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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00화 (790/1,404)

#800화 마계 상인 연합 (4)

내 뜻밖의 물음에 운영자 가른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되물어왔다.

“마계 탐사대…… 말씀입니까?”

“네, 마계 탐사대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던 운영자 가른이 꽤 진지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남는 자리라고 하심은…… 혹시 마계 탐사대에 직접 참가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죠.”

내 말은 상대가 이해하기에 따라 오해할 여지가 있는 대답이었다.

정확히 내 뜻을 알고자 노력하던 운영자 가른이 결국 포기했는지 있는 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이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경매장에 올라오는 희소한 물건을 구해오는 데는 엄청나게 많은 자금과 인력이 소모됩니다. 마계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를 탐사해야 하기 때문이죠.”

“네, 아까 그렇게 말씀하셨지요.”

“그중 빈자리를 언급하신 것은…… 뭔가 노리시는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꽤 눈치가 빠르네.

직접 참가할 수도 있다는 늬앙스를 넣긴 했지만 사실은 그건 아니었다.

운영자 가른의 의문에 나 역시 생각했던 바를 대답해 주었다.

오지로 들어가 마계 상인 쪽의 인력을 갈아 넣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른 것이 있었다.

이건 그중 핵심이 되는 내용이고.

“어쩌면 제 쪽에서 인력을 보충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호오, 그건 듣던 중 반가운 말씀입니다. 안 그래도 마계 탐사대에 병력이 부족해 경매장의 물품 공급이 꽤 난항을 겪고 있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네.

일단 운영자 가른이 꾸리는 마계 탐사대는 한 번 갈아 넣고 나면 다음에는 인력을 다시 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의 탐새대를 꾸리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마왕 쪽에서조차 부담스러워할 탐사에 계속해서 많은 병력을 밀어 넣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마계의 마족들도 탐사를 점점 꺼려 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는 보상을 미끼로 구해 왔으나 그것도 점점 힘들게 됐지요.”

그리고 지금 운영자 가른의 대답에서 확신이 섰다.

이건 확실히 될 거라는.

“그런데 어떻게 지원을 해 주시겠다는 말씀이신지……. 저야 탐사대에 들어갈 병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만.”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시죠. 오히려 골라서 가야 할 정도로 인력을 밀어드릴 수 있습니다.”

내 화끈한 대답에 운영자 가른이 좋아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뭔가를 깨달았는지 다시 표정이 굳어졌다.

“흠흠, 하지만 어중이떠중이들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준비되지 않은 자들도 마찬가지고요. 아시다시피 이 일은 목숨을 담보로 해서…….”

그래, 운영자 가른.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잘 안다.

한 번 들어가면 목숨 걸고 일을 해내야 하는데 그게 쉽게 될 리가 없을 테니.

그런데 운영자 가른이 생각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유저들.

한두 번 정도 죽는 건 신경도 쓰지 않는.

불사의 존재지.

운영자 가른의 입맛에 딱 맞는 딱 그런 녀석들이 아닌가.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보상만 확실하면 불구덩이 속으로도 들어갈 녀석들입니다.”

“호오, 그런 수하들이 있단 말입니까?”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지원해 드리죠.”

《 마계 상인 연합 운영자 가른과의 호감도가 소폭 올라갑니다. 》

《 마계 상인 연합 운영자 가른과의 호감도가 소폭 올라갑니다. 》

.

.

좋아.

운영자 가른이 힘들어하던 부분을 제대로 긁어 준 건가?

이렇게 소소하게나마 호감도가 오르는 걸 보면.

방향을 제대로 잡은 모양이었다.

물론 여기서는 몇 가지 선행 조건들이 있었다.

무작정 지원해 주기에는 내 쪽이 너무 손해지.

“앞으로 지원 병력이 많이 붙으면 그만큼 경매장에 올릴 수 있는 물품들이 많아지겠죠? 그럼 경매장의 규모 역시 커질 테고요.”

알아듣게끔 운을 띄웠는데 운영자 가른 역시 바로 눈치를 챘는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왔다.

“흠. 정확히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원하는 것이라.

확실히 잘 알아들었네.

슬쩍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형 역시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유저들을 여기에 끼워 넣다니 꽤 하잖아?

