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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70화 (860/1,404)

#870화 가짜 영웅 만들기 (8)

새로운 길드.

이걸 만드는 일은 전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다.

굳이 불필요하게 다른 길드를 만들 이유는 없었으니까.

당장 신화 길드로 복귀를 해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다소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일단 테르타로스를 써서 패황 연합과 페가수스 연합이 레이드하던 네임드를 꽤 많이 훔쳐왔으니까.

거기다 그 훔쳐온 네임드들의 스킬을 써서 양쪽을 갈라놓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신화 길드로 복귀해 전면에 나서게 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테르타로스를 쓴다고 해서 누군가 나의 정체를 바로 눈치챌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거의 다 은신이나 허공 질주, 혹은 폭발 속에서 네임드의 막타를 칠 때만 사용했기에 정확히 내가 테르타로스를 쓰는 장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와 테르타로스를 연관짓지 못한다는 거지.

그리고 테르타로스가 네임드의 스킬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당장 재중이 형뿐이었다.

그러니 아직은 중간에서 내가 뭔가 수를 썼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길 여지는 충분히 존재했다.

만약 들키더라도.

그건 아주, 아주 나중이 되어야 해.

모든 일이 끝나고.

혹여 알려지더라도 이미 판이 뒤집혀 있는.

완전히 한쪽이 무너지는 상황 정도가 되면 어차피 그때 가서 알려져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마 예전에 뒤통수 좀 맞았다고 생각할 수야 있겠지.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절대 안 된다.

최소한 정체를 숨기고 테르타로스를 쓰고 있는 나와 신화 길드, 최강 길드가 연결이 된다면 그동안 진행해 온 일들이 엉망으로 되어 버릴 것이다.

적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중간에서 이간질했다는 것을 눈치챌 확률이 아주 높아질 테니까.

그러니까 새로운 길드가 필요한 것이다.

내 정체를 숨겨 줄 수 있는.

전혀 다른 이름의 길드.

그리고 이 길드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마왕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함도 있었다.

내가 신화 길드로 복귀하면 이전에 진행이 끝나지 않은 마왕 올펠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모른다.

뭐 시간이 오래 지났기에 정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뭔가 틀어지게 된다면?

그때는 이간질이 문제가 아니고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팔이었다.

이렇게 판을 다 벌려 놓은 상태에서 그쪽으로 신경을 다 쓰게 되면 완전 망하는 셈이겠지.

이런 위험들을 전부 감수하고 다시 신화 길드를 꺼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재중이 형도 이에 큰 반대 없이 긍정적인 대답을 해 주었다.

새로운 길드를 만들기로.

“다크 애로우라. 뭐 나쁘진 않네.”

“좋다는 말은 안 하네요?”

“어차피 임시로 쓸 길드 이름이다. 네임은 크게 문제가 없겠지. 요는 이 다크 애로우로 뭘 할 수 있느냐겠지.”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몇 가지 생각을 꺼내놓았다.

“일단 위장 아이디 사용도 가능하겠고, 완전히 새로운 길드라 길드원들의 이력을 찾기도 힘들 거다.”

“네, 제가 원하는 것도 그거죠.”

적어도 이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테르타로스를 들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내 아이디는 계속 감춰져야 한다는 말인데.

그걸 위해서는 내가 쭉 위장 아이디를 쓰더라도 확실히 보증해줄 수 있는 길드가 필요했다.

혹은 아이디를 새로 바꾸더라도 그걸 계속해서 위장해줄 수 있느냐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패황 연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태로 리셋이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패황 연합에 들어가려고 하는 우리에게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겠지.

“적의 최정예 요원 암살, 폭파나 함정도 괜찮겠고. 어차피 드러날 일이 없으니까.”

“네, 그러면 활동하기 엄청 편해지겠죠.”

지금처럼 억지로 모습을 숨기고 다닐 이유도 없고.

대놓고 활동을 해도 이젠 괜찮았다.

무엇보다 이 다크 애로우로 활동을 하면서 얻게 되는 이점 중 하나는.

재중이 형 말대로 적의 요원을 암살했을 때였다.

