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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38화 (828/1,404)

#838화 증발하는 네임드들 (1)

예전에도 그랬지만 보통은 네임드를 레이드할 때는 다른 유저들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편이었다.

아주 이전으로 되돌아가 보면 그때는 실컷 레이드를 해놓고 아이템이 떨어졌는데 딱 그 순간.

드랍된 아이템을 노리고 달려드는 유저들이 결코 적지 않았다.

이는 아이템의 소유권이 딱히 정리가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굳이 힘든 레이드를 하지 않고 고가의 아이템을 훔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었다.

마지막에 달려들어 아이템만 먹고 죽으면 되니까.

그렇게 먹은 아이템이 드랍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보니 이 방법은 다수에게 꽤 잘 통용되는 일들이었다.

그 덕분에 레이드를 하는 길드들이 빡치는 건 당연했고.

회사에 항의하는 사건들도 게시판을 통해 자주 소개되고 했다.

그리고 다수 유저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로스트 스카이에서도 이를 패치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당시 우리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케이스였다.

1서버 필리언에서의 네임드 대부분을 우리가 잡아 대고 있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유저들이 없는 곳에서 앞서나가 잡았으니 그렇게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순 없으려나?

아무튼 이런 식의 패치는 레이드에서 네임드에게 반드시 피해를 줘야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고.

유저들의 행동 양식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아예 레이드를 하고 있는 길드들을 방해해 버리는 것.

레이드에서는 솔직히 네임드만 상대해도 벅찬데 거기에 다른 길드에서 수시로 뒤치기가 들어오면 아무리 잘나가는 길드라도 레이드는 엎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레이드는 무엇보다 참가한 유저들의 집중력이 중요시되었는데 이는 한 번만 실수를 해도 기나긴 레이드가 파탄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다른 유저들을 접근조차 하지 못 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레이드를 한 번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레이드를 하는 길드들 외에도 그 길드를 레이드를 방해하는 적들로부터 지키기 위한 길드가 또 존재하게 되었다.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네임드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인원들이 치고받으면서 보다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네임드는 돈이 되니까.

하나만 잘 잡아도 길드 운영은 우습고 길드원들 각자가 꽤 많은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군침을 흘리는 이들이 많으면 당연 경쟁도 심해졌고.

그런 이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바로 레이드 리젠 시간인데.

재중이 형이 말한 대로 너무 한 연합이 커지다 보니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 버렸다.

정확하게는 그보다 더 많은 많은 연합들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세력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으려나.

이미 1서버를 먹어 버린 거대 연합.

상황이 이러다 보니 레이드를 방해하는 그 어떤 세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마리의 네임드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다른 서버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물론 모든 네임드를 전부 이 거대 연합에서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리 연합이 크다고 해도 그와 반대되는 세력들이 없을 수는 없으니까.

만약 이 거대 연합이 정말 모든 네임드를 다 차지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문제가 커졌을지도 모른다.

이 거대 연합을 만든 사람이 대단하다고 하는 건.

연합의 규모에서 취할 만큼만.

반발을 누를 수 있는 딱 거기까지 선을 잘 긋고 필요한 네임드만 먹어치운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내어줄 네임드는 다른 곳에 내어주면서.

세력의 균형이 맞아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굳이 다른 연합이나 길드들이 쳐들어오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로 윈윈하는 상황이랄까.

이곳 사원처럼.

이는 이들의 배치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후방을 지키는 그 어떤 길드원도 없는.

이런 인원 배치는 레이드에 뒤치기가 들어와서 방해를 받는 상황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재중이 형에게 물어봤듯이 뒤치기에 취약한 힐러들을 이렇게 많이 데리고 레이드하는 이유이기도 했고.

그리고 이런 배치가 좋은 점은 길드의 능력을 온전히 레이드에만 쏟을 수 있기에 많은 인원이 동원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럼 아이템을 나눠 먹는 숫자도 적으니 서로 좋겠지.

