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94화 (784/1,404)

#794화 마계 경매장 (10)

만약 르아 카르테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면 그건 무조건 옵션 추가였다.

어차피 포식이야 이미 다른 무기들을 전부 흡수할 수 있으니 더 이상의 성장은 생각도 나지 않았고.

혹여나 방어구도 흡수를 할 수 있다면 또 모를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또 괜찮겠는데?

방어구에 달려야 하는 옵션이 무기에 붙게 되면, 르아 카르테가 얼마나 괴랄하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솔직히 그 정도까지 허용해 줄 것 같진 않지만.

만약 가능하다면야.

어느 쪽이든 내겐 좋았다.

“무조건 잡아야겠어요.”

재중이 형도 옆에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네겐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아이템이겠네.”

“네, 여기서 돈을 다 쓴다고 해도.”

원래는 가져온 자금을 최대한 아끼다가 후반에 좀 더 좋은 아이템에 쓸 생각이었다.

후반에 어떤 아이템들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저것만큼 내게 도움이 되는 물건은 아마 없을지도.

문제는…….

『 고대 정령의 가호 』 를 원하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건데.

지금까지 방관하듯이 구경만 하던 녀석들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티아가 말해 준 대로 『 고대 정령의 가호 』 가 그런 효용이 있다면 누구든지 침을 흘릴 만하니까.

당장 자신의 무기에서 한 단계만 더 끌어올려도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겠지.

서열을 더 높인다던가.

혹은 마왕성을 가지기 위해 싸움을 걸 수도 있겠고.

다시 사회자가 경매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때 뒤쪽의 문이 열리면서 잠시 경매가 중단되었다.

응?

경매 중간에 들어올 수도 있었던 건가?

암흑 상인을 바라보자 곧장 설명을 해주었다.

“딱히 입장을 막는 규정이 없긴 합니다만 보통은 경매 시작 전에 입장을 하죠. 어떤 물건이 나올지 모르니까요.”

“꽤 관대하네요.”

“참가권 자체가 얻기 힘든 만큼 여기 들어와 있는 자들도 다 거물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다들 한 재산씩 합니다. 가진 부가 적지 않죠.”

“늦게 와도 돈만 있으면 가능하다?”

“아무래도 주최 측은 경쟁이 더 붙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군요.”

그리고 이어서 다른 말도 덧붙였다.

“사실 보통의 마족들은 불가능하죠. 다른 마왕들에게 눈치가 보이니까요.”

“그럼?”

“방금 입장하신 분은 마계 상인 연합의 간부 중 한 명입니다.”

“흐음, 주최 측에서도 경매에 참가합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마침 저기 들어오는군요.”

암흑 상인이 뒷문을 가리키는 순간.

상인 연합 간부의 뒤를 따라 몇 명의 마족들이 마계 경매장 안으로 입장을 했다.

그리고 그들을 보자마자 딱 알 것 같았다.

“마왕들인가요?”

이전의 바이카르 마왕처럼 저들도 하나 같이 다 복면을 쓰지 않았다.

“네, 마왕들이 왜 경매에 참가하지 않았는지 의아했었는데 말입니다. 이제야 들어오는군요.”

“원래는 참가했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꽤 진귀한 물건들이 들어오니까요. 관심이 없을 땐 그냥 들어오지도 않지만요.”

흐음.

누가 봐도 이상한 그림인데?

상인 연합 간부와 마왕의 조합이라…….

그 순간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다.

“혹시, 마왕들에게 미리 경매 목록을 보여 줍니까?”

내 물음에 암흑 상인이 턱을 쓰다듬으며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흠, 그건 제가 알 수 없는 부분이군요.”

“추측하자면?”

다시 물어보자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높은 확률로 그럴 겁니다. 방금 상인 연합 간부를 대동해서 이 타이밍에 입장한 걸 보면요.”

역시 이쪽도 뭔가의 커넥션을 가지고 있는 거려나.

“아, 그리고 제일 왼쪽에 있는 마왕은 집사님이 궁금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솟아오른 회색 머리?”

내 말에 암흑 상인이 누가 들을까 봐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흠흠, 주변에 듣는 이가 많습니다.”

“뭐 어차피 적일 텐데 그렇게 쫄 것 없습니다.”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관심 가질 만한 마왕이 저놈 말고 또 있습니까? 저 마왕이 아르곤이죠?”

“하아, 제발 아무도 안 들었으면 좋겠군요.”

마왕을 앞에 두고 이놈 저놈하고 있으니 암흑 상인이 쫄 수밖에.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었는데 말끔하게 생겼네요.”

외형적으로는 그냥 평범하다고 할까.

이미 한 존재감 하던 서열 1위인 바이카르를 보고 난 뒤라 중압감이 크지도 않았고.

