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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37화 (827/1,404)

#837화 전쟁의 이유 (5)

“크어어어!!”

팬텀 나이트가 괴성과 함께 자기 신체만 한 거대한 검을 휘두르자 주변에 하얀 겁화가 일어나면서 탱커들의 쉴드를 덮쳐 갔다.

“막아!!”

“힐! 쏟아부어!”

“밀리면 뒤에 다 죽는다!”

“무조건 버텨!”

동시에 다섯 명의 탱커가 몸을 숙이고는 팬텀 나이트의 광역 공격을 막아 내는 동안 힐러들이 분주하게 힐을 들이부으면서 쓰러질 것 같은 탱커들의 목숨줄을 붙여 놓았다.

그렇게 탱커들이 버티자 이번에는 유령마가 튼실한 앞다리를 크게 들어 올렸다가 바닥을 박찼다.

콰아앙!!

“충격파 온다!”

“젠장, 대체 스턴을 얼마나 써 대는 거야!”

“바로 스턴 풀어!”

유령마의 내려찍기는 광역 스턴.

흔히 말하는 군중 제어기.

특히 이런 네임드가 쓰는 광역 스턴은 그 범위가 굉장히 넓으면서도 효과 역시 강력했다.

한 번 제대로 걸리면 몇 초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니 죽음을 바라봐야 할 만큼.

그런 스턴기가 광범위하게 펼쳐지자 힐러들이 스턴을 풀기 위해 혼비백산했다.

일반 몬스터들이 쓰는 스턴과는 아무래도 스킬 레벨과 등급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힐러들도 죽을상을 하면서 계속 스턴 해제 스킬을 걸어 댔다.

“팬텀 나이트 스턴은 진짜 안 풀린다니까요!”

“계속 풀어 봐!! 못 풀면 다 죽어!”

“하고 있어요!!”

그사이 몇 명의 유저들이 다시 팬텀 나이트의 검에 목숨을 잃어버리자 한쪽의 진형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저쪽 뚫렸어!”

“아놔, 스턴 방어 제대로 못 해?”

“지금 그게 중요해?! 팬텀 나이트 달린다!”

그리고 그 비어 있는 공간으로 팬텀 나이트와 유령마가 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뒤로 잔상이 흐르면서 순식간에 위치를 이동해 버렸다.

눈으로도 쫓기 벅찰 정도의 엄청난 가속력.

정지 상태에서 저렇게 속도를 낼 수 있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포위망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렸고.

“칫, 네임드는 네임드다 이거지?!”

“진형 새로 짜!”

“그보다 더 이상 죽지 마! 자꾸 죽으면 녀석이 레벨업 해버리니까.”

“이번에 죽은 녀석들은 분배에서 확 빼 버릴 테니까 정신 차려. 새끼들아! 공략이 다 있는데도 못 잡으면 진짜 개쪽이다!”

우왕좌왕할 줄 알았던 유저들이 그 소리를 듣고는 곧장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진형을 바꿔서 팬텀 나이트에 대항할 수 있도록 위치를 옮겼다.

“궁수들 계속 다리에 화살 박아 넣어! 어떻게든 유령마의 발을 멈춰야 해!”

“저래 빨리 달리는 걸 무슨 수로 맞춰?!”

“못하면 니들 밥값은 없어!”

“아이씨, 지들이 놓쳐 놓고는 우리한테 지랄이야.”

그렇게 불만을 토하면서도 계속 화살을 날려서 유령마의 진로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화살도 그냥 화살이 아니고 뭔가의 그물 같은 것이 달린 특수한 화살이었다.

흐음.

처음 보는 물건인데?

<주호> 저건 뭐죠?

<불멸> 몬스터 포획용 강철 화살. 얼마 전 업데이트되고부터 유행한 대 네임드용 화살인데 개당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아무 때나 쓸 수 없는 물건이지. 대신 강철 그물이 펼쳐지면서 발을 묶어 놓아서 효과가 좋아.

<주호> 별게 다 있네요.

그런 강철 그물이 여기저기 펼쳐졌고 잠시 유령마의 움직임이 멈칫했고, 그사이 거대한 둔기를 든 유저들이 달려들어서 유령마의 다리를 향해 해머와 도끼들을 휘둘렀다.

“으라얏! 맞아라!”

“제발 좀 서라고!”

전부 다 오러가 서려 있는 무기들.

그것도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를 동시에 쓸 정도로 유저들의 수준이 높아져 있었다.

그때 팬텀 나이트의 거대한 검이 휘둘러지면서 그런 해머와 도끼들을 한 번에 전부 쳐내 버렸다.

“젠장, 이 새끼 힘이 대체 얼마야!”

“오러도 안 통해!”

“그나마 오러를 썼으니 안 죽은 거다!”

그렇게 팬텀 나이트를 따라붙었다가 무기가 튕겨 나가 무방비가 된 유저들이 곤혹스러움을 표시하면 자세를 고칠 때 유령마의 입이 크게 벌어지면서 안에서 뭔가의 스킬이 준비되어 갔다.

