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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91화 (781/1,404)

#791화 마계 경매장 (7)

전사 형이 꾸준히 게시판에 글을 흘리지 않아도 이미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대한 소식은 전 유저들이 알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애초에 이러기 위해서 베르테니아 마왕성을 공개하기도 했고.

그 덕분인지 지금은 새 유저들의 유입으로 베르테니아 마왕성이 활기를 되찾아 마왕성의 광장에는 북적이는 유저들로 발 디딜 틈도 없게 되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무기와 방어구 판매.

물약이야 어떻게든 기존의 것으로 버텨 본다고는 하지만 장비는 그렇지 못 했다.

이제는 프리미엄에 프리미엄이 다시 붙어 물건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광경이 매일 연출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까운 연합 길드장들에게서 연락이 이어졌다.

우리 쪽 연합 사람들도 대부분 마계로 넘어왔으니까.

그래서 그들을 모두 마왕성의 집무실로 불러 모았다.

스칼렛, 이슬두잔, 황룡, 리더, 폭군, 엔느까지 모두.

화련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고.

원래라면 마룡의 둥지에서 사냥을 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 자리에 참석했다.

사장님이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다가 타르 광산 때문에 바쁘기도 해서 참석하진 않았다.

그런 그들을 보고는 상석에서 내가 먼저 운을 띄웠다.

“이곳 마왕성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내 말에 스칼렛이 반기면서 대답했다.

“그런데 우리는 들어올 수 있군요?”

“네, 뭐. 그런 셈이죠.”

“그렇다는 건 역시…… 이곳을 주호 님이 접수하신 거네요?”

“아, 접수라고 하긴 좀 그렇긴 합니다. 그냥 좀 신세 지고 있을 뿐이죠. 당분간 마왕성에서 집사 노릇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내 대답에 다들 놀랄 줄 알았으나 의외로 모두가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으음.

놀랄 일은 아니었나?

“놀라시진 않네요?”

“주호 님이 하는 일이니까요? 음, 솔직히 베르테니아 마왕성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주호 님이 개척했을 거라고요.”

이거 참.

너무 날 믿는 거 아냐?

뭐 저게 사실이니 할 말이 없긴 했다.

“아무튼 다 불러 모은 이유는 다름 아닌 이것들입니다.”

곧장 긴 테이블에 몇 가지 물품들을 꺼내놓았다.

그러자 내가 내어놓은 아이템들을 보고는 다들 눈빛을 반짝였다.

그중 이슬두잔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한창 밖에 나도는 물건들이네요?”

“네, 다들 한 번씩은 보셨을 겁니다. 현재 무기점과 방어구점에서 팔고 있는 장비들이죠.”

마계 상인 연합에서 공수해온 아이템들.

그중 꽤 많은 숫자를 아직 팔지 않고 그대로 베르테니아 마왕성의 창고에 넣어둔 상태였다.

재중이 형이 말한 대로 너무 많이 풀어서 값어치를 낮출 필요는 없으니까.

“꽤 구하기 어렵죠?”

리더가 그 아이템들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거 구하려고 줄 선 걸 생각하면…….”

다들 같은 경험이 있는지 바로 혀를 내둘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미리 생각했던 말을 꺼내놓았다.

“일단은 길마님들하고 우리 쪽 동맹분들에게 최우선적으로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꽤 충격적인 제안에 다들 역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황룡이 기뻐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내게 물었다.

“우리에게 공급할 정도로 물량이 남습니까?”

“사실 좀 물량이 부족하긴 합니다만. 동맹 좋다는 게 이런 거겠죠.”

“음,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구한다고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마룡의 둥지에서 나오는 템보다 등급이 높아서 다들 이것만 찾고 있으니까요.”

이들이 마룡의 둥지에서의 사냥을 그만두고 한걸음에 달려온 것도 이와 크게 무관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사냥을 한다고 해도 이쪽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월등하니 당연히 무리를 해서라도 옮겨올 수밖에.

사냥터 하나가 그냥 버려진 셈이려나?