저놈이 서열 4위라는 거지?

“흠, 그리고 옆에 같이 입장하신 분들은…….”

“안 봐도 알겠습니다. 서열 2위와 3위죠?”

“잘 아시는군요.”

“한쪽이 들어오자마자 바이카르 마왕을 바로 노려보던데요?”

그것도 바이카르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아주 진득한 눈빛으로.

그중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쪽이 특히 바이카르를 노려보았다.

시뻘건 눈빛으로 저렇게 노려보면 누구나 쫄 것 같지만.

바아카르 마왕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그들이 들어온 것조차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자 마치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더욱 발끈했고.

“너, 이 녀석! 지금 무시하는 거냐!”

생각보다 성격이 꽤 급한 것 같은데?

가만히 있는 바이카르를 노려보는 것도 모자라 바로 달려들기라도 할 모양새였다.

타오르는 것처럼 세워둔 붉은빛 머리만큼이나 활화산처럼 성격도 같이 타오르는 건가.

그러자 옆에 있던 짙은 암갈색의 마왕이 손을 들어서 그런 녀석을 제지했다.

“올펠, 그만 둬라. 어차피 여기서는 싸우지도 못 해.”

그러면서 경매장의 천장을 가리키자 모두의 시선이 위로 올라갔다.

음. 저건?

마법진?

들어올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지금 자세히 보니 희미한 빛이 경매장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마법진에서 세어 나오고 있었다.

곧장 암흑 상인을 보고 물었다.

“혹시 저 마법진이 마왕의 힘을 억누르는 겁니까?”

“네,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방금 들어온 올펠이라는 마왕도 대놓고 달려들지 못하는 걸 보면 확실히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보안은 확실하네.

재중이 형도 위의 마법진을 보면서 말했다.

“내부에서만큼은 특별히 걱정을 하진 않아도 될 듯한데…….”

“밖이 문제겠죠?”

“어, 마왕이 넷씩이나 되는데 말이야. 그것도 서열 1위부터 4위까지 사이좋게 다 들어와 있네.”

만약 여기서 저 마왕들과 문제가 생기면 앞으로가 피곤해질 지도 모른다.

당장은 부딪힐 일이 없겠지만…….

마왕 서열 2위와 3위까지 전부 자리에 착석해서야 사회자가 진땀을 흘리면서 다시 경매를 시작했다.

“하하, 귀하신 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그만큼 이 물건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재중이 형이 다른 마왕들을 전부 살펴보고는 말했다.

“중간에 참여한 걸 보면 아마 상인 연합 간부에게서 정보를 듣고 부랴부랴 온 모양인데?”

“저 마왕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필요하겠죠.”

“서열 1위를 제치려면 말이지?”

“네, 생각보다 돈을 좀 많이 써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거기다 얻고 난 뒤에도 문제고.”

이미 재중이 형도 나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한 듯했다.

쉽게 넘어가긴 힘들겠는데.

“여차하면 마왕성 문을 걸어 잠그고 투쟁이라도 해야죠. 마왕성이 얼마나 버텨 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쪽에는 마왕 벨라와 아스티아가 있었다.

단순히 마왕 하나만 달려들어서 쉽게 어떻게 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는 말이지.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마왕들의 전력을 확실히 모른다는 점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너무 강하면 곤란해.

잘못하다가는 아이템 하나를 얻자고 베르테니아 마왕성이 망할 수도 있는 문제라.

그렇다고 저 물건을 포기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마왕들 전체와 척을 지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럼, 경매를 재개하겠습니다! 시작가는 1000코인부터입니다.”

사회자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사방에서 손이 계속 올라왔다.

“1100 코인!”

“1200 코인!”

“1400 코인!”

.

.

기다렸다는 듯 벌써부터 쉴 새 없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는 재중이 형이 혀를 찼다.

“죽으러 들어가는지 모르고 말이야.”

마족이고 상인이고 할 것 없이 죄다 손을 들어 가격을 올리자 경매장 분위기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마왕들은 아직까지 손조차 들고 있지 않았다.

아직은 두고 본다는 건가.

그사이 경매가는 계속 올라 어느새 5000코인을 돌파해 버렸다.

“벌써 50인가?”

“네, 조만간 100도 찍겠어요.”

말이 50이지…….

어디 가서 쉽게 구경할 만한 돈이 절대 아니었다.

저렇게 올려 댄다는 건.

다들 그만큼의 재력이 된다는 소리겠고.

하지만 이 정도의 페이스가 지속되는 건 꽤 무리가 갔는지 점점 올라가는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초반에 달린다 싶더니.

어중이떠중이들은 여기서 아웃이네.

암흑 상인이 미리 알려 주었던 몇몇 거대 상인들과 마족 중에서도 돈이 제법 있는 녀석들만 남았을 뿐.