거대한 마법진이 돌아가는 걸 보면.

아마도…….

그거겠지.

“씨……! 브레스다!”

“뭐야? 브레스 타임도 아닌데?!”

“잔말 말고 전부 피해!”

곧장 브레스가 그들을 덮쳤다. 몇 명은 공격 범위에서 빠져나갔으나 너무 가까이 있던 유저들이 그러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브레스가 몸을 쓸어버리면서 지나갔다.

그런데 죽어 버릴 것이란 예상과는 다르게 브레스에 직격당한 유저들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완전히 두 다리로 버티면서.

아니, 네임드의 브레스를 저 위치에서 직격으로 맞고도 살아 있어?

<주호> 어? 저건…… 방어한 건가요?

<불멸> 아니, 먹힌 거야.

<주호> 먹혀요?

<불멸> 어, 유령마의 브레스는 맞으면 유령이 되어 버리거든.

<주호> 음, 그럼 어떻게 되나요?

<불멸> 말 그대로 이제부턴 적이 돼.

재중이 형 말대로 브레스를 맞은 녀석들의 몸은 흐릿해지면서 유령처럼 일렁거렸다.

원래 가지고 있던 신체적 능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젠장! 유령화다!”

“저것들부터 먼저 죽여!”

“아놔, 그래서 섣불리 접근하지 말라니까. 무식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유령마부터 잡았으면 됐잖아! 공략을 알아도 못 잡냐!”

<주호> 유령마가 더 위험한가 보네요?

<불멸> 뭐, 숫자가 많으면 불리해지긴 해. 유령이 될 녀석들도 그만큼 늘어나는 거니까. 오러를 안 쓰면 거의 못 잡기도 하고.

확실히.

일반 몬스터인 팬텀 솔저를 잡을 때도 오러는 반드시 써야 했다.

그냥 무기만 들이대 봐야 칼이 그냥 슥 지나가 버렸으니.

“접근하지 말고! 궁수들은 유령화된 녀석부터 죽여!”

누군가의 신호가 있자 대기하던 궁수들의 활에서 일제히 오러가 실린 화살들이 뿜어져 나왔다.

【 피어싱 샷! 】

【 파워 스트레이트 샷! 】

【 레인 샷! 】

【 익스플로전 샷! 】

.

.

피어싱 샷으로 날아간 화살은 말 그대로 유령화가 된 유저들의 머리를 꿰뚫고는 그대로 다음 유령화 녀석에게 날아가 그대로 박혀들었다.

머리가 관통된 유령화 유저들은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고.

파워 스트레이트 샷은 관통은 되지 않았지만 유령화 유저의 갑옷에 맞는 순간 강한 타격력으로 몸 전체를 튕겨내 버렸다.

레인 샷은 하늘 위로 올린 화살이 순식간에 여러 개로 나눠져 마치 비가 오듯 한 장소에 끝도 없이 떨어져 내렸다.

마지막의 익스플로전 샷은 날아갈 때는 평범했지만 목표에 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과 함께 주변 일대를 완전히 쓸어버렸다.

이전과는 달리 확실히 궁수들 스킬도 많아졌네.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 역시 상당히 발전해 있었다.

시위를 놓는 순간.

이미 눈앞에 날아와 있을 정도려나.

눈썰미가 어지간히 좋지 않으면 원거리에서 일단 맞고 시작해야 할지도.

스킬의 속도가 워낙 다 빨라져서 난전에 들어가면 눈먼 화살에 죽는 자들도 꽤나 속출할 것 같았다.

궁수들 상대할 때도 꽤 조심해야 하겠는데.

유령화가 되어 순간 진형이 엉망이 됐지만, 대처를 잘한 덕분에 다시 진형을 갖춰 갔다.

물론 팬텀 나이트가 마냥 기다려 주지만은 않았다.

만들어 놓은 유령화가 죽어 나가는 사이 유령마가 허공에 뜨더니 질주하듯 일자로 달려 나갔다.

“이런 젠장! 시작이야!”

“아놔, 이래서 놓치면 안 되는데!”

“진짜 시작이다!”

“전부 탱커 뒤에 모여!”

그리고 그 순간.

달려나가던 팬텀 나이트와 유령마가 허공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완전히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주호> 뭐죠? 도망간 건가요?

<불멸> 아니. 뒤쪽을 봐.

재중이 형이 신호를 하자 고개를 돌렸는데, 팬텀 나이트가 완전히 다른 방향의 허공에서 나타나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검을 휘둘러 유저들의 목을 갈라 놓으며 지나갔다.

“크악! 이쪽!”

“뒤! 뒤!”

“탱커 뒤로 다들 숨어!”

그렇게 공격한 뒤에 다시 달리는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져 버렸다.

설마 이번에도?

