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58화 (946/1,404)

#958화 마왕성 구축 (13)

화련의 참전은 지분 경매를 수렁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가격이 얼마가 되었든 지불할 수 있는 능력.

그 사실 하나만으로 다른 참가자들을 압박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화련이 가격을 높이자 전신도 어쩔 수 없이 따라 가격을 올렸다.

1%에 10억.

전신이 처음 베팅할 때 4억이었던 걸 고려해보면 지금의 10억은 바로 욕이 나올 숫자다.

원래 예상했던 가격보다 두 배는 넘는 금액을 써야 겨우 살 수 있으니.

패황 역시 표정이 확 구겨졌다.

겉으로는 참고 있지만 아마 속으로 욕이란 욕은 다하고 있을 수도 있다.

돈이 어디 땅 파서 나오는 게 아닌 이상에야.

결국은 자기 품에서 나가는 일이라.

이젠 모든 지분을 사려면 최소 240억이 필요하다.

패황에게 과연 그 정도의 자금이 있을까?

구겨진 패황의 표정을 보니 아마 그렇게까지 돈을 쓸 수 없어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에게만 있진 않았다.

“1%. 10억 1천.”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1% 베팅.

“1%. 10억 2천.”

이어 10억이 조금 초과하는 금액으로 베팅이 새로 나왔다.

최소 참여 금액이 있지만.

과연 유저들이 단순히 그 금액만 맞춰서 왔을까?

당연히 추가적인 자금을 더 들고 왔을 것이다.

“1%. 10억 5천.”

경매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그것도 1% 위주로.

저들은 어떻게든 비공정 도크만 이용할 수 있는 지분만 구하면 된다.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전신 역시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예상하기에 전신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액수는 120억이 조금 넘을 것이다.

더 베팅을 안 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패황은 그보다 더 적은 액수인 듯했고.

문제는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두 사람이 살 수 있는 지분의 숫자가 점점 내려간다는 점이었다.

<불멸>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싶을 텐데. 둘 다 망했네.

유저들이 계속 가격을 올린다면.

전신은 최대 10% 정도.

패황은 9%가 한계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적은 또 있었다.

중립 연합과 상인 연합.

이들도 지분을 포기하지 않았으니.

지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전신 님 8% 확보하셨습니다.”

“패황 님 8%…….”

.

.

결국 전신과 패황은 기존의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8%씩만 지분을 확보했다.

다음으로 중립 연합에서 3%. 상인 연합 2%.

개인 길드들에서 나머지 3%를 나눠서 가져갔다.

가격은 오를 대로 올라 1%에 14억이라는 미친 가격에 팔렸다.

“지분 경매를 마칩니다.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의 정리로 경매가 완전히 끝나자 패황이 구겨진 표정으로 경매장을 박차고 나갔다.

패황은 마지막에 전신과 지분을 맞춘다고 무리를 한 듯했다.

전신만 아니었어도 무리할 이유가 없겠지만.

“그럼, 다음에 뵙죠.”

박차고 나간 패황과 달리 전신은 꽤 여유 있어 보였다.

어차피 자기 돈 아니라 이거지?

전신도 나가자 유저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

아마 저들은 바로 비공정 건조를 하러 갈 것이다.

한 대라도 빨리 만들어지는 게 좋을 테니.

“다 갔네요.”

모두 휑하니 자리를 비우자 경매장에는 우리만 남아 있었다.

경매로 들어온 액수를 사장님이 바로 확인시켜 주려는데, 꽤 놀랐는지 숫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참을 다시 세어보더니 곧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삼…….”

“삼?”

“삼백삼십…….”

그 말에 다들 휘둥그레 놀란 눈으로 액수를 확인했다.

- 339억.

0이 너무 많아서 순간 헷갈렸나 싶었다.

“허…… 살면서 이런 액수를 보게 될 줄이야.”

사장님은 이미 눈이 돌아가셨다.

당장 거점을 몇 개 팔아도 이 돈은 절대 안 나온다.

그런데 마왕성 지분 반도 아닌 24%를 팔고 이 금액이라…….

처음에 49%의 지분을 30억에 샀는데.

지금은 그 절반만을 팔고 열 배는 넘게 벌었다.

