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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13화 (803/1,404)

#813화 마신의 무구 (4)

모름지기 전쟁을 하려면 물자가 충분히 있어야지.

뭐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긴 한데…….

이건 나와 웨폰 카피 스킬 간의 싸움.

시간과 돈만 충분하다면.

언젠가는 내가 이기겠지.

물론 그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며칠을 여기에 앉아 웨폰 카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카이저> 갑자기 말이냐?

<주호> 네, 필요해졌어요.

<카이저> 흠, 그렇게 하면 가격이 한꺼번에 오를 텐데…….

<주호> 이번 한 번만 쓰고 나면 당분간은 이만큼 쓸 일이 없을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전부 사들여 달라고 한 건 아니었다.

내가 모두 끌어다 씀으로써 가격이 오르긴 하겠지만.

이 작업을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으니까.

결국에는 다시 가격이 안정되겠지.

뭐 가격이 한참 올라 버리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기도 했고.

<카이저> 음, 알았다. 그럼 그렇게 하마. 쓸 데가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주호> 네, 부탁드릴게요.

이걸로 하르석 확보는 됐고.

돈이야 사장님이 내 아이템 대금에서 그대로 까실 거니까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럼 다시 작업을 시작해 볼까.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복사한 아이템들이 후두둑 떨어져 바닥에 놓이자 기다렸다는 듯 금속의 정령이 한쪽으로 싹 쓸어 갔다.

저건 자기가 먹겠다는 거겠고.

어차피 많이 복사할 거니까.

이참에 선심 쓰지.

까앙!

까앙!

까앙!

.

.

마력이 떨어지면 하르석과 타르석을 바닥에 던져 놓고 르아 카르테로 그대로 후려쳐 마력을 흡수했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이다음부터는 별다를 게 없었다.

그냥 반복에 반복.

기계적이다 싶을 정도로 복사와 흡수를 계속 반복했다.

한참을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다시 스킬 랭크가 올라갔다.

《 【 웨폰 카피 Lv.6 】이 【 웨폰 카피 Lv.7 】 으로 상승합니다. 》

《 웨폰 카피에 소모되는 마력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시전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대기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그렇게 거의 몇 시간을 작업을 했는데도 오르지 않아 정말 스킬이 미친 건가 하던 차에 스킬 랭크가 오르자 나도 모르게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오르긴 오르네.”

대체 몇 시간을 이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시계를 살펴보니 이미 다섯 시간째 시간이 흐른 걸 보고는 나조차 깜짝 놀랐다.

금속의 정령은 이미 많이 지겨웠는지 한쪽 축 늘어져서 낮잠이라도 자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

흐음.

정령도 잠을 자나……?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뻗은 건가 싶기도 하고.

“휴, 좀 쉬자.”

솔직히 이렇게 오래 작업을 했는데도 고작 랭크가 하나밖에 안 오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마 지금 복사한 아이템 양이 그간 해 왔던 아이템 양을 전부 합친 것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는데?

한 자리 앉아서 복사만 주야장천 이렇게 한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려나.

이미 아이템들을 인벤에 넣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였다.

길드 건물 회의실 바닥 전부에 아이템이 깔려도 자리가 부족해서 한쪽에 잔뜩 쌓아 뒀으니.

나중에는 개수를 새는 것도 포기했고.

이럼에도 고작 1랭크 상승이라.

잠시 쉬고 있자 어느새 사냥을 하다 돌아온 우리 팀이 길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일 앞장서서 들어온 전사 형이 들어오자마자 깜짝 놀란 듯 흠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억! 이게 다 뭐야?”

“아, 오셨어요?”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바닥에 즐비하게 깔려 있는 아이템들의 산.

이걸 산이라 해야 할지 무덤이라 해야 할지.

챠밍과 이쁜소녀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고.

“얼마나 오래 작업한 거예요?”

“와…… 바닥이 안 보여.”

그런 둘을 보면서 그냥 미소만 지었다.

사냥을 하다 쉬다 올 정도의 시간동안 했다고 하면 믿으려나.

뭐 이게 딱히 힘든 건 아니지만.

지겨움이 문제였다.

나르샤 누나와 막내별도 놀란 듯 아이템들의 산을 보다 이내 납득한 듯 웃어 버렸다.

“주호니까 뭐…….”

“역시 그렇죠?”

음.

둘 다 이런 걸로 납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그때 재중이 형이 나와 바닥에 널리 아이템들을 살펴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지 물어보았다.

“네가 마력 회복이 아무리 빨라도 이 수준으로 복사는 못 할 건데? 챠밍도 이 정도의 마력 회복은 불가능해.”

챠밍도 옆에서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무리예요.”

챠밍은 마력양이 누구보다 큰 만큼 회복하는 양도 크고 속도도 빠르다.

그런데 그런 챠밍도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복사에 마력을 써댔으니 궁금할 수밖에.

“아, 그건…….”

이걸 말해 줘도 되려나?

사실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긴 한데.

금속의 정령이 만약 내게만 알려 주려고 했던 거라면.

“혹시 이거 말해도 되는 거냐?”

슬쩍 금속의 정령에게 물어봤는데 딱히 관심이 없다는 투로 금속의 정령이 대답했다.

“난 이미 가르쳐 줬으니까. 알아서 해.”

뭐 상관없는 거였나.

금속의 정령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안심하면서 우리 팀에게 하르석과 타르석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놀란 듯 신기해하는 눈빛으로 금속의 정령을 바라보았다.

특히 전사 형이.

물론 금속의 정령이 듣지 못하게끔.

