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92화 (782/1,404)

#792화 마계 경매장 (8)

마계의 마왕 서열 1위.

날고 긴다는 마족 중에 이름을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왕.

그 마왕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라.

한마디로 지금 저 녀석이 이 동네에서는 가장 강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저 녀석을 이미 난 한 번 본적이 있었다.

그것도 꽤 오래 전에.

<주호> 형, 저 녀석…….

<불멸> 그래, 나도 봤어.

<주호> 그때 그 가짜 황제 맞죠?

<불멸> 너하고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예전 가르시아 제국에서 가짜 황제 노릇을 하던 바로 그 녀석.

유저들도 쉽게 소화할 수 없는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짙은 흑발에 그때와는 키가 더 커지고 훨씬 탄탄하고 슬립한 몸이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아예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야.

가짜 황제 특유의 나른하면서도 보는 이를 내리누르는 듯한 위엄.

그게 지금 저 녀석에게 그대로 보여지고 있었다.

여기서는 확인이 필요해.

확실히 가짜 황제라는.

그저 겉보기에만 비슷한 존재일 수도 있으니.

곧장 시선을 돌려 안내자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바이카르 저 마왕. 얼마 전에 자리를 비운 적이 있지 않나요? 그것도 꽤 오랜 시간 동안.”

내 물음에 안내자가 화들짝 놀라면서 누가 들을세라 아주 작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허어! 소리가 너무 큽니다. 그리고 저 마왕이라뇨. 잘못하면 모가지가 날아갑니다.”

“아, 그건 뭐. 중요한 게 아니니 일단 넘어가죠.”

“……저까지 목이 날아간다니까요. 아무리 여기가 마계 경매장이라고 해도요.”

아주 울상을 지으면서 말하는 안내자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거 대화는 제대로 될려나 모르겠네.

“오케이, 바이카르 마왕님.”

“네, 바로 그겁니다.”

그제야 겨우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변하는 안내자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무섭단 말이지?

마계 경매장에서도 조심할 만큼?

그건 아마도 저 바이카르란 놈이 이곳 마계 경매장을 뒤엎어 버릴 만한 힘이 있다는 뜻도 될 것이다.

“그러니까 저 바이카르 마왕님이 자리를 오래 비운 적이 있나요?”

내 물음에 잠시 뭔가를 떠올리는 듯 생각하던 안내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음, 제가 알기로 자리를 비운지는 확실히 모르겠는데 바이카르 님의 마왕성에 가신들만 보인다는 말은 꽤 들려왔습니다만.”

그리고 그 대답에서 또 다른 가정을 해보았다.

“보통 마왕이 마왕성의 자리를 비우면 다른 마왕이 싸움을 걸거나 하진 않나요?”

“글쎄요. 그런 소문만 돌 뿐이지. 실제로 마왕 님이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서 말입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망한다?”

“네, 그겁니다. 당대 서열 1위인 바이카르 님은 서열 2위와 3위가 동시에 싸움을 걸어와도 이길 거라는 소문도 있어서요.”

“으음, 그 정도로 강하다? 그래서 있을지 없을지 몰라도 쉽게 건들지는 못한다는 거군요.”

내 결론에 안내자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 형, 가짜 황제가 생각 이상으로 강한 것 같은데요?

<불멸> 음, 이 녀석 말만 들어보면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고. NPC들의 소문이라는 걸 그냥 무시할 순 없지.

정보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NPC들의 입을 통해서 들리는 소문을 모으는 것에 있었다.

아마 이 안내자는 꽤 이런 쪽으로는 정통할 테니.

온갖 보물과 재화, 정보가 모이는 마계 경매장 특성상 방금 들려준 이야기가 아주 헛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확인시켜줄 또 한 사람이 우리에게 존재했다.

“암흑 상인 씨. 방금 이야기. 어느 정도로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요?”

우리가 오기 전에도 마계에서 한참 마왕성들의 마왕을 상대로 거래를 해오던 녀석이니까.

조금 더 괜찮은 정보가 나올지도.

나와 안내인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암흑 상인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안내자가 말한 내용 중 틀린 부분을 찾긴 힘들군요. 바이카르 님은 현재 최강의 마왕이십니다. 사실 이건 비밀입니다만…….”

음?

비밀이라…….

암흑 상인이 안내인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할지 말지 굉장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곤란한 이야기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아아, 뭐 그렇게까지 숨길 일은 아닙니다. 이미 안내자가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고요. 예전에 비공식적으로 서열 2위와 3위 마왕님들이 합동해서 바이카르 님을 공격한 전례가 있습니다.”

“소문만은 아니라는 거군요.”

“네, 보통은 마왕 님들이 서로 협력을 잘 안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죠.”

그리고 고개를 돌려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면서 제일 상단의 자리에 앉은 바이카르 마왕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렇게 멀쩡히 살아있는 걸 보면…….”

“네, 바이카르 님이 이기셨다고 들었습니다.”

둘 다 직접 본 것은 아니겠지만.

암흑 상인과 안내자가 똑같은 말을 했다는 건 높은 확률로 맞을 것이다.

그리고 바이카르가 여전히 저기 편안하게 앉아있다는 사실만 해도.

소문을 증명해주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2위와 3위는 어떻게 되었죠?”

바이카르가 여기 있다는 건 다른 마왕이 죽었다는 말이 된다.

그럼 당연히 그들의 마왕성 역시 비어 있을 테고.

하지만 그런 예상과는 다르게 암흑 상인에게서 다른 대답이 나왔다.

“제가 마지막으로 거래를 갔을 때는 두 분 다 건재하셨습니다.”

“그런가요?”

싸움에 진 세력을 그냥 두는 건 이상한 일인데...