탈락자들은 아쉬워하면서 입맛만 다셨다.

애초에 이건 너희가 가질 물건도 아니야.

그렇게 경매가 계속 진행되어 6000코인까지 올라가자 완전히 오름세가 멈추었다.

다소 소강 상태로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

특히 아직까지 손을 들지 않은 마왕들은 그들에게는 잠재적인 적이었다.

그리고 6000코인을 돌파하자 드디어 마왕 아르곤이 손을 들어올렸다.

“7000코인!”

마치 떨거지들을 다 털어내려는 듯 마왕 아르곤이 한 번에 1000코인을 올려 버리자 그간 남아있던 마족들이 전부 화를 내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마왕 아르곤에게서 사방을 짓누르는 듯한 강력한 기운이 터져 나오며 경매장 전체를 흔들었다.

“앉아, 이 새끼들아.”

온몸의 털이 쭈뼛 설 정도의 압력에 의자를 잡은 손이 저절로 꽈악 쥐어졌다.

벌떡 일어났던 마족들 또한 전부 못이라도 박힌 것처럼 제자리에 그대로 구겨져 자리에 앉았다.

확연하게 보이는 격의 차이.

마치 너희와는 다르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단 한 번의 기세로 눌러 버렸다.

이건 마왕 바이카르가 전에 보여 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마왕이라는 게 전부 이런 건가?

옆을 보자 재중이 형은 오히려 눈빛을 반짝이면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호오, 꽤 하잖아? 역시 마왕은 마왕이라는 건가?”

“힘을 제대로 못 쓰는데도 이러면 곤란하죠.”

우리와 전쟁 중이라고 했지.

앞으로 저런 놈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거네.

흐음.

저 녀석을 상대하려면.

무리를 해서라도.

스펙을 어떻게든 올려 놔야 해.

그리고 지금의 경매는 그 시작점이었다.

그때 올펜이라는 마왕이 손을 들어보였다.

“째째하게 그거 올리고 마냐? 8000코인!”

웅성웅성.

설마 또 1000코인을 올릴 줄 몰랐기에 경매장 안이 술렁거렸다.

마왕 아르곤의 눈썹 한쪽이 치켜세워졌는데 차마 비슷한 서열이라 그런지 아까와 같은 기세를 내뿜지는 않았다.

그냥 단순히 숫자만 올릴 뿐.

“9000 코인. 너도 그만 나가떨어져라.”

“큭, 너 전쟁 중이라고 하지 않았냐?”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이 새끼, 그래 끝까지 가자. 9500.”

9000 이상은 다소 무리였는지 이번에는 500 정도만 올리는 것에서 끝이 났다.

마왕 아르곤도 잠시 고민하는 눈치를 보였고.

“형, 2위와 3위가 연합했을 가능성이 있나요?”

“흐음, 옆에 앉아 있는 걸 봐서는. 높은 확률로.”

그럼 숨겨 둔 저력이 더 있다는 건데.

다른 마왕 쪽에서 자금을 빌려주기라도 한다면?

시간이 끌리자 사회자가 나섰다.

“흠, 더 이상은 없으십니까? 후반의 다른 물건들을 위해 자금을 아끼시는 모습은 좋습니다만. 이렇게 좋은 물건은 다시는 안 나옵니다.”

한 마디로 돈을 뱉을 때까지 뱉어내 보라는 거였다.

장사 잘하네.

그때 가만히 구경만 하던 마왕 바르카르가 드디어 손을 들어올렸다.

“10000.”

가볍게 말했지만 일만을 돌파했다는 점은 적지 않은 파장으로 다가왔다.

“일만이 넘어갔어?!”

“이제 바이카르가 나서는 건가.”

“흠, 이번에도 바이카르가 다 쓸어가겠군.”

“결국 이렇게 된다니까.”

“지들끼리 싸울 때가 아닌데 말이야.”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닌지 마족들과 상인들의 웅성거림은 끊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마왕 올펠이 짜증을 내면서 옆에 있던 마왕과 이야기 하더니 결국 가격을 더 올려버렸다.

“10500.”

마왕 바르카르에게는 지기 싫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데?

물론 마왕 바르카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1000을 올려버렸고.

“11500.”

“야이씨……!”

차마 욕은 못하고 부들거리는 마왕 올펠.

아무리 노려봐도 자금이 딸리면 어쩔 수 없지.

한참 동안 오르지 않자 결국 사회자가 손을 들었다.

“그럼 이 고대 정령의 가호는 바르카르 마왕님에게…….”

다들 마왕 바르카르가 가져가는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숨죽이고 있는 그 순간.

내 쪽에서 크게 손을 들었다.

경매장을 한 번에 쥐 죽은 듯이 눌러버리는 단 한 마디를 내뱉으며.

“15000 코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