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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93화 (783/1,404)

#793화 마계 경매장 (9)

“자! 여러분께 가장 먼저 선보일 물건은 바로…… 타르 광산 깊은 곳에서 아주 희박한 확률로 발견되는 광물입니다.”

사회자는 어떤 광물을 상단 메인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경매장 안을 가득 메운 마족들을 향해 추가 설명을 늘어놓았다.

“타르 광산이 쓸모가 없어져도 이것의 존재가 타르 광산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운석의 파편이라고 불리는 아다만티움입니다.”

웅성웅성.

아다만티움이라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내 귀로도 자리에 착석한 수많은 마족들의 말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호오, 아다만티움이라. 이번 경매는 처음부터 꽤 좋군요.”

“경매의 시작을 알리기에는 나쁘지 않아요.”

“요즘 상인 연합이 다 죽어 간다더니 아직은 여력이 충분하네요.”

“공을 제법 들인 티가 납니다.”

“아무래도 바이카르 님이 이번에 참석하신다 해서 더 신경 쓴 거겠죠?”

“미리 언질을 받았겠군요. 이 정도 준비라면.”

마족들 사이에서도 아다만티움은 꽤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았다.

사실 구하기 힘들기도 하고.

정말 어려운 퀘스트를 해결해야 하나 얻을까.

혹은 오버된 상위급 네임드를 잡던가.

구하는 과정 자체가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얻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더 나타났다.

사회자의 말을 들어보면 타르 광산에서 아다만티움을 구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흐음.

암흑 상인은 타르 광산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해 주진 않았는데?

고개를 돌려 암흑 상인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자 조금 난처한 얼굴로 암흑 상인이 말했다.

“설마 시작부터 아다만티움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

“타르 광산에서 나온다는 말은 왜 안 해주신 건가요?”

“그게…… 정말 희박한 확률로 발견이 됩니다. 타르 광산에서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죠. 사실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흠, 그런가요. 그래도 다음에는 제대로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해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주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엄연히 서로가 거래 상대이지만 지금 암흑 상인이 소화하는 물량의 대부분은 내가 자금을 공급하고 있었다.

당장 내 쪽에서 확 자금을 끊어 버리면 암흑 상인도 난처할 정도로.

암흑 상인이 좋든 싫든 지금은 내 말에 따를 수밖에.

주변을 둘러보자 참가한 다른 마족들도 아다만티움에 입맛을 다시면서 슬슬 가격을 올릴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마족들에게도 아다만티움이 중요한가요?”

“네, 아다만티움은 최상의 무기 재료니까요. 마왕들이 쓰는 무기의 베이스 재료가 바로 아다만티움입니다.”

“……그래요?”

“『 저주받은 타르의 정수 』가 추가로 필요합니다만, 이건 타르 광산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그런지만 알았지.

설마 마왕이 쓰는 무기에 들어갈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 저주받은 타르의 정수 』.

이건 『 축복받은 하르의 정수 』 와 반대되는 물건이 아닐까.

그걸 구할 수 있는 곳은 타르 광산이고.

먼저 확보해 두길 잘한 것 같네.

인벤에 가지고 있는 아다만티움이 총 6개.

그런데 지금 단상에 올라와 있는 아다만티움은 무려 5개나 되었다.

어디서 저렇게 구한지는 잘 모르겠다만.

만약 내가 가진 물량과 합친다면……!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무조건 사야 해.

『 저주받은 타르의 정수 』는 나중에 어떻게든 구한다고 하더라도.

재중이 형 역시 꽤 놀란 얼굴로 말했다.

“설마 처음부터 이런 물건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네, 그래도 그나마 아는 물건이라 다행이에요.”

아다만티움의 값어치를 몰랐다면 이 경매를 그냥 흘려보냈을 확률이 높았다.

“자! 그럼 첫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는 10코인입니다.”

10코인이라.

현금으로 천만 원부터네.

“호, 꽤 세잖아?”

“그래도 저걸로 아이템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무조건 이득이에요.”

“그렇지.”

경매가 이어지면서 코인이 마구잡이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20코인!”

“50코인!”

“80코인!”

.

.

시작가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줄기차게 가격을 올려 대는 마족들의 모습.