원래는 예정되어 있지 않은.

서로 약속하고 온 일은 아니었지만.

재중이 형은 바로 핵심을 짚어 주었다.

<불멸> 원하는 거라면…… 아무래도 지분이 좋겠지.

<주호> 그거면 될까요?

여기까지는 나도 생각해 둔 상태였다.

운영자 가른이 허락을 한다는 가정하에.

<불멸> 그리고 경매 아이템에 대한 선별권도 달라고 해.

<주호> 설마 거기까지 줄까요?

<불멸> 운영자 가른이 얼마나 우리에게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방금 재중이 형이 말한 내용은 이전에 운영자 가른이 준다던 VVIP의 권한을 한참이나 넘어서는 일이었다.

그때는 VVIP가 되었을 때 마계 경매장에 나올 아이템의 목록을 미리 보여 준다고 했으니까.

당장 이것만 해도 엄청난 이권인데 여기서 한 수 더 떠서 아예 선별권이라.

만약 내가 운영자 가른이라면…….

거부할 확률이 더 높아.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마음을 굳혔다.

후.

그래도 되든 안되든 여기서는 일단 한 번 질러 봐야겠지.

“마계 경매장의 지분.”

지분이라는 말에 운영자 가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흠.

아마 나중에 나올 말을 들으면 저 미소가 싹 사라질 텐데…….

“집사님께서 지분을 원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투자하는 만큼.”

“네, 우리 쪽도 한 발 제대로 담구는 셈이니까요.”

지분이라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서로 이득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까.

일종의 족쇄 같은 역할을 해주겠지.

“그럼 얼마나 원하십니까?”

여기서는 의견이 꽤 갈리겠네.

너무 많은 지분을 원하면 운영자 가른이 역정을 낼 것이다.

반대로 너무 적은 지분을 말했다가는 손해를 계속 안고 가야 해.

뭐 생각해 보면 손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운영자 가른이 보기에는 투자지만 사실 우린 하나도 투자한 것이 없다.

어차피 우리는 중간에 한 발 걸치는 거라.

물론 이걸 말해 줄 생각은 전혀 없고.

<주호> 얼마나 부를까요?

<불멸> 어차피 많이 부를 필요는 없어. 저 녀석이 우리가 한 배를 탔다고만 생각하면 되니까. 그리고 많이 부른다고 많이 줄 리도 없겠지. 우리가 얼마나 인원을 보조해 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재중이 형 말에 잠시 멈칫했다.

그럼 숫자로 해결하면 되려나?

<주호> 흠, 그럼 지원해 주는 인력 숫자로 해보죠?

<불멸> 나쁘지 않네. 여기서는 내가 하지.

그때부터 재중이 형과 운영자 가른이 한참 동안 지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얼마 뒤.

두 사람이 손을 잡고는 웃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고.

“어떻게 한 거예요?”

“이쪽에서 지원하는 숫자에 따라 경매 지분을 달리 받기로 했다. 백 명 단위로 끊어서. 물론 이쪽은 레벨을 맞춰 주기로 했고.”

“괜찮네요.”

“그리고 마계 탐사대로 나서는 유저들에게 줄 보상도 운영자 가른이 내어 주기로 했다.”

“어떤 걸요?”

“보면 아주 혹할 만한 것들. 참여 안 하고는 못 버틸걸?”

역시 재중이 형이 나서니 이런 문제는 말끔하게 처리가 되었다.

변동식이라 매번 신경을 써야하겠지만.

어차피 공짜로 들어오는 돈이니까.

그렇게 지분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운영자 가른에게 다음 이야기를 꺼냈다.

“경매 물품에 대한 선별권을 받을 수 있습니까?”

재중이 형의 물음에 운영자 가른의 표정이 바뀌었다.

“흠, 그건 제 고유권한입니다만.”

난처함을 넘어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재중이 형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오해를 하셨나 본데. 고유권한까지 건들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경매에 올라올 물품을 가져오려면 위치를 선별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그 장소를 우리가 몇 곳 고를 수 있게 해주시죠. 전체 중에 일부만이라도 괜찮습니다.”

“흐음…… 그 정도는 가능하겠군요.”

재중이 형이 말한 선별권이 이미 가져온 아이템에 대한 우리의 우선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바로 어떤 물품을 가져올지 장소를 정하는 것.

