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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09화 (799/1,404)

#809화 고대 정령의 가호 (6)

마왕 벨라도 잘 모르는 마신의 파편에 대해서 저렇게 잘 아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름만 금속의 정령은 아닌 모양이네.

덕분에 최소한 저 마신의 파편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건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마신의 파편이 성장을 한다 이거지?”

내 물음에 금속의 정령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제물만 있다면.”

제물이라는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손가락으로 한쪽에 쌓여있는 타르들을 가리켰다.

“저건 제물에 속하나?”

“아니, 타르는 마신의 파편을 유지하기 위한 소모품이지 제물과는 전혀 달라.”

금속의 정령의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내게 말했다.

“타르는 더 이상 필요 없겠는데?”

“그러게요.”

사장님과 최강 길드 사람들이 도와줘 한참 타르 광산들을 굴리고 있는 중인데 여기서 그만두게 되면 손해가 좀 있으려나?

아니지.

굳이 쓰지 않으면 애초에 손해라고 할 것도 없었다.

타르 광산이야 뭐 나중에 어떻게든 다른 식으로 써도 될 테고.

그리고 타르 자체가 비공정이나 마왕성 유지에도 들어가니까.

아예 필요 없거나 하진 않았다.

재중이 형이 말한 건 마신의 파편에 들어가는 타르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소리겠지.

일단 제물이 아니라면 지금은 타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금속의 정령은 조금 다른 말을 했다.

“타르도 필요해. 그것도 엄청 많이.”

“제물이 아닌데도?”

“응, 마신의 파편으로 무기를 만들려면 뼈대가 되어 줄 광석들이 있어야 하니까. 특히 고도로 압축해 정제된 특수한 타르 금속을 만들어야 해.”

“혹시 그래서 대장장이가 필요하다고 한 거야?”

내 물음에 금속의 정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마신의 파편을 다룰 만한 능력도 있어야 하고.”

“쉽진 않겠네.”

타르야 어떻게든 구한다고 해도.

마신의 파편을 다룰 수 있는 대장장이를 구하는 게 더 힘들어 보였다.

이건 일단 그렇다 치고.

다시 금속의 정령에게 물어봤다.

“그 제물이라는 게 정확히 뭘 뜻하는 거지?”

내 물음에 뭔가 걸리는 게 있는지 잠시 고민하는 듯한 금속의 정령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지금까지 잘 말해 주다가 왜?

혹시 이것도 호감도 때문에 그런 거려나?

아직 금속의 정령과는 호감도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았다.

무언가 부탁을 한다고 해도 잘 들어줄지 의문인 상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

금속의 정령이 모르겠다는 듯 입을 다물어 버리면 솔직히 정보를 더 얻어 낼 방법은 없었다.

“말해 줄 수 없는 거야?”

“으응, 그런 건 아니야.”

“그럼?”

“마신의 파편…… 그러니까 저 파편은 마신의 고유 특성을 일부 가지고 있어.”

마신의 고유 특성이라…….

그게 제물하고 무슨 상관이지?

궁금한 눈빛으로 금속의 정령을 바라보자 금속의 정령이 꽤 놀라운 말을 해 주었다.

“일단 마신은…… 하나가 아니야.”

“하나가 아니야?”

“응, 매번 다른 형태의 마신이 나타났었거든.”

매번이라는 말은…….

한두 번 봤다는 소리가 아닌데.

대체 얼마나 많은 마신들을 봤다는 거지?

아니 그보다 무슨 마신이 그렇게 많다는 거야?

“마신을 꽤 많이 봤나 봐?”

“으음, 대략 대여섯 번쯤?”

“생각보다 많이 봤네.”

“응, 그때마다 온 세상이 뒤엎어지긴 했지만.”

“그동안 용케 살아남았구나.”

생각해 보면 정령 중 하나인 금속의 정령이 이곳 마계에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고대 정령의 가호가 여기서 발견된 것도 그렇고.

