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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12화 (802/1,404)

#812화 마신의 무구 (3)

웨폰 카피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스킬이다 보니 확실히 유용했다.

다만 준비 과정이 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나의 무기를 만들어 내는 데 꽤나 많은 마력이 들어가니까.

지금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에 마력 스탯과 올 스탯이 많이 달려있어서 망정이지.

아니면 한두 번 웨폰 카피를 하고 종일 마력만 채우고 있는 일을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전투 중에 르아 카르테로 마력을 흡수해서 모자란 마력을 채우면 되는 일이지만.

그러면 마력을 전투에 온전히 다 쓰지는 못하니까.

좋은 점이 있는 만큼 단점이 명확한 스킬이었다.

딱 하나의 단점.

마력 부족.

그걸 지금 금속의 정령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건가?

아니, 그보다 아까 전에는 마력이 부족했는데도 불구하고 금속의 정령은 내게 아무런 조언을 해 주지 않았었다.

태도 변화만 보면 거의 극과 극일 정도.

갑자기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변한 건 아마…….

슬쩍 시선을 돌려 바닥에 남아있는 복사된 아이템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이전보다 호감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려나?

내가 복사해 놓은 아이템들을 먹으면서 금속 정령의 포만감이 채워지고 그와 함께 호감도 역시 따라서 올라갔었다.

적어도 지금 호감도가 아주 바닥은 아니라는 소리겠지.

그리고 그와 거기에 더해서.

아이템 복사를 더 하라는 표현일지도?

마력이 부족해서 아이템 복사를 못하면 자신이 먹을 것도 적어지니까?

이런 사실들이 복합적으로 엮어서 지금 금속의 정령이 움직이게 된 것 같았다.

뭐 나로서는 나쁘지 않지.

금속의 정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 마력이 턱없이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 마력이 부족하면 결국 신화와 최강 길드원들을 죄다 불러와야 하는데 매번 이렇게 불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다들 부르면 확실히 오긴 하겠지만.

미안한 것도 있으니.

그런 차에 금속의 정령의 말은 내게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내 물음에 금속의 정령이 엄지와 검지를 길게 뻗으면서 그 사이로 하나의 반투명한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저것도 일종의 마법이려나?

그런데 저건 어디서 많이 보던 형태인데?

지금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포션?”

“응응. 포션.”

금속의 정령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곧장 등에 소름이 돋았다.

이건…….

엄청난데?

특히 금속의 정령이 만들어 낸 반투명한 형상에서 무지막지한 돈 냄새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설마 마력을 채워 줄 수 있는 포션을 말하는 거야?”

“응, 마력 회복 포션.”

하아.

미쳤네.

현재 로스트 스카이에서 마력을 채워 주는 포션이라는 물건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거쳐 왔던 왕국과 제국들에서는 아예 팔지도 않았고.

그리고 이건 마계 경매장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희귀한 물건들을 파는 경매장에서조차 마력 회복 포션을 찾아볼 수 없었으니 그냥 없다고 생각했었지.

존재하지도 않는 물건을 찾아서 해매이고 다닐 만큼 시간이 널널한 것도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력을 임의로 회복시켜 줄 수 있는, 마법계열 쪽에서 보조적으로 쓰는 마나 리커버리는 누구나 사용해야 하는 필수 마법이 되어 버렸다.

물론 난 르아 카르테가 있어서 굳이 사용하진 않지만.

마법사들이 마력 회복에 좀 더 유리한 건 로브나 서클릿 같은 경우에 마력 회복 스탯이 달려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추가로 체력 회복과 마력 회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악세인 듀얼 링.

마지막으로 순수하게 마력 스탯을 올려 마력을 자연 회복하는 방법 정도랄까.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다들 사냥할 때마다 마력이 부족해서 허덕였지.

스킬을 한 번 쓰고 나면 평타로 사냥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덕분에 물약을 얼마나 많이 들고 다니느냐가 싸움의 승패를 가늠하기도 했고.

스펙이 비슷하다면 서로 치고 박다가 오래 버티는 쪽이 이기는 셈이니.

