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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07화 (797/1,404)

#807화 고대 정령의 가호 (4)

흠.

이거 통하는 건가?

금속의 정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다만.

마왕성이나 마왕이라는 말에도 별로 관심이 없던 녀석이 유독 마신의 무구에는 큰 반응을 보였다.

이 녀석, 생각 이상으로 마신의 무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

그럼 살짝만 더 긁어볼까?

“왜? 관심 없다면서?”

“이익…… 나쁜 놈!”

옆에서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버렸다.

<불멸> 반응이 팔딱팔딱하네.

<주호> 네, 이건 안 물고는 못 넘어간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계속 표정을 바뀌는 모습이란.

표정변화가 워낙 다채로워서 보는 재미가 있네.

놀리는 건 여기까지 할까.

여기서 더 했다가는 정말 녀석이 도망가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라.

“아, 마신의 무구는 아니고.”

“뭐야?!”

“그냥 그 비슷한 거?”

솔직히 나도 마왕성 지하에서 만들어지는 녀석이 어떤 물건인지는 잘 모른다.

그냥 마왕 벨라가 마신을 죽일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런 물건인가 하는 거지.

아님, 이 녀석이 보면 조금 더 잘 알 수 있으려나?

적어도 천 년을 지나온 금속의 정령이라면.

그리고 그 전에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너만 괜찮다면…….”

내가 운을 띄우자 금속의 정령의 귀가 쫑긋했다.

오, 반응이 귀엽네.

처음 소환됐을 때의 앙칼진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이 맛에 정령을 부르는 건가?

“흥흥, 뭐?”

“마왕성 지하에 같이 가려고 하는데 말이야.”

“정말? 정말?!”

삐졌다는 표정은 어느새 온데 간데 없고 이젠 화사한 봄날의 햇빛처럼 반짝이는 눈빛을 보여 주었다.

<불멸> 와, 쟤 태도 전환 보소. 완전 초고속인데?

<주호> 재밌네요.

이건 나만 느끼는 게 아닌지 옆에서 챠밍과 이쁜소녀가 몽롱한 눈빛으로 금속의 정령을 바라보았다.

“귀여워어…….”

“꺄, 만져 보고 싶어!”

흠.

이미 둘은 금속의 정령에 푹 빠진 건가.

나르샤 누나나 막내별을 보자 역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금속의 정령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하긴 나라도 한 번쯤은 만져 보고 싶기도 하네.

작은 요정 같은 애가 요리저리 통통 튀니까.

어떻게 보면 이쁜소녀를 아주 작게 축소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

호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방금 이 발언이 호감도를 이끌어 냈다는 거지?

그럼 조금만 더.

“네가 같이 봐주면 꽤 좋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야.”

다시 내 말에 귀를 쫑긋하던 금속의 정령에게서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나왔다.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

역시.

이것만으로도 되는구나.

그리고 금속의 정령에게 따로 이름이 있는 것 같았다.

물음표로 나오는 걸 보면.

아마 호감도를 좀 더 올리면 알아낼 수 있겠지.

곧장 옆에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보여 줘도 되겠죠?”

“뭐, 상관 없겠지. 마왕 벨라가 허락할지는 모르겠다만.”

“아, 뭐 그건 저에게 맡겨 주세요.”

마왕 벨라와는 호감도가 꽤 높은 편이니까.

그리고 마왕 벨라 역시 금속의 정령에는 관심을 가질지도.

“그럼, 가 보죠.”

아, 그전에 해야 하는 일이 있지.

부서진 『 고대 정령의 가호 』를 들고 금속의 정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긴 다시 못 돌아가는 거겠지?”

“응, 이젠 못 들어가.”

“왠지 아깝네.”

반짝이는 보석 자체로는 쓸모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속 알맹이가 빠져 버려서 의미도 없을 테고.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내 물음에 금속의 정령이 손가락을 들어 르아 카르테를 가리켰다.

“저기 들어갈래.”

역시 가능한가 보네.

금속의 정령이 움직이려고 하자 잠시 고민 후 말했다.

이 녀석도 알 건 알아야지.

“들어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안 되는데……. 이거 잘못하다가 소멸될 수도 있거든. 내가 죽으면.”

르아 카르테는 주인이 사망 시에 사라진다고 되어 있었다.

