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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16화 (806/1,404)

#816화 마신의 무구 (7)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는데.

딱 마침 주어진 퀘스트.

그리고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나에게 드워프족 왕과의 호감도 조건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런 식이라면 쉽게 할 수 있겠어.

“방금 퀘스트 떴는데요.”

“응? 어떤?”

“드워프 왕을 찾아가라네요.”

“호오, 생각보다 친절한걸?”

“그럼 갔다 오죠.”

드워프 왕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신성 제국으로 넘어가는 포탈만 타면 되니까.

곧장 마왕성 지하로 가 포탈을 타고 다시 신성 제국으로 넘어갔다.

“여기도 꽤 오랜만이네.”

재중이 형이 말했듯.

어지간해서는 이곳에 넘어올 일이 없었다.

중간에 물건이 필요할 때는 사장님이 넘어가서 알아서 다 처리해 주신 것도 있고.

굳이 넘어와 처리할 만한 일이 없었으니.

그리고 지하에서 올라와 주변을 둘러보니 의외로 유저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좀 휑하네요.”

“이젠 버려진 땅이지. 마계라는 새로운 사냥터가 나왔잖아.”

“조슈아 성녀가 좀 슬퍼하겠네요.”

“그거보단 여기 지하 포탈이 마왕성이랑 연결된 걸 알면 더 슬퍼할걸?”

“하하…….”

확실히 난감한걸.

유저들이야 알게 모르게 이곳 포탈을 통해 열심히 들락날락하고 있지만.

NPC들은 아마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교황의 권한으로 포탈로는 NPC들의 접근을 원천 봉쇄했으니까.

“알면 반란이라도 일어나겠죠?”

“크큭, 그리고 네 목부터 날아갈 거야. 마왕과 내통하는 교황이라니. 이 얼마나 개판이냐.”

“……내통은 좀.”

내심 찔리기는 했지만, 막상 들으니 슬퍼지네.

신성 제국을 힘들게 구해 놨는데 말이지.

“뭐, 그래도 조슈아 성녀가 대놓고 네게 반란을 일으키진 않을 거다.”

“그러길 바라야죠. 그럼 가 볼까요.”

드워프 왕은 지금 이곳 신성 제국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드워프 왕을 마계로 데려가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지.

일단 신성 제국에서 나와 드워프 족이 자리를 잡고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애초에 드워프 족이 신성 제국으로 따라 나선 것도 자신들의 정착지를 만들기 위해서였으니.

그리고 그런 그들이 자리 잡은 곳은 하르 광산이 있는 북쪽 산맥의 초입쯤 되는 위치였다.

신성 제국에서 비공정을 타고 가야 할 정도로 좀 떨어진 것만 빼면.

위치는 나쁘지 않아.

“아직은 좀 시간이 필요해 보이네요.”

“정착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규모가 작긴 해.”

새 드워프들의 왕국.

그런데 의외로 이곳을 들락날락하는 유저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저들은?”

“아마 상위 길드 애들일걸?”

“그래요? 왜 여기?”

“몰랐냐? 마왕성에서는 제대로 제작이 안 되니까 다들 여기로 가지고 오잖아.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귀찮아 죽겠다고 난리더라.”

“아…….”

그것 때문에 다들 여기로 온 거였나.

현재 집사로서 마왕성을 굴린다고는 하지만.

정작 제일 필요한 NPC들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상위 무구를 제작해 줄 대장장이 NPC를.

마계 상인 쪽을 통해서 NPC를 구하긴 했는데 능력이 부족했다.

기본적인 수리 외에는.

“갈 때 한번 꼬셔 볼까요?”

“그러던가. 드워프에게 마왕성에 가서 일해 달라고 하면 과연 어떤 반응일지 벌써 궁금하네.”

“좋은 소리는 못 듣겠죠.”

마족과 드워프는 성마전쟁 때 반대편에 서서 싸우던 존재들 아니던가.