뭐 마법사나 전사 쪽의 싸움으로 가면 양상이 좀 많이 다르긴 한데.

일반적으로는 그런 식으로 전투가 흘러가는 편이었다.

게다가 마법사들은 마력 소모가 큰 스킬을 쓰고 나면 한동안 멍 때리는 경우도 많았다.

아니 대부분이 그런 식이지.

그 때문에 광역 스킬도 정말 잘 맞춰서 신중하게 써야 했다.

적을 죽이지 못하면 이쪽이 죽는다고 해야 할까.

궁수 쪽은 그나마 좀 마력에 자유롭기는 한데…….

어차피 한 방에 적을 죽일 스킬을 쓰려면 결국은 마력이다.

아니면 평타로 화살을 날려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완전 명사수가 아닌 이상 상대의 방어구에 막혀서 크게 피해를 입히긴 힘드니까.

그런데 지금 이 마력 회복 포션은 그런 개념을 송두리째 뽑아 버릴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마법사들은 광역 마법을 아주 난사해 버리고.

궁수들은 아주 먼 거리에서 매번 마력이 실린 화살을 쏘아 대는 최악의 상대가 된다.

전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마력 스탯이 적어 몸을 사리던 전사 계열들은 전장을 그야말로 미친 망아지처럼 뛰어다닐 테지.

무엇보다 힐러들.

힐러들의 마력이 넘치게 되면 그동안 엄두도 못 내던 레이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몸으로 들이대고 계속 회복시켜서 버티다 보면 결국 네임드도 쓰러질 테니.

이거 참.

거의 핵폭탄급의 물건이 여기서 튀어나올 줄이야.

특히 다른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마계에서 이 물건이 풀리는 순간.

판도가 완전히 뒤엎어질지도.

사냥이 불가능한 사냥터까지 순식간에 밀고 들어가는 유저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버렸다.

잘못 풀면 엉망진창이 되겠어.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금속의 정령에게 물었다.

“지금 만들 수 있는 거야?”

그런데 내 질문에 금속의 정령이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아니, 여기서는 안 돼.”

“여기서 안 된다는 건?”

“만들 수 있는 녀석을 찾아야 해.”

“누군지는 알고?”

“몰라.”

아주 당연하다는 듯 금속의 정령이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어째 갑자기 잘 나가나 했다.

이렇게 쉽게 마력 회복 포션이 나와 줄 리가 없지.

뭐 어쨌든 방법은 알았으니 수소문해 봐야 하려나.

당장은 어렵겠지만 운영자 가른을 살살 긁어 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웨폰 카피를 하려고 하는데 금속의 정령이 내 앞에 날아들었다.

“꼭 마력 회복 포션으로 해야 한다는 말은 안 했는데?”

“응? 그게 무슨?”

그러더니 금속의 정령이 손가락을 내밀어 나를 가리켰다.

“지금 하르석이나 타르석 있어?”

“있긴 한데?”

요즘은 쓸 곳이 많아서 그런지 인벤 속에 어느 정도는 항상 지니고 다녔다.

그리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구해 올 수도 있고.

길드 창고에 쌓여 있는 게 죄다 이 녀석이니.

“꺼내 봐.”

금속의 정령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일단 하르석을 하나 꺼내놓았다.

이걸로 뭘 하겠다는 거지?

혹시 금속의 정령이라서 할 수 있는 뭔가의 방법이 있는 건가?

내가 계속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금속의 정령이 볼멘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바보야! 정령신의 무구를 가지고 그렇게밖에 못 써먹어?”

“……뭘 어쩌라는 건지.”

내 대답에 답답하다는 얼굴로 한참 빙빙 돌더니 이번엔 르아 카르테와 하르석을 번갈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이 곧장 머리를 스쳤다.

설마…….

아니겠지?

정말 이렇게 쉽다고?

아니나 다를까.

“바보야, 르아 카르테로 내려치라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도 모르게 르아 카르테로 하르석을 내려쳤다.

그렇게 르아 카르테의 검신과 하르석이 닿는 순간 환한 빛이 튀면서 검신을 통해 마력이 흡수되었다.

하…….

미쳤네.

이런 단순한 걸 이제까지 몰랐다고?

