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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99화 (789/1,404)

#799화 마계 상인 연합 (3)

비밀 시설이라…….

운영자 가른이 물음을 듣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베르테니아 마왕성 지하의 결계 속에 존재하는 고대의 무구.

마왕 벨라는 분명 마신을 죽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했었지.

《 메인 퀘스트 : 마왕 벨라의 의뢰2 (특급). 》

- 마왕 벨라를 도와 고대의 무구 봉인 해제.

- 고대의 무구에 고갈된 마력 보충.

퀘스트 상에 명시되어 있느니 정말 마신을 죽이지는 못할지라도 그에 상응하는 위력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운영자 가른이 알고 있다고?

여기서는 한 번 빼볼까?

아니면?

운영자 가른을 그대로 바라보며 재중이 형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주호> 형, 어떻게 생각해요?

<불멸> 흠, 일단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괜히 쓸데없이 정보를 더 줄 필요는 없어. 적당히 모른다는 뉘앙스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주호> 네, 알았어요.

<불멸> 이 녀석이 당장 우리를 밀어준다고 해도. 우리가 이 녀석을 바로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틀린 말이 없네.

운영자 가른이 한 일이라고는 우리와 전쟁 중인 상대측 마왕의 정보를 좀 넘겨준 것밖에는 없었다.

굳이 먼저 나서서 설레발 칠 필요는 전혀 없지.

운영자 가른의 물음에 잘 모르겠다는 뉘앙스를 띄면서 말했다.

“글쎄요. 아시다시피 베르테니아 마왕성의 집사가 비어있는지 꽤 오래되었죠. 그리고 저 역시 집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합니다.”

내 대답에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는 운영자 가른의 모습.

“그렇군요. 확실히 마왕성의 비밀 시설에는 마왕이 아니면 접근을 할 수 없으니까요. 모르시는 게 맞습니다.”

마왕이 아니면 안 된다고?

난 이미 들어갔다 왔는데……?

“마왕성에는 소유주인 마왕만 알고 있는, 다른 이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장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집사님이면 혹시 아시나 싶어서요.”

흠, 역시 한 번 떠본 거였냐?

그건 그렇고 마왕 벨라는 대체 어디까지 허술한 건지 모르겠네.

운영자 가른이 말하기로 마왕이 아니면 못 들어가는 곳을 그냥 대놓고 보여주다니.

아니, 생각해보니 그때 왜 이렇게 빚이 많냐고 내가 한참 한숨을 쉴 때였던가?

지하 시설에서 타르를 물 쓰듯이 쓰고 있었으니.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 운영자 가른의 태도를 봐서는 이게 꽤 고급 정보에 속하는 모양이었다.

이건 그냥 함구하는 편이 낫겠다.

그런데 운영자 가른은 그것도 모르는데 왜 마왕성을 가지려고 하는 거지?

“혹시 그 비밀 시설이 궁금해서 아르곤 마왕에게 등을 돌린 건 아니겠죠?”

“하하, 아무리 저라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그냥 돈도 받아낼 겸 겸사겸사하는 일이지요. 마왕성 지하에 뭔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뭔가 수상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보기에는 이쪽에서 가진 정보가 너무 크다.

이번엔 서로 그냥 떠보는 정도에서 넘어갈 수밖에.

<주호> 아무래도 뭔가 더 알고 있는 것 같죠?

<불멸> 어, 이 녀석. 여기 몇백 년 있었다는 터줏대감일 텐데. 마왕들이 아무리 꼭꼭 숨겼어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챘을 거다.

<주호> 마왕 벨라처럼 누군가에게 말했을 확률은요?

<불멸> 글쎄. 마왕 벨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그렇지 다른 마왕들은 굳이 그걸 발설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은데?

<주호> 결국 이걸 아는 건 우리와 마왕 정도밖에는 없다는 말이네요.

<불멸> 의심이 가는 저 녀석도 포함해서.

흐음.

혹여나 아르곤 마왕을 이겨서 저쪽의 마왕성을 차지하더라도 이건 숨겨야 하려나?

아마 그때는 운영자 가른도 확실히 태도를 보일 것이다.

뭔가 노리는 게 있다면.

“하하, 괜한 이야기로 번거롭게 해드렸습니다.”