누가 사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어차피 한 번뿐인 거래다.”

“그렇겠죠?”

재중이 형 말이 틀리지 않았다.

다음 마왕성부터는 이런 식으로 비싸게 팔 수 없을 것이다.

살 수 있는 비공정 도크가 하나밖에 없으니까 희소성이 있어 비싸게 팔린 경우라.

나중에 누가 추가로 마왕성을 가진다고 해도.

지금처럼은 안 된다는 거지.

곧 사장님이 모든 돈을 내게 넣어주셨다.

수고비는 적절히 돌려드리자 사장님이 환히 웃으셨다.

“내가 이 맛에 경매를 하지.”

“인생 한 방이네요.”

너무 많은 돈이 들어와서 실감도 안 난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들어왔으면 써야죠. 이제 갈 곳에 돈이 많이 필요해요.”

어느새 화련이 옆으로 다가왔다.

“많이 벌었네?”

“덕분에요.”

“알면 됐고. 그래서 내 몫은?”

이번엔 화련의 역할이 컸다.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는 화련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자금을 만들진 못했을 것이다.

“돈?”

“아니.”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역시 돈은 필요 없는 모양이었다.

“그럼 역시 지분이죠?”

“응.”

화련과 미리 경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 화련이 끼어들고.

얼마나 관여를 할 것인지.

보상 문제도 포함해서.

그리고 보상으로 화련은 지분을 원했다.

곧장 시스템을 열어 화련에게 지분을 넘겨주었다.

《 주호 님이 마왕성 시아트의 지분 1%를 화련 님에게 양도했습니다. 》

“정말 1%만 있어도 돼요?”

“왜? 더 주게?”

“원하면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화련의 말에 그저 웃었다.

“어차피 우리가 타고 다닐 비공정만 있으면 돼.”

수고해준 보상으로 치면 1%는 너무 적은 감이 있었지만 화련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그 1%가 14억이라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지만.

“지금쯤 다들 바쁘겠어요.”

우리야 미리 비공정을 건조해 놨으나 저들은 당장 쓸 비공정을 건조한다고 정신없을 것이다.

특히 전신과 패황은 누가 먼저 비공정을 투입하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정도라.

둘 다 똑같은 8%씩의 지분이라 당장 비공정의 숫자는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찍 손 털고 나오길 잘한 것 같았다.

“넌 이제 뭐 할 거야?”

화련이 물어보자 잠시 고민을 했다.

말해줘도 상관은 없겠지?

“마계 경매장에 가려고요.”

“돈 쓰러?”

“뭐 겸사겸사요.”

일단 사장님과 전사 형은 마왕 벨라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아오지 못했다.

애초에 유저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닌 듯하기도 해.

그렇다면 결국 마계 경매장으로 가서 알아봐야 한다.

돈이야 충분하니 원하는 정보는 사들이면 될 테고.

“그래? 그럼 나도 갈까?”

“아, 거기 아무나 못 들어가요.”

화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나 거기 VIP야.”

“네?”

잘못 들었나?

옆에 재중이 형을 보자 마치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불멸> 돈 많이 들이부었나 보네.

<주호> 아…… 그런가요.

하긴 화련이라면 말이 안 되진 않아.

예전에 마계 경매장이 있다는 걸 알았을 테니까 어떤 식으로든 입장권을 구했을지도 모른다.

그 뒤에야…….

돈 쓰는 스케일만 보면 VIP가 문제일까.

당장 마계 경매장을 통째로 산다고 해도 믿을지도.

* * * * *

지분 1%에 14억에 팔렸다는 소식은 각 게시판과 공략 사이트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경매 장면을 녹화해서 내보낸 사람들도 다수였고.

마계에서 쓸 수 있는 비공정이 건조되고 있는 장면까지 나가자 사람들이 흥분에 빠졌다.

마왕까지 나왔으면 난리가 났겠는데?

다행히 마왕 스티어의 모습을 찍은 장면은 없었다.

애초에 찍을 수 없기도 하지만.

발견했다고 해도 항시 은신이 되어 있는 놈을 무슨 수로 찍을까.

마주쳤을 때 목이 안 날아가면 다행이다.