“상위 간부 몇 명 죽이고 나면 패황이 우릴 보는 눈이 달라질 거예요.”

“아아, 실력 있는 유저들을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지.”

리셋이 된다는 점은 반대로 인지도가 없어진다는 뜻인데…….

몇 번의 전투가 이어지면 그런 단점은 눈 씻듯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패황이 점점 우리를 옆에 두려고 하지 않을까.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겠죠.”

“그건 그렇지. 자, 그럼 이 다크 애로우는 누가 맡는 게 좋을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사장님을 잠시 바라봤다가 이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일단 사장님은 안 되겠네. 최강 길드의 상징적인 길마라.”

“네, 사장님이 최강 길드를 해체하고 다크 애로우를 맡으면 너무 이목이 집중될 거예요.”

그 말에 사장님도 동의하는 듯 난색을 표하셨다.

“내가 맡으면 그냥 최강 길드 2탄이 되는 거다.”

그리고 길드를 해체한 배경에도 신경을 쓰게 될 테고.

괜히 신화 길드와 같이 엮이기라도 하면 꽤 불편한 상황이 연출 될 것이다.

“형은 어때요?”

“나? 나도 꽤 문제가 될걸?”

“아, 형도 적들 좀 많이 썰고 다녔다고 했죠?”

내 말에 사장님이 웃으면서 말하셨다.

“허, 네가 전에 봤다면 그런 말도 못할 텐데 말이다. 적들 입장에서 이 녀석은 완전 재앙이었다. 뜨기만 하면 다 피해 다녔지.”

흠.

완전 날아다니셨나 보네.

“내가 맡아도 비슷하게 생각할걸?”

“그런데 어차피 페가수스 길드를 치는 입장이라 큰 상황이 없진 않아요?”

“뭐, 그건 그래. 하지만 패황 쪽에도 나한테 안 죽은 놈들을 찾기 힘드니까. 오히려 무슨 다른 마음이 있나 하고 계속 지켜볼 거다.”

“그건 귀찮죠.”

안 그래도 주목을 피하기 위해서 만드는 길드였다.

그런데 나나 재중이 형이나 문제가 되는 건 마찬가지라.

“그럼 누가 좋을까요?”

일단 우리 정체를 완전히 함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길드장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접속 목록에 나오지 않아도 전혀 신경쓰지 않을 사람이어야 하고.

“멀리서 찾을 필요 있어?”

“네?”

그때 사장님이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아까 새 길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연락을 해두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헐레벌떡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저건…….

“전사 형?”

“야! 접속했으면 내게 알렸어야지!”

그리고는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나 한 것처럼 내게 달려와 콱 껴안았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힘으로.

콰드득!!

이거 잘못하다 갑옷이 우그러들겠네.

내 스탯도 낮은 건 아닌데.

정말 힘에 올인한 거 아냐?

“이제 접속되는구나?!”

“큭! 아파요!”

“아, 미안. 오랜만에 봐서.”

“며칠 전에 밖에서도 봤잖아요!”

“그건 밖이고.”

아예 연락을 안 하고 지낸 것도 아니고.

너무 반가워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전사 형에게서 풀려난 뒤 재중이 형을 바라보았다.

“전사 형에게 맡기려고요?”

“어, 최적 아니냐. 신화 길드도 안 돌리는데.”

“확실히 최적이긴 하죠.”

그동안 나나 재중이 형이 있어서 길마를 하지 않았지.

사실 전사 형의 능력이면 길마를 하기에는 차고 넘쳤다.

아니, 오히려 성향상 더 길마에 맞았다.

정보력도 좋고.

세세하게 분석도 하면서 내가 신경 못 쓰는 것들도 다 알아서 해 주니까.

“오자마자 길마를 하라는 거냐?”

“네, 해 주실 거죠?”

“너는 어쩌고? 신화 길드는?”

그 말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장님에게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러자 전사 형이 이해가 간다는 듯 바로 납득을 해 버렸다.

“요컨대 정체를 숨겨야 한다는 거지?”

“네, 전사 형이라면 완벽하죠.”

“당연하지. 흐흐, 그럼 이제부터 내가 길드 마스터다.”

