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93화 (883/1,404)
  • #892화 대천사의 무덤 (10)

    『 +3 순간 이동 반지

    - 올스탯 16(10+6)

    - 위치 저장 4(1+3)

    - 지정된 장소로 즉시 이동 가능. 』

    재중이 형에게 받은 순간 이동 반지 덕에 아무렇지도 않게 몹들을 떼어 놓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만약 이 녀석이 내게 없었다면 아예 다른 방법을 썼을 터.

    그렇게 워프해서 온 장소는 다름 아닌 대천사의 무덤의 경계였다.

    후.

    어떻게 잘하긴 한 건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시 자리에 앉아서 숨을 몰아쉬었다.

    중간에 그렇게까지 다른 몬스터들이 떼로 붙을 줄은 몰랐는데.

    내가 몰 수 있는 한계까지 대천사의 무덤에서 몬스터들을 끌고 갔는데 거기서 추가로 산맥 몬스터가 더 붙어 버리니 정말 죽는가 싶을 정도로 위기도 있었다.

    다행히 물약이 떨어지기 전에 해결했어.

    잔여 물약 숫자를 보자 딱 1개를 남겨놓고 모든 물약이 소모된 상태였다.

    정말 미친 짓을 했었네.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을 끌렸더라면.

    죽는 건 오히려 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휴, 이런 건 자주 하면 안 되겠어.”

    물론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하긴 해야겠지만.

    곧 마음의 여유가 생겨 주위를 둘러보자 횡하니 텅 비어 버린 대천사의 무덤 경계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 존재하던 몬스터들을 전부 끌고 갔으니 당연한 거려나.

    필드에 존재하는 몬스터 특성상 죽여 버리지 않으면 다시 그 자리에 리젠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아직 내가 끌고 갔던 몬스터들이 죽지 않았다는 말인데.

    만약 대천사의 무덤에서 끌고 갔던 몬스터들이 하나라도 죽었다면 지금, 혹은 조금 지난 뒤에 원래 있던 자리로 리젠이 될 것이다.

    1. 2. 3... 30초.

    그렇게 시간을 보며 쭉 기다려봤는데 여전히 주변에 몬스터들이 리젠되지 않았다.

    흠.

    생각보다 대천사의 무덤의 몬스터들이 강한 거려나?

    혹은 반대로 초월 쪽 연합에 속한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던가.

    그게 아니라면 비슷한 전력일 수도 있겠고.

    그리고 거기에 대한 답은 곧 전사 형에게 온 귓속말로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최강쉴더> 여기 갑자기 유저들 죽어서 소환되는데?

    <윈> 아, 그래요?

    <최강쉴더> 어, 아까 전에 죽은 유저들은 네 말대로 정찰조나 채집꾼들이었는데 말이야.

    <윈> 지금은 다르죠?

    <최강쉴더> 그래. 살펴보니 저쪽 연합의 정예는 아닌데, 말단은 꽤 많이 죽은 것 같다. 지금 부활하더니 욕이란 욕은 다 하고 있어.

    <윈> 괜찮네요.

    최소한 이번 몹몰이로 적 유저들 중 일부를 확실히 잡았다는 걸 뜻했다.

    반대로 이쪽의 몬스터들은 죽지 않았으니.

    상대적인 전력은 대천사의 무덤의 몬스터들이 더 강하다는 걸 뜻하겠지.

    물론 이것도 시간이 지나 봐야 정확하게 알 테지만.

    단순히 몬스터들의 체력이 강해서 오래 버틸 수도 있는 노릇이라.

    그래도 원한 바 목표는 확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이 작업의 꽃은 단순히 몹몰이에 있는 게 아니었다.

    <윈> 형, 상황은요?

    <최강쉴더> 아, 부탁한 거?

    <윈> 네, 그쪽이 더 중요해요.

    <최강쉴더> 흐흐, 이미 잘 처리해 뒀지. 지금 먼지 휘날리면서 이곳으로 미친 듯이 달려오는 중이다.

    <윈> 좋네요.

    산맥에서 이동 속도가 느린 건 사실 큰 의미가 없었고.

    전사 형을 따로 거점으로 내보낸 것은 다름 아닌 이것에 진정한 이유가 있었다.

    <최강쉴더> 곧 시작될 거다.

    <윈> 확인됐으면 얼른 빠져나오세요. 곧 거기도 전쟁터가 될 겁니다.

    <최강쉴더> 오케이. 이쪽도 임무 완수했으니 바로 빠진다.

    사실 전사 형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지.

    그건 다름 아닌.

    패황 쪽 연합을 통째로 움직이는 일이었으니까.

    그것도 대천사의 무덤으로 가는 요지에 자리 잡고 있는 거점으로 이동시키는 역할.

    전사 형이 중간에서 믿을만한 경로로 계속 정보를 뿌려주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확실히 움직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작업을 잘해 주었는지 아예 달려오고 있다고 하지 않나.

    이걸 전사 형에게 맡긴 건 정말 최고의 한 수였어.

    일종의 전문 분야라고 해야 하려나.

    그리고 덕분에 이쪽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되었다.

