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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50화 (840/1,404)

#850화 불신의 연합 (2)

“역으로 연막을 치겠다?”

“뭐 그런 거죠.”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전에 재중이 형이 내게 해 주었던 이야기 때문이었다.

적 연합의 메인 탱커가 흘리듯이 말한 묘한 몇 마디들.

분명히 초월 쪽 유저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듯한 말들.

표면적으로 보면 적대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면을 파고들면 이미 꽤 골이 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게끔 들리는 그 말들이 문제였다.

재중이 형이 만약 이게 내가 은신을 하고 있는 걸 알고 있기에 적들이 일부러 흘린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정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굳이 그런 이야기를 흘린다?

저쪽 연합에서 내 정체를 확실히 알고 있다면 이건 말이 된다.

흘리듯이 한 말들로 나를 이용해서 적들과 이간질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혹여나 내가 초월 쪽 사람이라면 그대로 전면전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위험 부담을 안고서 이야기를 흘린다고?

그건 함정에 상대방을 집어넣는 게 아니라 자기 집안을 홀라당 다 태우는 일과 다름없었다.

정말 한 연합을 대표하는 놈이 그렇게 생각이 없을까?

자기 밑에 데리고 있는 유저가 한둘이 아닌데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하기에는 너무 많은 부담이 따른다.

“아마 그 연합장인 메인 탱커가 그냥 실수로 한 말일 확률이 높아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네, 저쪽은 실수겠지만. 우리는 아니죠. 어때요? 할 만할 것 같지 않아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나를 보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연기 한번 해야겠네.”

* * * * *

바로 자리를 옮겨서 둘 다 은신한 상태로 주변에 있는 적 연합 유저들을 찾아 옮겨 다녔다.

원래라면 저들을 죽여서 아이템을 드랍시킨다던가 하는 식으로 전력을 깎아 먹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수백 배, 수천 배는 타격을 줄 수 있는 일들을 꾸미고 있으니까.

그건 그저 목표를 위한 일종의 수단 정도로만 써먹으면 될 듯했다.

물론 잘 된다는 보장하에.

<노아02> 저기 있다.

<노아01> 네, 보이네요.

<노아02> 확실히 경계를 하고 있네.

재중이 형 말대로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적들의 움직임이 좀 굼떠 보였다.

정확하게는 빠른 속도로 막 움직인다기보다는 천천히 사방을 주시하면서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노아01> 몇몇이 죽은 것을 확인했나 봐요.

<노아02> 그래, 이제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겠지.

그래도 죽어 가는(?) 혹한의 얼음 여왕을 빨리 찾아야 했기에 완전히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색이라고 보기에는 그 속도가 확연히 느린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아예 마법사를 대동하고 수색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 아예 발이 빠른 유저들만으로 수색을 했던 것과는 천지 차이.

저건 누가 봐도 경계하는 거지.

“아이씨, 진짜 그놈들 때문에 지금 이게 뭐 하는 거람.”

“정말 주변에 있기는 있는 거야?”

“아, 나도 몰라. 한쪽에서는 네임드를 찾아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놈들 잡아오라고 하고.”

“그러게,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솔직히 이미 네임드 놓친 것 같은데?”

“내 말이. 진짜 까고 말해서 우리가 놓쳤냐?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어차피 전에도 못 잡았는데 괜히 화풀이 하고. 여기서 나가야 하나?”

“에이, 그래도 여기만한 데가 없어. 돈은 빵빵하게 지원해주잖아.”

“말은 바로 하자. 원래 있던 서버에서 벌었으면 더 벌었을 거야.”

“음, 이런 말하긴 좀 그렇긴 한데…… 결국 서버 못 먹고 밀린 거 포섭해 온 거잖아. 너나 나나. 그대로 있었으면 거기서 게임 접었을지도 몰라.”

“에구, 그니까 더러워도 참고 하는 거지.”

“적어도 여기서는 용의 머리는 아니라도 용 꼬리 정도는 하고 있잖아.”

“그래, 다들 세력이 밀려서 그렇지 한 실력 하는 놈들만 데리고 왔으니.”

“한 번 쭉 뽑아먹고 챙겨서 나간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그 새끼들만 누르면…….”

“야! 쉿! 대장이 함구하라는 거 못 들었어?”