누가 생각해도 굳이 많은 숫자를 데려와서 파이를 나눌 필요는 없었다.

물론 당연히 자신들이 레이드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나오는 것이었다.

거대 연합의 힘을 믿으니까.

누군가 방해를 하지도 않고.

혹은 방해를 하더라도.

네임드를 몇 대 건드리는 걸로는 절대 아이템을 가져갈 수 없으니.

만약 그렇게 방해를 한다면 거대 연합의 힘으로 찍어누른다.

이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굳이 드랍될 아이템만을 노리고 레이드에 끼어드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마지막 비명을 지르는 네임드 팬텀 나이트의 사방으로 폭발이 집중되자 곧장 그 폭발 속으로 몸을 날렸다.

테르타로스.

부탁한다.

그렇게 테르타로스가 팬텀 나이트의 뒷목을 찍는 순간.

하이딩 망토의 은신 효과가 풀리며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내 모습이 팬텀 나이트의 후방에서 드러났다.

뭐.

굳이 공격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집중포화 속에 파고들었기에 정체는 드러났겠지만 이런 눈이 부신 폭발 속이라 오히려 더 내 모습이 완전히 감추어졌다.

일단 체력은 충분해.

기존의 체력에 테르타로스가 올려준 체력을 합치면 300레벨대의 체력이 나온다.

방어력이 좀 약한 게 걸리긴 해도.

내 목적은 이 집중포화 속에서 오래 버티는 게 절대 아니니까.

딱 몇 초의 시간.

그것만 있으면 됐다.

콰콰쾅!!

그렇게 내 몸을 두들기는 수많은 공격에 이를 악물면서도 하나의 시스템 메시지만을 기다렸다.

《 테르타로스가 네임드 몬스터 팬텀 나이트를 흡수하고자 합니다. 》

《 허락하시겠습니까? 》

됐어!

바로 수락을 한 뒤에 한 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꽉 쥐었다.

【 텔레포트! 】

미리 정해 놓은 장소로 이동하는 이동 반지.

이 반지에는 비싼만큼이나 좋은 기능이 존재했다.

바로 공격을 받으면서도 언제라도 몸을 내뺄 수 있다는 점.

페가수스 같은 경우는 페가수스를 소환해야 한다는 것과 페가수스가 공격을 받으면 스킬이 캔슬될 수도 있었지만, 이 이동 반지는 완전히 달랐다.

내가 이 집중 포화 속에 몸을 던진 이유이기도 했고.

만약 이 이동 반지가 없었다면.

절대 이런 미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텔레포트 스킬을 쓰자마자 바로 몸이 사라지면서 주변의 배경이 바뀌었다.

워낙 눈이 부신 폭발 속에서 갑자기 어두운 공간으로 넘어오자 적응이 안 되었지만 곧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크게 웃으면서 걸어 나왔다.

“크크크큭, 아이 미친 새끼.”

“성공했어요, 형.”

“그래. 나도 잘 봤다. 지금쯤 거기 난리 났을걸?”

난리 났다라…….

“하긴, 지금이면 확인했겠네요.”

“보고 싶지 않냐?”

“네? 볼 수 있어요?”

“어, 이 녀석들 레이드를 매번 방송하거든.”

“이해가 안 되네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뭐 자기들 세력 과시겠지. 그럼 어디 팝콘 좀 꺼내 봐라.”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시스템을 띄워서 한 방송을 띄워서 보여 주었다.

정말 재중이 형이 말한 대로 보란 듯이 방송을 하고 있는 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야이! 새끼들아! 그만 쏴! 앞에 안 보여! 팬텀 나이트 쓰러졌잖아!”

“에이, 마지막에 좀 폭주할 수도 있죠. 잡았으니 됐지 않습니까.”

“그런가? 암튼 이 새끼들 너무 흥분해서는.”

“1군들 빠지고 처음으로 잡는 거라. 다들 좋아서 그럴 겁니다.”