그럼 그 안에 들어간 금속의 정령 역시도 같은 운명이 될 지도 모르고.

나중에 어디론가 옮겨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르아 카르테만 한 다른 선택지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금속의 정령이 또렷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네가 안 죽으면 돼.”

“……그건 맞지.”

정답이긴 한데.

“나중에 다른 정령의 축복이 있으면 옮겨갈 거야. 그때까지만 잘 살아 있어.”

“그래.”

아주 있겠다는 말은 하지 않네.

뭐 당연한 거려나.

날 얼마나 봤다고.

“그럼, 옮겨 와.”

내가 르아 카르테의 투명에 가까운 하얀 검신을 들어 올리자 곧장 금속의 정령이 날아와 검신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더니 손바닥을 내밀어 두 손으로 검신을 한 번 쓰다듬자 곧 르아 카르테 검신 전체에 환한 빛이 맴돌다가 점점 흡수되어 갔다.

검신 전체에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정도의 변화랄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도라 아마 매일 보지 않는 이상은 이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르아 카르테의 외형이 확 변한다던가 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닌 모양이네.

반대로 『 고대 정령의 가호 』에서는 빛이 사라지며 검은 동맹이같이 완전히 변색되어 버렸다.

금속의 정령이 빠져나가서 그런 거려나.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도 울렸고.

《 금속의 정령이 르아 카르테에 머무릅니다. 》

“된 거야?”

“응, 완전히 옮겨왔어.”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한다.”

“흥, 마음에 안 들면 나갈 거야.”

그렇다고 보기에는 꽤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고양이가 골골 거리는 것처럼 기분 좋게 검신 위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나쁘진 않나 봐?”

“으응, 르아 카르테에는 정령신의 기운이 있으니까.”

이전에 있던 보석보다 환경이 더 좋다는 걸로 들리네.

뭐, 아무튼 좋다는 말이겠지?

한참을 르아 카르테의 위에 돌아다니던 금속의 정령이 잠시 멈춰 서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네가 안 죽어야 한다고 했지?”

좀 전에 말한 게 신경 쓰였나?

그런데 갑자기 금속의 정령에게서 더욱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곤 허리에 두 손을 척 올리고는 뽐내듯이 외쳤다.

“죽지 말라고, 특별히 내가 주는 거야.”

《 금속의 정령의 가호가 르아 카르테에 적용됩니다. 》

《 르아 카르테의 고유 능력이 금속의 정령의 영향을 받습니다. 》

『 +15 르아 카르테 <금속의 정령의 가호>

/ 출혈 60(40+20) 타격 50(30+20)

- 마력 흡수 15%

- 체력 흡수 15%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750%

- 관통 확률 60%

- 신성력+60

- 암흑력+60

- 오러 블레이드 사용 시 마력 소모 50% 감소.

- 빈 슬롯. (정령의 가호 활성화)

- 빈 슬롯. (정령의 가호 활성화)

- 빈 슬롯. (정령의 가호 활성화) 』

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이전까지는 없었던 빈 슬롯들이 무려 세 개나 추가되면서 완전히 성능이 올라가 있었다.

그런데 금속의 정령은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아직 힘이 모자라.”

“뭐?”

“가호가 약해.”

아니, 솔직히 지금 이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

무려 슬롯이 세 개나 늘었는데?

르아 카르테에 이 가호가 붙는 순간 이미 내 생각에 그 엄청난 돈을 쓴 게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금속의 정령의 반응을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잠깐만. 여기서 더 좋아진다고?”

“흐응, 됐어. 네가 뭐 이쁘다고.”

말을 해놓고 또 아니라는 듯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되긴 되는 모양이네.

금속의 정령의 가호가 붙은 르아 카르테를 우리 팀에게 보여 주자 다들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져 버렸다.

“우와…….”

“세상에…….”

“대박…….”

다들 너무 놀라서 감탄사밖에 안 나오나 봐.

<주호> 하아, 아무래도 이 녀석한테 잘 보여야겠어요.

<불멸> 크큭, 그러게. 장난 아닌데? 설마하니 이 정도까지 엄청난 녀석인 줄은 몰랐다. 돈이 하나도 안 아깝잖아?

재중이 형 역시 마찬가지.

그동안 슬롯이 부족해 붙이지 못했던 옵션들을 생각해 보면.

