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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62화 (852/1,404)

#862화 불신의 연합 (14)

《 네임드 몬스터 아라크네 로드가 주호 님에게 사망했습니다. 》

《 테르타로스가 네임드 몬스터 아라크네 로드를 흡수하고자 합니다. 》

《 허락하시겠습니까? 》

비록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지만 정말 한 방에 날려 버리다니.

내가 써놓고도 깜짝 놀랄 위력이네.

리빙아머 킹이 직접 시전한 앱소브 아머만큼은 아니긴 해도 이 일대의 유저 정도는 한 번에 날려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스킬 방향의 조준을 레이드를 위해 몰려 있던 유저들에게 날렸다면 아마도 내 예상은 그대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러 앱소브 아머의 스킬의 방출을 한쪽 방향으로 틀어놓았다.

바로 저 명궁의 목을 날려 버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내 의도는 아주 제대로 통했는지 앱소브 아머로 흡수한 광역 스킬과 각종 공격기들의 위력을 담아 녀석을 그대로 쓸어 버렸다.

콰콰쾅!!!

“젠자앙!!”

설마 자신에게 앱소브 아머를 날릴지 몰랐던 명궁이 뒤늦게 반응을 하긴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탓인지 미처 몸을 빼내지 못하고 순식간에 녹아서 사라졌다.

일단 녀석을 노리긴 했는데 진짜로 죽어 버렸나?

혹시나 탈출기를 써서 빠져나갔나 하고 지켜봤는데 잠시 시간이 지나도 녀석이 나타나거나 하지 않는 걸로 봐선 정말 죽은 듯했다.

흐음.

아라크네 로드와 싸우면서 탈출기를 다 써 버렸었나?

아마도 스킬에 쿨타임이 걸려 있다던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살아 있다면 그대로 가서 목을 쳐버리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졌네.

괜히 두 번 손대지 않아도 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생각 이상으로 앱소브 아머가 쓸 만하네.

물론 이 스킬도 무적은 절대 아니었다.

앱소브 아머는 내가 받는 공격의 일정 퍼센트를 흡수해서 마지막에 모아 방출하는 시스템인데 그 과정이 일단 문제였다.

대미지를 흡수한다고는 하지만 일정 퍼센트지 모든 대미지를 다 흡수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나머지 대미지는 내가 받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방출 전에 죽어 버리면 오히려 안 쓰니만 못한 스킬이 되는 거지.

네임드인 리빙아머 킹이야 워낙 체력이 괴물이니까 아무리 두들겨 맞더라도 충분히 버텨 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리빙아머 킹은 수시로 앱소브 아머를 써서 공략하는 유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실컷 공격하다 보면 어느새 그 공격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니까.

그것도 한 방이 아니라 동시에 몇 방을 날릴 때도 있었고.

이게 다 체력이 받쳐 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난 네임드가 아닌 유저니까.

네임드에 비해 체력 수준이 월등히 떨어지기 때문에 딱 한 번 앱소브 아머를 쓰는 게 고작이었다.

사실 조금만 더 광역 스킬이 추가되었던가 혹은 더 높은 수준의 공격이 들어왔더라면 죽는 건 오히려 내가 됐을 거야.

그리고 아라크네 로드가 중간에 공격을 대신 맞아 준 것도 있었고.

물론 이것도 어느 정도 계산은 되어 있었다.

아라크네 로드의 뒤쪽으로 들어간 이유가 유저들에게 들어오는 대미지를 최대한 상쇄하기 위해서였으니.

아직 내 체력 수준에서는 앱소브 아머는 좀 지나치게 위험성이 높은 스킬이었다.

만약 르아 카르테까지 들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 버티겠지만.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자 다들 경악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의 연합장을 한순간에 죽여 버렸으니.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방금 내가 쓴 이 스킬에 있었다.

리빙아머 킹의 전용 네임드 스킬.

앱소브 아머.

재중이 형에게 듣기로 이 스킬은 아직 패황 길드 외에는 누구도 쓴 적이 없었다고 한다.

독점을 했든지.

전부 사들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앱소브 아머를 쓰려면 무조건 패황 길드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래서 저렇게 웅성거리는 거겠지.

“뭐야,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길마가 죽었잖아?”

“아놔, 또 엄청 깨지겠네.”

“지금 그게 문제냐. 지금 저 녀석 쓴 스킬 봐라. 저거 패황 길드에만 있는 건데.”

“그러게. 패황 길드 새끼들이 대가리에 총 맞았나? 감히 우릴 친다고?”

“폰90. 저놈도 패황 길드 놈 아냐?”

