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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29화 (919/1,404)

#929화 격전의 거점 쟁탈전 (16)

<혼령> 너…… 정말 무서운 놈이었군.

<윈> 알았으면 됐고. 잘 해. 기회는 한 번뿐이다.

<혼령> 하하. 그래. 차려 준 밥상도 못 먹으면 접시에 코 박고 죽어야겠지.

그 말을 끝으로 혼령이 연락을 끊었다.

지금부터는 속도전이다.

잠시의 선택으로 거점 몇 개를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그리고 혼령은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잘 하겠죠?”

“뭐,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 테니까. 지금쯤 다른 거점에 있는 연합들에게 연락을 돌린다고 정신이 없을 거야.”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단순히 거점 페가수스 하나 먹자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거점 페가수스를 먹는 것 자체는 사실 그렇게까지 어렵다고 볼 수 없는 미션이다.

네임드가 무려 셋이나 있는데 말이야.

솔직한 말로 그냥 무대포로 밀고 들어가도 거점의 벽 하나쯤은 그냥 박살 내고도 남을 전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거점 하나를 먹는다고 해도.

밀리고 있는 전황이 한 번에 뒤집히듯이 좋아질까?

물론 거점 페가수스를 먹으면 적들의 부활을 불편하게 만든다던가 혹은 여러 보급 물자들을 제때에 전달하지 못하게 하는 일들은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

거점 페가수스가 막힌다면 다른 거점을 이용해서 부활을 하거나 물자를 보급 받으면 된다.

조금 우위에 서긴 하겠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거지.

이에 대해서 재중이 형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결국 지금 거점 패황의 위치에 가깝게 위치한 모든 거점들을 일제히 잡아먹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였다.

재중이 형이 개떼처럼 거점 페가수스의 귀환석으로 몰려드는 인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쪽이 미끼가 되면…….”

“우르르 몰려오겠죠.”

아니나 다를까.

거점 페가수스가 위험해지자 정말 다른 거점에서 엄청난 지원이 포탈을 타고 속속들이 넘어왔다.

혼령이 이전에 말했듯 거점 하나를 건드리면 다른 거점에서 줄줄이 지원 온다는 게 거짓이 아니었다.

이것 때문에 상대를 압도할 만한 더 많은 인원을 가지고도 공성에 매번 실패를 했다고 했지.

“잠시 상황 좀 보고 오자.”

발록, 뱀파이어 로드, 얼음 여왕을 모두 놔두고 레스와 부대원들도 대기를 시켜놓고 녀석들의 상황을 보러 은신을 해서 접근했다.

그렇게 가까이 접근하자 넘어온 녀석들 중 몇몇은 지금의 상황에 별 위기의식도 없이 둘셋이 설렁설렁 돌아다니면서 연에 대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기세등등한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이번에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 진짜 귀찮게 성문 하나 방어 못 해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연 이놈은 뭐 한다고 거점에도 없어?”

“밖에 나갔다던데?”

“지 거점도 방어 못 하면서 밖에?”

“전에 들었잖아. 협곡을 넘어가는 녀석들 쫓아가서 다 죽일 거라고.”

“참 골고루 한다. 나 같으면 진작에 다 쓸어버렸을 텐데. 그놈의 돌다리 진짜…….”

“아서라. 그놈 그러는 게 한두 번이냐. 답답해 죽겠다니까. 처음부터 다 쓸어놨으면 이런 일도 없지.”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 여기 방어해줘 봐야 어차피 연 좋은 일 해 주는 거뿐이니까. 남는 것도 없어.”

“진짜 전신만 아니었으면 애초에 도와줄 필요도…….”

“그런데 대체 얼마나 지원을 부른 거야? 이 숫자면 다른 거점에서 죄다 부른 것 같은데?”

“큭, 연이 급하긴 급했나 보네.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면 다른 거점 거의 다 비지 않아?”

“뭐 어떠냐. 여기 빨리 처리하고 돌아가면 돼.”

흐음.

보아하니 지원을 받는 것도 공짜는 아닌 모양이었다.

도와주기는 하되.

받을 것은 다 받고 도와준다는 건가.