아마 쉽진 않을 듯한데.

곧장 드워프들의 왕국에 들어가 카르바할을 찾자 어렵지 않게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대장간에서 신이 나서 일하는 중이라.

“허허, 어서 오게나.”

“즐거워 보이시네요.”

“요즘 새로운 재료들이 많이 들어와서 말이지.”

그러면서 두들기고 있는 재료들 옆에 완성이 되어 있는 아이템들을 내게 보여 주었다.

『 +0 블랙 싸이클롭스 액스 / 출혈 35 타격 40

힘+10

체력+10

악마형 피해 200% 추가

치명타 대미지 200% 추가

후방 타격시 대미지 500% 추가

다운된 적 타격시 대미지 1000% 추가 』

“꽤 좋네요.”

아니.

이건 꽤 좋다는 말로만 끝낼 수 있나?

단순하긴 해도 스탯 옵션이 두 가지 붙어 있는데다가.

피해 추가 옵션은 무려 네 개.

그중 후방 타격과 다운된 적 타격 옵션은 여기 와서 처음 보는 옵션이었다.

컨트롤 여하에 따라 대미지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뜻인데…….

거기다 기본 출혈 대미지와 타격 대미지가 엄천나게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

기존의 네임드 무기와 맞먹을 정도로.

“스킬은 안 붙어 있네요.”

“어, 스킬까지 주면 그냥 다 이거 쓰지.”

재중이 형도 놀랄 만큼의 옵션들이 고작 일반 무기에 들어가 있다라…….

생각해 보면 일반 무기라고 하긴 좀 그렇긴 하나?

블랙 싸이클롭스 한 마리 잡는데 드는 수고를 생각해 보면…….

어떻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마계는 마계.

사냥을 해서 얻는 무기와 상점표의 차이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그리고 이 정도면 기존의 마계 상인표 기본 무기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 같았다.

“좋은 시절은 다 갔네요.”

그간 상점표 무기를 팔아서 엄청난 돈을 비축했는데 앞으로는 그게 쉽진 않을 전망이니.

이런 수준의 무기가 일반 무기라면.

상점표 무기는 금방 잊혀지게 될지도 모른다.

내 말에 재중이 형도 아쉽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너무 날로 먹지 말라는 거겠지. 그래도 어차피 이 녀석들 잡으려면 필요하니까. 당분간은 괜찮을 거다.”

확인해 보니 블랙 싸이클롭스 액스 외에도 여러 제작 아이템들이 주변에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드워프 왕인 카르바할이 날카로운 질문을 내게 날렸다.

“이 재료들은 여기 물건이 아니겠지?”

“흠. 눈치채셨나요.”

“이 근방에서는 볼 수 없는 녀석들이니까.”

그러면서 가공하고 있는 재료들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확실히.

카르바할뿐만 아니라 다른 드워프들이 봐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신성 제국 근처의 사냥터에서는 나오지 않는 아이템들이니.

슬쩍 재중이 형에게 신호를 보내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 한번 떠볼까요?

<불멸>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다 아는 것 같은데.

<주호> 네, 그럼.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카르바할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사실 이 물건들은 마계에서 나온 물건들입니다.”

그러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별다른 동요 없이 카르바할의 대답했다.

“역시 그런가.”

“놀라지 않으시네요.”

그리곤 잠시 회상을 하는 듯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이미 본 적이 있으니까.”

확실히 드워프들의 왕인가.

재료만 보고도 다 알 수 있는 것을 보면.

거기다 이미 이 재료들로 아이템들을 만들기까지 했고.

후.

할 수 없나.

여기서는 정공법으로.

“혹시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없습니까?”

그 순간 카르바할의 굳은 눈빛이 내게 향했다.

피해선 안 돼.

그렇게 긴장된 눈빛으로 카르바할을 보자 어느 순간 카르바할이 눈을 감고는 한숨 쉬듯이 말을 꺼냈다.

“마계로 와달라는 소리겠지?”

