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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65화 (855/1,404)

#865화 가짜 영웅 만들기 (3)

영웅이 있으려면 나쁜 놈이 있어야 한다라…….

얼핏 들어보면 틀린 말은 아닌데.

문제는 그 나쁜 놈이다.

유저를 죽이고 다니는 것과 나쁜 놈을 동시에 연상하면 딱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유저들을 죽이고 다니라는 말은 아니죠?”

어이없어하는 내게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인간 백정이냐? 아무나 막 죽이고 다니게.”

당연히 재중이 형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모양이고.

그렇다면 일정한 타겟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 되는데.

“누굴 죽여야 하죠?”

“못 한다는 말은 안 하네?”

“그럴 거면 아예 말도 안 꺼냈죠.”

어차피 내가 제안한 일이었다.

방법이 좀 이상하긴 한데.

이게 지름길이 될 수 있다면 해보는 것도 괜찮을 지도.

그리고 재중이 형이 내게 피해가 오는 일을 만들진 않을 테니까.

“자세 좋고. 일단 네가 짠 그림은 굉장히 좋아. 하지만 그러려면 결국은 중간 다리를 할 길드들이 움직여 줘야 해.”

“중간 다리요?”

“어, 그렇지. 현재 뿔뿔이 흩어진 상태인 다수의 일반 유저들은 어지간해서는 잘 뭉치지 못해. 아주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가령 예를 들면 서버의 모든 유저들이 들고일어날 만한 사건 말이야.”

“그 정도의 사건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 수 있을까요?”

불특정 다수의 유저가 같이 한 번에 분노할 만한 사건.

그런 케이스의 사건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

그것도 짧은 시간 동안?

솔직히 이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서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연합들이 네임드와 사냥터를 통제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많은 유저들이 불편해하면서도 참고 있었으니까.

물론 이걸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긴 했다.

하지만 과연 지금까지 참고 있던 유저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을까?

뭐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저 문제를 당장 써먹을 수 있느냐 하는 거다.

게시판에 호소를 한다고 해도 저 프로 연합에 대항해서 유저들이 들고 일어나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테니까.

“그게 힘드니까 차선책을 써야지.”

“그러니까 그 차선책이 중간 다리를 해줄 길드들이라는 거죠?”

“빙고. 개인은 나서기 힘들지만. 이런 길드들 몇몇이 뭉치면 이야기가 달라져.”

“그런데 나서려고 할까요?”

재중이 형 말대로 규모가 있는 길드들이 나서면 이야기가 굉장히 쉬워진다.

패황이라는 녀석을 중심으로 뭉치기 더 수월하니까.

그럼 지켜보고 있던 유저들이나 다른 길드들 역시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점점 규모를 키워갈 테고.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튀어나온 못이 먼저 두들겨 맞는다.

아마 쉽게는 나서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저 프로 연합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아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라.

길드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일인데 과연 쉽게 나서질까.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보란 듯이 웃음을 지었다.

“사람은 말이야. 뭔가 이득이 되는 일을 굉장히 열광해. 이득이 되는 일에는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든단 말이야.”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러니 경쟁이 생기고 사냥터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이지. 가만히 있는데 손해를 보는 것도 그만큼이나 싫어한단 말이야.”

손해라…….

“사냥터 통제하는 것도 유저들에게는 손해가 아닌가요?”

“뭐 그렇긴 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막아 버린 건 아니잖아. 통행료라던가 세금을 걷어서 좀 짜증 날 뿐이지.”

완전히 들고일어나지 않았던 이유 중에 이것도 있었다.

통제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아예 틀어막은 게 아니다.

사냥터에 완전히 못 들어오게 만들었다면 지금쯤 이야기가 완전 달라졌겠지.

“네임드는요?”

“네임드야 어차피 잡는 놈들만 잡으니까. 그건 최상위 길드들이 경쟁에서 밀려난 거라 네임드를 잡을 만한 녀석들의 손해일 뿐이야. 일반 유저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지.”

“어차피 먼 나라 이야기라는 거군요.”

“뭐 그런 셈이지. 그리고 웃기게도 레벨이 낮은 네임드도 누군가는 사냥을 해. 그 와중에 서로 통제하기도 하고.”

결국 어디서나 경쟁은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 그 경쟁이 너무 한쪽에 치우쳐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그리고 재중이 형이 말한 것을 종합해 보면…….

“레이드를 시도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세력이 있는 길드들을 움직일 생각이네요.”