뭐 마룡을 테이밍하려면 어차피 그쪽을 돌긴 해야 할 테니 완전히 버려지진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쪽에도 역시 마룡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제국 쪽보다 한 등급 높은 마룡들이.

몇몇 유저들이 베르테니아 마왕성 주변을 계속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사냥터들이 있었다.

사냥만 가능하다면 이런 사냥터들이 유저들에게는 레벨업이나 아이템 습득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사냥이 가능하려면 지금 이 아이템들은 필수에 가까웠고.

단계를 건너뛰고 사냥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장비가 좋아야 하니까.

“아! 당연하겠지만 공짜는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염치가 없진 않죠. 공급해 주시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

황룡의 대답에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레벨업을 좀 서둘러 주세요. 나름 이쪽도 전쟁 중이라서요.”

전쟁이라는 말에 다들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곧 엔느가 손을 들어서 내게 물었다.

“혹시 다른 마왕성과 싸우고 있는 건가요?”

역시.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르다니까.

몇 마디 말을 생략하고 말했음에도 찰떡 같이 알아들었다.

“네, 우리보다 전력이 강한 마왕성이 근처에 있습니다. 아, 근처이기는 한데 그렇게 가깝지는 않을 거예요.”

아직 직접 찾아가 보지는 않았지만 마왕 벨라에게 대략적인 위치 정도는 확인했었다.

“그리고 사냥터가 몇 곳이 겹칠 겁니다. 싸우다 보면 저쪽하고 부딪힐 일도 많을 거고요.”

그 말에 엔느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장 붙으면 십중팔구는 이쪽이 지겠네요.”

“네, 아직은 건들지는 마시고요. 괜히 건드려서 벌집 만들어놓으면 답도 안 나옵니다.”

유저들이 싹 쓸려 버리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고.

이쪽은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뭐 일단 거기까진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여차하면 이쪽에는 마왕이 있으니까요.”

“하아, 설마 마왕하고 한편을 먹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미 몇 번 보시지 않았나요?”

“네, 직접 앞에서 본 건 아니지만요. 멀리서 본 적은 꽤 있어요.”

스컬 드래곤 같은 거대한 녀석이 마왕성 위로 날아다니는데 그걸 못 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엔느가 곧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처음엔 난리도 아니었죠. 다들 혼비백산해서 도망 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그래도 싸우려고 한 사람도 있긴 했어요.”

“음, 아마 싸웠다면 전멸했을 겁니다.”

이미 마왕 벨라의 스킬에 맞아 봐서 잘 안다.

일반 유저들은 그 공격.

절대로 못 막지.

마왕성 전체가 뇌전으로 죽음의 쇼가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네.

모두가 원하는 장비를 어느 정도 고른 뒤 기다리던 전사 형에게 대금을 지급하고는 곧 차례대로 흩어졌다.

일단 이걸로 한 가지는 해결인가.

이곳을 개방한 이상.

최소한 다른 유저들보다는 앞서가야 해.

그런데 다른 길마들이 모두 빠져나간 자리에 화련만 그대로 남아서 나를 또렷이 보고 있었다.

음.

어려운 최종보스가 남았네.

“오랜만이야?”

“네, 그렇네요.”

“그냥 저걸로 끝은 아니겠지?”

그러면서 눈을 치켜세우며 아직 테이블 위에 남아 있는 아이템들을 가리켰다.

역시 보급품 정도로는 만족을 못 하는구만.

마계 상인 연합의 무구들이 좋다고는 하지만 화련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일단 화련에게는 이야기를 해 둘까?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최대 고객이니.

“음, 조만간 재밌는 쇼가 있을 테니 총알을 두둑이 챙겨 두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기대해도 되는 거야?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응, 그럼 됐어. 저것들이나 다 챙겨 줘. 애들 나눠 줘야겠어.”

그렇게 화련이 떠나고 얼마 뒤.

드디어 기다리던 마계 경매장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 * * *

마계 상인 연합의 입구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마족 문지기로 보이는 마족이 나와서 우리를 안내했다.

총 인원은 나와 재중이 형, 아스티아.

그리고 암흑 상인이 참가했다.

