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화 마신의 무구 (6)
여전히 몰아치는 압도적인 마력의 압력.
제단 위에 있는 마신의 파편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강력했다.
이 녀석을 얻기 위해 그 많은 돈을 들이고 긴 시간을 들여 노가다를 했었다.
후, 잘 되려나?
일단 마법진에서부터 가지고 나오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곧장 금속의 정령을 보며 부탁했다.
“전에처럼 가지고 나올 수 있지?”
“응.”
그러더니 금속의 정령이 제단의 마법진 사이를 들어가 너무 쉽게 마신의 파편을 가지고 나왔다.
마치 냉장고 문을 열고 아이스크림을 빼오는 것처럼 아주 간단하게.
전에도 생각했지만 진짜 사기긴 사기다.
만약 금속의 정령이 없었다면…….
마신의 파편을 건드려 볼 수나 있었을까?
아마 이건 무리겠지.
그렇게 금속의 정령이 마신의 파편을 가지고 나와 내 손 위에 올려주었다.
그런데 곧장 경고 시스템 메시지가 뜨면서 마신의 파편이 내 손길을 거부했다.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은 강렬한 고통과 함께.
『 +0 마신의 파편 / 출혈 ?? 타격 ??
- ???
- ???
.
.
- 사용자의 레벨이 낮아 능력치를 볼 수 없습니다. 』
《 마신의 파편의 수준이 사용자의 레벨을 상회합니다. 》
《 마신의 파편의 능력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
《 마신의 파편에 의해 디버프가 적용됩니다. 》
《 체력이 지속적으로 흡수당합니다. 》
《 마력이 지속적으로 흡수당합니다. 》
큭.
내가 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거냐?
고통과 함께 체력뿐만 아니라 마력 역시 동시에 떨어져 내렸다.
아주 못 쥐고 있을 정도는 아닌데…….
문제는 이걸 가지고는 뭔가 전투를 벌인다거나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냥 들고 있기만 해도 이렇게 고통이 오는데 말이지.
지금껏 레벨 때문에 페널티가 오는 무기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일반적으로 레벨에 상관없이 모든 무기를 다 들 수 있었으니까.
스탯이 부족할 때야 쓰는 데 제한이 생기긴 하지만.
가령 예를 들어 힘이 부족해 못 들어 올린다거나, 민첩 때문에 느려지는 경우도 있고.
“난감하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하자 금속의 정령이 내 주변을 날아다니며 말했다.
“르아 카르테를 쥐어.”
“뭐?”
“칫, 이런 것도 도와줘야 하고 말이야.”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르아 카르테가 도움이 된다는 뜻이겠지.
금속의 정령이 말한 대로 한 손에 마신의 파편을 쥐고 다른 한 손에 르아 카르테를 쥐었다.
그 순간.
금속의 정령이 르아 카르테에 안착하더니 곧 내 몸 전체에 가호를 걸어 주었다.
《 금속이 정령의 가호가 신체에 적용됩니다. 》
《 모든 종류의 무기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집니다. 》
《 모든 종류의 무기에 대한 저주를 제거합니다. 》
《 금속의 정령의 가호가 마신의 파편의 페널티를 상쇄합니다. 》
하, 이런 거였나?
마신의 파편 자체에서 나오는 저주, 혹은 페널티.
이걸 금속의 정령이 모조리 처리해 준 모양이었다.
진짜 얘가 돈 값은 하네.
덕분에 손과 팔, 신체 전체적으로 가해지던 고통과 페널티가 모두 해제되었다.
확실히 굉장하긴 해.
경매장에서 금속의 정령을 얻은 건 정말 천운이었을지도.
만약 이 금속의 정령이 다른 마왕들에게 넘어갔다면…….
상상만 해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
안 그래도 강한 마왕이 마신의 파편 같은 무구를 들고 날라다니면 답도 없겠지.
“땡큐, 이제야 좀 괜찮아졌어.”