“큭, 그래. 이제 우리도 팬텀 나이트를 자력으로 잡았으니 됐다. 언제까지 이 자리일 수는 없지.”

그런 녀석들의 대화를 듣다가 의문이 생겨서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저게 무슨 뜻이죠?”

“아, 저놈들도 성과가 있어야 위로 올라가니까. 뭐 쉽게 보면 다단계라고 생각해도 좋아.”

“하…… 무슨 회사라도 됩니까?”

“크게 보면. 정말 제대로 조직화를 시켜 놨어.”

“조직이라…….”

그렇단 말이지.

앞으로가 재밌겠네.

눈앞의 네임드가 싹 증발한 녀석들에게는.

그리고 예상대로 방송 안의 상황이 어수선하게 변하는 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뭐야? 왜 아무것도 없어?”

“어? 팬텀 나이트 잔해가 없잖아!”

“드랍 템도 없어!”

“대체 무슨……!”

그때 누군가가 먼가를 떠올렸는지 외쳤다.

“설마 팬텀 나이트 튄 거 아냐?”

“아냐, 1군 애들이랑 할 때는 이쯤에서 죽었는데.”

“아씨, 그러게 마지막에 폭격 좀 줄이라고 했잖아! 보이지가 않으니…….”

그런 길드원들의 말에 다들 당황하고 있을 때 화랑이라는 유저가 직접 나서서 바로 오더를 내렸다.

“팬텀 나이트가 공중 질주로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 주변 전부 통제하고 수색해! 발견되는 대로 하늘로 신호 올리고. 이거 못 찾으면 우리 진짜 박살 나니까 무조건 찾아내!”

팬텀 나이트는 공중 질주라는 훌륭한 회피 수단이 있었다.

그러니 공격 와중에 빠져나갔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하지만 그럴 확률은 제로였다.

지금 내 테르타로스가 팬텀 나이트를 먹어치워서 아주 배가 부른 상태라.

“제대로 헛다리를 짚었네요.”

“어, 저래 주면 우리야 땡큐지.”

녀석들이 혹여나 우리를 알아채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방송에서는 여전히 제단 주변을 수색하면서 팬텀 나이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녀석들은 생각도 못 할 거예요. 몬스터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무려 마신의 파편이었다.

마왕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녀석들이 구경도 해보지 못한.

이런 기능이 있었어야 생각이라도 떠올리지.

그리고 그런 생각을 뒤집어서 노린 것이다.

네임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 자리에서 죽으면 죽었지.

혹은 도망가던가.

테르타로스는 흡수한 몬스터의 특성을 가져오는 대신.

드랍 아이템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보통은 실컷 네임드를 잡아놓고 아이템 하나도 못 먹는 건 크나큼 단점이겠지만.

이 특성 덕분에 오히려 녀석들이 오해를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흔적조차 없는데 누가 뭘 했는지 어떻게 알까.

“그래, 나 같아도 모를 거야. 네임드가 증발하는 건 보고도 믿기지 않으니까. 혹여나 흡수가 되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말이야.”

“너무 잘 돼서 저도 놀랐어요. 만약 안 됐으면 그냥 튈려고 했거든요.”

아무리 레벨 300대의 체력이라고 해도 집중 포화 속에서 오래 버티는 건 힘들었다.

흡수가 안 되면 깔끔하게 튀는 게 낫지.

나중에 다른 방법을 찾아내더라도.

다시 방송을 보자 한참을 수색하고도 망연자실하게 무릎을 꿇는 화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냐, 절대 아냐……. 이렇게 되면 안 되는 거야……. 이걸 따내려고 내가 기름칠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리고는 눈이 시뻘겋게 변하더니 다시 한 번 연합원들을 보고 악에 바친 듯 외쳤다.

“무조건 찾아내!!! 못 찾으면 니넨 다 죽는 거야!”

그런 화랑을 보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백날 찾아봐라.

팬텀 나이트가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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