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67화 (857/1,404)
  • #867화 가짜 영웅 만들기 (5)

    “잡아!!”

    “놓치지 말라고!!”

    “이번에는 꼭 잡는다!!”

    “저 새끼 오늘도 놓치면 내가 접는다!!”

    “접을 때 장비 주고 접읍쇼.”

    “헛소리 말고 빨리 잡으라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많은 유저들의 커다란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다급해 보이는.

    혹은 뭔가 화가 잔뜩 나 있는 딱 그런 목소리로.

    큭.

    거의 사흘간 고렙 몬스터들이 있는 사냥터들을 차례대로 돌면서 목록에 있는 유저들을 족족 쓸어 버렸다.

    그랬더니 결국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 지금은 모르는 유저들이 없게 되었고.

    지금은 우리가 나타났다고 하면 바로 사방에서 뛰쳐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로 우리를 잡기 위해서.

    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아쉽게도 딱 기대에만 머물렀다.

    항상.

    【 은신! 】

    “아이, 씨발! 저 새끼 또 숨는다!”

    “완전히 숨기 전에 빨리 잡아!!”

    “당장 광역기 깔아! 어떻게든 도망 못 가게 해야 해!”

    “젠장! 우리 아이템 다 뱉어내란 말이야!”

    곧장 유저들은 모두 내가 은신으로 모습을 감춘 지점을 중심으로 광역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흠.

    뭐 시도는 좋긴 한데…….

    애초에 나 거기에 없거든?

    【 허공 질주! 】

    이미 은신으로 사라진 순간부터 허공 질주로 완전히 자리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그걸 전혀 모르는 저들은 그저 광기 들린 것처럼 광역기를 쏟아낼 뿐이었고.

    허공을 격해 한참 멀리 떨어진 장소로 나온 뒤 숲속을 한참 걸어 나가 약속했던 지점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재중이 형에게 다가갔다.

    “왔냐?”

    “네, 별일 없었죠?”

    “뭐 특별한 일 있겠냐만은.”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날 보고 물었다.

    “어때? 슬슬 빠져나오기 힘들어지지?”

    “네, 압박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네요.”

    “저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아예 사냥을 포기하고 미리 대기시켜놨을 거다.”

    자세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이미 나와 재중이 형이 사흘 동안 털고 다닌 유저만 수백이 족히 넘어갔다.

    많이 쳐주면 천 단위가 될 수도 있을 테고.

    그만큼 죽어 나간 유저들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이 떨어뜨린 드랍템들 역시도 그 수가 어마어마했고.

    개당 최소 수십만 원에서 비싼 건 천만 단위를 넘어가는 물건들도 즐비했다.

    특히 강화가 잘 되어있는 고강 무기일 경우에는 이걸 주워 가도 되나 싶을 정도였고.

    당장은 이 물건들을 매물로 내놓기 힘들어서 그냥 묵혀만 두지만 잘 쳐주면 억 단위가 넘어가는 물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랄까.

    각 길드마다 입는 피해를 전부 다 합쳐 보면 아마 천문학적인 손해가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전부 우리가 흡수하는 중이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를 본 모든 길드들이 모여 대책을 세웠고, 곧장 에이스들로만 구성된 특별팀을 만들어서 우리를 추적하기에 이르기까지 했다.

    오직 사냥터에 출몰하는 우리를 잡기 위해.

    레벨업과 사냥도 포기하고.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겠지.

    우리를 그냥 이대로 놔두면?

    아마 앞으로는 제대로 사냥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피해를 입는 길드가 딱 정해져 있었다.

    고렙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길드가 많은 데 비해 너무 편중되어 있는 피해랄까.

    특히.

    현재 중립에 있는 길드들이 유독 많이 피해를 입는 중이었다.

    당연히 우리가 의도한 것도 있긴 하지만.

    거기다 단순히 중립 길드들만 건드린 것도 아니었다.

    몰래 정보를 얻어 패황이 포섭하거나 포섭이 된 알려지지 않은 길드들 역시도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지금쯤 패황 쪽에서도 비상이 났을 거다.”

    “네, 그렇겠죠.”

    패황이 조심스럽게 세력을 모으다 보니 이들이 패황 연합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유저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초월이나 페가수스 쪽 연합 유저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하고.

    정보를 이 정도로 잘 통제하다니.

    패황 이 사람 역시 보통이 아니야.