이거 왠지 너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작에 맡길 걸 그랬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전사 형이 신화 길드를 탈퇴해 버렸다.

그리고는 바로 새로운 길드를 만들었다.

《 유저 『 방패전사 』 님이 길드명 『 다크 애로우 』의 창설을 요청합니다. 》

《 중복되는 길드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 길드 『 다크 애로우 』가 생성되었습니다. 》

길드를 만드는 과정은 아주 심플했다.

그리고 곧장 나와 재중이 형을 길드에 합류시켰다.

《 『 다크 애로우 』 길드장 『 방패전사 』 님이 가입을 요청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

바로 YES를 누르자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일단 아이디부터 변경하고.

실제 아이디가 아닌 다른 아이디로 변경하고는 가입을 했다.

이름 중에 승을 영어로 해서 간단하게.

《 『 윈 』님이 길드 『 다크 애로우 』 에 가입하셨습니다. 》

그리고 이어서 재중이 형 역시도 신화 길드에서 탈퇴해서 다크 애로우로 적을 옮겼다.

다만 불멸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지 못하기에 중간에 위명으로 변경하였고.

“심연요?”

“어, 괜찮냐?”

“좀 오글거려요.”

“좋다는 말은 안하네.”

“형도 그랬잖아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버렸다.

난 윈으로.

재중이 형은 심연으로.

일단 임시적으로 이 아이디로 변경해서 가입하고는 전사 형에게 말했다.

“형, 우리 정보를 전부 비공개로 해 주세요. 친구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접속 여부와 연락 메시지도 전부.”

“오케이. 알았다.”

길드에 가입하면 혹여나 내가 접속 안 된 상태라는 걸 누군가 알 수도 있을 테니 아예 정보 자체를 비공개로 해서 완전히 막아 버렸다.

《 『 윈 』 님의 개인 정보가 비공개로 처리됩니다. 》

《 『 윈 』 님의 개인 정보는 길드 마스터만이 확인 가능합니다. 》

재중이 형도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길드도 새 거고, 아이디도 새 거라. 깽판치긴 좋겠네.”

“네, 최적이죠.”

그렇게 새 길드로 완전히 등록을 하자 전사 형이 물었다.

“다른 애들도 다 접속하라고 할까?”

“아, 그동안 접속 안 하고 있었다고 했죠?”

그러자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요즘 너무 압박이 강해서 말이지. 형님이 당분간 피하자고 했거든. 마왕도 미처 날뛰는 바람에.”

“흐음, 길드를 옮긴건 잘한 것 같네요.”

“흐, 그래. 똥이 무서워서 피하진 않잖아.”

“마왕이 똥이군요.”

“아, 그 올펠 녀석 완전히 스토커나 다름없더라.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는 힘자랑이나 하고.”

말을 저렇게 해도 정말 고생한 듯 하네.

마왕이 그냥 웃으면서 대화나 하자고 오진 않았을 테니까.

나 같은 경우야 마왕 벨라와 친분이 있어서 문제가 없던 거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완전히 달랐다.

일반적으로 친해질 수가 없는 노릇인데 거기다 서로 싸우기까지 했으니.

당장 길드 해체를 안 한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해야 하려나.

“이젠 위협도 없어지겠죠. 그리고 지금부터는 온전히 다른 곳에 힘을 써야 합니다.”

“흐흐, 그래. 이제 너도 돌아왔고. 본격적으로 한 번 해보자고.”

묵힌 한을 쓸어내리듯 웃으면서 말하는 전사 형을 보고는 나도 역시 미소지었다.

“그 마왕 올펠…… 제가 꼭 죽여드릴게요.”

“오, 그러면 더 고맙고. 아주 밟아 버려.”

“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눈에 보이는 녀석들부터 좀 밟아놔야 해요.”

“흠, 내가 그럼 뭐부터 하면 될까?”

그런 전사 형의 말에 웃으면서 말했다.

“최강 길드의 사장님과 대판 싸워서 갈라져 나왔다고 광고 좀 해 주세요. 그러면 패황 녀석이 알아서 연락이 올 겁니다.”

그리고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녀석에게 파고들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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