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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45화 (835/1,404)

#845화 증발하는 네임드들 (8)

은신을 하고 있는 상태에다가 하이딩 페이스 같은 얼굴을 가려 주는 아이템까지 착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릴 수 없는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르아 카르테.

이 녀석은 전 서버를 통틀어서 몇 개 존재하지도 않았고.

특히 1서버인 필리언에서는 내 전용 무기처럼 통하는 무기이기도 했다.

재중이 형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없는 사이 이 무기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느니 하는 유언비어가 돌기도 했다던가.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르아 카르테를 이야기할 때 내 아이디를 떠올렸다.

다른 말로.

르아 카르테를 들고만 있어도 내가 주호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과 똑같았다.

그러다 보니 재중이 형 역시 르아 카르테의 사용을 자제시켰다.

기껏 정체를 숨기 이유가 없어지니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르아 카르테가 주던 옵션의 이점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흡수 계열 옵션이라던지.

혹은 오러 블레이드 옵션.

관통.

치명타.

이번에 추가한 스탯 옵션들까지 모두.

문득 르아 카르테 대신 내 손에 쥐어져 있는 테르타로스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 덕분에 살았나…….

당장 르아 카르테를 쓰지 못하지만.

테르타로스 역시도 상당한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 테르타로스가 없었다면 지금 눈앞에 죽음의 빛으로 변해 버린 저 마법사를 잡지도 못했을 것이다.

애초에 스탯 자체가 너무 낮았다.

현 내 레벨은 겨우 155.

반대로 지금 나를 추격하러 온 녀석들의 레벨대는 최소 350은 넘는다고 판단했다.

네임드인 얼음 여왕에게 버티려면 최소한 그 정도 레벨은 되어야 할 테니까.

당연히 레벨 155인 내가 이런 350 레벨대인 녀석들을 잡는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난 그 녀석들 중에 하나의 목을 날려 죽여 버렸다.

일단 테르타로스를 들고 있고.

최소한 급소를 직격했을 경우에 한해 이 녀석들도 한 번에 죽일 수 있었다.

물론 마법 계열이라 체력과 물리 방어가 약한 탓도 있긴 했겠지만.

적어도 아예 칼이 먹히지 않는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지.

이걸 아마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사기라고 하지 않았을까?

150대 레벨이 350대 레벨 유저를 잡은 셈이니.

“어?! 뭐야? 이 새끼 왜 죽어?!”

“적이다!!”

“젠장, 하필이면 디텍팅이 가능한 놈이…….”

“은신한 적이 주변에 있다!”

“뭐지? 은신 감지를 쓰는데 아무것도 안 걸렸다고?”

“전부 긴장해! 적 레벨은 최소 350이 넘어!!”

“디텍팅 안 되니까 사방을 주시하라고!”

“방진 유지하고 공격당하면 바로 반격해서 녀석을 붙들어놔!”

“네!!”

“알겠습니다!”

“이 새끼가 감히 우리가 누군지 알고 이런 장난을 쳐!”

은신 감지가 가능한 유저가 죽음의 빛으로 변해 버리고 난 뒤.

이제야 그 사실을 확인한 적들에게서 큰 고함이 터져 나왔다.

당황함을 감추기 위한.

분명히 은신 감지 스킬을 돌리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적들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던 마법사 유저가 죽어 나갔으니까.

당연히 녀석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녀석들이 내 레벨을 350 이상이라고 착각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착각해 주면 나야 좋지.

그럼 더욱 녀석들을 행동을 위축시킬 수 있을 테니.

아무런 전조도 없이 섣불리 튀어나오는 건 나로서도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한 녀석의 목을 베고는 바로 녀석들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눈 먼 공격에 당하는 건 사양이라.

녀석들이 안 보인다고 다 죽어라 하는 식으로 스킬을 난사하면 정말 피곤해진다.

<노아01> 한 녀석 잡았어요.

<불멸> 봤다.

음.

재중이 형이 주변에 있었나?

아마 내가 어떻게 하나 살펴보려고 옆에 대기 중인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멸> 여차하면 널 빼내야지. 아직은 들켜선 곤란해.