여기 머무르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인가.

정령의 입장에서는 만약 누가 불러내도 마주쳐야 하는 상황일 테니.

그런데 금속의 정령이 정말 의외의 말을 꺼내 나와 재중이 형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직접 이야기해 본 마신도 있는데?”

“뭐?”

“흠…….”

이건 정말 의외네.

“마신과 만났는데도 문제가 없었단 말이야?”

“응, 마신이라고 다 너희가 말하는 악마 같은 존재들은 아니야. 정령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사실 마족이나 너희나 다 똑같은 걸. 조금 성향 차이가 있을 뿐.”

이건 꽤 놀랍네.

재중이 형 역시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금속의 정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그 마신은 어땠지? 강한가?”

재중이 형은 마신이 악하고 아니고를 떠나 순수하게 마신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 알고 싶어하는 듯 했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라.

마왕이야 마왕 벨라와 아스티아를 봤으니 대략적으로 유추라도 되는데 마신이라는 존재는 아예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미지의 존재였다.

그걸 금속의 정령의 입으로 들을 수 있다면.

이것도 남는 장사지.

잘하면 마신의 약점이나 다른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테니.

금속의 정령도 그 정도 눈치는 있는지 나와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본인들과 비교해서?”

“아니라고 하진 않겠어. 가능한가?”

그러자 금속의 정령이 재중이 형의 위아래를 빤히 훑어보았다.

전에 분명히 좀 상위의 NPC들은 유저의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정확히 숫자까지 파악하지는 못 해도 어느 정도까지는 스탯도 알 수 있는 것 같았고.

마신과의 강함의 크고 작음을 비교하기에는 마신을 직접 봤다는 금속의 정령만한 존재가 없었다.

그렇게 재중이 형을 쭉 살펴보던 금속의 정령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것도 꽤 잔인한 방식으로.

“지금 네가 마신과 정면으로 붙으면…… 아마도 한 방?”

금속의 정령이 보기에 재중이 형과 마신의 차이는 그 정도인 모양이었다.

다소 실망할 것 같았던 재중이 형은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

“역시 그런가?”

“너무 제대로 말해 준 거야? 난 이런 걸 숨길 줄 몰라.”

“아니, 상관없다. 어차피 대략 그럴 것이라 생각되어서.”

재중이 형의 말에 금속의 정령의 시선이 재중이 형을 다시 훑어보았다.

“너 신체가 너무 약해. 인간들 중에는 꽤 강한 것 같지만…… 아마 지금 상태로는 마왕한테도 상대가 안 될걸? 그리고 장비도. 고작 그런 약해 빠진 저 등급 드래곤의 갑주 정도로는 전혀 방어가 안 될 거야. 무기는 그나마 좀 낫네? 마족의 혼을 담은 무기를 어디서 구했데.”

금속의 정령은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정말 재중이 형의 스펙을 죄다 읽어 냈다.

특히 재중이 형이 들고 있는 베사노스까지.

일단 드래곤의 방어구로도 한 방도 방어가 안 된다는 건 좀 뼈아프긴 한데…….

어차피 여기서는 다시 구해야 하는 노릇이라.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이미 다른 마왕들의 아이템들을 살펴보면서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진짜 좋은 방어구가 어느 수준인지 대략적으로 파악은 해 두었다.

구할 수 있고 없고는 나중 문제지만.

이건 아마도 마계 탐사대를 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될 터.

드래곤의 방어구가 저 등급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런 방어구로 바꿔도 꽤 스펙이 올라가지 않을까.

베사노스야 뭐.

쓰기에 따라 대미지를 한층 더 올릴 수 있으니.

물론 나중에 한계가 오긴 하겠지만.

그때 금속의 정령이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재중이 형의 베사노스를 바라보았다.

“좀 살펴봐도 돼?”

“마음대로.”

