 존재하는 장소.

마왕들도 출입을 꺼린다고 했던가.

만약 마왕들이 피닉스의 둥지에서 마음대로 사냥이 가능했다면.

굳이 힘들게 마계 경매장에서 경매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런 장소에 마왕 벨라가 있다는 소리였다.

“안내인이 우리 엿 먹이는 건 아니겠죠?”

설마 돈을 주고 산 정보의 신뢰도가 낮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정보는 정보.

하지만 암흑 상인은 생각이 좀 달라 보였다.

“마계 경매장에서는 의미 없는 정보는 팔지 않습니다.”

“확실하다는 건가?”

“만약 이 정보가 잘못 되었다면 마계 경매장의 신용이 떨어집니다.”

생각해 보면 정보비만 무려 억이다.

단순히 마왕 하나의 거처를 얻는 것 치고는 너무 비싼 대가.

그런데 그 장소가 피닉스의 둥지라면…….

이 정보를 얻기 위해 마계 경매장에서 쓴 돈도 만만치 않다는 말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고는 다시 물었다.

“혹시 이 피닉스의 둥지의 수준을 알 수 있을까?”

단순히 마왕이 접근을 못 해서 레벨이 높다 정도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좀 더 나은 정보가 필요했다.

“사냥이 가능한 수준을 말씀하시는 건지? 아니면 한 번 들어갔다가 바로 빠져나올 수 있는 수준을……?”

“달라?”

“피닉스의 알을 훔치기 위해 탐사대가 목숨을 걸고 들어가는 경우에는 레벨이 낮아도 어떻게든 가능합니다만…….”

뒷말은 안 들어봐도 알겠다.

그냥 족족 죽어 나가면서 목표만 달성하는 수준.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마왕 벨라를 찾으려면 적어도 그 안에서 사냥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사냥 가능한 레벨.”

“음.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럼 대략 800레벨 정도 되지 않겠습니까?”

800레벨이라는 말에 곧 미간을 찡그렸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도 난색을 표했다.

“쉽지 않겠네.”

거기다 암흑 상인이 조금 더 비관적인 레벨을 불렀다.

“초입입니다.”

“뭐?”

“800은 초입. 안으로 진입할수록 더 높아집니다. 전에 마계 탐사대가 들어갔을 때 대략 900 이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900…….”

아니.

마계 탐사대 녀석들은 대체 거길 어떻게 들어갔다 온 거지?

레벨이 그 수준이면 초입이고 아니고를 떠나 그냥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다.

문제는 암흑 상인이 말하는 건 그냥 일반 몬스터들의 레벨대일 것이다.

“그럼 거기 네임드는…….”

“피닉스 말입니까?”

“어, 피닉스.”

“음, 아무도 모릅니다. 마주치는 순간 잿더미가 되어 버리니까요. 사실 마왕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바로 피닉스입니다.”

하긴 레벨 900이 넘는 네임드라면…….

상대하는 것 자체가 재앙이다.

그때 듣고 있던 화련이 물었다.

“아니, 마왕 벨라는 무슨 배짱으로 거기까지 간 거야? 마왕도 버티기 힘들다며?”

화련의 말에 나 역시 생각에 잠겼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마왕이 강하긴 해도.

버티는 것도 힘든 장소를 굳이?

뭔가의 목적이 없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생각이 확 떠올랐다.

“혹시 피닉스의 알을 구하기 위해서 간 게 아닐까요?”

피닉스의 둥지에서 가장 값어치가 높은 것.

그건 피닉스라는 네임드 본체가 주는 아이템 같은 것도 있겠지만.

솔직히 마왕 벨라가 혼자서 피닉스를 잡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마왕 벨라가 노릴 만한 건 피닉스의 알 정도밖에는 없었다.

“응? 마왕들도 못 구한다며? 그래서 경매를 하는 거 아냐?”

“마왕 벨라는 그게 안 되잖아요.”

“아, 돈이 없다고 했지.”

당시 베르테니아 마왕성에서 타르 장사가 잘 됐다고 해도 오랜 시간 유지하지도 못했다.

만약 시간이 더 있었다면 충분히 자금을 쌓았겠지만.

마왕 벨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베르테니아 마왕성까지 잃게 되었다.

수중에 돈이 없단 소리지.

경매에 참여할 만한 돈도 돈인데…….

이곳은 당시 전쟁 중이던 마왕 올펠이나 마왕 아르곤과 마주칠 확률이 높았다.

애초에 마왕 벨라가 마계 경매장에 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다.

재중이 형도 생각한 것을 말했다.

“다른 마왕들의 추격을 뿌리치기에도 괜찮겠지. 피닉스의 둥지 정도라면.”

버틸 수 있는가의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일단은 생존의 문제라는 건가.

“네, 살아야 반격을 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나쁜 판단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 피닉스의 알이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전에 확인한 바로는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는 전세를 뒤집을 정도의 위력을 낼 순 없었다.

“피닉스의 알이라…….”

목숨 여벌 하나를 더 남겨놓는다고 보면 나쁜 판단은 아니지만.

굳이 피닉스의 둥지까지 갈 필요가 있었을까.

단순히 다른 마왕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고레벨 장소도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또 걸리는 것 하나.

마왕 벨라는 용기사.

전에는 아스티아가 준 스컬 드래곤이 있어서 전투력을 전부 발휘했겠지만.

