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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19화 (809/1,404)
  • #819화 마신의 무구 (10)

    카아아앙!!

    카아아앙!!

    마신의 파편과 해머의 거친 표면이 부딪힐 때마다 눈이 부실 만큼 튀어나오는 엄청난 반탄력을 온몸으로 받아 가며 드워프 왕의 해머로 내려치는 작업을 계속 반복했다.

    이건 단순히 마신의 파편을 내려친다는 걸로는 표현이 부족했다.

    내 쇠질을 거부하는 마신의 파편이 뿜어내는 기운은 도저히 버틸 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 마신의 파편에서 나오는 강력한 암흑의 기운에 신체가 노출됩니다. 》

    《 레벨이 너무 낮아 저항에 실패합니다. 》

    《 저항 실패로 체력의 3%가 하락합니다. 》

    《 저항 실패로 민력의 2%가 하락합니다. 》

    《 저항 실패로 근력의 2%가 하락합니다. 》

    《 저항 실패로 마력의 3%가 하락합니다. 》

    .

    .

    딱히 실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드워프 왕이 옆에서 알려 주는 대로 정확한 경로를 따라 드워프 왕의 해머를 내려쳤다.

    단순히 반복하는 동작의 정확도는 이 로스트 스카이 그 누구보다도 내가 정확하지 않을까.

    하지만 마신의 파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암흑의 기운을 강하게 내뿜으며 내 손길을 거칠게 뿌리쳐 냈다.

    동시에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내 의지와 달리 계속 몸이 멈추어 버렸다.

    큭.

    제대로 집중하고 내려쳐도 모자랄 판에……!

    “이 녀석, 생각보다 반항이 거세네요!”

    그렇게 외치자 옆에서 계속 지켜보던 드워프 왕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마신의 파편과 격차가 너무 심하군.”

    “제가 많이 밀린다는 말이죠?”

    아니, 이건 대답을 들어볼 필요도 없는 문제인가.

    드워프 왕에게 받은 블랙 싸이클롭스 벨트, 고대 드워프 왕의 환, 그리고 오우거 하트까지 써서 겨우 힘은 어떻게 맞출 수 있었는데.

    나머지 다른 부분들이 문제였다.

    레벨이 너무 낮다는 것.

    그러다 보니 아직 마신의 파편을 어찌할 정도의 스펙이 안 된다는 것까지도.

    예상에 원래 마신의 파편을 얻어야 하는 경로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진행을 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지금 진행하는 부분보다 레벨이 미친 듯이 모자란 셈이었다.

    근력과 민첩은 어떻게 맞추기는 했는데…….

    이건 그저 딱 두들기는 수준에 머물 뿐.

    특히 해머를 두들길 때마다 마신의 파편에서 퍼져 나오는 저 암흑의 파장이 견디기 어려웠다.

    재중이 형도 이를 지켜보다가 혀를 찼다.

    “아무래도 신체가 못 버티는 것 같다.”

    “좀 힘들긴 해요.”

    체력 물약을 물 쓰듯이 들이붓고 있는데 지금은 퍼센트로 체력이 깎여 버리니 버텨 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마력은 어떻게 주변의 타르석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말이지…….

    “형, 어떻게 안 돼요?”

    “있어 봐. 애들 불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있는 타르 광산으로 챠밍을 비롯한 우리 팀이 모두 들어왔다.

    재중이 형은 챠밍과 막내별에게 손짓했다.

    “빨리 와서 얘 체력 채워줘.”

    “네!”

    “가요!”

    곧장 챠밍과 막내별이 양 옆으로 붙더니 바로 시전했다.

    【 메가 힐! 】

    【 메가 힐! 】

    그런데 둘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회복 마법을 쓰자 부족했던 체력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이건?”

    그러자 챠밍이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얼마 전부터 쓸 수 있게 된 상위 힐이에요. 기존 힐을 마스터하면 신성 제국에서 배울 수 있고요. 막내별 언니가 알려 줬어요.”

    “그래? 좋은데?”

    확실히 힐 스킬은 자주 쓰니까 마스터하기에는 어렵지는 않았겠네.

    그동안 쓰던 힐은 초반에 나왔던 기본 스킬이라 그런지 회복량이 정말 좋지 않은 편이었다.

    오죽하면 힐보다 물약을 먹어서 버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만큼 유저들이 힐량에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에 개선이 된 모양이었다.

    덕분에 내려가던 체력이 겨우 안정을 찾아갔다.

    둘이 오지 않았으면 정말 해머에서 손을 뗄 뻔했네.

    그때 이쁜소녀가 인벤에서 양손 가득 뭔가를 꺼내놓았다.

    “오빠, 하르석 다 가져왔어요!”