재중이 형 같았으면 여력이 있을 때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바로 눌러버렸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둘 모두를 한꺼번에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겠지.”

“싸울 수는 있지만. 완전히 죽이지는 못한다는 거죠?”

“뭐 그렇겠지. 서열 1위와 2, 3위 간의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난다는 게 좀 의아하긴 하지만.”

확실히 재중이 형 말대로 서열 사이에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들은 내용으로는 서열이 벌어지면 압도적으로 격차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당장 우린 마왕 서열 4위도 어떻게 못 해서 빌빌거리는 중인데…….

“앞으로 꽤 험란한 길이 기다리고 있겠네요.”

최소 4위 정도는 단독으로 눌러 버릴 정도는 되어야 그 위의 서열과 비벼 볼 수 있을 터.

그리고 그 정도의 스펙을 쌓으려면 그냥저냥 어설픈 아이템으로는 안 된다.

최소 영웅의 아이템이나 마왕의 아이템들로 도배를 해야 할 지도.

마왕 벨라가 들고 있던 그 정도 무기는 되어야 해.

그때 의자에 파묻혀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스티아가 눈에 들어왔다.

전에 분명히 아스티아가 서열 4위쯤은 된다고 했던가?

자신의 무기를 들고 있다는 가정하에.

으음.

일단 아스티아의 무기를 찾아주는 일이 급하게 되었는데...

당장 2위나 3위가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달려들기라도 하면 답도 없었다.

저기 방금 들어온 바이카르는 더 하고.

“제가 어떻게든 무기를 찾아드리죠.”

“응? 갑자기?”

“혹시 아나요. 경매장에 쓸만한 녀석이 나올지.”

“흐응. 별로 기대는 안 하겠지만.”

그리고 아스티아가 슬쩍 고개를 돌려 바이카르를 바라보았다.

“쟤, 원래의 서열 1위가 아니네.”

“그래요?”

“응, 나 때는 다른 녀석이었어.”

그런 아스티아의 눈빛 속에 순간 타오르는 어떤 불길 같은 느낌이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졌다.

흠.

아스티아가 저 녀석을 경계를 하려는 거려나.

“꽤 강하겠네.”

“보기만 해도 알아요?”

“마력을 숨기지 않고 저렇게 풀풀 내비치는데 모르면 바보지.”

그에 반해 아스티아는 마력을 그대로 갈무리해서 평소에는 그냥 소녀 같은 느낌 밖에 들지 않았다.

거기다 현재 우리는 전부 로브를 쓰고 복면을 하고 있는 상태라.

이쪽에서는 저쪽의 상황을 알아볼 수 있지만.

반대로 바이카르는 우리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녀석을 살펴보기에는 나쁜 환경은 아니야.

그리고 이건 아스티아가 좀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지만.

나중을 위해 확인이 필요하니까.

“혹시 녀석과 싸우면요?”

“지금?”

“아뇨, 지금은 아니죠. 나중에.”

“지지는 않아.”

“네?”

“지킬 것만 없다면.”

으음.

이건 또 다른 이야기인데.

아스티아 성격에 안 되면 안 된다고 바로 말 하는 편이었다.

숨겨둔 뭔가가 더 있다는 뜻이려나.

“그래도 역시 무기는 있어야 해.”

“네네. 꼭 찾아드리죠.”

당분간은 이쪽에 집중해야 하겠네.

그러다가 최악의 경우가 떠올라버렸다.

만약 아스티아의 무기를 저 마왕 서열 1위인 바이카르가 가지고 있다면...?

정말 이건 당장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문제가 된다.

진짜 바이카르가 들고 있는 경우에는 몰래 훔쳐오기라도 해야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안내자가 다시 우리에게 경매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여기 마계 경매장에서는 특수 코인만을 사용합니다. 마계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있긴 하지만 그걸 고객 분들이 전부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리고 가지고 있지 않는 능력 이상의 금액을 부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가요?”

우리야 뭐.

인벤이 따로 있어 그대로 인출하면 되는 일이지만.

저들은 우리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까.

여기 방식에 따라야겠지.

“금액을 연동해 주시면 여기서 사용 가능한 코인으로 바꿔드립니다.”

“이 자리에서 가능한가요?”

“네, 하시겠습니까?”

《 마계 경매장 안내인이 코인 교환을 제안합니다. 허락 하시겠습니까? 》

곧장 허락을 하자 바로 비율이 떠올랐다.

“비율이…… 거의 백만 원당 1코인?”

나도 깜짝 놀라고 재중이 형 역시 놀란 눈빛을 보였다.

이건 여기서 사용하는 최소 단위가 백만이라는 뜻이니까.

그리고 저 마왕이나 다른 상인들이 1코인씩 자잘하게 올릴 것 같지도 않고.

“잘못하다 다 털리겠는데요?”

내 농담에 재중이 형 역시 웃어버렸다.

그리고 경매장이 어두워지더니 곧 사회자가 간단한 소개말과 함께 앞에 나와서 가장 최초의 물건을 앞에 올려놓았다.

“이곳 마계 경매장에 오신 모든 신사 숙녀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그럼 제 155회 마계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55회라 꽤 역사가 있는데?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가 된 거지?

잠시 숨을 고른 사회자가 곧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에 처음 오신 분들도 꽤 보이시는군요. 그만큼 마계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까요. 처음 오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경매의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진귀하고 구하기 힘든 보물들이 나옵니다.”

보통 다른 경매도 저런 식이니까.

특별한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사회자의 말과는 달리 사회자가 처음 공개한 아이템부터 바로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대체 저런 게 처음부터 나오면 나중에는 뭐가 나온다는 말이지?

그리고 바로 가지고 온 돈들을 코인으로 급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하.

저거…….

바로 가져와야 해!

절대 다른 놈들에게 넘겨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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