그것도 마왕과의 전쟁에서 죽었다고 들었다.

스컬 드래곤이 다시 죽는 것도 이상한 말이려나?

아무튼 마왕 벨라의 전투력은 이전보다 확연히 떨어져 있을 터.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봐도 이 정보는 이상해.

무엇보다 아스티아.

당시에 힘을 회복하기 위해 사라졌는데 지금은 그 행방도 찾기 힘들었다.

접속하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직 연락도 되지 않았다.

아스티아는 나와 연결이 되어 있으니 굳이 찾지 않아도 알아서 나타나려나?

지금 마왕 벨라만 찾으려는 것도 그런 이유이기도 했다.

흐음.

용기사라…….

내가 마왕 벨라의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당장 베르테니아 마왕성은 무너지고.

스컬 드래곤도 없다.

자신은 다른 마왕들에게 추격 당하는 상황.

추격을 피해 몸을 숨기는 것까진 누구나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마왕 벨라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단순히 피하고 있기만 할까?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냐.

마왕 벨라는 당하고 얌전히 숨어있을 녀석은 아니야.

최소한 반격을 위한 뭔가를 준비했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로 암흑 상인에게 물었다.

“혹시 마계에 용과 관련된 사냥터가 있는지 알 수 있어?”

“용입니까……?”

잠시 생각하던 암흑 상인이 답했다.

“마계에 용은 꽤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개체는 마계 비룡들도 있겠죠.”

“아니. 그런 평범한 용들 말고.”

물론 그 평범한 용들 때문에 비공정들이 추락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용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재앙이니.

하지만 그 정도로는 절대 안 된다.

그리고 내가 묻자마자 재중이 형도 눈치를 챘는지 말했다.

“설마 마왕 벨라가 새로운 용을 테이밍하려고 간 거였나?”

“네, 그럴 확률이 높아요. 아니. 확실하죠.”

당장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피닉스의 알 같은 것보다는 용을 테이밍하는 쪽이 훨씬 타당성이 있었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용은 절대 아닐 거예요.”

“확실히. 기왕 하려면 기존의 스컬 드래곤보다는 강해야 할 테니.”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의 스컬 드래곤으로는 안 돼.

이미 한 번 밀린 전적이 있으니까.

그보다는 더 높은 레벨대의.

훨씬 강력한 무언가.

듣고 있던 화련이 내게 물었다.

“피닉스는 테이밍 안 돼?”

“으음,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용기사니까 아마 드래곤 계열이 더 신빙성이 있어요.”

사실 테이밍이 된다고 해도 문제다.

레벨 900대가 넘는 네임드를 테이밍한다라…….

상상을 해보다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내 레벨은 150.

올라타자마자 타 죽지 않으면 다행인가.

마왕 벨라는 좀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 크게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피닉스는 용이 아니다.

화련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 그럼 왜 피닉스의 둥지에 간 건데?”

“그러니까요.”

마계 경매장에서 준 정보가 맞다는 가정하에.

반드시 거기에 가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대체 뭘 빠트린 거지?

지금은 피닉스의 둥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그때 내가 요구했던 정보를 가지러 간 안내인이 다시 VIP룸을 찾았다.

참 타이밍도 좋네.

“오래 기다렸습니까?”

“아뇨. 준비가 됐나요?”

“요구하신 내용들이 많아서 조금 걸렸습니다.”

곧 안내인이 테이블 위로 몇 개의 정보를 꺼내놓았다.

『 600레벨 이상 사냥터 목록. 』

『 미공략 네임드 공개 목록. 』

『 마왕성 위치 알람. 』

『 마계 마왕 랭킹. 』

『 마왕 개인 정보. 』

『 마왕 세력 정보. 』

안내인은 다행히 구해달라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가지고 왔다.

“흠흠, 일부 정보는 공개 불가능한 점 양해 바랍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어차피 공개 불가능한 정보가 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아마 마왕들의 숨겨진 정보라던가.

마계 경매장에서만 독점해야 하는 네임드나 아이템 정보 같은 것들이겠지.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내가 알고 싶은 정보가 여기에 있길 바랄 수밖에.

정보지에 손을 가져다 대자 각 정보마다 매겨진 가격이 보였다.

적게는 10코인부터 해서 많게는 몇 백 코인이 가볍게 넘어가는 것들까지.

특히 비공개 네임드 위치 정보 같은 것들은 정말로 가격이 비쌌다.

단순히 위치 정보만 사는 건데도 몇 억에서 어떤 건 수십 억인 것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게 당연한 건가?

네임드 위치만 알아내도 그 정보는 돈이 된다.

남들이 모른 곳에 미리 가서 잡기만 해도…….

물론 잡을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긴 하겠지만.

화련도 관심이 있는지 쭉 목록을 살펴보았다.

“목록 이름밖에는 못 보네?”

“그 이상 확인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거겠죠.”

“흐음, 어쩔까나? 다 사버릴까?”

“하하…….”

화련은 정말 다 살 것 같아서 문제지.

그런데 그중에 하나의 제목에 눈이 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정보에 손을 뻗었다.

“호오, 그건?”

재중이 형도 내가 보는 정보에 눈빛을 빛냈다.

“네, 아마 정답을 찾은 것 같네요.”

『 빙룡왕 시튜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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