    “땡큐! 안 그래도 모자라서 어쩌나 했다.”

    비축해 둔 타르석만으로는 마력이 너무 빨리 소모되어 어쩔 수 없었다.

    외부에서 계속 조달을 해오지 않으면 답도 없지.

    끌어올린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두 개의 고대 드워프 왕의 환이 빨아들이는 마력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효율은 거의 최악.

    아마 이걸 전투에 쓰기에는 거의 무리가 아닐까.

    엄청난 양의 하르나 타르를 같이 들고 다니지 않는 이상은.

    바로 옆에서 전사 형도 하르석을 잔뜩 꺼내놓고는 쇠질 중인 나를 보고 감탄했다.

    “어우, 너 대체 힘이 얼마나 올라간 거야? 여기까지 쿵쿵 거리네.”

    “좀 꼼수를 썼죠.”

    힘에 민감한 전사 형이라 그런지 바로 알 수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힘이 올라갔는지.

    아쉽지만 이건 일회용이라.

    “나르샤 누나는요?”

    “일단은 주변 정찰. 혹시 모르니까. 누군가 광산에 접근하면 곤란하지.”

    “으음, 다 고생시키네요. 다들 사냥도 못하고.”

    “흐, 고생이긴 했다. 칼도 제대로 안 박히는 애들하고 씨름한다고.”

    역시 그런가.

    마계 몬스터들이 쉽게 잡혀 줄 리는 없으니까.

    우리 팀이 스펙이 다른 길드 사람들보다 꽤 높긴 한데.

    그렇다고 마계 녀석들을 편하게 죽일 정도는 또 아니었다.

    거기다 팀의 딜량을 상당히 책임지던 내가 빠진 상태라.

    그만큼 고생을 했을 터.

    전사 형이 그런 날 보고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려 마신이라는데 우리가 고생 좀 해야지. 얼른 네 걸로 만들어 버려!”

    “하하. 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요.”

    챠밍과 이쁜소녀도 날 보며 응원을 보냈다.

    “오빠, 힘내요!”

    “화이팅!”

    그렇게 둘 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해머를 두들기는 동안 계속 내 옆을 지키며 필요한 때마다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은 카르바할을 따라 용광로에 불을 더 올리는 작업을 했다.

    막내별과 챠밍은 여전히 힐을 하고.

    어느새 들어온 나르샤 누나는 이쁜소녀와 함께 비공정을 타고 나가 하르석과 타르석을 옮겨오는 역할을 맡았다.

    휴.

    무슨 레이드 보스를 잡듯 다들 집중해서 도와주는 모습이란.

    덕분에 전과 달리 온전히 해머로 마신의 파편을 두드리는데 온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마신의 파편이 내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은 일단 뛰어넘은 셈.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빨갛게 달아오른 마신의 파편의 둔탁한 표면이 점점 평평하게 펴지기 시작했다.

    “흠, 여기서부터는 내게 맡기게.”

    그러더니 카르바할이 대략적으로 모양이 잡힌 마신의 파편을 가져가 어떤 진득한 용액에 담구는 것이 보였다.

    치이익!!

    달아올랐던 마신의 파편이 급격히 용액과 마찰을 하며 식어 가는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용액을 마신의 파편이 모조리 빨아들이는 중이었다.

    “이건?”

    “타르 광산의 핵과 아다만티움, 순도 높게 정제된 최상의 타르석을 녹인 것이라네.”

    드워프들의 비전 같은 거려나?

    일단 비싼 재료란 재료는 다 들어갔네.

    여기 들어간 아다만티움의 값어치만 해도…….

    대략 백억은 훌쩍 넘어가니.

    아마 다른 부재료들까지 치면 그보다 훨씬 비싼 용액이 될 것이다.

    그런 용액을 마신의 파편이 쭉쭉 빨아들이고 있으니 왠지 속이 아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서 피어나는 불안감도 생겼고.

    하지만 드워프 왕에게는 차마 물어보지 못 했다.

    지금껏 지켜본 로스트 스카이는 실패 확률이라는 미친 녀석이 존재했다.

    100% 성공이 아닌 이상은.

    언제라도 실패를 할 수 있다는 뜻이었고.

    만에 하나 1%의 실패 확률만 있어도 정말 재수가 없으면 어떻게 될 진 아무도 몰랐다.

    <주호> 형, 저거 설마 날려 먹진 않겠죠?

    <불멸> 큭, 그럼 바로 본사 찾아가야지.

    <주호> 하아, 안 그러기를 바라야겠네요.

    제발 카르바할이 제대로 하고 있기를.

    정말 이걸 실패하면 드워프 왕이고 뭐고 일단 칼침부터 놓아버릴지도.