“어, 단독으로 레이드를 진행하기에는 버겁지만. 욕심이 있는 그런 길드들. 그리고 패황 연합이나 초월 쪽 프로 연합에 속하지 않은 이도 저도 아닌 길드들 말이야.”

“그런 곳들이 많이 있어요?”

“당연히 많지.”

음.

다른 길드들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아마도 재중이 형이 생각해 놓은 길드들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길드들은, 패황이 열심히 물밑 작업을 하는 중이겠지.”

“아, 중립 길드들을 끌어모으려고요?”

“어, 패황 입장에서는 그 녀석들이 반드시 있어야 초월 쪽 하고 해볼 만해지니까.”

“그러고 보니 전에 듣긴 했어요. 포섭 중이라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됐다면 패황이 이미 서버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패황에게 붙은 길드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포섭을 우리가 도와줘야지.”

중립 세력을 포섭한다라…….

직접적으로 손해를 줘서?

유저를 죽인다고?

재중이 형의 그 말까지 듣고 나자 확실히 머릿속에 그림이 들어왔다.

이제야 좀 알겠네.

그렇게 대략적인 그림이 나오자 나 역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연기를 해야겠네요?”

“크큭, 잘 알아듣네.”

“그럼 역시 필요한 건 이거겠네요.”

테르타로스.

그리고 좀 전에 죽여서 흡수한 아라크네 로드의 스킬이 필수적이었다.

“커스 웹 스콜.”

“그래, 그건 지금 페가수스 애들밖에 안 쓰거든. 뭐 초월 애들도 가지고 있긴 한데, 그쪽을 생각해 주면 더 고맙고.”

아라크네 로드의 최상위 네임드 스킬.

이것 역시도 프로 연합만 가지고 밖으로 풀지 않은 스킬 중에 하나였다.

정확하게는 프로 간부들만이 쓰는 스킬이기도 했고.

“휴, 옵션에서 이젠 더 뺄 자리도 없어요.”

『 +10 테르타로스 (전설) <정령의 가호>

/ 출혈 95(85+10) 타격 60(50+10)

- 근력 +75 ◀ NEW

- 민첩 +92

- 체력 +79 ◀ NEW

- 지력 +93

- 마력 +68

- 스킬 : 허공 질주 LV.1

- 스킬 : 유령보 MASTER

- 스킬 : 팬텀 익스플로전 LV.1

- 스킬 : 칠성격 LV.3

- 스킬 : 트리플 템페스트 LV.1

- 스킬 : 앱소브 아머 LV.1 ◀ NEW

이게 지금 리빙 아머 킹을 흡수한 테르타로스의 상태였다.

무기 대미지가 5가 더 올랐고.

리빙 아머 킹의 레벨대가 얼음 여왕보다 다소 높아서인지 조금 더 올랐는데 이대로 계속 오르다 보면 조만간 100대도 찍지 않을까.

그리고 놀라운 건 근력과 체력이 눈에 띄게 올랐다는 점이었다.

이전에 근력이 51이었는데 75로 대폭 상향되었고.

이어 체력 수치는 더 많이 올랐다.

기존 44에서 79까지 올랐으니.

아마도 리빙아머 킹이 워낙 방어가 강한 네임드다 보니 근력과 체력 부분에서 팬텀 나이트보다 훨씬 높은 스탯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레벨도 레벨이고.

덕분에 이젠 체력 쪽에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면 어지간히 강한 스킬을 얻어맞아도 한 방에는 절대 죽진 않을 터.

한 방을 버틸 수만 있다면 물약으로 어떻게든 체력을 채우면 되니까.

그렇게 흡수하는 네임드의 가장 높은 스탯만 뽑아 오다 보니 이젠 정말 괴물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무기가 되어 버렸다.

역시 마신급이라 이거지?

이제 문제는.

스킬인데…….

유령보와 허공 질주는 거의 필수 스킬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유령보야 일반 몹들에게서도 얻을 수 있긴 한데.

마스터 상태의 유령보와는 성능에서 큰 차이가 있어서 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움직임의 기척을 줄여 준다는 게 마스터 상태가 아니라면 크게 의미가 없는 스킬이라.

허공 질주는 탈출기로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했다.

칠성격은 근접 공격기 중에 최강이니 이것도 마찬가지.

앱소브 아머는 최강의 방어 스킬에 더해 한 방 역시 강력하다 보니 이 이상 좋은 스킬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굳이 하나를 빼자면 팬텀 익스플로전이나 트리플 템페스트이려나.