“그렇습니다. 정확하게는 마왕성입니다.”

“마왕성!”

상대적으로 다른 마왕성보다 세력이 약한 베르테니아 마왕성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결국 드워프들의 힘이 필요했다.

드워프들의 왕인 카르바할이 옮겨와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

“꽤 어려운 부탁을 하는군. 내게 마왕을 도우라는 말로 들리는데.”

《 드워프들의 왕 카르바할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

《 드워프들의 왕 카르바할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

《 드워프들의 왕 카르바할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

.

.

이런.

한 번에 이렇게 호감도가 하락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서 밀려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마왕을 돕는 게 아니라. 마왕들을 죽일 겁니다.”

당장 마왕과 적대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결국은 언젠가는 다른 마왕들과 부딪힐 터.

이건 아주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야.

약간의 진실을 커다란 거짓에 섞는 것뿐이다.

내 단호한 발언에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했던 카르바할의 눈빛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왕을 죽인다라? 그게 가능한가? 그 강력한 마왕들을? 그 녀석들은 우리가 수천, 수만이 있어도 죽이는 게 불가능했었단 말일세.”

“네, 당장은 무리겠죠. 하지만 카르바할, 당신이 도와준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난…….”

망설임인가.

그래.

아무리 내가 매달린다고 해도 마왕은 드워프들에게 있어 부담스러운 존재일 것이다.

후.

여기서는 보여 줄 수밖에.

잠시 심호흡을 하고 난 뒤 카르바할에게 말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물려 주시죠.”

내 진지한 눈빛에 카르바할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대장간 안에 있는 모든 NPC들과 유저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갑자기 쫓겨나게 되어 당황한 유저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난 손님이야!”

“아, 진짜 갑자기 왜 이래?”

“드워프들이 미쳤나?”

그런 잠깐의 소란이 지나고 난 뒤 완전히 비어진 대장간 안에는 나와 재중이 형 카르바할만이 남았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꺼내도 돼.”

“네.”

그리곤 카르바할 앞에서 마신의 파편을 꺼내는 순간.

카르바할의 눈동자가 더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렇게 놀람이 가득한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이 기운은 대체……!

역시 드워프의 왕인가.

보자마자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면.

하지만 이 물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아마도 정체는 모를 것이다.

그런데 카르바할이 눈빛이 변하면서 내게 말했다.

“마신의 파편인가?!”

“이걸 아나요?”

“고대 드워프 왕의 기록에서 본 적 있다네.”

음.

확실히.

이미 죽고 사라진 고대 드워프 왕이라면 알 만도 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르바할에게 물어보았다.

만약 카르바할이 알고 있다면……!

“혹시 이걸로 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까?”

“흠! 자네! 그걸 내게 맡길 셈인가?!”

드워프들이 새로운 재료에 목맨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한데.

이걸로 정말 되는 거려나?

“제련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맡겨야죠.”

그 대답을 한 순간.

《 드워프들의 왕 카르바할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 드워프들의 왕 카르바할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 드워프들의 왕 카르바할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

.

이전보다 훨씬 많은 시스템 메시지가 울리며 아까 떨어진 호감도가 도로 올라가 버렸다.

“허허허허, 내 자네가 언젠가 일을 낼 줄 알았지. 좋네. 내게 맡겨 주게나!”

“마계는…….”

“지금 마계가 문제인가! 당연히 따라가야지!”

마신의 파편이 확실히 결정타이긴 했나 보네.

그런데 잠시 마신의 파편을 보던 카르바할이 조금 주저하는 듯한 모습으로 내게 물었다.

응?

왜 저러지?

“고대 드워프 왕의 기록에는 분명히 마신의 파편을 다룰 수 있다고 되어 있다네. 한데…… 다른 재료가 더 필요한데 구해 올 수 있겠나? 내게는 더 이상 없는 물건이라.”

“어떤……?”

“아다만티움이…… 열 개 더 필요하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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