    만약 패황 쪽 연합들이 조금만 느리게 움직였더라면…….

    이번 몹몰이는 그냥 녀석들에게 가져다 바치는 제물 정도에 불가했겠지.

    하지만 지금이기에 좋았다.

    딱 한 번.

    녀석들이 전투 중으로 묶이는 딱 이번만이.

    패황 연합들에게 기회가 있는 것이다.

    <최강쉴더> 흐, 초월 녀석들의 발목을 몬스터들로 잡다니. 너 아니면 생각하기 힘든 일이야.

    <윈> 네, 최소한 전투를 유지 중이면 귀환 자체가 안 되니까요.

    아주 초창기에 패치가 된.

    전투 중인 아군이 있으면.

    일정 거리 안에 있는 같은 아군들은 전부 귀환이 불가능했다.

    혹은 파티나 연합으로 편성되어 있으면 동시에 전투 중으로 묶여 버렸고.

    한마디로 그냥 전투 중이면 귀환이 안 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들을 전부 죽이거나.

    유저를 죽이지 않는 이상은.

    그 장소에 계속 묶여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

    초월 쪽 연합들의 유저들 전체가.

    내가 몹몰이해 간 대천사의 무덤 몬스터들에 의해 발이 묶여 버린 상태였다.

    거의 죽을 수준으로 몰고 간 몬스터들을 한 마리도 빠짐 없이 전부 잡기 전까진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한다는 거지.

    일부러 미친 듯이 강한 몬스터들을 몰고 간 것도.

    바로 이것 하나만을 위해서였다.

    몹몰이가 더 쉬운 산맥 몬스터들을 놔두고.

    보다 강력한 대천사의 무덤의 몬스터들을 택한 것도.

    녀석들에게 너무 빨리 죽어 버리면 절대 안 되니까.

    <최강쉴더> 지금쯤 아주 이를 갈고 있겠어. 녀석들이 준비한 수를 완전히 뭉개 버렸잖아.

    <윈> 네, 적어도 노림수는 끝난 셈이죠.

    <최강쉴더> 패황 연합을 거점으로 끌어들였다가 일제히 귀환해서 일망타진할 생각이었을 텐데 말이야.

    전사 형 말대로 저들이 거점을 보란 듯이 비우고 온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거점이 통째로 비었다는 정보는 어차피 셀 테고.

    그럼 패황 연합에서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테니.

    아니.

    처음부터 거점이 빈다고 일부러 소문을 흘렸을 지도 모르겠다.

    그편이 패황 연합을 움직이게 하기에 더 좋은 수겠지.

    <윈> 그런데 패황 연합에서 함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패황 연합에서 이걸 함정이라고 보고 아예 움직이지 않았을 경우.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나오게 되니.

    <최강쉴더> 그래, 처음에는 함정이라고 생각하더라. 움직일 생각도 안 하고.

    <윈> 그런데 어떻게 한 거예요?

    아무리 전사 형이라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흘려주는 정보로는 한계가 있을 텐데.

    그것만으로 이렇게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오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최강쉴더> 우리라고 그동안 놀고만 있었겠냐.

    <윈> 네?

    <최강쉴더> 사장님이 초월 쪽 연합에 따로 넣어놨더라고.

    <윈> 아…… 정보원요. 그런데 핵심 인원에는 안 될 텐데요.

    밑에 정보원이 있다고 한들.

    받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다.

    거기다 그런 정보만 믿고 움직일 패황이 아닌데.

    <최강쉴더> 흐, 이게 웃긴 게 패황도 미리 넣어놓은 모양이더라고.

    <윈> 그래요?

    <최강쉴더> 녀석도 아무 생각 없이 배신을 때렸겠냐. 미리부터 준비를 했던 거지. 뭐, 처음에는 정말 대천사의 무덤을 공략하러 가는지 알고 움직이지 않았잖아. 어차피 말단에게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으니. 그런데 말이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전사 형이 말을 이어 갔다.

    <최강쉴더> 여기서 네가 몹몰이로 녀석들의 발을 묶는 순간 아예 방송을 켜 버렸더라고. 패황에서 미리 심어 둔 녀석이. 누구라도 볼 수 있게 말이지.

    <윈> 정체가 들킨 건데도요?

    <최강쉴더> 어차피 이번 싸움이 분수령이 될 테니. 이거 이기면 더 볼 것도 없다 이거겠지. 그리고 방송으로 까주지 않으면 동맹들이 확신을 가질 수 없으니까.

    <윈> 한 번 쓰고 버릴 패. 제일 확실한 곳에서 쓴다는 거네요.

    <최강쉴더> 그렇지. 덕분에 연합들이 그 방송을 보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중이다. 어차피 초월 녀석들이 귀환 못 하는 걸 잘 아니까.

    이건 이제 시간 싸움이다.

    패황의 연합들이 거점에 먼저 도착하느냐.

    아니면 초월의 연합들이 몬스터들을 전부 정리하고 귀환을 하느냐.

    지금 거점은 그야말로 주인 없는 빈 땅이나 마찬가지니.

    먼저 들어가는 자가 무조건 이긴다.