트리플 템페스트가 얼음 여왕의 최종 스킬이라 생각해 보면 이것도 빼기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솔직히 팬텀 익스플로전도 강력한 폭발력에 디버프까지 같이 되는 스킬이라 빼고 싶진 않은데…….

거기다 쿨도 빠른 편이고.

후.

슬롯 자리가 없어.

그렇다고 스탯 다섯 자리 중 하나를 빼는 것은 더욱 안 된다.

지금 저 스탯들 중 하나가 빠지면 내 스탯 수준이 확 내려가니까.

무려 11개의 옵션을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자리가 부족하다니.

“후, 팬텀 익스플로전을 빼고 넣어야겠어요.”

다 네임드들의 최종기지만 굳이 하나를 빼자면 이거뿐이네.

내 한숨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어보였다.

“굳이 뺄 필요 있어?”

“네?”

“르아 카르테에 스킬들 옮기면 되잖아.”

“하지만 르아 카르테는 못 쓰지 않아요?”

“누가 르아 카르테로 치고받으래?”

응?

무슨 소리지?

“어차피 얼음 여왕의 트리플 템페스트나 커스 웹 스콜 같은 스킬은 마법형이잖아.”

“네, 그렇죠.”

“그럼 르아 카르테로 옮겨서 쓰면 돼.”

“그래도 누가 보면…….”

“잠시 르아 카르테 꺼내 봐.”

그 말에 르아 카르테를 꺼내 드니 재중이 형도 인벤에서 뭔가를 꺼냈다.

저건…….

검은 천?

설마?

재중이 형은 그 검은 천으로 르아 카르테를 전부 칭칭 감아서 완전히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어때? 이러면 모르겠지?”

잠시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르아 카르테를 보다가 검은 천의 내구도를 살펴보았다.

흠.

내구는 금방 닳겠는데.

“치고받으면 안 되겠네요.”

“어차피 멀리서 쏠 거잖아.”

“그렇긴 해요.”

그렇게 결정이 나자 아라크네 로드에서 추출한 옵션으로 테르타로스와 르아 카르테를 다시 조합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옵션만을 딱 빼내어서.

『 +10 테르타로스 (전설) <정령의 가호>

/ 출혈 95(85+10) 타격 60(50+10)

- 근력 +75

- 민첩 +92

- 체력 +79

- 지력 +93

- 마력 +81 ◀ NEW

- 스킬 : 허공 질주 LV.1

- 스킬 : 유령보 MASTER

- 스킬 : 팬텀 익스플로전 LV.1

- 스킬 : 칠성격 LV.3

- 스킬 : 커스 스파이더 필드 LV.3 ◀ NEW

- 스킬 : 커스 웹 스콜 LV.1 ◀ NEW

무기 대미지가 같은 걸 보면 아마 리빙아머 킹이 더 높거나 혹은 비슷한 레벨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마력이 굉장히 높아서 마력만 뽑아왔다.

아마도 부하들을 많이 거느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추가한 스킬은 커스 스파이더 필드.

이건 아라크네 로드 주변 모든 필드에 디버프를 거는 최상의 스킬이었다.

감지 스킬이자 디버프 스킬.

이게 걸리면 도망가기도 힘들지.

그리고 커스 웹 스콜.

이 녀석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대신 르아 카르테에다가 트리플 템페스트와 앱소브 아머를 복사해 놓았고.

앱소브 아머는 당분간 쓰면 안 되니.

유저들 앞에서 이 녀석을 썼다가는 일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휴. 준비 끝났어요.”

“그럼 가 보자고.”

* * * * *

이번에도 역시 전의 누군가에게 연락한 재중이 형이 패황 연합 쪽의 몇 가지 정보를 알아와 내게 알려주었다.

“누구예요?”

“조만간 알게 될 거다.”

“네네. 기다리죠.”

궁금하긴 했지만 곧 알게 된다니까.

그렇게 얻은 고급 정보로 찾아간 곳은 생각보다 꽤 높아 보이는 등급의 사냥터였다.

“여긴?”

“지금부터 우리가 죽여야 할 녀석들이 있는 곳이지.”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손가락으로 한 무리의 유저들을 가리켰다.

“쟤들을 잡으면 돼.”

“뭐 일단 잡아 보죠.”

과연 잘 되려나?

그런 생각과 함께 이번엔 테르타로스와 르아 카르테를 둘 다 꺼내 들었다.

“갑니다.”

【 트리플 캐스팅! 】

【 커스 스파이더 필드! 】

【 커스 웹 스콜! 】

【 트리플 템페스트! 】

그것도 무려 세 개의 광역 스킬을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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