화려하게 지어진 지하의 마계 경매장 앞에서 경매장 입장권을 확인한 뒤 다시 물었다.

“암흑 상인 클레인, 맞습니까?”

“맞습니다. 이쪽은 동행입니다.”

그러자 우리를 한 번 쓱 훑어본 마족 문지기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안에서는 이걸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복면으로 보이는 아이템을 모두에게 나누어주며 당부하듯 말을 이었다.

“경매장 밖에서라면 모르겠지만 경매장 안에서는 절대 싸우시면 안 됩니다.”

“흠, 알겠습니다.”

주변을 보니 다들 복면에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봐서는 정체를 비밀로 하는 모양이었다.

나와 재중이 형, 아스티아 모두 로브를 쓰고 복면을 하는 순간 재중이 형에게서 귓말이 왔다.

<불멸> 안에서만 안 된다는 건…… 밖에서는 싸워도 된다는 말로 들리네?

<주호> 네,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불멸> 나가는 길에 꽤 조심해야겠어.

재중이 형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참가한 녀석들은 하나도 모르지만 분명히 밖에서 노리는 녀석들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인으로 보이는 키가 작은 녀석이 앞에 나와 우리를 보며 인사했다.

음.

귀가 마치 토끼처럼 생겼는데?

얼핏 보면 토끼가 서서 다니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흡사한 모습이었다.

“호오, 암흑 상인 클레인 님이시군요. 요즘 새로운 신성이 나타났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금손의 재림이라고 하던가요. 보이는 족족 사가시니 흠흠. 덕분에 이곳의 재정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하는군요.”

“과찬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특별히 입장권을 발급해 드렸습니다. 원래라면 몇 달을 기다리셔야 하겠지만요. 그럼 저를 따라오십시오.”

역시 돈을 확 지른 보람이 있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버렸으니.

그렇게 안내인을 따라 계속 걸어가는데 계단을 몇 번이나 바꿔가면서 빙빙 돌아서 내려갔다.

“아, 이곳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드리면 안 되기에 여러 장치를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들어오시면서 들으셨겠지만 여긴 어중이떠중이들은 입장조차 안 되는 곳이지요. 마계 최대의 인사들만 모이는 자리이니 친목을 나누기에 나쁘지 않을 겁니다.”

친목은커녕 서로 칼을 안 겨누면 다행일 것 같은데?

그렇게 자부심을 느끼면서 토끼 안내인이 안내한 장소를 수백 명을 동시에 수용 가능한 거대한 홀이었다.

각자의 자리엔 번호가 매겨져 있었고.

역시 철저하게 회원제네.

흠.

이렇게 오픈된 곳이라면…….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으려나?

어차피 마계에 아는 건 마왕 벨라밖에 없느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복면에 로브를 쓰고 있는 것도 그렇고 알아보긴 힘들 것이다.

“보시다시피 주어진 번호판을 들어 보이면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번호판이 불편하시면 직접 말해 주셔도 상관없고요. 처음 오시는 분들이나 번호판이 귀찮은 분들은 그냥 육성으로 하시는 편입니다.”

“그렇습니까?”

“아, 그리고 소지한 금액 이상으로 부를 경우 바로 제재가 들어갑니다. 가격만 끌어올리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죠. 한번 걸리면 다음에 입장에 불가능하니 아시겠죠?”

“뭐 그건 조심하도록 하죠.”

그밖에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해 주는데 갑자기 다른 입장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주변을 검은 기운으로 내리누르는 듯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으며 한 존재가 입장했다.

굉장한 압력인데?

멀리 있는 이곳까지 존재감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느낌에 온몸의 털이 일어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예 복면조차 쓰지 않은.

마치 누가 봐도 아무 상관 없다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의문이 들어 옆에 있는 안내인에게 물었다.

“누군가요? 저건?”

“헙! 말을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겨우 나를 만류한 안내인이 역시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냈다.

“저분은…… 마계 마왕 서열 1위 바이카르 님이십니다!”

뭐?

그 말에 놀라 다시 한 번 녀석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 녀석…….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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