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6화 가짜 영웅 만들기 (4)
보통은 트리플 캐스팅으로 광역기를 쓰려면 엄청난 마력 수치가 요구되었다.
어차피 세 개의 광역기를 돌릴 만한 충분한 마력이 없으면 시전되지도 않으니 당연히 마법 계열들의 전유물에 가까웠고.
혹은 마력 소모가 적은 스킬을 여러 개 돌리는 방법도 있었으나 트리플 캐스팅의 값어치를 생각해 보면 다소 아까운 느낌도 존재했다.
물론 오러를 동시에 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는 예외로 쳐야겠지.
광역기만큼 한 번에 모든 마력을 소모하진 않아 오러를 중첩시키는 것만으로도 백병전에서 굉장한 위력을 발휘할 테니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트리플 캐스팅을 근접 유저가 쓰는 건 크게 의미가 없었다.
원래라면 나 역시도 이 범주 안에 들어갔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 +15 르아 카르테 (유일) <정령의 가호>
/ 출혈 95(85+10) 타격 60(50+10)
- 체력 +79 ◀ NEW
- 지력 +93 ◀ NEW
- 마력 +81 ◀ NEW
- 마력 흡수 15%
- 체력 흡수 15%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750%
- 관통 확률 60%
- 스킬 : 트리플 템페스트 LV.1 ◀ NEW
- 스킬 : 앱소브 아머 LV.1 ◀ NEW
- 오러 블레이드 사용 시 마력 소모 50% 감소. 』
이번에 새로 구성한 르아 카르테의 옵션들.
일단 무기 대미지는 복사된 테르타로스에서 그대로 가져왔고.
거기다 스탯 옵션 쪽에서는 광역 마법을 쓰기 위해 따로 지력과 마력을 복사해 왔다.
체력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추가로 집어넣었는데 가급적이면 맞을 일이 없는 편이 좋겠지.
그리고 트리플 템페스트와 앱소브 아머를 르아 카르테에 저장해 놓았다.
테르타로스에는 자리가 없으니까.
덕분에 아쉽게 스킬을 삭제할 필요도 없어졌고.
거기에 테르타로스와 르아 카르테를 동시에 들고 있다 보니 지력 수치가 무려 200대를 넘어가 버렸다.
이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 수치냐면…….
레벨 300대의 유저가 스탯을 지력에 올인해야 나오는 수치가 바로 이 수치였다.
뭐 무기나 방어구, 악세 등을 고려하면 완전히 같다고는 볼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단순히 지력 수치만으로는 그들에게 결코 밀린다고는 볼 수 없었다.
사실상 지력에 모든 스탯을 다 때려박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리고 내게 스탯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력 수치 역시도 200대가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스탯 구성이니.
누군가 지금의 내 스탯을 보면 아마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
마력 역시도 스탯을 올인해야 나오는 수치다 보니 이 두 스탯을 이 수준까지 올린 유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흠.
아이템을 쓰면 비슷하게는 구성할 수 있으려나?
아마 최상위 유저 몇 명은 근접한 수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만큼 지금의 스탯은 미쳐 있었다.
이건 레벨 150짜리가 300레벨 대의 유저 스펙을 이미 따라잡은 셈이니.
그리고 이런 스탯들은 내가 마법 계열처럼 마법을 난사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주었다.
마력이 충분하니까.
거기다 지력 역시 높기 때문에 마법 광역기가 어느 정도까지는 제 위력을 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완벽하게 마법 계열이 쓸 때의 광역기를 따라 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마법 증폭이 있는 스태프 계열의 무기를 들고 있지 않으니.
이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이것만 해도 충분했다.
그만큼 광역 마법의 등급이 높으면 위력에서는 어느 정도 커버가 될 테니까.
그리고 내가 지금 쓴 광역 마법은.
서버에서 내놓으라하는 상위에 랭크된 최강의 마법 구성이었다.
감지와 디버프 계열인 커스 스파이더 필드는 둘째 치더라도.
커스 웹 스콜은 아라크네 로드의 최종기였다.
거기다 트리플 템페스트는 역시 혹한의 얼음 여왕의 최종기였고.
이 세 가지 광역 스킬을 동시에 썼음에도 그냥 유지되는 스탯이란…….
확실히 테르타로스와 르아 카르테의 조합은 미쳤다.
휘이이잉!!
쐐애애액!!
먼저 트리플 템페스트.
이 광역 얼음 폭풍은 말 그대로 감옥이었다.
유저들이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혹한의 광역 마법.
갑자기 광범위한 얼음 폭풍이 깔리자 유저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게 뭐야?!”
“기습이다!!”
“젠장, 어디서 공격한 거야?”
그러다 누군가 이 스킬을 알아봤는지 경악한 목소리로 외쳤다.
“트…… 트리플 템페스트?!”