“아, 맞다. 근데 어차피 주변에 듣는 놈들도 없는데 뭘.”

“그 은신한 놈들 있을지도 모르잖아.”

“에이, 이미 공격하려고 했으면 벌써 했을걸? 거기다 우리 마법사도 데리고 왔잖아.”

“디텍팅 스킬? 그거 아까 보니까 안 통하드만. 무슨 수를 쓰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러면서 중앙에 있는 디텍팅 마법을 쓰고 있던 마법사를 바라보자 마법사가 아무것도 안 걸린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일단 주변에는 걸리지 않아.”

“그거 확실한 거 맞아? 아까도 다 틀렸잖아.”

“야, 무조건 믿진 말라고. 이거 지형지물 영향 많이 받는단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평지로만 다니고 있어.”

흐음.

저들도 알고 있는 모양이네.

슬쩍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02>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디텍팅 스킬이 완벽하진 않다는 걸.

<노아01> 그래도 계속 쓰고는 다니네요.

<노아02> 없는 것보다는 백배 나으니까.

확실히 아까 네임드와 전투 지역도 좀 굴곡이 있는 빙산 지대였다.

<노아01> 그래서 아까 디텍팅 안 된 제가 나타나도 그렇게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나 보네요.

<노아02> 은신보다는 은신해서 공격하는 세력의 문제지. 자기들을 건드릴 세력이 없다는 걸 아는데 당한 거니까.

역시 그런 거였나.

그럼 이야기가 좀 더 쉬워질 것 같기도 한데.

<노아01> 저 개인보다는 제 세력 쪽에 관심이 더 많겠네요?

<노아02> 어, 찾아내면 정말 접을 때까지 그 길드나 연합을 부수려고 할걸. 거칠 게 없으니.

<노아01> 그럼 더 고맙죠.

<노아02> 크큭, 그래. 그럼 한 번 휘저어 볼까?

적들의 숫자는 모두 여덟.

이전보다 마법사들이나 탱커로 보이는 유저가 좀 더 들어가 있다 보니 숫자가 꽤 늘어나 있었다.

저 정도 숫자는 쉽게 죽이기는 힘들지만.

일단은…….

평지고 굴곡진 지형이고.

상대가 아예 디텍팅 스킬 자체를 떠올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 유령보! 】

마스터 단계인 유령보가 시전되자 기척이 최대한 줄어들면서 주변의 풀이나 서리를 밟는 소리까지도 거의 나지 않게 되었다.

확실히 좋은 스킬이야.

이보다 상위 스킬이 있으면 익히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 재중이 형 역시 이 스킬을 익히고 있는지 기척을 확연히 죽이고 내 옆을 따라 들어왔다.

<노아01> 일단 디텍팅 마법사부터 죽일게요.

<노아02> 오케이.

적들의 후방으로 몰래 따라 들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 눈치를 채는 유저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좀 떨어진 위치에서 따라붙어 중앙에 포위하듯 보호하고 있는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을 잡으려면 결국 이 녀석들을 파고들어야 할 텐데…….

역시 한 방에 죽이려면 스킬을 쓰는 편이 좋겠지.

테르타로스만 든 내 공격력은 아직 상대에 비해 그렇게 강하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테르타로스의 스킬들 중 이전에 얼음 여왕을 잡았을 때 썼던 스킬을 꺼내 들었다.

순간 가속을 붙이고는 무릎을 굽혀 튕기듯이 점프를 했다.

【 허공 질주! 】

비록 랭크가 낮아 재사용이나 거리가 짧긴 해도.

완전히 녀석들의 이목을 감추려면 이만한 스킬이 없지.

아마 민감한 녀석들은 내가 점프하는 기척을 느낄 수도 있을 테니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좋았다.

허공 질주를 써서 녀석들이 이동하고 있는 바로 상단에 떠서는 다시 테르타로스를 중앙에 있는 마법사에게 겨눴다.

녀석들은 내가 자기들 머리 바로 위에 떠 있다는 것조차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고.

큭.

제발 한 방에 가라.

【 팬텀 익스플로전! 】

그러자 테르타로스의 검신에 유령의 형태가 잔뜩 모여들더니 그대로 폭격하듯 지상을 향해 유령들이 쏟아져 내렸다.

유령 하나, 하나가 모두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팬텀 나이트의 최종기.