시선을 집중해서 보는데도 팬텀 나이트의 신형을 완전히 놓쳤다.

<주호> 스킬인가요?

<불멸> 어, 팬텀 나이트 전매특허인 허공 질주. 가속이 붙어서 모습이 사라지면 어디서 나오는지 아무도 몰라.

확실히 스킬 자체가 괴랄했다.

눈으로는 쫓을 수도 없는.

평범한 유저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스킬이 아닐까.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목을 베고 지나가 버리는데 반응 속도가 어지간하게 좋지 않고서야…….

그래서 지금 유저들이 쓰는 게 저 방법이었다.

탱커들이 버티고 다른 유저들은 그 뒤에 숨는.

어디서 나타날지 전혀 모르니까.

“한 번만! 늦추면 돼!”

“제발 정면에서 와주라!”

“전부 스턴 준비! 딱 한 번만 잡는다!”

하지만 꽤 다수의 유저들이 먹이감으로 전락해 버리자 다들 욕부터 내뱉었다.

원래 네임드가 유저들 원하는 대로는 안 해 주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시선이 정확하게 팬텀 나이트과 나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도 매번.

왠지 모르지만 알 것 같은데.

뭔가가 나타났다는 기척이 느껴지는 그 순간.

자동으로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불멸> 호오, 방향을 알겠어?

<주호> 네, 위치를 잡을 수 있어요.

<불멸> 진짜 감 하나는 좋다니까.

그렇게 감탄하는 사이에 한 유저가 눈빛을 번뜩이더니 뭔가 명령을 내렸다.

저 녀석이…….

이 연합의 장이려나?

눈을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화랑 길드 길마야. 저 연합을 통솔하러 나왔나 보네. 일단 쟤들은 1군이지.

<주호> 형이 알 정도면 꽤 하나 보네요.

<불멸> 어, 랭킹도 두 자리 대다. 그 정도면 아무리 밀어줘도 실력이 없으면 못 올라가.

<주호> 호오, 그런가요.

“너, 너. 그리고 너. 저쪽으로 가!”

“네? 여기서 벗어나면 죽…….”

“까라면 까! 말이 많아!”

그리고 봤다.

몇 명의 유저를 탱커 뒤에서 빼내서 밖으로 던져 놓은 것을.

저건 죽으라고 밀어넣는 것과 똑같은…….

<주호> 설마. 유저를 미끼로 쓰는 건가요?

<불멸> 그래. 잘 봤다. 저놈들은 하나같이 정이 없다니까.

그렇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유저들이 팬텀 나이트의 검에 썰려 나가며 죽어 나가자 잠시 동안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더니 한순간 외쳤다.

“지금이다! 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먹잇감을 썰고 지나가는 팬텀 나이트와 유령마를 포위해 공격을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허공 질주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불멸> 어떻게 생각해?

<주호> ……뭐 나쁘진 않네요. 그렇다고 썩 좋아하는 방법도 아니고요.

같은 편을 미끼로 버리는 방식이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아예 안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저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으니.

그리고 저게 가능한 건.

철저한 상하 수직 관계이려나.

명령과 복종이 있는.

그런 식으로 몇 번 더 유저들을 희생해서 결국 유령마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뒤로도 팬텀 나이트와의 처절한 사투가 있었고.

유령마가 없다고 한들.

팬텀 나이트만으로도 유저들을 누르기에는 충분히 강했다.

다만 이미 공략을 알고 온 상태라 그런지 유저들의 대처가 꽤 좋았다.

주변에 방해를 하는 유저들이 없기도 하고.

모든 연합 유저들이 온전히 레이드에만 집중하고 있달까.

<불멸> 슬슬 움직이자. 팬텀 나이트 마지막 페이즈다.

<주호> 네, 가죠.

그렇게 방해하는 유저들이 없다 보니 녀석들은 아예 잊고 있었다.

소수라도 방해를 할 수 있다는 걸.

하지만 소수가 와서 몇 대 쳐봐야 아이템은 먹지도 못 했다.

로스트 스카이 유저들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당연히 원래라면 이런 침입자에게는 아예 신경도 안 쓰겠지만.

지금은 다르지.

특히 나는.

난 아이템을 먹으러 온 게 아니니까.

페이즈가 어느 정도 넘어가자 재중이 형이 신호했다.

<불멸> 마지막 불꽃이야! 지금 들어가!

은신으로 팬텀 나이트의 뒤를 서성이다가 그 신호와 함께 곧장 팬텀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모든 오러를 끌어올려서 팬텀 나이트의 뒷목을 테르타로스로 찍어 버렸다.

“크억?!”

지금은 스탯이 300레벨대 이상으로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

마지막 집중포화가 있어도.

잠시라면 버틸 수 있지.

그렇게 테르타로스가 완전히 뒷목에 박히는 순간.

《 테르타로스가 네임드 몬스터 팬텀 나이트를 흡수하고자 합니다. 》

《 허락하시겠습니까? 》

그래.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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