후.

제대로 머리를 쓰셨네.

미리 어떤 아이템을 건져올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이 마계에 있는 미지의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과 동일했다.

<주호> 형, 사냥터 때문에 물어봤죠?

<불멸> 어, 레벨에 맞는 사냥터. 마계 탐사대가 가는 곳도 분명히 난이도가 있을 테니. 그 난이도에 맞게 사냥터를 구분하면 돼.

물론 아주 일치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

마계 상인 연합이 가지고 있는 사냥터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었다.

이러면 마계를 일일이 돌아다녀야 하는 단점 역시 사라지게 될 테고.

거기다 다른 마왕성들의 사냥터들 역시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쁘지 않아.

이러면 자금, 정보 모든 면에서 다른 유저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아직 베르테니아 마왕성 주변만 돌아다니는 유저들에 비해 몇 발은 더 앞서나갈 수 있을 지도.

그렇게 운영자 가른과의 이야기를 끝내고 다른 마왕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전사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방패전사> 꽤 오래 걸리네?

<주호> 아, 여기 생각보다 일이 많네요.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전사 형에게 모두 알려 주었다.

<방패전사> 호오, 그렇단 말이지?

<주호> 네, 전사 형이 힘 좀 써 주셔야겠어요.

<방패전사> 오케이. 이건 내 전문이지.

<주호> 그럼 부탁 좀 할게요.

얼마 지나지 않아 홈페이지 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에 전사 형이 준비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마계 상인 연합에서 마계 탐사대 인원 모집 중. 》

- 참여인원 : 최소 레벨 140 이상.

- 장비 : 네임드 급 혹은 마계 상인 연합 방어구 올 5강 이상.

- 무기 : 네임드 급 혹은 마계 상인 연합 무기 7강 이상.

- 직업 상관없음.

- 길드 단위 환영.

- 마계 경매장에 올라갈 마계의 보물을 찾아 탐사함.

- 참여자에게는 기여도에 따라 마계 상인 연합이 보상함.

- 목표 경매 물품을 제외한 다른 아이템에 대한 습득권 개별 허가.

-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파견된 마계 상인 연합 NPC들에게서 퀘스트 얻을 수 있음.

내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전사 형이 내건 퀘스트는 유저들의 관심을 한 번에 끌어 모았다.

무려 최소 레벨 140대가 넘는 퀘스트.

이건 지금 있는 유저들 중 상위 몇 프로 안에 해당할 수준의 높은 커트라인이었다.

요 근래 나온 퀘스트 중 레벨 제한이 가장 높은 퀘스트이기도 하고.

뭐 오래 멈춰 있긴 했지만.

내 레벨이 150대라는 걸 생각해 보면 정말 높은 수치였다.

- 어? 상인 연합은 뭐야?

- 마계 경매장? 그런 것도 있었어?

- 무슨 레벨을 140부터 받냐. 상위 길드들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겠네.

- 이 정도면 보상 엄청난 거 아냐?

- 음. 일단 참가해 볼까?

- 위험한 거 아님?

- 그만큼 좋은 걸 주겠지.

- 막 마왕 상대하고 그런 건가?

- 설마. 탐사한다잖아.

- 일단 보상이 어느 정도인가 한 번 보자고.

잠시 뒤, 몇몇 방송 BJ가 보여 준 베르테니아 전경.

우리 쪽에서 준비한 이벤트 NPC들 앞으로 개떼처럼 줄을 서 있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생각보다 잘 되네요.”

“보상이 보상이니까.”

“가른이 뭘 걸었는데요?”

“뭐 그냥 10강 정제 강화석 같은 거? 마족의 심장도 좀 걸어둔 거 같고.”

“……좀 과한 거 아닌가요?”

다른 건 몰라도 마족의 심장이라니…….

아, 그러고 보니 얘들 전부 마족이었지.

생각해 보면 못 걸 것도 없구나.

전엔 네임드를 죽어라 잡아야 나오던 물건이 보상으로 걸리다니.

저렇게 줄을 선 것도 아주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광경들을 보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던 놈들이 나타났다.

정확히는 마왕들의 집사들이.

다들 한 손에 보유한 아이템들의 명단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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