그리고 곧 100코인이 그대로 돌파해 버렸다.

“150코인!”

“200코인!”

이미 현금으로 2억 원를 돌파한 지 오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형, 어디까지 써야 할까요?”

“뭐 천 코인까지는 괜찮겠지. 그 이상은 모르겠네.”

재료 템 하나에 10억이라.

요즘 돈을 마구잡이로 긁어모으고 있지만 이 돈은 아이템 하나에 들이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누군가 이걸 봤으면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예상을 비웃듯 어느새 오백 코인은 가볍게 넘어가 버렸다.

“마족들이 돈이 꽤 많은가 봐.”

재중이 형의 감탄에 암흑 상인이 답을 해주었다.

“상인 연합에 소속된 큰손들도 제법 나와 있습니다. 각 마왕성을 대표해서 나온 마족들도 있고요.”

“확실히 마족에서 날고 긴다는 녀석들이 다 와 있다면 이런 수준이 무리가 아니겠지.”

가격이 어느 정도 주춤하자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들어갈까요?”

“어, 일단 사 보자. 나중에 뭐가 나오든 이건 필요할 테니.”

대화가 끝난 뒤 곧장 손을 들어 올렸다.

“600코인!”

일부러 따라붙지 못하게 한 번에 확 높였는데, 그 순간 모든 마족들의 시선이 내게로 몰렸다.

아주 따가운 시선이 내 로브와 복면에 쏠리자 속으로 웃음 지었다.

따라올 거면 따라와 봐.

오늘만을 위해 총알을 잔뜩 쥐고 왔으니.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끝 쪽에 있던 한 마족이 손을 들어 올렸다.

“700코인!”

그리고 이어지는 릴레이.

“800코인!”

이젠 아주 한 번에 100은 기본으로 올리는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찼다.

하아.

이것들이 계속 돈을 쓰게 만드네.

“1000코인!”

솔직히 이 돈으로도 안 되면.

그냥 퀘스트로 해결할 수밖에.

뒤에 다른 아이템이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 이 이상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슬쩍 서열 1위라는 바이카르를 봤는데 손을 올리기는커녕 아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저 녀석이 이런 재료에 욕심이 없진 않을 건데…….

“전혀 관심이 없어 보여요.”

“뭐 강한 무기가 충분하거나. 저놈 마왕성에 아다만티움이 돌처럼 쌓여 있던가. 둘 중 하나겠지.”

“전자든 후자든 무섭네요.”

사회자가 잠시 기다렸지만 바이카르가 미동도 안 한 덕분에 첫 경매는 내게로 돌아왔다.

“1000코인으로 낙찰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매에서도 크게 차이가 없는 가격으로 아다만티움을 쓸어왔다.

그러자 주변에서 나를 경계하는 눈초리가 더욱 심해졌다.

하나만 가져가도 주목을 받을 건데.

지금은 5개를 모두 쓸어왔으니.

“칫, 저놈은 뭐야?”

“어디 소속이지?”

“상인 연합에 저렇게 돈을 쓸 놈이 있었나?”

“마왕성 쪽 아냐?”

웅성거리는 소리들을 애써 무시하며 기다리자 곧 사회자가 말을 꺼냈다.

“호오, 경매장에 굉장한 분이 나오셨군요. 벌써 5천 코인이나 쓰시다니요.”

5천 코인이면.

50억.

무슨 빌딩을 살 것도 아닌데.

돈이 주르륵 나가는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형, 예상보다 지출이 너무 커요.”

“어쩔 수 없지.”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아다만티움만 있으면 내 쪽은 똑같은 무기를 얼마든지 복사해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이 정도 돈을 쓴 게 아니지.

만약 마왕의 무기만 구하면.

지금 쓴 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이다.

그 뒤로 꽤 진귀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보자마자 눈을 의심케 할 정도의 처음 보는 물건들도 많았고.

무기, 방어구. 방패.

옵션이 높은 악세서리.

잘 알지 못하는 스킬북 등도 보였다.

문제는 이 물건들의 옵션을 하나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사회자는 꽤 장황하게 설명해 주었지만 그것만 믿고 아이템을 구매하기에는 부담감이 꽤 있었다.

거기다 가지고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기에 섣불리 손을 들어 입찰하지도 못했고.