샤아아악!!

그리고 유령 특유의 귀곡성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끼아아악!!

“뭐야?”

“무슨 소리야?”

“적……?!”

“얼음 여왕……?!”

하지만 이곳에 얼음 여왕이 있을 리가 있나.

그럼.

결국 소리가 들려올 곳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올라갔다.

완전히 사색이 된 얼굴로.

“위, 위다!!”

“미친! 뭐야?”

“피해!!”

“젠장! 늦었어!”

그러다가 누군가가 이 스킬을 알아봤는지 인상을 확 구겨지는 게 보였다.

“팬텀 익스플로전……?! 어떻게 저게…….”

이걸 알아보는 녀석이 있잖아?

하지만 녀석들은 차마 피하지도 못하고 팬텀 익스플로전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버렸다.

콰콰콰쾅!!!

쿠아아앙!!

퍼어엉!!

팬텀 익스플로전이 비록 화염계 폭발 스킬은 아니지만.

단순히 위력만으로만 치면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스킬들보다도 강했다.

특수 스킬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으아악!”

“뭐야, 진짜!”

“힐!!”

계속 되는 유령들의 연쇄 폭발 속에서 범위에 들어가 있던 모든 적들의 움직임이 경직을 당하면서 꼼짝도 못 하는 것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스킬에 경직 효과도 있었던 건가?

단순히 위력이 강해서 경직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건 적들의 레벨 대가 내 스탯을 상회하고 있을 테니 아마 팬텀 익스플로전 자체가 경직 효과가 있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자세히 보자 유령들이 흘러 들어가듯 적들의 갑옷 사이를 파고 들어가서 안에서부터 터지는 것이 보였다.

얼음 여왕에게 쓸 때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유저들 상대로는 생각보다 훨씬 좋은 스킬이네.

그렇게 선타로 광역기로 얻어맞고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팬텀 익스플로전의 폭발들을 온몸으로 버티다가 결국 하나둘 죽음의 빛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 예상 이상의 성과.

솔직히 난 마법사만 노렸는데 말이지.

콰아아앙!

콰아앙!

심지어 이 팬텀 익스플로전은 일정 범위 안에서는 계속해서 터지는 효과까지 있었다.

내가 굳이 계속 스킬을 쓰지 않고 있음에도.

랭크가 고작 1밖에 안 되는데 이 정도 위력이라…….

이러니 다들 네임드 스킬을 얻으려고 하는 거겠지.

“끄아악!”

“젠장! 움직일 수가!”

“어떻게 좀 해 봐!”

“대체 뭐야? 저 새끼는?!

“이 새끼 죽여 버린다!”

“너 어디 놈이야?!”

계속되는 폭발 속에서 하나둘 죽어 나가더니 이제는 그 숫자가 넷밖에 남지 않았다.

그것도 방어가 강한 탱커 한 녀석을 빼고 나머지는 물약도 따라가지 못해 곧 죽어버릴 듯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그들도 죽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옆에 재중이 형이 모습도 감추지 않고 그냥 나타났다.

“이건 뭐. 내가 할 것도 없네.”

노아01과 노아02가 로브를 뒤집어쓰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살아남은 탱커가 악을 쓰면서 외쳤다.

“팬텀 익스플로전을 왜 네 녀석들이 쓰는……!”

아까 내 스킬을 알아본 녀석이 이 녀석이었나?

심지어 인상이 확 구겨지는 걸 보면 뭔가를 알고 있나 본데.

슬쩍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노아01> 혹시 이거 다른 녀석들은 못 써요?

<노아02> 내가 말했잖아. 네임드 아이템들 통제한다고. 아마 이걸 쓸 수 있는 건…… 저쪽 간부 애들뿐이겠지.

<노아01> 큭, 그거 정말 재밌네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고 재중이 형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면 연기를 따로 할 필요도 없잖아?

재중이 형과 애써 준비한 대본을 아쉬운 듯 다시 집어넣고는 그대로 달려가 녀석의 목을 테르타로스로 날려 버렸다.

서걱!

그러자 탱커 녀석이 옆으로 쓰러지면서 나를 보며 악을 쓰듯이 외쳤다.

“커억……! 초월 이 개새끼들! 네 녀석들이 먼저…… 시작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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