그리고 녀석들도 다른 거점들이 비는 것에 대한 걱정을 아주 조금은 가지고 있는 듯했다.

아주 생각이 없는 녀석들은 아니네.

<윈> 녀석들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최대치로 지원이 왔나 봐요.

<심연> 그래. 그럼 돌아갈까.

은신을 한 상태로 다시 돌아오자 뱀파이어 로드가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참 재밌었는데 왜 멈추라 한 거야?”

“아, 밥상 좀 차린다고.”

“뭐?”

“너희들 먹을 밥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제대로 차려 놔야 할 것 아냐.”

“오호라.”

그제야 적들의 수를 확인한 뱀파이어 로드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건 마치 먹이를 앞에 둔 독사와 같은 날카로운 표정이랄까.

처음 볼 때는 아마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유저들의 숫자가 워낙 불어나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바글바글했다.

“일부러 모은 거구나?”

“큭, 좋냐?”

“흐흐, 거절은 하지 않지.”

곧장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형, 타이밍은요?”

“아직. 혼령에게서 연락이 오면 들어간다. 양쪽 다 동시에 쳐야 해.”

확실히 이 작전의 생명은 타이밍이었다.

이쪽에서 먼저 쓸어버리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뒤쪽에서 혼령의 연합원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를 발견한 혼령이 급하게 달려와 앞에 섰다.

“늦진 않았겠지?”

“기다리다 죽는 줄. 그래서 다른 쪽은?”

“큭, 준비는 끝났다. 신호만 있으면 바로 시작한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장 혼령이 어디론가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령이 끝났다는 듯 웃음 지었다.

“지금 다른 거점들 전부 공성 시작했다.”

“좋아. 그럼.”

고개를 돌려 발록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발록. 지금 이 거점의 귀환 포탈 부숴 버리고 와.”

“흠, 알았다.”

그러더니 발록의 신형이 중간에서 슥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혼령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귀환 포탈을?”

“이 녀석들이 자기네들 거점으로 돌아가면 곤란하니까.”

“하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폭발 소리가 들리면서 거점 페가수스의 귀환 포탈이 박살나 버렸다.

강렬한 화염 기둥에 휩싸여.

콰아아앙!!

“뭐야!”

“어? 귀환 포탈이?!”

“폭발했어?”

깜짝 놀란 적 연합들의 외침.

거기다 이어지는 말들은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 젠장. 지금 우리 거점이 공격당하고 있단다.”

“뭐라고?”

“……우리 쪽 거점도 마찬가지야.”

“젠장, 거점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왔는데.”

“와, 미치겠네. 남은 병력으로는 성벽을 커버 못 한다고.”

“하필 지금……!!”

“귀환은?!”

“안 돼. 포탈이 날아가서 귀환 불가 뜬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곧 발록이 복귀하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 있자 혼령이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말하자마자 바로 가서 귀환 포탈을 부숴 버릴 정도의 무력.

이걸 보여준 것만으로도 무력시위를 한 셈이었다.

다른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자, 이제 저들은 돌아가지 못해. 전투 중에는 귀환 불가니까.”

수동으로 귀환을 하려면 귀환 포탈을 타야 하는데 지금 그 포탈은 발록이 날려 버렸다.

이제 남은 방법은 딱 하나.

“자기들끼리 칼부림해서 죽이던가.”

“아니면 우리 손에 죽는 방법밖에 없겠군.”

둘 다 딱히 즐거워하며 선택할 만한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건 귀환지 설정을 이쪽으로 바꾸지 않은 녀석들에 한해서만 허용되었다.

수성을 이쪽에서 해야 하니 넘어오자마자 바로 귀환 설정을 이쪽으로 바꾼 녀석이 태반이겠지.

전투를 하다가 죽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한마디로.

지금 저 녀석들은.

이 거점 페가수스에 전부 발이 묶인 상태였다.

곧장 혼령을 보고 물었다.

“저 전력을 이대로 전부 묶어 두면 다른 거점을 먹을 수 있겠지?”

내 물음에 혼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는 저 녀석들과 제대로 한판 떠야겠는데. 아무래도 저 녀석들 화가 잔뜩 난 것 같으니까.”