    그런데 이런 정보를 재중이 형은 어떻게 알아온 거지?

    이전에 정보원으로 보이는 유저가 알려준 정보는 패황 연합의 족보가 꽤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내부에서 있지 않으면 알기 힘든 내용이기도 했고.

    그래서 패황 쪽 사람인가 물어봤더니 또 그건 아니라고 하고.

    아마도 미리 사람을 심어 놨으려나?

    재중이 형이 그동안 대책 없이 양쪽을 그냥 두었을 리는 없으니까.

    마치 이럴 때 써먹으려고 딱 준비를 해둔 것처럼 이번 정보들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 더 이상은 힘들지 싶어요.”

    “뭐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녀석들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양이고.”

    그동안 사냥터에서 깽판을 치며 패황과 초월, 페가수스 쪽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했었다.

    초기에는 페가수스 쪽이 펄쩍 뛰었다.

    우리에게 속절없이 당한 중립 길드들이 당장 페가수스 쪽에 가서 항의를 했으니까.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페가수스의 명궁은 난색을 표하면서 그들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그때 중립 길드 길마들의 표정이 확 일그러진 건 비밀도 아니었다.

    그 광경을 방송하는 유저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당연히 명궁은 이들의 항의를 묵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했다고 인정이라도 했다가는 그때에는 문제가 정말 심각해지니까.

    직접 나서서 피해를 복구해 준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지금껏 한 수 아래라 암묵적으로 눌러두었던 중립 길드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수도 있었다.

    지배 구조가 이상하게 어긋난다고 해야 하나.

    자신의 연합을 대표하는 명궁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답은 아니었다.

    그렇게 얼렁뚱땅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렇게 넘어가려고 했던 명궁의 표정이 굳어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누군가 페가수스만이 쓰고 있는 스킬들을 써서 중립 유저들을 학살하는 방송이 그대로 나가 버렸으니까.

    【 트리플 캐스팅! 】

    【 커스 스파이더 필드! 】

    【 커스 웹 스콜! 】

    【 트리플 템페스트! 】

    “크크큭, 죽어라!! 버러지들.”

    멘트가 영 어색하기는 한데…….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이나 할 만한 멘트를 짜준 재중이 형이 괜찮다고 해서 하기는 했는데.

    두 번은 못할 멘트였다.

    나중에 이불킥 하기 딱 좋은…….

    아무튼 특수 네임드들의 광역 스킬을 연달아 시전해서 유저들을 죽이는 모습은 개인 방송들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와, 광역기 콤보 봐라.”

    “죽여주네. 걸리면 그냥 몰살이겠는데?”

    “저거 마력이 감당은 되나? 한 개도 굴리기 힘들지 않아?”

    “아마 레벨 400대 후반은 되어야 할 듯?”

    “ㄴㄴ, 네임드 장비랑 악세로 떡칠하면 가능하지.”

    “에이, 그게 가능한 유저가 있…… 네.”

    “초월? 페가수스? 영혼, 천사, 유니콘 길드도 있고. 따지고 보면 꽤 있음.”

    “헤라는? 거기도 빵빵하잖아.”

    “거긴 요즘 잠잠해서 잘 모르겠다. 뭐 하고 있는지.”

    “에이, 그렇게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어? 그냥 딱 봐도 스킬이 페가수스네.”

    “초월도 가능함.”

    “그런데 초월은 힘들지 않나? 요즘 마왕하고 푸닥거리하던 것 같던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어서 어쩌려고.”

    “거기 지금 아슬아슬할 텐데.”

    “그럼 페가수스 연합 단독으로 이 난리를 친 거야?”

    “왜 저러지? 굳이 이렇게까지 유저들 학살할 필요가 있나?”

    “몰라. 죽여도 지장 없으니까 하겠지. 우리가 걔들 속을 어째 알겠냐.”

    “딱 봐도 모르겠어? 페가수스 연합 길드원들은 사냥터에서 한 놈도 안 죽었잖아. 답 나오지.”

    “네임드도 통제하더니 이젠 사냥터도 못 들어오게 하려는 모양.”

    “저렇게 강한 스킬들 있으면 가능하겠네.”

    “이젠 붙어도 확실히 이기니까 그냥 다 통제하려는 듯.”

    “하, 무섭다. 그동안 네임드 못 잡은 게 이렇게 돌아오네.”

    “이 세계는 가진 놈이 깡패라니까. 페가수스 놈들이 대놓고 학살해도 찍소리도 못하잖아.”