“아뇨, 저도 마왕성에 돌아가면 한 번 알아보도록 하죠. 마왕님이 알려주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알겠습니다. 그럼 마왕님들이 아이템 목록을 가지고 오는 동안 오래 기다리셔야 할 텐데……. 기다리시는 동안 마계 탐사대에 대해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응?

마계 탐사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암흑 상인을 바라보자 암흑 상인도 잘 알고 있는지 마계 탐사대에 대해 말해주었다.

“마계 경매장에 나오는 물건들을 구하러 다니는 마계 상인 연합의 탐사대입니다. 탐사 도중 값어치가 떨어지는 물건은 저희 같은 상인들에게 넘겨주기도 합니다.”

“그런가요?”

“마계 탐사대에 상인들도 제법 많이 따라갑니다. 필요한 물건들을 옆에서 직접 흥정하기 위해서요. 저도 예전에 한 번 참가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땐 허탕을 쳐서 결과가 좋았던 건 아니지만요.”

값비싼 물건은 마계 경매장에 나오고.

그 외의 것들은 일반 상인들에게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다른 말로 이런 식으로 꽤 고급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루트가 따로 있다는 뜻일 텐데.

곧장 다시 시선을 돌려 운영자 가른에게 물었다.

분명히 마지막에 나왔던 『 피닉스의 알 』도 아마 이 마계 탐사대에서 구했을 터.

마왕들도 구하지 못한다는 물건을 구해올 정도면…….

위험도가 엄청나다는 말이었다.

“탐사대면 꽤 위험한 일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매번 탐사대 중 다수가 죽어버리니까요. 마계에서도 금지로 구분된 지역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전부 목숨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흐음.

금지된 구역이라.

마계의 그냥 필드만 해도 이미 위험천만한데.

그중에서도 금지라고 하면…….

암흑 상인을 슬쩍 본 다음 미묘한 미소와 함께 말을 꺼냈다.

“용케 살아 돌아왔군요?”

“다행히 상인들은 위험지대까지는 안 들어가더군요.”

하긴.

이 암흑 상인이 그런 곳에 목숨을 걸고 들어갈 만한 스타일은 아니긴 하지.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운영자 가른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마왕은 참여하지 않습니까?”

“아, 마왕님들 말입니까. 흐음. 보통은 참가하지 않으십니다.”

“본인들도 죽을 수 있어서?”

“하하. 예리하시군요. 네, 맞습니다. 마왕님들이 굳이 그렇게 위험한 일을 사서 하실 필요는 없겠죠. 그리고 그분들은 굳이 모험을 하지 않아도 이미 강하십니다.”

그러자 재중이 형이 핵심을 찌르는 말을 다시 건넸다.

“마계 탐사대가 어렵게 구해오면 마계 경매장에서 물건을 사기만 해도 되니까?”

“……음, 집사님도 그렇고 고객님도 계속 뼈를 때리시는군요.”

운영자 가른이 한 번 깊게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마왕님들은 지금의 판도가 확 변하길 원하지 않으십니다. 이미 기득권에 속하니까요.”

“음, 아마도 악순환이겠군요. 마왕은 빚을 내서 돈을 안 주고, 좋은 물건 구해오면 선심 쓰는 척 삥 뜯어가는 관계……. 맞나요?”

“하하하하…….”

재중이 형의 날카로운 말에 운영자 가른이 허탈한 웃음을 계속 지어 보였다.

저건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네.

솔직히 운영자 가른의 이마에 ‘마왕들 다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쓰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운영자 가른에게 그럴 만한 힘은 없었다.

만약 가능했다면 이미 엎어도 몇 번은 엎었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마계 전체가 이런 식으로 굳어진 지 꽤 오래 지났습니다. 정확하게는 마성 전쟁이 끝나고부터군요.”

“성마 전쟁?”

“마계에서는 마성 전쟁입니다만…….”

“뭐 명칭은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천계라는 확고한 적이 있는데 이 상태로 유지가 되길 바라는 겁니까? 마왕이라는 작자들이?”

재중이 형의 말을 듣고 보니 이상했다.

분명히 천계와 마계는 적이 아니었나?

아직 천계는 가보지 못 해서 잘 모르긴 해도.

그간 들어온 것들을 생각해보면 둘 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난리일 건데……?

“음, 사실은 마족들은 중간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천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못 하는 겁니까? 안 하는 겁니까?”