    한동안 용액을 흡수시키던 카르바할이 다시 마신의 파편을 꺼내들었다.

    이제 제법 무기의 형태를 보이는 파편을 보면서 카르바할에게 물었다.

    “이게 완성은 아니죠?”

    “허, 그럴 리가. 그럼 다시 부탁합세.”

    전혀 아니라는 표정으로 내게 마신의 파편을 돌려주었다.

    흐음.

    이제 다시 두들기면 되는 건가?

    그런데 이번에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시스템이 눈에 보였다.

    “지정된 부위를 확실하고 완벽한 순간에 칠 수 있어야 좋은 대장장이가 되는 걸세.”

    이전과 다르게 마신의 파편 곳곳에 붉은색 경고 표시가 떴다.

    이게 대체.

    뭐하는 거야?

    붉은색 경고가 뜨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닌데 거기에 계속 위치를 바꿔 가면서 움직였다.

    꽤 빠른데?

    멍하게 보고 있으면 꼭 놓칠 것처럼 엄청나게 빠르게 색상이 변해 가자 손에 들린 드워프 왕의 해머를 들고 그중 가장 빨갛게 변하는 위치에 해머를 내려쳤다.

    카아아앙!

    《 『 퍼펙트 』 를 기록했습니다! 마신의 파편이 정교해집니다. 》

    《 다시 한 번 『 퍼펙트 』 를 기록했습니다! 마신의 파편이 더욱 정교해집니다. 》

    .

    .

    그런데 계속 같은 자리를 쳐도 붉은빛이 수없이 많아져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하.

    이놈,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건가?

    순간 온 신경을 시야에 집중시키자 붉은빛의 이동 변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

    여기!

    그리고 저쪽!

    카아아앙!!

    카아아앙!!

    그렇게 연속해서 붉은 빛을 치자 곧 마신의 파편도 속도를 점점 올렸다. 하지만 결국은 모든 빛들을 제대로 쳐내며 마신의 파편을 확실히 얇게 눌러놓았다.

    흐음.

    이건 가이드 라인을 제대로 따라 쳐야 성공하는가 보네.

    만약 이상한 곳을 쳤다면…….

    뒤에 꽤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다행히 지금은 확실하게 마신의 파편을 치다보니 그런 문제는 전혀 생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점점 마신의 파편이 무기의 형태를 취해 가기 시작했다.

    그래.

    네가 버텨 봐야 그냥 마신의 파편일 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치다 보니 어느새 다시 드워프 왕이 마신의 파편을 가져가 용액에 집어넣었다.

    치이이익!!

    열 개의 아다만티움과 타르 광산의 핵이 필요한 건 이 과정 때문이었나?

    한 번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점점 더 내가 원하는 검신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걸 보면.

    그리고 반복되는 만큼이나 점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거기다 점점 검신의 붉은빛의 이동이 빨라져 나중에는 제대로 맞추기가 힘들 지경이 되었다.

    온 정신을 집중해야 겨우 몇 번 성공시킬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난이도가 올라가 버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무려 열흘이라는 긴 시간동안 마신의 파편만 두들겨 댔다.

    접속 시간만 아니었으면 조금 더 빨리 할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계속했다면 오히려 내가 먼저 퍼졌을지도 몰라.

    그만큼 최대치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과연 이걸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유저가 있긴 있을까?

    그런 난해한 작업도 결국에는 끝이 보였다.

    “자, 드디어 다 됐다!”

    마지막으로 작업을 한 카르바할이 뿌듯한 표정으로 내게 하나의 무기를 보여주었다.

    검신의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한 일체형의 무기.

    그 표면에는 별들이 박힌 것 마냥 투명하게 반짝였다.

    그걸 보고 있자 검신의 표면이 마치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같이 광활하면서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어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고개를 돌려 챠밍의 눈빛을 보니 몽롱한 표정으로 마신의 파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예뻐요.”

    전사 형 역시 마찬가지.

    “하…… 검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필요가 있나?”

    그리고 이쁜소녀는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와아, 우주를 보는 것 같아요.”

    다들 감탄만 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무기를 바라보았다.

    막내별은 떨리는 목소리로 좀 다른 말을 하긴 했다.

    “배, 백억짜리!!”

    큭.

    하긴 내가 봐도 미친 짓이지.

    “후, 그럼 결과물을 한 번 볼까요?”

    그렇게 카르바할이 건네준 무기를 손에 쥔 순간.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주변이 완전히 어둠으로 변해 버렸다.

    우리 팀과 카르바할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

    “뭐……?”

    이게 대체 뭐지?

    그런데 그 어둠 저편에 걸어 나오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녀석을 확인한 순간 깜짝 놀라 외쳤다.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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