    당연히 패황도 입에 거품을 물고 달리고 있겠지.

    <윈> 패황이 힘내 주길 바라야겠네요.

    <최강쉴더> 흐, 녀석이 거점을 차지하면 한턱 쏘라고 해야 하나?

    <윈> 어차피 우리인 거 모르잖아요.

    <최강쉴더> 그건 아깝네. 아주 빚을 지워 둘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이대로 패황이 거점을 차지하게 되면.

    그건 우리가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생색내기 딱 좋은 상황이긴 한데.

    이번에는 우리가 나서면 안 되는 순간이라.

    <윈> 아쉽지만 이번 주인공은 넘겨줘야겠죠.

    줄 건 준다.

    앞으로 패황이 해 줄 일을 생각해 보면.

    거점 하나 정도야 뭐.

    아쉬운 것도 아니었다.

    그게 다 우리 손에서 놀아나는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윈> 그럼, 돌아가는 상황만 알려 주세요. 이쪽은 이쪽의 문제가 있어서요.

    <최강쉴더> 대천사의 무덤 말이야?

    <윈> 네, 그렇죠. 재중이 형이 가 있긴 한데…… 발록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가 없어서요.

    최악의 경우.

    발록을 처리해야 할 수도 있고.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만.

    그리고 대천사의 무구는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했다.

    금속의 정령의 말이 걸리긴 해도.

    <최강쉴더> 오케이. 그럼 조심해.

    <윈> 네, 죽지 않을 만큼만 해볼게요.

    이제 저쪽의 상황은 전사 형이 알려 줄 테고.

    곧장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윈> 형, 어때요?

    <심연> 여기야 뭐 똑같지. 발록이 좀 짜증내는 것 빼고는. 얼마 안 가서 폭발할 것 같은데?

    <윈> 그게 제일 문제죠.

    역시.

    발록이 이곳에 그냥 가만히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어디로 튈지 정말 알 수 없는 녀석이라.

    재중이 형이 시간을 끌고 있다곤 해도.

    그게 무한한 시간을 약속해 주진 않는다.

    <심연> 몹몰이는? 잘했고?

    <윈> 네, 중간에 산맥 몬스터들까지 붙는 바람에 꽤 고생했지만요.

    <심연> 수고했다. 지금쯤 초월 쪽은 난장판이겠는데?

    <윈> 전사 형 말로는 대부분 죽어서 귀환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심연> 몬스터들은?

    <윈> 네, 꽤 강한지 안 죽나 봐요. 리젠도 안 되는 걸 보면요.

    <심연> 제대로 끌고 갔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윈> 형 쪽은 괜찮아요? 여기 몬스터들 장난 아니던데요.

    재중이 형이 강하긴 한데.

    여길 마음대로 돌아다닐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하물며 점점 무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판국이라.

    <심연> 큭, 뭘 걱정하냐. 옆에 발록이 있는데.

    <윈> 아…… 그렇죠.

    <심연> 이 새끼, 완전 세. 팔 몇 번 휘두르니까 다 죽더라.

    으음.

    발록을 죽인다는 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려나…….

    어지간해서는 재중이 형도 약한 소리를 안 하는데 말이야.

    아마 재중이 형이 생각한 한계치보다 더 강한 모양이었다.

    플랜 B는 잠시 접어 놔야겠어.

    <심연> 그래서 저쪽 상황은?

    <윈> 전사 형이 알려 준다고 했어요.

    <심연> 오케이. 넌 합류할 거고?

    <윈> 네, 어디에요?

    <심연> 중앙 제단으로 가는 길. 그냥 쭉 오면 돼. 발록이 싹 쓸어서 당분간 괜찮다.

    <윈> 네, 빨리 갈게요.

    곧장 빠르게 달려 어느 정도 중앙으로 진입하자 저 멀리 제단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계에서는 완전 처음 보는 형태의 제단이었다.

    아예 건축물 자체가 달라.

    거의 모든 마계의 어둠을 상징하는 제단들과 달리.

    저 제단은 가까이 갈수록 오히려 화려한 빛을 뿜어내었다.

    마계와는 확실히 이질적인 존재랄까.

    정찰조였던 베일도 아마 여기까지는 접근도 못 했을 것이다.

    우리야 발록이 중간에 다 잡아 주니 너무 편하게 도달한 셈이고.

    발록을 데리고 오는 판단이 나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점점 재중이 형에게 다가가는 순간.

    기다리던 연락이 들어왔다.

    <최강쉴더> 됐다.

    <윈> 벌써요?

    <최강쉴더> 어, 방금 패황이 함락했어!

    그리고 그때.

    시스템 메시지도 동시에 울렸다.

    《 거점 『 초월 』 이 패황 연합에게 파괴되었습니다. 》

    《 마계 대륙에서 거점 『 초월 』 이 사라집니다. 》

    《 패황 님이 마계 대륙에 새 거점 『 패황 』 을 세웠습니다. 》

    큭.

    패황 이 녀석.

    진짜로 해 버렸잖아?

    이로써 패황은 초월 연합에 확실한 선전포고를 날려 버렸다.

    녀석의 거점을 차지하는 것으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