<노아01> 든든하네요.

재중이 형 역시도 나와 같은 방법으로 정체를 숨기려고 하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을 터.

무기야 다른 걸로 바꾸면 그만이고.

좋아.

그럼 확실한 보험이 있으니 한 번 날뛰어 볼까나.

【 유령보! 】

유령보를 다시 시전하자 내 기척이 확연히 다시 줄어들었다.

아마 이 정도로 소음을 줄여 준다면 바닥과 풀을 밟는 스텝 소리까지도 적들에게는 아예 들리지도 않을 터.

내가 밟은 바닥을 그 순간 눈으로 보지 않은 이상은 접근하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이것도 유령보가 MASTER 단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

스킬을 테르타로스가 추출해 올 때부터 이 단계였으니.

내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시간을 확 줄일 수가 있었다.

『 +3 하이딩 망토 / 방어력 40(34+6)

- 은신 시전 가능.

- 공격이나 피격 시 은신 해제.

- 강화 시 기척 감지 마법 방어 확률 추가.

- 강화 시 은신 유지 마력 소모 감소.

- 은신 시 크리티컬 대미지 100+150% 증가.

- 후방 공격 시 크리티컬 대미지 200+150% 증가.

- 크리티컬 시 은신 쿨타임 초기화. 』

그리고 이러면 굳이 강화를 더할 필요도 없겠어.

강화 시 기척 감지 마법을 방어할 확률이 올라간다는데.

애초에 그게 가능한 마법사를 죽여 버렸으니.

거기다 지금 이렇게 자신감 있게 움직이는 이유는.

<노아01> 녀석들 중에 디텍팅이 가능한 녀석이 더 없겠죠?

혹여라도 근접했을 때 갑자기 디텍팅 마법이 퍼지기라도 하면 순간적으로 내 모습이 드러나 집중포화를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녀석들이 준비를 해왔을까?

어떻게 보면 고렙의 디텍팅 마법이 가능한 마법사는 녀석들에게는 그다지 불필요한 존재일 수도 있었다.

애초에 레이드에 방해를 하러 오는 녀석들이 없었을 테니.

심지어 마력을 엄청나게 잡아먹어 유지 시간이 적은.

만약 그 마력을 공격 마법이나 회복 마법으로 돌렸을 경우 레이드에는 훨씬 도움이 될 터였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는 스킬을 쓰지도 않겠지.

물론 이 스킬을 모든 마법사들이 다 익히고 있다면야 문제야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 날 따라온 추척자들에게서는 또 다른 마법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이젠 내가 은신을 한다고 하더라도 녀석들이 날 눈치채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불멸>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래도 조심해라. 디텍팅 마법이 구하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마법사들 중에 돈 좀 있는 놈들은 다 구해서 익히고 있을 테니 말이야.

<노아01> 네. 알았어요.

하이딩 아이템이 정말 비싼 만큼.

은신 감지 마법이 그렇게 헐값에 거래되는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최소 한두 녀석 정도는 더 익히고 있다고 봐야 하려나.

유령보를 써서 신속하게 이 지역을 빠져나가 다시 얼음 여왕을 레이드하는 장소로 뛰어갔다.

지금 디텍팅을 못하는 이 녀석들의 목을 치는 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이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얼음 여왕의 목이었다.

저런 잔챙이들을 상대한다고 골든 타임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안 그래도 녀석들을 따돌린다고 거리를 벌렸던 탓에 시간이 더 걸려 버렸다.

혹여나 레이드 팀이 벌써 잡았으면 어떻게 하나.

스스슥!

그런 걱정을 가지고 급하게 스탭을 밟아 달리는데도 내 발에서는 풀을 스쳐 나가는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추격조는 아직도 사방을 경계 중이라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할 테니 후방 걱정은 없고.

그리고 따라붙으면 재중이 형이 바로 알려 줄 테니까.

그렇게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오니 전투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놔! 애들 많이 빠지니까 화력이 부족하잖아!”