“뭐?”
“트리플 템페스트라고? 얼음 여왕 광역기!”
“그게 왜 여기서 나와?”
역시나 당황한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그 외침을 들은 재중이 형이 옆에서 웃어 보였다.
“트리플 템페스트도 가진 유저가 별로 많지 않지.”
재중이 형의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트리플 템페스트도 쓰지 않으려 했으나 재중이 형이 말해 준 바에 의하면 이 스킬 역시도 쓸 수 있는 유저가 제한되어 있다고 했다.
초월과 관련된 휘하 연합의 유저들이 아니면 직접 레이드를 하고 있는 패황 쪽 연합의 유저 정도랄까.
이 스킬을 쓴 유저가 그 둘 중에 하나로 범위가 좁혀지니 저들이 당황할 수밖에.
둘 다 상대하기에는 껄끄러운 존재들이라.
그리고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커스 웹 스콜.
트리플 템페스트로 일정한 구역에 갇혀진 상태에서 아라크네 로드의 특유의 스킬이 발동되는 순간.
콰아앙!!
“크아악!! 미친! 이게 뭐야?!”
“너 돌았어?!”
“젠장! 전부 피해! 폭발한다!!”
커스 웹 스콜은 유저가 걸리면 이성을 잃고 바로 폭탄 인간이 되는 스킬이었다.
그것도 주변 유저에게 달라붙어서 폭발해 버리는.
콰아아앙!
쿠아앙!!
“씨발, 다 미쳤나?”
“저리 가!!”
눈이 돌아가 제어가 안 되는 유저가 주변 아군에게 가서 폭발하는 광경이란.
그것도 한둘 아니라 꽤 다수의 유저들이 동시에 걸려서인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지력이 높은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네.
랭크가 1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지력이 높다 보니 어느 수준 이상으로 아라크네 로드의 스킬을 구현해 내고 있었다.
거기다 유저들이 이런 폭발되는 유저들을 제대로 피하지 못하는 이유가 또 존재했다.
커스 스파이더 필드.
광역으로 깔리는 디버프로 인해 유저들의 발걸음이 전체적으로 느려져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폭발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해 버렸다.
콰아앙!
콰앙!!
“커스 웹 스콜……!”
“페가수스 이 개새끼들이!”
“명궁, 이 미친놈이!”
그리고 이런 커스 웹 스콜은.
쓸 수 있는 유저들이 또 한정되어 있었다.
페가수스 연합의 명궁.
혹은 그 아래의 마법 유저들 정도가 전부지.
초월 연합도 관련이 있긴 한데…….
이 수준의 높은 사냥터에서 사냥하고 있는 유저라면.
어느 네임드를 누가 독식하고 있는지 정도는 꿰차고 있을 것이다.
비록 본인이 잡지 못하더라도.
정보는 알고 있어야 대처를 할 수 있으니.
“갑자기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일단 어떻게든 빠져 나가!! 따지는 건 그다음이다!”
“하, 이건 이미 못 빠져 나갑니다……. 완전히 통수예요.”
“무조건 광역 힐 돌려!”
“조금만 버티면 마력 다 떨어진다!”
“탱커들 버텨 봐!”
콰아앙!
콰아앙!
하지만 이미 반수 이상의 유저들이 죽어 나가고 남은 유저들도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특히 서로 몰려 있던 상황이라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도 크게 작용했고.
그래도 상위에 랭크된 길드다 보니 누군가 늦게나마 외쳤다.
“서로 떨어져! 최대한 거리를 벌리란 말이야!”
저게 커스 웹 스콜의 유일한 단점이랄까.
너무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스킬의 위력이 꽤 반감되어 버린다.
몰려 있을 때 폭발을 일으켜야 최대의 효과를 보니.
그리고 폭발해 버린 유저는 그대로 살아남으니까 완전히 다 죽일 수 없다는 단점 역시 존재했다.
많은 적을 상대로 쪽수를 줄이기에는 최적이지만.
무적은 또 아니지.
그래도 적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트리플 템페스트.
이 스킬이 괜히 최종기가 아니었다.
세 개의 얼음 폭풍이 연달아 휘몰아치며 범위 안에 있는 유저의 체력을 미친 듯이 깎아 내렸다.
거기다 원래 이 스킬도 빙결 효과로 유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에 더해 커스 스파이더 필드가 추가되어 아예 경직되는 수준으로 유저들을 붙들어 놓았다.
가만히 서서 계속 얻어맞는 상황이랄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아직 물약이 남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할 듯했다.
힐러뿐만 아니라 유저들 모두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라 제대로 광역 힐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저러면 얼마 버티지 못하지.
그러자 당황한 유저들이 외쳤다.
“이거 왜 안 끝나는 거야?!”
“미친, 대체 마력이 얼마나 되는 거냐……!”