딱히 숨길 것도 없는 상황이라 재중이 형이 베사노스를 금속의 정령에게 보여주자 검신을 따라 몇 번을 돌아본 금속의 정령이 만족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좀 많이 약하긴 한데 그래도 꽤 좋은 검이야. 능력도 좋은 편이고.”

베사노스가 좀 약하다니.

대체 이 금속의 정령은 어느 정도의 무기까지 봐온 거려나.

하긴 마왕이나 마신을 봐온 녀석이니 마족의 무기 정도는 성에 차지도 않겠지.

그때 재중이 형이 내게 뭔가의 시스템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 불멸과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봤냐?”

“아, 그렇네요.”

이건 금속의 정령이 흥미를 느낄 만한 물건을 보여 주면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거려나.

적어도 어떻게 금속의 정령과 친해져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보여 주어도 되겠어.

“혹시 이것도 볼래?”

“응응?”

그리고 인벤에서 몇 가지 아이템들을 꺼내 금속의 정령에게 보여 주었다.

『 +10 로케 / 출혈 50(40+10) 타격 40(30+10) 』

『 +10 마누스 / 마법 증폭 45(35+10) 』

『 +10 가낙스 / 출혈 50(40+10) 타격 40(30+10) 』

베사노스를 보고 흥미를 느꼈다면.

이것도 꽤 관심이 있지 않을까.

내가 무기를 꺼내들자마자 바로 검과 스태프를 살펴보며 바쁘게 날아다녔다.

“어때?”

“와, 마수의 무구잖아?”

“마족의 무기가 아니고?”

“응, 마수를 베이스로 해서 만든 거야. 음, 아마 마족이 만들었을 테니까 마족의 무기도 맞긴 해.”

역시 금속의 정령인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기원까지 다 알아내는군.

《 새로운 아이템으로 금속의 정령의 흥미를 이끌어냈습니다. 》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이것 역시도 통하네.

그렇게 마족의 무기를 모두 살펴본 금속의 정령이 날 보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너! 꽤 좋은 녀석이잖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대 정령의 가호를 박살 냈다고 욕을 하더니.

지금은 그런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그러자 아까 들었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났다.

분명 제물이라 했지.

그럼 이런 물건들도 제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딱 그런 생각.

만약 맞다면.

꽤 빨리 마신의 파편을 쓸 수 있을 지도 몰라.

그래서 바로 금속의 정령에게 물어보았다.

세 개의 마족의 무기를 보여 주며.

“혹시 이런 것들도 제물이 될 수 있나?”

“헤에, 이걸 제물로 바치려고? 너희에겐 꽤 좋은 물건일 텐데?”

방금 금속의 정령이 고개를 젓지 않았다.

반대도 하지 않았고.

그 말은 이런 종류의 마족의 무기들을 제물로 바치는 게 가능하다는 말과 동일했다.

“가능하다는 소리네.”

“으응, 가능은 해. 조금 등급은 많이 떨어지지만.”

“이걸로도 부족하다는 말이야?”

“전혀. 고작 이걸로? 너 마신의 파편을 대체 뭘로 보는 거야?”

마신의 파편에게는 고작이라는 소리를 듣다니.

이것들로는 아예 어림도 없다는 듯 나와 재중이 형을 보면서 고개를 크게 저어 버렸다.

전에 그 고생을 하면서 얻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재중이 형도 그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찼다.

“크큭, 마신의 파편이 얼마나 대단한 걸 주려고 이러시나.”

반대로 그만큼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고.

“하긴, 이 정도로는 안 되겠죠. 여긴 막 괴수들만 있는 마계잖아요. 마왕의 무기를 바쳐도 안 될 지도 몰라요.”

“응? 마왕의 무기 정도면! 그래도 좋아.”

역시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건가.

뭐 그것도 그래도 좋다고 하는 걸 보면 만족이 안 되는 모양이고.

그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흐음, 혹시 엄청나게 많이 제물로 바치면 어떻게 돼?”

아이템의 품질로 안 된다면!

양으로 승부해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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