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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55화 (1,204/1,404)

#955화 마왕성 구축 (10)

비공정 도크.

이 말 한마디가 퍼져 나가자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혼령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물었다.

“설마 지금 마왕성에만 있는 그 비공정 도크 말하는 겁니까?”

“흠, 제가 모르는 다른 도크가 또 있나요?”

내가 웃으면서 답변하자 혼령이 확실해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휴, 정말이군요.”

그리고 비공정에 타고 있는 유저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어디론가 연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저들도 다수 보였고.

서로 티는 내지 않지만 이미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전달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게 같은 아군이든.

아니면 어딘가의 방송이든 간에.

흠.

주사위는 일단 던져진 거려나?

이걸로 서버 내 어지간한 유저들은 전부 알 수 있을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재중이 형도 반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불멸> 다들 꽤 바빠졌는데?

<주호> 네, 저들한텐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니까요.

설마하니 비공정 도크를 물건으로 내놓을 거라 생각하고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

이 비공정을 보는 순간 어쩌면 비공정 판매 정도야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비공정 도크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 스케일면에서도.

<불멸> 그럼 우리 고객님들이 어떻게 나올지 한번 보자고.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전신, 패황, 혼령을 연달아 바라보았다.

특히 전신을 보고는 한껏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전신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재중이 형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그래.”

“꽤 놀랄 물건을 가지고 나오셨군요.”

“어때? 마음에 들어?”

재중이 형의 물음에 전신의 눈썹이 잠깐 꿈틀거렸다.

표정을 숨기기 좋아하는 프로가 저런 반응이라…….

이건 그만큼 지금 전신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어쩌면 우리 생각 이상으로 전신이 비공정 도크를 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자신이 그걸 차지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마왕을 잡아야 하는데 그 마왕을 잡기에는 이미 패황과의 전쟁으로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렸으니.

계속 의미 없는 소모전만 어쩔 수 없이 치르고 있는 전신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은 꽤 짜증나는 상황이 아닐까.

“마음에 든다라……. 꽤 아픈 곳을 찌르는군요.”

곧 졌다는 듯 두 손을 드는 시늉을 해 보인 전신이 곧 눈빛을 바꾸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다른 사람들을 물리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귓속말도 있는데?”

“아뇨. 저쪽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호오? 주호와?”

“네, 이번 작품. 저쪽의 작품 아닙니까?”

전신 저 사람.

생각 이상으로 예리하네.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

“이거 참, 눈치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재중이 형도 맞다는 말을 굳이 돌려서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단독으로 협상을 해보시겠다?”

“안 될 것 있습니까? 원하는 액수를 보장한다면.”

“얼마를 부를 줄 알고?”

그런데 전신이 의외의 말을 했다.

“재량껏 협상하고 액수가 얼마가 되든 무조건 가져오라는군요.”

“아, 그쪽 쩐주? 전에 화련의 언니라고 했던가?”

“잘 아시는군요.”

“워낙 화려하게 데뷔하셔서 말이야. 우리 여왕님만 한 여왕님이 또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재중이 형이 화련을 우리 여왕님이라고 하자 전신도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아마 저쪽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어떻게, 대답이 되었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백지수표 들고 온 거라 이거네?”

그 물음에 전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참……. 남의 돈을 물 쓰듯이 쓸 수 있다니. 되게 부럽네. 어때? 나도 너네 쪽으로 갈까?”

“당신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정중한 것 같지만 꽤 성의 없는 대답.

전신도 딱히 재중이 형이 자기 진영으로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뭐 그동안 보여 준 게 있으니까.

재중이 형이 남 밑에 들어가서 뭔가를 할 만한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아마 전신도 그걸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너도 참 힘들게 산다.”

“일단은 계약에 메인 몸이니까요. 그런데 대답은 오래 기다려야 합니까?”

그러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다 들었지?”

“네, 미안하지만 개별 협상은 하지 않습니다.”

내 대답에 전신이 잠시 인상을 찡그리더니 곧 평정을 찾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럼 알아서 가져가지.”

결국 돈으로 쓸어가겠다는 말을 한 전신은 다시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전신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재중이 형을 보고는 웃었다.

“휴, 저 순간 혹할 뻔했어요.”

“역시 그렇지? 백지수표라니. 무섭잖아?”