“맞겠지. 아니면 앱소브 아머를 무슨 수로 쓰냐. 거기 길드장이 절대 안 내놓는 스킬인데.”

당황한 표정이 가득한 적 연합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요즘 완전 자기들 세상이라고 알고 있었을 텐데.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유저가 와서 길마를 죽여 버렸으니 얼마나 황당할까.

이제부터는 녀석들이 남은 퍼즐을 풀어낼 시간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보면서 크게 외쳤다.

“야! 뭘 멍하기 쳐다보고만 있어! 일단 녀석부터 죽여!”

“아, 그러게. 저 새끼 아직도 그대로 있잖아.”

“대체 우릴 뭘로 보고.”

“아냐, 일단 잡아야지. 저 하이딩 페이스 깨서 누군지 확인해야 해.”

“됐어. 어차피 죽여 버리면 하이딩 페이스 날아가. 숨기고 있는 원래 아이디도 나올 테고.”

흠.

아무래도 내가 아이디를 변경했다는 걸 눈치챈 모습이었다.

하긴 저들도 이런 식으로 변경하고 다녔을 수도 있으니까.

해본 놈이 더 잘 알겠지.

“잡아 죽여!”

“놓치지 마!”

당장 눈이 돌아가서 내게 일제히 녀석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녀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이제껏 내가 잘 피해 다닌 걸 벌써 다 까먹은 건가?

【 은신! 】

곧장 스킬을 시전하자 바로 내 모습이 스르륵 사라졌다.

“아, 젠장! 저 녀석 숨어 버렸어.”

“당장 주변에 광역기 뿌려! 너무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 거다!”

“일단 스치게만 만들어. 그러면 은신 풀린다.”

임기응변치고는 꽤 괜찮은데?

굳이 날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아주 넓은 구역에 광역기를 뿌려 버리면 결국 눈먼 스킬에 스쳐 은신이 풀리게 되어 있었다.

상대가 은신으로 숨어 버릴 때 쓸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제일 유효한 방법이기도 했고.

원래는 디텍트 하이딩 유저로 찾아야겠지만 지금은 그게 전혀 안 통하니까.

역시 이 녀석들은 전투 경험이 많아.

특히 명궁의 길드인 페가수스 길드 내에는 명궁만한 프로 게이머들 다수가 포진되어 있었다.

단순히 명궁 한 놈 날렸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지.

연합의 머리를 날렸음에도 대처가 매끄럽게 되는 걸 보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사이 녀석들 중 마법사들이 일제히 내가 서 있던 주변으로 각기 다른 광역기들을 써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흐음.

시도는 좋은데 말이야.

저 녀석들.

내가 여기 온 방법을 생각하진 못한 듯하네.

곧바로 최대의 힘으로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는 커다란 나무의 벽을 차고 반대편으로 넘어가 또 다른 나무를 징검다리처럼 계속 차고 올라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광역기들이 폭발하면서 온통 화염으로 일대가 뒤덮였다.

휴.

조금만 늦었으면 통구이가 될 뻔했잖아?

녀석들 말대로 날 살려서 정체를 알아낼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나무 위를 유령보로 타고 돌아다니면서 녀석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런데 그때.

내가 나무를 타고 넘어가는 와중에 뭔가의 물체가 엄청난 속도로 내게 쏘아졌다.

쌔애액!!

어둠 속에서 갑자기 확 튀어나와서 순간 당황할 뻔했지만 곧장 공중에서 허리를 틀면서 그 물체를 가까스로 피해 냈다.

잠시 자세가 흩트려서 급하게 근처의 나뭇가지를 다시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나갔다.

이건……!

검이려나?

검게 칠해져 있긴 한데…….

공기를 찢으면서 날아오는 파공성과 흔들리는 대기의 흐름.

그리고 내 옆을 스치며 지나갈 때 공기의 진동으로 느껴지는 물체의 크기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분명히 검이었다.

거기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반사하지 못하도록 검게 칠해 놓은 센스까지.

누군지 몰라도 평범한 녀석이 아니야.

그때 다시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검이 튀어나와 내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쇄도했다.

뭐야?

분명히 안 보일 텐데?

어떻게 내 위치를 확인한 거지?

물론 이 정도 공격에 피해를 입을 정도로 허투루 연습하진 않았지.

곧장 몸을 틀면서 또 다른 나뭇가지를 지그시 밟고는 다시 허공으로 도약했다.

어떻게 한지 몰라도 내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단 말이지.

아마도 이대로 계속 내 뒤를 따라붙으려나?

여기서 떨치고 갈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내 뒤로 붙어 계속 검을 날리는 녀석을 흘깃 바라보았다.