몇 단계는 더 좋아진 셈이 아닌가.

이 정도면 아예 두 가지 무기를 동시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건 괴물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해.

이 정도까지 스펙이 올라가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흐음.

가호를 사는데 들인 돈을 생각해 보면 또 그렇게 아니라고 할 수도 없나?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금속의 정령에게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가호 고마워. 정말 최고다.”

그 순간 금속의 정령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칫, 네가 이뻐서 해준 게 아니라니까! 감사는……!”

어?

부끄러워하는 건가?

너무 반응이 확실하네.

그렇게 툴툴거리는 모습과는 반대로 시스템 메시지는 꽤 정직하게 울려 버렸다.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이 녀석.

꽤 좋아하면서 그래.

“네가 안 죽어야 내가 오래 머물 수 있잖아.”

붉게 변한 얼굴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생각보다 귀엽네.

“흥흥, 나 들어갈래.”

그러더니 곧장 르아 카르테의 검신을 반짝이는 거울처럼 통과해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고.

“꽤 깜찍한 아가씨잖아?”

순간 르아 카르테가 부르르 떨렸다.

마치 아니라는 듯.

“아니라니까!”

안에 들어가서도 말은 되나 보네.

이러면 정체를 숨길 수 있고.

나쁘지 않아.

만약 다른 유저들이 이걸 본다면 상당히 관심을 가질 테니.

당분간 되도록 이목을 끄는 행동은 삼가야겠지.

“이 정도까지 해 주었는데, 원하는 걸 보여 줘야겠죠?”

금속의 정령.

너 마음에 들었다.

내가 특별히 서비스해 줄게.

* * * * *

금속의 정령이 머물게 된 르아 카르테를 들고 마침 마왕성 정원에 남아 있던 마왕 벨라를 찾아가자 환하게 나를 반겼다.

아예 정원에서 스컬 드래곤을 키우네.

넓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정원의 풍경.

당연하게도.

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꽤 삭막했지만 마왕 벨라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집사 왔어?”

“네, 마왕님. 아직 안 나가셨네요?”

“응, 요즘 정찰을 안 해도 되니까.”

유저들이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물어다 주고 그걸 다시 NPC들을 통해서 다 듣고 있으니.

굳이 마왕 벨라가 몸으로 때울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무력이 필요하면 나가겠지만.

덕분에 마왕 벨라가 돌아오길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르아 카르테를 들고 마왕 벨라를 봤는데 딱히 변화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건지…….

“다름 아니라. 부탁할 게 좀 있어서요.”

“응? 무슨 부탁? 우리 집사가 해 달라고 하면 해 줘야지.”

봐라.

이게 바로 그간 차곡차곡 쌓아 둔 호감도의 힘이다.

무려 마왕이나 되는 존재가 해 달라는 대로 해 준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 지하 시설에 마신의 무구를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응? 어차피 봐도 접근도 못 할 건데?”

“뭐, 그냥 눈요기나 하는 거죠.”

마왕 벨라는 다소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이긴 했으나 어차피 내가 마신의 무구를 손대진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그다지 신경 쓰진 않는 눈치였다.

“알았어. 넌 들어갈 수 있게 해놨으니까. 가 봐.”

마왕 벨라의 허락이 떨어지자 곧 우리 팀을 이끌고 지하로 내려갔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더 접근이 안 되니까.

“형은 같이 가고. 다들 조금만 기다려 줘요.”

버틸 수 있는 나와 재중이 형만 르아 카르테를 가지고 들어가자 역시나 어마어마한 마기가 나를 짓눌러왔다.

그런데 그때.

르아 카르테가 환하게 빛나더니 내게 걸린 마기를 상당 부분 걷어내 버렸다.

“어?”

“칫, 이것도 해 줘야 해?”

금속의 정령이 르아 카르테에서 어느새 나와 날아다니면서 내 몸에 특수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거…… 생각보다 유용한데?

옆에 재중이 형은 여전히 힘들어 보이지만.

“난 안 해 주냐?”

“흥.”

이거 참.

졸지에 형만 고생이네.

얼마 뒤 지하에 들어서 마신의 무구에 점점 가까워지자 금속의 정령의 눈빛이 확연하게 바뀌었다.

그렇게 마신의 무구를 본 순간.

내게 시선을 확 돌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신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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