“그런데 정말 달라는 대로 다 줬을까요?”

“뭐, 한도야 있겠지만. 어지간한 액수는 다 맞춰줬을 거다.”

“아, 귀찮게 경매하지 말고 지금 가서 잡을까요?”

그 말에 재중이 형이 다시 웃으면서 물었다.

“그럴 마음은 있고?”

“아뇨, 전혀.”

<주호> 한 진영에만 몰아줄 생각은 없으니까요.

솔직히 돈만 보면 방금 전신이 한 제안에 끌렸겠지만.

만약에 전신에게 이 비공정 도크를 전부 넘겨줄 경우.

지금 질질 끌고 있는 두 거대 연합의 전쟁이 순식간에 끝나버릴 수도 있었다.

비공정만 있다면.

공성전의 양상 자체가 달라지니까.

먼 거점들 사이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타격한다거나.

아님 아예 공성을 무시하고 공중으로 날아가 하늘에서부터 습격할 수도 있었다.

그동안은 비공정이 없어서 못 했지.

당장 가지고만 있으면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전신이 이걸 모를 녀석도 아니고.

비공정을 얻자마자 바로 팽팽한 전쟁을 뒤엎어버릴 것이다.

<불멸> 최소한 반대 진영도 어느 정도 숫자는 줘야겠지.

<주호> 네, 적당히.

전신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애초에 전신이 비공정을 다 가져간다는 선택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몇몇 유저들이 단독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청해왔고.

그때마다 우리의 대답은 똑같았다.

“다들 몸이 달았네요.”

“어, 비공정 도크만 독점할 수 있으면 지금의 기울어진 패권 구도까지 바꿀 정도니까. 중립 세력들 쪽에서도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을 거다.”

재중이 형 말대로 그동안 침묵해왔던 중립 쪽에서 자금이 풍부한 유저들이 대거 개인 면담을 신청했다.

막상 경매로 가면 더 큰 돈을 써야 할지 모르니 미리 손을 쓰고 싶었겠지만.

특이한 게 그 사람들 중에서 상인회 총연합이라는 곳도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예상했던 액수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를 제안해서 재중이 형과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순간 혹한 재중이 형이 그냥 팔까 물어볼 정도로.

“거물들이 생각보다 많네요.”

“어, 그만큼 이번에 작정하고 움직인다는 거지.”

무엇보다 마왕성에 있는 비공정 도크는.

다른 유저들이 절대 손을 댈 수 없었다.

남의 비공정 도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훼방이라도 놓거나 공격이라도 했다가는 그때부터 마왕과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쉽게 건드릴 수가 없으면서도.

최고의 안전을 자랑하니.

저렇게 중립 연합들이 손을 내밀지.

한마디로 지금의 저 거대 연합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어진다는 거였다.

오히려 비공정 도크를 가지고 있으면 그들이 반대로 눈치를 봐야 할 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위험한 물건이네요.”

그렇게 거대한 무역선이 유저들을 태우고 마왕성에 도착하자 어느새 리퍼들이 우리를 포위라도 하듯 주위를 둘러쌌다.

“이거 괜찮은 것 맞냐?”

“상급 리퍼들도 있잖아. 저거 레벨이 500은 넘을 건데.”

“대체 몇 마리냐…….”

“못 해도 삼백은 되겠는데?”

고렙 몬스터들이 떼를 지어서 포위하고 있는 광경이란.

그리고 이젠 도망도 못 간다.

다시 비공정을 타고 돌아가지 않는 이상에야.

포위 나온 녀석들 중 가장 높은 리퍼 돌격대장을 발견하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마왕님은?”

“안에서 기다리신다.”

“음, 좋아. 아, 그리고 추가적으로 더 올 거니까. 일단 이쪽은 손님 대접을 해줘.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그렇게 하지.”

그리고는 슬쩍 다가가 아주 작게 말을 건넸다.

“괜히 건드리진 마. 저게 다 마왕성 돈줄이니까. 말 안 해도 잘 알지?”

“흠, 믿어라. 돈은 안 건든다.”

“좋아.”

확실히 말해 두었으니 굳이 유저들 쪽에서 난리 치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좀 더 유저들을 긁어모아 볼까요?”

