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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17화 (807/1,404)

#817화 마신의 무구 (8)

뭐?

아다만티움이 하나도 아니고.

열 개나 필요하다고?

순간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카르바할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내 손은 인벤토리를 열어서 아다만티움의 개수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열한…… 개.

일단 카르바할이 요구하는 개수보다는 많이 가지고 있어.

적어도 아다만티움이 부족해서 제작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닌데…….

옆에서 재중이 형도 카르바할의 요구에 혀를 찼다.

“열 개나? 너 완전 개털 되겠다.”

“아마도요.”

아다만티움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무기나 다름없었다.

복사한 아이템을 제대로 된 아이템으로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마계 경매장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산 것도 이런 이유였다.

여차하면 아이템을 만들어 되팔면 적어도 투자금 이상은 반드시 건질 수 있으니 주저할 이유도 없었고.

그때 들어간 돈이 개당 현금으로만 10억.

그걸 열 개나 요구한다는 건…….

재중이 형도 계산해 보더니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어 버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마신의 파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최소 백억짜리 물건이라는 거지.”

“……무기 하나에 백억이군요.”

“뭐, 어떻게 보면 싸다고 할 수도 있으려나? 요즘 성 하나에 그 정도는 하니까.”

호오, 그렇단 말이지?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요새든 성이든.

가격이 한두 푼 하는 건 아니니까.

물론 그렇다고 아이템 하나에 백억은 좀 과한 면이 있지.

어지간한 유저들은 손도 못 댈…….

아니다.

그냥 좀 있다 싶은 유저도 이건…….

엄두도 내지 못할지도.

“그럼, 형이 살래요?”

“미쳤나.”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화들짝 놀라며 바로 정색을 했다.

“형도 안 살 거잖아요.”

“아놔, 난 재벌이 아니라고. 돈 없어.”

“이 회사 주식 팔면 가능하지 않아요?”

“그건 내 노후 자금이고.”

“네네.”

“안 그래도 은하를 이쪽 소속사로 옮겨온다고 돈 많이 썼단 말이야.”

“잘 된 거예요?”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딧겠냐. 세세한 조율이 남긴 했는데 그건 어차피 중요한 건 아니니까.”

요 며칠 재중이 형이 자주 게임에서 나간다 했더니 그쪽 일을 처리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회사,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겠네요.”

“아아, 정말 사기꾼 소리 들을지도 몰라. 그리고 은하도 자리를 좀 많이 비울 거야. 오프닝 녹음 작업해야 하거든.”

“어쩔 수 없죠. 지금 중요한 건 그쪽이니까.”

은하 입장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건 도박을 한 셈이었다.

도와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와줘야겠지.

“제가 도와줄 건 없어요?”

“아, 있다. 안 그래도 이야기하려고 했다.”

“어떤?”

“이제 슬슬 방송 좀 해 보자고.”

“형이 싫어하지 않았어요?”

“이쪽도 걸린 게 있으니까. 그리고 핵심은 인지도만 더 올려주면 돼. 뭐 지금도 부족하진 않지만.”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라는 거군요.”

“어, 이왕 밀어주는 거 확실하게 해 줘야겠지.”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어야 하는데 그걸 일부 도와준다는 말이었다.

“일단 유저들이 모르는 아예 모르는 네임드를 잡는 영상도 꽤 효과가 있겠지.”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네요.”

마계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네임드가 수십 마리는 있었다.

전에 마계 탐사대 목록에서도 확인했었고.

마왕들의 아이템 목록에서도 어느 정도 겹치는 아이템들을 봤으니까.

아마 그것들만 선점해서 잡아도 홍보는 충분할 터.

그러면서 카르바할이 쥐고 있는 마신의 파편을 가리켰다.

“이러나저러나 이 녀석은 꼭 필요하겠네요.”

“맞아. 지금의 전력으로는 어려울 테니. 기존의 네임드들을 잡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효과는 별로겠죠.”

신성 제국에 있는 네임드들도 충분히 강하긴 한데.

유저들이 이미 알고 있는 네임드들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새로운 녀석들이 필요해.