“젠장, 아까 다운됐을 때 막타 넣고 끝냈어야 했는데.”

“그래도 조금만 더 하면 된다! 더 이상 죽지 말고! 체력 최대한 아껴 가면서 갉아먹어!”

다행히 아직 얼음 여왕이 살아 있는 걸 보고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내가 난입해서 그런지 레이드가 엉망이 되었다가 다시 재개된 모양인데.

그사이 얼음 여왕이 회복을 꽤 한 모양이네.

덕분에 내 쪽에서도 전장을 다시 살펴볼 여유가 생겨났다.

보자.

일단.

마법사 계열 중에 후방에 대기 중인 녀석들이…….

그렇게 눈으로 훑으니 몇 명의 힐러 계열 유저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하지만 녀석들은 전부 탱커에게 힐을 몰아주는 중이었다.

공격 마법사들은 모두 얼음 여왕에게 화력을 집중했고.

이건 디텍팅이 가능한 마법사들이 없는 거려나?

혹여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레이드가 막바지에 다다라서 그런지 다들 전투에 집중한다고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런 힐러 유저들 중에 하나의 뒤로 돌아 들어가는데 역시나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큭.

그럼 잘 가라.

곧장 테르타로스에 오러를 씌워서 힐러의 목을 날렸다.

“커억!!”

곧장 죽음의 빛으로 변해 버리는 힐러의 모습.

이전에 추격자를 잡았을 때도 그렇고.

확실히 지금의 스펙으로도 충분한 대미지가 나왔다.

은신의 크리티컬 대미지 250% 증가.

후방 공격 시 크리티컬 대미지 350% 증가 옵션인 망토 덕분에 위력이 확연히 올라가 그런지 한 번에 녀석의 목을 딸 수 있었다.

그리고 하이딩 망토에는 크리티컬 시 은신 쿨타임 초기화가 있지.

【 은신! 】

공격을 해 모습이 드러나자마자 바로 은신을 써서 내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 누군가 이곳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으면 눈치챘을 텐데.

모든 레이드 팀의 시선이 얼음 여왕에게 집중되어 있었으니.

전혀 모를 수밖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다시 한 번 옆에 있던 다른 힐러의 목을 날려 버렸다.

이번에도 역시나 힐러는 죽음의 빛으로 변해 갔고.

그렇게 두 명의 힐러를 죽이자 곧 전방 쪽에서 반응이 왔다.

“야! 체력 수치 계속 출렁이잖아! 힐 똑바로 안 해!!”

“이 새끼들이! 끝나간다고 설렁설렁 할 거야?!”

“진짜! 힐러들 일 똑바로 안 해?!”

얼음 여왕 같은 레이드 몬스터는 한순간만 힐을 놓쳐도 체력 수치가 엄청나게 뚝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애초에 네임드라는 것 자체가 정말 강력한 존재인데 그 모든 공격을 탱커가 오롯이 몸으로 버텨내는 셈이니까.

당연히 다른 유저들보다 체력이 높다고 하더라도 힐러의 지원이 없으면 그런 공격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자체 물약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게 된다.

특히 지금은 그런 힐러를 하나도 아니고 몇 명이나 데리고 와서 메인 탱커에게 집중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말로 이 정도 숫자의 힐러가 번갈아 가면서 힐을 해 줘야 겨우 유지가 될 정도의 난이도라는 뜻이기도 했고.

물론 몇 명의 힐러가 죽을 것을 대비해 아마 넉넉하게 힐러를 준비해 왔을 테지만.

그런데 이 와중에 힐러가 계속 사라지면 과연 어떻게 될까.

레이드에서 탱커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촤악!!

그렇게 세 번째 힐러의 목을 따고는 다시 은신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러자 결국 메인 탱커가 뒤를 돌아보면서 고함을 질렀다.

“야이 새끼들아!! 힐 똑바로 넣으라고!!”

보통은 메인 탱커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정말 급할 때가 아니라면!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위기라는 뜻이었다.

좋아.

슬슬 반응이 오네.

그리고 당황한 메인 탱커의 실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힐러들 다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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