기묘할 정도로 어둠을 타면서 내 시선을 피해 내는 녀석이라.

잠시 어둠 속에서 뭔가 일렁인다 생각할 때쯤 이미 자리를 옮겨서 또 다른 공격을 하는 녀석을 보고는 쉽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녀석.

명궁보다 오히려 한 수 위야.

특히 움직임이 확연히 달랐다.

저렇게 따라붙으려면 민첩 역시도 꽤 높겠고.

거기다 은신을 쓰지도 않는데 이 어둠 속에서 몸을 은폐하는데 완전히 익숙한 모습이었다.

고도로 연습되어 숙달된.

재중이 형이 말한 프로게이머 중에 하나이려나.

그게 아니라면 감각이 엄청나게 타고 난 거다.

심지어 나무를 타고 공중으로 따라붙은 것도 그렇고 판단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녀석이 몇 번의 공격을 더 하고는 이내 검을 거둬들여서 다시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감각을 퍼트려서 곧장 확인하자 녀석이 내 주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흐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 더 이상 공격할 수가 없어진 거려나?

혹은 다른 오더가 내려왔거나.

만약 나 같으면 추격조를 더 불러서 계속 따라붙었을 텐데…….

잠시 멈춰서 오히려 내가 근처의 흔적들을 훑어보았다.

그런데 날 공격했던 검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녀석에게 되돌아가는 기색은 없었는데…….

감각으로 느껴봤을 때도 이미 검들은 나나 녀석에게 멀리 떨어져 나간 뒤였다.

둘 다 나무 위를 타고 달리고 있는 와중에 그걸 회수할 수 있을 리도 없고.

흐음.

아무래도 뭔가의 스킬이려나.

녀석들은 좋은 스킬들을 모아두고 있다니까 아무래도 그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아무튼 녀석이 더 이상 붙지 않아서 유유자적하게 레이드가 있던 숲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또 다른 추격이 붙나 감각을 퍼트려봤지만 아까 날 따라붙은 녀석 빼고는 다른 녀석들은 전혀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가 녀석의 존재에 크게 위협 받지 않았던 이유는…….

저 멀리서 재중이 형이 나와 일정 거리를 두고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게 문제가 생겼으면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바로 와서 도와줬을 테니.

그렇게 재중이 형과 숲을 벗어나 어느 공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뒤에 하나 붙었던데?”

재중이 형도 날 따라 달리면서 그 녀석을 확인했던 모양이었다.

“네, 다른 녀석들은 눈치도 못 챘는데 유독 한 녀석이 끝까지 따라붙더라고요. 옷도 죄다 시커멓게 입고요.”

“호오, 그래?”

그 말에 재중이 형도 꽤 흥미로운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는 뭔가 눈치챈 듯 말을 이었다.

“아마 그 녀석…… 저쪽 애는 아닐 거다.”

“네?”

“페가수스 쪽이 아닐 거라고.”

“그래요? 전 당연히 그쪽 사람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거든요.”

자기네들을 벌집 쑤시듯 뒤집고 나와서 따라붙는 줄 알았는데.

“네가 저 페가수스 길드라고 생각해 봐. 이런 레이드에서 다른 유저들에게 위협을 느껴? 안 느껴?”

“으음, 아마도 그다지 고려하고 있진 않겠죠.”

이전에 패황도 그렇고.

적의 기습이라는 것 자체를 신경 안 쓰는 모습이었다.

정확하게는 거기까지 대처할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 녀석 복장을 봐. 전형적인 PK를 위한 방식이잖아.”

“아…… 확실히 그렇네요.”

보통은 그냥 레이드 위주로 세팅을 해왔을 건데.

이 녀석은 그냥 달랐다.

위화감.

듣고 보니 너무 다르잖아.

“거기다 널 따라붙다가 그냥 떨어져 나갔지? 다른 추격조를 더 부를 수 있음에도.”

“네, 저도 그게 의아했어요.”

“사실 더 올 녀석들이 없다면?”

“흐음. 처음부터 혼자였단 소리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지 몰라도. 페가수스 쪽을 염탐하고 있던 모양인데. 패황 쪽 애들은 아니고…… 그렇다고 초월 애들은 더 아니야. 그쪽은 굳이 그럴 이유가 없으니.”

“제3의 세력인가요?”

“뭐 세력인지 혼자인지는 다음에 보면 알겠지.”

“어느 쪽이든 기대되네요.”

흔들리는 판에 또 하나의 패가 들어온 셈인가.

그게 우리 쪽 패가 될지.

적의 패가 될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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