미리 마왕에게는 양해를 구했다.

소소한 금액을 추가로 투자하며.

덕분에 지금 마왕 시아트는 허가가 난 유저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정작 그 일은 만든 우리는 이미 비공정을 타고 마왕성을 떠난 상태였다.

“오빠, 오랜만에 가네요?”

“응, 가는 길에 별일 없어야 할 텐데.”

혹시나 몰라 우리 팀도 모두 비공정에 태워서 데리고 왔다.

필요하면 공중 전투까지 생각하고 있었으니.

암흑 상인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

하지만 우려와 달리 가는 길에 비룡들이 나타나거나 하진 않았다.

“도착했습니다.”

암흑 상인이 먼저 내려서 길 안내를 했다.

“필요한 물건은 귓속말로 물어볼게.”

“네, 잘 다녀와요.”

챠밍을 포함해 우리 팀은 비공정에 두고 나와 재중이 형, 화련, 암흑 상인이 마계 경매장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확인 절차를 거쳤다.

“통과.”

여기까지도 문제없네.

곧 우리에게 안내자가 붙었다.

전과 같은 토끼 같아 보이는 안내자의 모습.

“아이고, 오셨습니까!”

“안내해.”

특히 화련은 등급이 높은지 안내자가 아주 살뜰하게 화련을 모시듯이 데리고 들어갔다.

<불멸> 휘유, 완전 여기서도 여왕님이잖아?

<주호> 마계 경매장으로 한정하면 마왕보다 셀 것 같아요.

이곳 경매장에서는 마왕들이 힘을 쓰지 못한다.

한마디로 돈이 법이다.

그 정점에 화련이 있고.

“쓸 만한 게 많이 있으면 좋겠네요.”

내 말에 안내자가 뒤를 돌아보면서 두 손을 바쁘게 비볐다.

화련과 같이 와서 그런지 몰라도 태도가 완전 딴판이야.

전에 듣기로 우리가 산 물건의 가격만큼 자신도 이득을 보니 더욱더 열의를 보였다.

“이번에 좋은 물건이 많이 들어왔습죠. 고대 물품들을 포함해 지저 세계. 그리고 저 멀리 중립 지역과 정령의 땅까지 안 간 곳이 없습니다.”

“정령의 땅이요?”

분명히 르아 카르테가 정령신 계열이라고 했지.

그럼 비슷한 물건을 구할 수도 있으려나?

꼭 그 수준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좋겠는데.

“보통은 접근할 수 없지만. 일 년에 딱 하루. 정령의 길이 열립니다. 마계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아, 그리고 이번 경매에 특별히 천계의 물건들도 들어왔습니다.”

천계?

그 말에 나와 재중이 형의 눈빛이 마주쳤다.

<불멸> 설마 그쪽은 아니겠지?

<주호> 아니길 바라야죠.

당장 기억나는 천계에 관련된 장소는 딱 하나뿐이었다.

대천사의 무덤.

그곳에서 뭔가를 가져왔다는 건.

들어갔다 나온 놈이 있다는 뜻인데.

봉인이 약해져 그 안에 있는 놈이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다.

이 녀석들에게나.

우리에게나.

특히 우리는 그놈을 제대로 물 먹이고 나온 상황이라.

아마도 보자마자 목부터 치려고 할 거야.

당장 마왕도 힘든데 마신급의 괴물은 아직은 버겁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은 전과는 달랐다.

완벽히 밀폐된 화려함 가득한 VIP룸.

화련 덕분에 다른 녀석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경매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마침 이번 경매가 곧 열리게 됩니다.”

“잘됐네요.”

“그럼 더 필요하신 것이 있습니까?”

아마 예의상 물어보는 거겠지만.

실제 필요한 게 있었다.

두 가지 중에 하나를 먼저 안내자에게 물었다.

“액수는 상관없고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있습니다.”

“흠흠, 이곳은 없는 물건이 없습죠.”

돈 상관 말고 정보를 내놓으라는 말에 안내자가 더없이 밝은 눈빛을 보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건가?

부디 이것도 있었으면 좋겠네.

하지만 이어지는 내 물음에는 안내자가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마왕 벨라.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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