<방패전사> 헤……. 꽤 밥값을 하잖아?

<주호> 하하. 비싼 만큼 좋네요.

<방패전사> 그러게. 돈을 좀 많이 썼어야지.

금속의 정령을 구하는 데 들어간 돈을 생각해 보면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라.

이렇게 밥값을 해 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잠시 바닥에 떨어진 하르석을 보던 재중이 형은 몇 번 실험을 해보고는 역시 미소를 지었다.

“괜찮네.”

그러더니 이내 조금 다른 말을 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쓰기에는 애매해. 아니, 잘못 쓰다가는 개털 되기 십상이겠네.”

“네, 확실히 그렇죠?”

역시 재중이 형은 바로 알아보네.

혼자 앉아 계속 하르석과 타르석에서 마력을 뽑아 복사를 하던 와중에 생각난 것 중 하나가 이걸 실제 전투에서 쓸 수 있냐 없냐였다.

결론은.

안 된다.

일단 하르석과 타르석에서 흡수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

전투 중에 딴짓을 하는 만큼 마력 회복량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 정도까지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

거기다 하르석이나 타르석이 값싼 물건도 아니었다.

예전보다야 싸졌다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대놓고 펑펑 쓸 정도의 광석은 아니니.

들어가는 돈 대비 흡수되는 마력 효율만 치면 아마도 최악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만큼 쌓아 두고 흡수를 하지 않는 이상은.

유효할 만큼의 마력을 뽑아 쓰진 못할 것이다.

물론.

후방에서 큰 광역 마법을 써야 하는 마법사 계열에게는 꽤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것도 상당한 지출을 감수하고 써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해도.

길드전같이 딱 필요한 순간.

한 번이라도 더 광역기를 날릴 수 있다는 건.

꽤 이득이 있겠지.

잘 쓰면 승패를 갈라놓을 수도 있을 테니까.

그게 아니고서야…….

그냥 바닥에 돈을 가져다 뿌리는 셈이다.

“그래도 뭐 전 잘 쓰고 있어요.”

“너야…… 확실히 상관없겠지.”

바닥에 뿌릴 돈도 충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스킬 랭크는 무조건 올려야 하니까.

돈이 들어가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돈으로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지.

“어느 정도 진척됐어?”

“음, 이제 7랭크예요.”

“흠. 생각보다 심각한데?”

“하하…….”

“그런데 저건 다 어쩔 생각이야?”

재중이 형이 가리키는 건 바닥에 떨어진 빛바랜 하르석과 타르석이었다.

“음,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 금속의 정령이 내게 날아와 한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마력 광산의 핵에 두면 살아나.”

“그래?”

그러고 보니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네.

하르석을 타르석으로 바꾸는…….

설마 완전히 써버린 것도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저 아무래도 장소를 좀 옮겨야겠어요.”

공짜로 쓸 수 있다는데.

* * * * *

접속 시간이 끝나 VRS를 나왔다가 한숨 자고 다시 들어가 바로 위치를 바꾸었다.

이번에 옮겨온 곳은 내가 소유한 타르 광산 중 하나였다.

주변의 출입을 완전히 막아 놓아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당연하게도 금속의 정령은 꽤 신이 난 듯 타르 광산 이곳저곳을 신나게 돌아다녔다.

역시 금속의 정령이려나.

“와! 힘이 난다!”

꽤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

금속의 정령에게는 이 장소가 최적인가.

“놀다 와도 돼?”

“음. 뭐 위험한 곳만 가지 말고.”

이미 폐쇄된 광산이라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을 터.

그리고 가져온 빛바랜 광석들을 광산의 핵 주변에 떨어뜨려놓자 저절로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라.

최소한 돈은 좀 아끼겠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까앙!

까앙!

까앙!

.

.

물아일체.

외물과 자아,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한데 어울려 주변과 내가 하나가 되는…….

아, 이게 아니지.

너무 똑같은 작업만 하다 보니 정신을 놓아 버릴 지경이라.

아무튼 접속 시간만 되면 들어와서 복사를 하고 다시 광석을 두들겨 흡수하는 작업을 계속 반복했다.

《 【 웨폰 카피 Lv.7 】이 【 웨폰 카피 Lv.8 】 으로 상승합니다. 》

《 웨폰 카피에 소모되는 마력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시전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대기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 【 웨폰 카피 Lv.8 】이 【 웨폰 카피 Lv.9 】 으로 상승합니다. 》

《 웨폰 카피에 소모되는 마력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시전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대기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그렇게 끝없이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9랭크까지 찍게 되었다.

이때가 정확히 작업을 시작한 지 4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고.

심지어 광석을 재활용하고 있음에도 돈은 줄줄 새서 내 마음을 쓰리게 만들었다.

재중이 형도 잠시 왔다가면서 한 말은.

미친 스킬 같으니라고 했던가……?

랭크가 더럽게 안 올라…….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째 되는 날.

《 【 웨폰 카피 Lv.9 】이 【 웨폰 카피 Lv.10 】 으로 상승합니다. 》

《 웨폰 카피에 소모되는 마력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시전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대기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 축하드립니다! 웨폰 카피 스킬을 마스터하셨습니다! 》

《 웨폰 카피에 잠겨 있던 능력들이 개방됩니다. 》

《 이전보다 상위의 무기들을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

《 최상위 등급의 무기는 복사에 실패할 수도 있으니 주의바랍니다. 》

《 【 웨폰 카피 Lv.10 】이 【 웨폰 카피 MASTER 】 로 변경됩니다. 》

하.

그래.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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