뒤로 갈수록 더 좋은 녀석이 나온다고 했으니.

그런데 중간에 눈에 들어오는 녀석이 있었다.

『 고대 정령의 가호 』

“네, 이 물건이 나오다니 저 역시 믿기지 않군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고대 정령의 가호가 깃들어 있는 물건입니다. 아주, 아주 희귀한 물건이지요. 어쩌면 이제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물건일지도 모릅니다.”

수없이 많은 빛깔들이 물결치듯이 휘도는 팔각 형태의 보석.

아마 밖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그런 종류의 보석이지 않을까.

미관상으로도 굉장히 예뻐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런 곳에 나온 물건이 단순히 좀 예쁘기 때문에 나온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물건이 나오는 순간.

옆에 있던 아스티아가 날 급하게 바라봤다.

아니 왜 그러지?

“혹시 아는 물건인가요?”

“응, 너 저거 무조건 사.”

우리는 옵션을 볼 수 없어 잘 모르지만 아스티아는 무슨 물건인지 확실히 아는 것 같았다.

이제껏 한 번도 반응을 안 하던 아스티아가 무조건 사라는 걸 보면…….

“아시다시피 이 물건은 정말 귀하고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시작가는…… 1000코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뭐?

시작이 1000코인이라고?

그냥 시작가가 10억이라는 소린데.

대체 무슨 물건이기에…….

바쁘게 움직이는 주변 눈치를 보아하니 보통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 말고도 저걸 아는 놈들이 많은 거려나.

이제껏 움직이지 않았던 마족들도 관심을 가지는 것을 봐서는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뛰어들 모양새였다.

시선을 돌려 아스티아에게 물어보았다.

“대체 무슨 물건이길래 이렇게 관심을 가지나요?”

그 물음에 아스티아가 마치 내게서 뭔가를 찾는 듯한 표정으로 빤히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저 물건은 전대의 용사가 가졌던 가호야.”

“그래요?”

“정확하게 말하면 용사의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고대 정령이 선물한 거니까. 다른 이름으로는 정령의 눈물이라고 불려.”

정령의 눈물이라…….

“저걸 가지면 정령을 부릴 수 있는 건가요?”

아직까지 정령을 불렀다는 유저는 본적이 없었다.

지금껏 거쳐 온 NPC들 중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적들이나 몬스터들 역시 똑같았다.

혹시나 하는 내 물음에 아스티아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런 물건은 아니야. 그리고 일반적인 정령은 저 물건이 아니더라도 부릴 수 있으니까.”

정령이라기에 일종의 펫 종류를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일반적인 원소의 정령들이 많은데 그것들과 달리 저 고대 정령은 특별해. 아무나 부를 수도 없는 데다가 부른다고 해도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돌아가 버리거든.”

“그 고대 정령을 불러 낼 수 있는 물건이에요?”

“조금 다르긴 한데. 정말 말 그대로 고대 정령이 가호를 주고 사라져.”

사라진다는 걸 봐서는 일회성에 그치는 건가?

그렇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혹시 효과가……?”

아스티아가 날 보고 고대 정령의 가호를 바로 사라고 한 걸 보면 확실한 뭔가가 있단 뜻일 텐데.

“고대 정령이 네 무기에 가호를 내려 줄 거야.”

“무기에? 설마 진화를 시켜 준다던지……?”

“응, 잘 아네. 그거. 그러면 한 차례 무기가 진화하거든. 예를 들어 마족의 무기를 마왕급의 무기로 바꿔준다던가. 아니면 더 강하게 만들어 줘. 그 무기 특색에 맞게.”

“……반드시 가지라는 이유가 있었군요.”

“응, 이미 성장이 끝난 무기라면 아무 의미가 없겠지만. 넌 아냐.”

아스티아가 말하는 것은 내가 가진 르아 카르테였다.

르아 카르테가 가진 능력.

일단 가장 특별한 건 포식.

그런데 포식은 이미 능력이 최대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옵션 추가…….”

저 물건이 어떤 것인지 확인한 순간.

이미 다른 물건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휴…….

고대 정령의 가호라.

정말 미친 물건이 있었잖아?

이건 내 돈을 다 털어서라도 무조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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