“그러니까 빨리 강해지라고. 약해서는.”
끙.
할 말이 없네.
마왕들에 비하면 정말 레벨이 낮아도 한참은 낮은 셈이니까.
그리고 만약 마왕들이 지금 이 광경을 보면 기도 안 찰 지도 모른다.
이제 겨우 마계에 들어온 유저가 벌써 마신의 파편을 손에 넣었으니까.
아직은 모른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겠지.
“휴, 그럼 한번 해볼까.”
단순히 마신의 파편을 손에 넣는 일이라면 전에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이 녀석을 빼낸 것을 전혀 모르게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마왕 벨라와 아무리 호감도가 있다고 해도.
이건 어렵다.
【 웨폰 카피! 】
마신의 파편을 들고는 웨폰 카피를 쓰자 허공에서 또 하나의 마신의 파편과 유사한 형체가 형성이 되어갔다.
그런데 그때.
파칭!!
갑자기 복사된 형체가 깨져 버렸다.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웨폰 카피 대상의 랭크가 너무 높습니다. 》
《 웨폰 카피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
이전과는 다른 시스템 메시지.
그때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면 지금은 웨폰 카피가 마스터라 그런지 조금은 다른 메시지가 나왔다.
이해도라…….
솔직히 이건 어떻게 올려야하는지 전혀 모르는데?
고개를 돌려 금속의 정령을 보자 한숨을 푹 쉬면서 대답해 주었다.
“마신의 파편을 구성하는 물질을 모르니까.”
“……이건 어떻게 안 되나?”
“응, 네가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해서 그래.”
다른 아이템들은 한 번에 슥삭 됐는데 이 녀석은 정말 쉽게는 복사가 안 되는구나.
“다른 방법은?”
그 물음에 나온 금속의 정령의 대답은 꽤나 심플했다.
“계속해.”
“하다 보면 된다 이거군.”
이번에도 역시 노가다인가.
할 수 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다시 스킬을 시전했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그렇게 마신의 파편을 연이어 복사했고, 마신의 파편의 형체가 생성되었다 깨지기를 계속 반복했다.
혹시나 마신의 파편 원본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처음에는 조심했지만.
딱히 그러지는 않는 모양이고.
한참 동안 시도해 수십 번을 반복하자 어느 순간 온전히 형체가 고정되더니 내 눈앞에 딱 완성되자 두 손을 불끈 쥐었다.
『 +0 마신의 파편 (복사본) / 출혈 ?? 타격 ?? 』
하.
드디어 된 건가.
이로써 마신의 파편을 합법적으로 들고 나올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복사된 마신의 파편도 똑같이 쓸 수 있는 거려나?
만약 그렇다면 무려 마신급의 무기가 두 개가 생기는 셈인데…….
그때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보였다.
……세부 사항이 아예 안 나와?
다른 아이템들과 다르게 이 복사된 마신의 파편은 제대로 된 정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이건 아예 정보가 없는 거야.
물음표라도 해서 옵션이 나와야 하는데 말이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나에게 금속의 정령이 복사된 마신의 파편을 살펴보고는 말해 주었다.
“얘는 껍데기뿐이야.”
“……그래?”
“응, 정기가 아예 없어. 그리고 성분도. 텅 빈 녀석이야.”
겉으로 보기에는 마신의 파편과 똑같았으나 속은 알맹이가 없다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겉만 번지르르한.
모양만 완벽한 짝퉁.
아마도 내가 마신의 파편을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뭔가의 매개체가 더 필요할 수도 있었다.
금속의 정령이 성분이 텅 비어 있다고 하는 걸 보면.
흠.
이러면 내 생각과는 상당히 멀어지는데…….
원래라면 복사된 마신의 파편을 르아 카르테에 흡수시켜서 옵션을 빼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게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고 마신의 파편 원본을 르아 카르테에 흡수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흡수시키는 미친 짓은 나도 못 하지.
마신의 파편을 얻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 하려나.