휴.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부들부들 떨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손으로 인벤토리에서 아다만티움을 열 개 꺼내들었다.

휴.

이거 열 개를 합치면 피닉스의 심장과 맞먹는 물건이 되겠는데?

아니 마신의 파편 값어치까지 치면…….

피닉스의 심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히 비싼 녀석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카르바할에게 아다만티움을 건네주는데 카르바할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자네, 손을 왜 그렇게 떠나?”

“……하하.”

이대로 제작이 시작되면.

로스트 스카이 역사상.

현존하는 가장 비싼 물건이 된다.

손이 안 떨리면 비정상이지.

“휴. 잘 부탁드립니다.”

아다만티움을 모두 받아든 카르바할이 나를 다시 불렀다.

“이걸 제작하려면 마계의 타르 광산으로 가야 하네. 광산의 핵이 있는 곳으로. 계속 마력을 주입받아야 하거든.”

“아, 그건 괜찮습니다.”

소유하고 있는 타르 광산은 적진 않으니.

그중에 제일 외진 곳으로 고르면 괜찮을 듯했다.

일주일 동안 박혀 있었던 타르 광산에 다시 가는 건 좀 꺼려지지만.

그런데 카르바할이 내게 또 다른 요구를 했다.

“하나도 아닌 이것도 열 개의 타르 광산의 핵이 있어야 해.”

“……하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광산의 핵을 꺼내면 어떻게 됩니까?”

“타르 광산에서 더 이상 타르가 나지 않는다네.”

“……그렇군요.”

정말 밑천까지 다 털어 가는군.

타르 광산의 핵이 필요하다는 말은 광산에서 핵을 꺼내오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 광산은 핵이 사라져 이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다른 말로 타르 광산 열 개가 날아간다는 말이었고.

거의 공짜로 얻어오긴 했지만.

앞으로 써먹을 일이 많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아까운 건 아까운 일이었다.

재중이 형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싹 털리네.”

“네, 그나마 타르 광산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네요.”

만약 타르 광산들의 소유권이 없었다면 싹 새로 사야 했을 테니.

그렇게 되면 밑천이 문제가 아니라 빚을 내서 아이템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렇게까지 해서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지.

사실 핵심인 마신의 파편 역시도 마왕성이 없으면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거기다 마왕까지 존재하는데 쉽게 빼올 수도 없고.

최소 마왕을 누를 수 있는 스펙이나 병력의 규모는 되어야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구하는 조건을 생각해 보면.

정말 미친 아이템이다.

기존의 무기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신의 파편, 아다만티움 열 개, 타르 광산의 핵 열 개라. 개인이 만들기에는 미친 아이템인데? 길드 단위도 빡셀 거고. 연합 단위면 어떻게 해보겠다.”

“네, 정말 집안 기둥뿌리 다 뽑히겠어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 개인이 만들 수 있게 준비해 둔 아이템은 절대 아니었다.

그런 아이템을 지금 꾸역꾸역 만들어 대고 있으니.

다른 유저였으면 포기했어도 벌써 했을 지도 모른다.

“일단, 넘어가 보죠.”

그래.

이왕 시작한 것.

얼마가 들든.

반드시 끝을 본다.

* * * * *

베르테니아 마왕성으로 카르바할을 데리고 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NPC들도 포탈을 탈 수 있었기 때문에.

만약 이게 아니었다면.

다른 방법으로 넘어와야 할 텐데.

그건 지금 상황에서는 거의 무리지.

그렇게 넘어온 카르바할이 마왕성의 마기에 잔뜩 경계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일단은 이 마왕성은 우리 아군이거든요.”

그리고 지하에서 올라와 우르르 자리 잡고 있는 유저들을 본 다음에는 안도의 숨을 쉬어보였다.

신성 제국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유저가 많으니.

“흠, 미리 말을 들었지만. 정말 많군.”

“원하시면 다른 드워프들도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드리죠.”

“흠, 알겠네.”

다행히 다른 마왕성과의 전쟁도 휴전인 상황이라.

특별한 위험이 없다면 드워프들이 자리 잡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비공정을 타고 소유 중인 타르 광산 중 한 곳에 도착했다.