재중이 형의 물음에 운영자 가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못 합니다. 서로 중간계로 갈 수 있는 문을 부숴 버렸기 때문이죠.”

“서로 부셨다는 겁니까?”

“치열한 전쟁이 너무 오래 이어져 둘 다 멸망하기 전에. 손을 쓴 셈입니다.”

“그럼 휴전이겠군요.”

“비슷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한쪽은 지금쯤 멸망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흐음, 결국 상대방의 진영으로는 못 넘어가니까 정체되었다?”

“반은 맞습니다. 사실 마족들이 중간계에 가려고 이미 몇 번의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쉽게 되진 않았나 봅니다.”

재중이 형의 말에 운영자 가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족이 제집 넘나들 듯이 중간계로 들어왔다면 지금쯤 중간계가 쑥대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생겨서 운영자 가른에게 물어보았다.

“중간계에도 마족이 있긴 하던데요?”

악마형 케르베로스도 그렇고.

그러자 잠시 뭔가를 떠올리던 운영자 가른이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말을 이었다.

“아! 그건 아마도 중간에 봉인 당한 채 시간이 굳어져 버린 존재들일 겁니다.”

슬쩍 아스티아를 바라보자 아스티아가 눈빛으로 맞다는 표시를 했다.

그리고 궁금한 점 하나 더.

“혹시 마왕은요?”

가르시아 제국에서 황제 노릇을 하던 마왕.

이 녀석은 어떻게 넘어온 거지?

“흠, 만약 마왕이 넘어가려고 하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힘의 대부분을 봉인한 상태로 넘어가야 할 겁니다. 본체를 남겨둔 채로요.”

“왜 그렇죠?”

“그간 마족들이 알아본 결과 부서진 문으로 작은 힘을 지닌 존재는 넘어갈 수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마왕 같은 존재는 못 넘어가고요?”

“네, 아주 커다란 흠이 있는 질긴 그물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잔챙이는 지나갈 수 있지만 거대한 녀석들은 안 된다 이건가.

그런데 생각해보면 여기도 예외는 분명히 존재했다.

<주호> 형, 신의 손으로는 마계로 그냥 넘어올 수 있잖아요. 저 한정이기는 하지만.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불멸> 신의 물건이잖아?

<주호>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요.

<불멸> 아마 네가 그걸 들고 있는 걸 알면 군침 흘릴 녀석들이 한둘이 아닐 거다.

<주호> 마왕……!

이 신의 손을 들고 있으면 마왕은 자유자재로 중간계와 천계를 드나들 수 있게 된다.

머리를 해머로 두들겨 맞지 않은 이상 천계로 갈 일은 없겠지만.

중간계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온전히 힘을 가진 마왕이 중간계로 가면……?

<불멸> 지금 마왕이 넘어가면 그냥 멸망이지. 유저고 NPC고 싹 녹아버릴 거다.

<주호> 이건 봉인해야겠네요.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여주면 안 된다.

혹은 나중에라도 경매에 팔아도 되려나?

진짜 마왕들이 전 재산을 들고 올지도 모르겠는데?

그리고 또 하나.

이건 확인해봐야겠지만.

베르테니아 마왕성과 신성 제국 제넨샤성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만약 마왕이 포탈을 타고 넘어가는 게 가능하다면?

이건 꽤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그 사실을 재중이 형에게 말했더니 재중이 형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불멸> 당분간 이건 비밀로 해야겠어.

<주호> 네, 다른 마왕이 넘어갔다가는 우리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요.

마왕 벨라야 뭐.

애초에 우리 편이기에 그럴 리는 없겠지만.

가르시아 제국에서 뭔가 작업을 했을 거라고 예상되는 마왕 바이카르 같은 녀석이 온전한 힘을 가지고 넘어가면 답도 없다.

곧장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아스티아에게 말했다.

<주호> 아스티아, 나중에 확인 좀 해줄 일이 있어요.

<아스티아> 응?

<주호> 아스티아가 포탈을 넘어갈 수 있는지 한 번 실험해보려고요.

<아스티아> 흐응? 뭐 알았어.

아스티아가 넘어가지면.

다른 마왕도 가능하다는 말이니.

그렇게 아스티아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뭔가가 확 떠올라서 운영자 가른에게 빠르게 말을 꺼냈다.

그것도 운영자 가른이 꽤 놀랄만한.

“혹시 마계 탐사대에 남는 자리 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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