일단 복사된 마신의 파편 껍데기를 금속의 정령에게 주었다.
“이거 안 들킬까?”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를걸?”
“그럼 가져다 놓고 올래?”
곧 금속의 정령이 복사된 마신의 파편을 다시 제단에 놓자 겨우 한숨을 놓았다.
아마 완성되지 않는 마신의 파편을 확인하고자 마왕 벨라가 건드리진 않을 테니까.
겉으로 보기에만 진짜 같으면 된다.
당분간은.
그리고 심부름을 마친 금속의 정령이 초롱초롱한.
뭔가 엄청나게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그렇지.”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그렇게 한 자루의 껍데기뿐인 마신의 파편을 만들어 내 금속의 정령에게 건네주었다.
“헤헷!”
그러자 금속의 정령이 신이 나게 복사된 마신의 파편을 먹어치웠다.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
.
.
마신의 파편이 껍데기뿐이라고 해도.
아마 금속의 정령에게는 최고의 만찬인 모양이었다.
한 번에 엄청나게 호감도가 올라갔으니까.
“그렇게 좋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
큭.
아닌 척해도 좋아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말이야.
자리를 정리하고 지하 제단에서 나와 다시 길드 건물로 돌아가자 재중이 형이 날 기다리는 중이었다.
“어떻게 잘 됐나?”
재중이 형의 물음에 바로 마신의 파편을 소환해 보여 주었다.
“보시다시피?”
“큭, 결국 복사했네.”
“뭐 약간의 문제가 있긴 했어요.”
지금 놓아 둔 복사 템이 껍데기뿐이라는 것과 옵션을 빼오지 못한다는 점을 설명하니 재중이 형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쉽긴 해도 이게 어디야. 그리고 앞으로 네가 더 성장하면 되는 일이지.”
목표는 일단 성장인가.
그리고 이걸 제대로 된 물건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녀석을 찾아내야 했다.
후.
할 일이 확 늘어났네.
“잠깐 실험 좀 해 볼까?”
아차, 이걸 말 안 했나.
역시나 재중이 형이 마신의 파편을 들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손에서 떨어뜨려 버렸다.
“호오. 이것 봐라? 그런데 넌 어떻게 쥐고 있어?”
“아, 금속의 정령 덕분이죠.”
“참, 복 받았다니까.”
“하하…….”
역시 금속의 정령도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콧대를 세웠다.
“에헷! 내 덕분이야!”
“그래, 그래.”
은근히 좋아한다니까.
실험을 위해 내가 마신의 파편을 들고 재중이 형과 잠시 대련을 해 본 뒤.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것도 아주 신랄하게.
“와, 이거 초보자 템보다 약한 거 아냐?”
“……할 말이 없네요.”
몇 번 재중이 형에게 타격을 주기는 줬는데…….
이렇게 약하다고?
처음에는 긴장하던 재중이 형이 한 대 맞아 보더니 간지럽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였다.
끙.
이걸 얻기 위해 그 노력을 했나 싶기도 하고.
그동안 그 고생을 했던 것에 대한 보상으로는 한참을 못 미쳤다.
어떻게든…….
이걸 쓸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역시 운영자 가른에게 가 봐야 할까요?”
“……좀 위험한데.”
정보를 쉽게 얻을 순 있겠지만.
그만큼 위험도 뒤따랐다.
만약 최악의 경우 정말 다른 맘을 품으면…….
곤란하지.
난감함을 느끼는 그때.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퀘스트가 떠올랐다.
《 보조 퀘스트 : 마신의 무구 제작 (특수). 》
- 마신의 파편 소유자만 자격.
- 마신의 파편을 다룰 수 있는 대장장이 찾기.
- 해당 정보는 드워프족 왕에게서 확보 가능.
- 드워프족 왕과의 호감도 일정 이하는 진행 불가능.
- 퀘스트 보상.
마신의 무구 제작에 대한 정보.
하.
드워프 왕이라면.
이미 호감도가 최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