* * * * *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대다수의 유저들도 실제로 마왕성 시아트에 들어온 유저들이 방송을 켜고 마왕성 내부를 보여주자 그때야 믿기 시작했다.

- 와, 미쳤네. 진짜였냐.

- 야야, 주호 컴백했데.

- 오, 전설의 귀환인가.

- 화려하다. 화려해. 복귀작이 마왕성이라니.

- 역시 주호는 주호야.

- 이제 다른 연합들 찍소리도 못하고 찌그러들겠네.

- 에이, 혼자 복귀했다고 그게 가능하겠냐. 상대는 수천 명임.

- 크크, 위에 님은 주호 전성기 못 봐서 그럼.

- 맞아, 맞아. 봤으면 그딴 소리 못 하지.

- 혼자서 서버 주름 잡던 그 시절을 알기나 하려나?

- 요즘에 시작한 햇병아리들은 잘 모름.

- 공성도 혼자 힘으로 뒤집던 인간인데 밀이야.

- 그럼 이번 경매가 진짜란 거잖아. 최소 10억? 스케일 보소.

- 그래. 매물이 무려 비공정 도크란다. 미쳤지 않냐?

- 와, 저 인간은 대체 뭔 짓을 했길래 마왕성에 있는 걸 가져다 파냐?

- 모르지. 주호는 우리가 판단할 그릇이 아님.

- 벌써 마왕하고 친구 먹은 거 아냐?

- 크, 몇 달 쉬다 복귀해도 완전 클라스가 다르네.

그리고 두 번, 세 번 비공정을 날려 추가적으로 유저들을 데리러 갔는데 이번에는 정말 끝도 없이 유저들이 모여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미 소문이 날 대로 나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달까.

“자자…… 경매 자격 있는 분들만!”

당장 마왕성에 가려면 방법이 이것뿐이라 어쩔 수 없이 전사 형과 우리 팀이 중간에서 수고를 해야 했다.

“이 정도로 몰릴 줄은 몰랐네요.”

“너 보러 온 인간들도 있을걸?”

“하하…… 그럴 리…….”

그때 날 발견한 유저들이 고함을 질렀다.

“꺄~ 주호 오빠!!”

“와, 주호다!!”

“오오, 진짜잖아!”

“오빠, 사랑해요~~ 여기 한 번만!!”

……이거 참.

순간 머쓱한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더니 재중이 형이 음흉한 미소를 짓고 나를 보고 있었다.

“인기 보소. 네가 연예인이냐?”

“……아, 이건 좀 불편하죠.”

“크큭, 피하지 못하면 즐겨. 나처럼.”

그러면서 불멸을 외치는 유저들을 향해 손을 막 흔들어주는 재중이 형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아마 난 평생 해도 저렇게는 못 할 거야.

그렇게 자격이 있는 유저들을 비공정에 태우며 기다리는 동안 멍하니 사람들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하이톤의 목소리가 내 명상을 깼다.

“야~!!”

음. 이 목소리는 어디선가…….

친숙하면서도 확 깨는.

그 순간 뒤를 돌아보는데 야차가 강림한 듯한 아주 매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분이 성큼성큼 나를 향해 걸어오더니 이내 내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아주 골이 난 표정 가득하게.

퍼억!!

“아프잖아요.”

“아프라고 찬 거야!!”

“하하…… 오랜만이에요, 화련.”

“이씨! 사라지면 사라진다고 말을 하고 사라져야 할 것 아냐! 대체 지금이 몇 달째야!”

“아,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내가 얼마나……!”

“네?”

“아씨! 됐고. 너 전에 내 부탁 하나 무조건 들어준다고 한 거 있지?”

“……있죠.”

분명히 있긴 했다.

빚이라고 달아둔 게.

근데 그게 얼마 전 일인데.

지금 굳이……?

그러다 하나의 생각에 멈춰 섰다.

설마 화련이 비공정 도크를 전부 다 달라고 하려나?

분명히 뭐든 들어준다고 했으니 지키긴 해야 할 텐데…….

이거 너무 타이밍이 완벽하잖아?

내 입으로 한 말이라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하아.

곤란한데.

지금 이 타이밍은.

그런데 화련이 내게 전혀 의외의 말을 해왔다.

아예 생각지도 못한.

“내 놔.”

“네?”

“전화번호 내놓으라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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