상태창을 보니 일정한 마력이 흡수되어 올라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르아 카르테로 내려친 하르석의 표면은 빛을 잃고 부서져 있었고.

아마 몇 번을 더 내려치면 완전히 빛을 잃어버릴 것 같은데.

이건 확실히 하르석에서 흡수된 것이 맞았다.

하아.

이걸 왜 이제까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을까.

당연히 마력 흡수 옵션은 유저나 몬스터를 공격해야 마력이 찬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어떻게 보면 하르석이나 타르석은 그 자체로 마력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마력이 모여서 만들어진 금속이니까.

그리고 그걸 제일 잘 알고 있는 금속의 정령 덕분에 너무 쉽게 마력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굳이 다른 길드 사람들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힘들게 몬스터에게서 흡수할 필요도 없어졌고.

“완전 신세계네.”

예전부터 이런 방법을 알았다면…….

지금 알게 된 게 너무 억울할 정도야.

그런 내 부들거리는 모습을 본 금속의 정령이 내 주변을 빙빙 날아다니면서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 좋아?”

“어, 미친 듯이. 정말 고맙다.”

그간은 그냥 체면치례 정도였다면 이건 정말 진심으로 나오는 고마움이었다.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어?

이건 내가 도움을 받은 건데?

금속의 정령의 호감도가 올랐어?

“헤헤, 내가 이 정도라고?”

“정말 이번엔 인정해야겠네.”

“이번에만?!”

“아아, 항상 감사드리고 있읍죠.”

“칫, 됐어.”

금속의 정령이 고개를 획 돌렸음에도 확실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아니었다면 호감도가 떨어졌다고 나왔을 테니.

후.

이런 거라면 얼마든지 투정 부려도 환영이지.

“그럼, 제대로 시작해 볼까?”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일단 마력을 죄다 퍼부어서 르아 카르테를 잔뜩 복사해 던져놓았다.

그리고 난 뒤.

바로 인벤에서 하르석을 꺼내놓고 광석 캐듯이 현란하게 하르석들을 후드려 팼다.

까앙!

까앙!

까앙!

.

.

동시에 쭉쭉 차오르는 마력 수치를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이 정도면 거의 무한 마력 아닌가?

제국 쪽에 있는 하르 광산은 두 개가 온전히 내 소유여서 하르석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거기다 내겐 하르석만 있는 게 아니니까.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하르석이 떨어지자 이번엔 타르석을 꺼내놓고 똑같이 두들겼다.

그러자 타르석 역시 똑같이 마력이 쭉쭉 차올랐다.

하르석이 된다면 타르석이 안 될 리가 있나.

둘 다 같은 마력 광석인데.

물론 이렇게 해버리면 다시는 못 쓰겠지만.

이것도 아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전에 분명히 광산에 가져다 놓으면 마력이 회복 된다고 했었지.

효용이 없어진 하르석과 타르석은 한쪽에 잔뜩 쌓아두고 다시 웨폰 카피를 시도했다.

그렇게 가지고 있던 모든 하르석과 타르석이 소모될 때쯤.

《 【 웨폰 카피 Lv.5 】이 【 웨폰 카피 Lv.6 】 으로 상승합니다. 》

《 웨폰 카피에 소모되는 마력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시전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 웨폰 카피의 대기 시간이 5% 감소합니다. 》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하.

이 정도까지 해야 겨우 1레벨이 오르는 건가?

다른 유저들은 아마 이 스킬이 있다고 해도 엄두도 못 냈을 지도 모르겠어.

랭크를 올리는데 들어가는 마력의 양 자체가 이미 엄청난 수준 정도는 까마득히 넘어가 버렸으니까.

그런데 랭크가 6이 되었지만 특별한 시스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아마 이 정도로는 마신의 무구를 복사해 내지는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실망하긴 아직 이르지.

내겐 수도 없이 많은 하르석과 타르석이 남아있으니까.

생각이 끝나자 곧장 사장님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주호> 사장님, 시장에 돌아다니는 모든 하르석을 싹 사들여주세요.

후.

내게 남는 건 돈과 시간뿐.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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