    “인정.”

    “얼마 전에도 길마들이 따지러 갔다가 명궁한테 코웃음만 당하고 왔단다.”

    “와, 너무하네.”

    “정말 이대로 페가수스 두고 봐야 함?”

    “그러게, 좀 있으면 진짜 모든 사냥터를 통제할 듯.”

    이런 이야기들은 유저들의 입을 통해 삽시간에 서버 전체로 퍼져 나갔다.

    사실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중하위권 길드나 유저들은 강 건너 불 구경하는 느낌이 강했지만.

    당장 고렙 사냥터에서 사냥을 해야 하는 유저들에게는 이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고 해도 조만간 레벨이 올라 사냥터를 옮겨야 하는 유저들도 마찬가지였고.

    “떡밥은 잘 뿌려졌네요.”

    “어,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있네. 그림이 좋았다.”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내가 들고 있는 테르타로스를 바라보았다.

    “그거 없었으면 시도도 못 했을 거야.”

    “네, 특수한 네임드 스킬을 쓰지 못했을 테니까요.”

    지금 유저들 사이에서 저런 이야기들이 돌면서 나오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다.

    바로 페가수스에서 반박하듯이 말한 것들.

    자신들은 통제를 하지 않는다.

    이 네임드 스킬들은 사냥할 때만 쓴다.

    유저들에게 쓴 적이 없다.

    그리고 우리만 가지고 있는 스킬이 아니다.

    다 오해다.

    잘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우리라고 몰고 가는 건 어이없다.

    대부분 이런 식의 대답을 꺼내놓았다.

    결국 유저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똑같았다.

    “너희들이 판매도 안 하는 스킬을 어떻게 다른 유저가 쓸 수 있냐.”

    “끼리끼리 돌려쓰는 스킬을 눈앞에서 다 봤는데 무슨 변명이야.”

    “다 같이 일어나니까 슬슬 겁나나 봐?”

    “왜? 또 초월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근데 초월도 어차피 한패 아님?”

    “맞아. 지들끼리 다 해 먹잖아.”

    “그러게, 예전에 네임드 근처에 갔다가 바로 칼질 당해서 죽음. 이 새끼들 다른 유저는 근처에도 못 오게 함.”

    “그동안 참아 줬더니 정도를 지나치네.”

    “아예 서버를 통째로 먹으려고 하는 건가?”

    “이 새끼들 진짜 정도껏 해야 참아 주지.”

    “명궁 전에 태도 봤냐? 길마들 눈 내리깔더라.”

    “정말 지들이 왕인 줄 알아.”

    “프로게이머 해서 실력 좀 있다고 너무 하네.”

    변명이라고 명궁이 내놓은 답은 오히려 유저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재중이 형도 그걸 보더니 혀를 찼다.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나았겠네.”

    “명궁이 실수했네요. 그런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지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런 실수를…….”

    재중이 형이 언급한 명궁의 성격이라면 이렇게 빠르게 반응하지는 않았을 텐데.

    좀 더 시간을 두고 보면서 확실해지면 나서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해.

    그러자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해주었다.

    “아마, 초월 쪽 연합에서 따로 압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전신이요?”

    “어, 지금 상황을 빨리 정리하라고.”

    “그런데 전신하고 사이가 안 좋다고 하지 않았어요?”

    “저 거대 연합의 머리는 초월만 있는 게 아니야. 영혼도 있고, 천사, 유니콘까지 동시에 압박을 하면 어쩔 수 없지.”

    “아…… 역시 마왕 때문이군요.”

    “준비를 오래했으니까. 괜히 여기서 명궁 때문에 일이 엉망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라.”

    그 때문인지 몰라도 너무 급하게 나선 명궁에게는 오히려 이런 변명들이 악재로 다가왔다.

    당장 유저들이 들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

    “그럼 패황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일이 이 정도까지 진행이 되었으면 패황도 뭔가 제스처를 취할 텐데.

    그 녀석이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녀석 역시도 준비를 오래했으니까.

    “그래, 현재 흘러가는 분위기를 파악 못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지. 그리고 지금쯤 아마 한창 바쁠 거야. 중립 길드들을 주워 담는다고.”

    그런데 그때.

    갑자기 재중이 형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날 보면서 하나의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

    “패황. 이놈 봐라? 나한테까지 메시지를 넣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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