보통은 마력이 떨어지면 지속 마법은 자동으로 캔슬된다.
하지만 이 광역 스킬들은 여전히 그 위력을 뽐내는 중이었다.
그건 시전한 유저의 마력이 아직도 남았다는 말이니.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물었다.
“어때? 더 유지할 수 있어?”
“네, 뭐 넉넉하네요.”
“크큭, 완전 미쳤네. 동시에 세 개를 써도 이리 오래 유지되다니.”
재중이 형 역시 놀란 눈빛을 하면서 트리플 템페스트로 가려진 구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광역 스킬이 모두 캔슬되어 사라지자 처절했던 광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수없이 많은 폭발이 안에서 일어나 엉망이 된 필드의 모습이.
당연하게도 살아남은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유저들이 깨끗하게 증발해 버리고 남은 자리엔 그들이 드랍한 아이템만이 지상에 둥둥 떠서 돌아가고 있었다.
대충 눈대중으로 살펴봤는데 모두 고강으로 강화된 아이템들이었다.
사냥터가 사냥터다 보니 저들도 준비를 꽤 해서 온 모양이네.
드랍템을 하나둘 주워 가면서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그냥 이렇게 돈 버는 게 더 남을 것 같지 않아요?”
“딱히 반대하고 싶진 않은데?”
그만큼 너무 손쉽게 유저들을 녹여 버리고 드랍템들을 얻어냈다.
심지어 내 위치는 보여 주지도 않은 채로.
아마 적들은 어디서 공격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당하고 난 뒤에는 얼음 폭풍에 시야를 다 차단당했으니.
“흐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테르타로스도 숨길까요?”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
은신으로 해결이 되면 다행인데.
그게 아니라면 역시 싸워야 할 테니.
그러자 재중이 형이 예의 그 위장용 검은 천을 내게 건네주었다.
『 위장용 블랙 코튼
- 내구 50/50
- 원하는 아이템의 위장 가능.
- 아이템 이펙트 숨김 효과 추가.
- 1회용. 』
아마도 천의 형태인 건 다른 계열의 아이템들과 공용이라 그럴 것 같았다.
만약 검만 위장이 가능했다면 검집이면 해결되겠지만.
해머나 스태프만 해도 모양이 완전 다르니.
두 개의 무기를 위장용 블랙 코튼으로 모두 감싸고 나니 이젠 정말 내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그럼, 다음 가 볼까요?”
“그래, 이 근처는 다 쓸어야지.”
그렇게 재중이 형과 함께 돌아다니며 근처에 사냥하고 있던 유저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딱 우리가 원하는 길드들만 골라내서.
빛 길드.
이브 길드.
키스 길드.
데빌 길드.
페어리 길드 등등.
수도 셀 수 없이 많은 길드를 건들고 다니면서 용케 한 번도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짓을 무려 사흘간 계속하고 다녔다.
이런 식으로 재중이 형이 미리 입수한 상위에 랭크된 길드들을 하나둘 사냥터에서 몰아내니 결국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 아놔, 이게 뭐 하는 짓이야?
- 지금 해보자는 거지?
-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뒤치기도 정도껏 해라.
- 너희도 당했냐?
- 몰래 나타나서 네임드 광역기로 녹이고 다니는데 답이 있냐. 다 죽었다.
- 아놔, 우리도 다 죽었어.
- 미치겠네. 얼마 전에 마련한 10강짜리도 떨어뜨렸는데.
- 난 갑옷 다 날렸다. 한두 번도 아니고.
- 씨발, 삼 일 동안 거의 천만 원 정도 날아간 듯.
- 나는 오백. 무기 한 번 더 떨어뜨리면 이젠 접어야 해.
- 이놈들이 그동안 쓸어 간 드랍템만 수억 하겠는데?
- 수억만 하냐? 우리 길드만 해도 이미 억 대다.
- 맞아. 우리도 지금 난리 남. 돈 날린 애들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 머리 아프다.
- 이 새끼들 진짜 너무 하네.
- 페가수스 이 새끼들 진짜 돌았어?
- 왜? 아예 고렙 사냥터에서 우리 다 몰아내게?
- 명궁 이 새꺄, 얌전히 사냥만 하고 있으니 우리가 우습냐?
- 네임드 독식하는 거 그냥 두고 봤더니 우리를 완전 쫄로 아네.
- 정말 페가수스 맞긴 해?
- 그 새끼들만 있는 스킬 쓰는데 그럼 아니야?
- 아놔, 이젠 더 이상 못 참아!
그렇게 흥분된 유저들로 과열된 고렙 사냥터들에서 빠져나온 뒤.
하루가 멀다 하고 온종일 들썩이는 채팅창을 바라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이제 떡밥은 다 던졌네요.”
“그래. 어디 한 번 제대로 무는지 한번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