“곧 타르 광산들의 핵을 가지고 올 겁니다.”

도착한지 얼마 지나자 우리가 머물고 있던 타르 광산에 사장님이 도착했다.

“다 가져왔다.”

“수고하셨어요.”

“흠, 이거 없으면 광산이 멈춘다면서? 다 가져와도 되는 거냐?”

“하하…… 어쩔 수 없죠.”

“그럼, 당분간 타르 공급은 힘들겠구나.”

“네, 새 타르 광산을 구하기 전에는요.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뭐 한 게 있냐. 덕분에 많이 챙겼기도 하고.”

그렇게 말한 뒤 사장님은 길드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시간을 많이 아꼈네.

곧 사장님에게 받은 타르 광산의 핵을 전부 카르바할에게 전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카르바할이 나를 잡았다.

“자네는 여기 남게.”

“네?”

“마신의 파편. 이건 자네가 두들겨야 하거든.”

뭐?

이걸 내가 해야 한다고?

“마신의 파편은 아무나 손대지 못한다네. 지금 나도 붙들고 있는 게 고작이야.”

그러고 보니 마신의 파편은 쥐고만 있어도 소유자에게 굉장한 고통을 선사했다.

카르바할은 그런 마신의 파편을 계속 들고 있었으니.

그나마 드워프의 왕이라서 버티는 거려나?

아니.

솔직히 나도 들고 있는 게 힘든데 말이지.

르아 카르테를 잡고 있어야…….

그때 금속의 정령이 불쑥 르아 카르테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우리 이야기를 다 들었는지 바로 내게 조언을 했다.

“허리에 매면 돼, 바보야.”

“그것도 가능해?”

“응, 몸에만 붙이고 있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

이것도 꼼수라면 꼼수인데.

보통은 손도 못 대야 정상이지만.

금속의 정령의 가호 덕분에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

그러다 손으로 카르바할을 가리켰다.

“저 드워프를 도와주는 건?”

“내가 가호를 줄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역시 그러냐.”

뭔가 다행인 것 같으면서도 힘든 일을 떠맡은 기분이네.

그런 금속의 정령을 본 카르바할이 엄청나게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헉! 그분은?”

“얘를 알아요?”

“전설의 정령 아닌가. 고대 문헌에나 내려오는……!”

그 말에 금속의 정령이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헤헷, 나의 위대함을 이제야…….”

“됐고. 그래서 도와줄 수 있다는 거지?”

“쳇, 이런 놈이 주……이라고.”

“응? 방금 뭐라고?”

“아니, 됐거든.”

뭔가 중요한 말을 들은 것 같았는데.

“허…… 자네에게 마신의 파편이 들어온 게 당연한 일이었나.”

그 말과 동시에 다시 내게 마신의 파편을 건네주면서 또 다른 아이템을 하나 쥐어 주었다.

『 +15 드워프 왕의 해머 (유일)

/ 출혈 40 (20+20) 타격 90 (70+20)

- ???

- ???

.

.

- 드워프 족만 옵션을 볼 수 있습니다. 』

으음.

이거 토르보다 더 좋은 거 아냐?

단순히 타격력만 보면 토르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를 보여 주었다.

옵션을 확인할 수 없어서 문제긴 한데.

당장 전투용으로 써도 손색이 없어 보여.

옆에 기다리던 재중이 형을 보고는 귓속말 했다.

<주호> 그냥 이거 들고 나를까요?

<불멸> 크큭, 장난치지 말고. 열심히 두들겨 봐. 괜히 준 건 아닐 거야.

“드워프 왕 대대로 내려오는 해머라네. 이게 있으면 마신의 파편도 작업해 낼 수 있을 걸세.”

“뭐, 일단 해보죠.”

“자네가 잘 할수록 더욱 좋은 무기가 나오게 되니, 열심히 해보게나.”

흐음.

그렇단 말이지.

최선을 다해야겠는데.

그렇게 드워프 왕의 해머를 들어 올리는 순간.

두 팔이 부들부들 떨리며 굉장한 무게가 느껴졌다.

뭐가 이렇게 무거워?

이거…….

정말 제대로 쳐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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