돌아가지도 못하고 거점 페가수스에 묶여 자신들의 거점이 공격당하는 걸 듣고만 있어야 하는 녀석들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그 화풀이를 해야 한다면.

당장은 우리.

정확히는 혼령의 연합군이 그 상대를 해야 했다.

워낙 많은 지원이 와서 그런지 오히려 지금의 숫자는 저쪽이 월등히 더 많았다.

“휴, 이젠 우리가 살아남는 걸 걱정해야 하는 건가.”

혼령도 이제 얼마나 힘든 전투를 해야 할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치고 빠지면서 기회를 봐야겠군. 시간은 우리 편…….”

“아냐.”

“뭐?”

“정면으로 붙어.”

“지금 장난하…… 적들 숫자가 몇 배가 넘는…….”

그 말에 내 옆에 있는 세 네임드를 가리켰다.

“얘들이 날뛰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 해.”

“무슨…….”

적들이 내빼기 전에 최대한 빼먹어야 하거든.

그러기 위해서는 혼령의 협조가 최대한 필요했다.

“지금까지 내 말대로 해서 안 된 거 있었어?”

“……큭. 너무 도박인데.”

“이기면 도박이 아니지. 적 연합의 병력 전부를 죽인 연합장 타이틀 어때? 어차피 져도 숫자가 밀리니까 진 걸로 하면 되잖아.”

“하, 진짜 못 말리겠군.”

남들이 보기에는 이번 혼령의 작전으로 거점 몇 개는 거저먹는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한 번 진다고 해도 이미 공적은 최상이지.

그리고 만약 여기서.

저들을 정면으로 붙어서 이기게 되면.

“패황에 맞먹는 이름값이 나올 거야.”

지면 그냥 진 거고.

이기면 역사에 남을 대승이 된다.

그리고 어차피 혼령이 하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결국 다 죽이긴 할 거니까.

좀 시간이 걸리고 불필요한 일들이 많아질 뿐.

“큭, 이 미친 짓이 정말 된다고 생각하는 나도 미친 것 같다.”

“하하,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다.”

그 모습을 보고는 재중이 형도 옆에서 피식 웃어버렸다.

<심연> 이 녀석도 나름 패기가 있네.

<윈> 걸린 게 크잖아요.

정말 여기서 정면으로 붙어 이기면.

혼령이 연합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딱 하나 아쉬운 건 적들의 주력인 1군급 유저들이 많이 없다는 거지만.

그들은 지금 전부 거점 패황을 치기 위해 가 있으니.

뭐 그 덕분에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작전이 가능했다.

그동안 적들도 혼령의 연합을 발견하고는 눈이 빨개져 외쳤다.

“저 새끼들 전부 죽여 버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하나도 살려두지 마!”

“싹 쓸어!”

무려 몇 배가 넘는.

그것도 개개인의 능력이 이쪽을 상회하는 병력이 풀어져 나오자 혼령의 연합군들도 잔뜩 긴장했다.

그리고 그런 연합군들에게 혼령이 크게 외쳤다.

“우리가 여기서 저 녀석들을 전부 묻어 버린다! 전군 공격!”

“어? 지금 싸운다고?”

“진짜?”

“혼령 저거 어떻게 된 거 아냐?”

“야야, 이건 좀 무리지.”

“수비해도 부족할 판에…….”

역시나.

다들 머리가 있으면 당장 정면으로 붙으면 깨진다는 것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발록, 뱀, 퀸. 시작하자. 싹 쓸어버려.”

그렇다면.

우리가 어느 정도 유리한지 보여 줄 필요가 있겠지.

그리고 봉인이 풀인 세 네임드의 화려한 축포가 시작되었다.

【 데스 헬파이어! 】

【 트리플 템페스트! 】

【 커스 웹 스콜! 】

화르르륵!!

휘이이잉!!

싸아아악!!

우르르 몰려 있던 적들 사이로 세 네임드의 광역기가 동시에 펼쳐지면서 적들의 한복판이 파여진 것처럼 싹 증발해 버렸다.

동시에 우리 네임드들의 레벨이 한꺼번에 확 올라갔다.

적들 전체 병력의 십분의 일을 한 번에 녹여 버리는.

최강의 전력.

“어때? 이젠 좀 할 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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