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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88화 (778/1,404)

#788화 마계 경매장 (4)

《 마계, 신규 고렙 사냥터 등장……? 》

- 게시글 봤음?

- 와, 갑자기 마계라니…….

- 정말 넘어갈 수 있긴 한 건가?

- 아마도 맞는 듯. 마계 넘어가는 루트까지 다 있더라.

- 진짜면 대박인데.

- 세상에, 마룡의 둥지하고 악마의 탑 끝까지 넘어가면 마계라니.

- 아직 그쪽 아이템도 제대로 안 풀렸지 않나?

- ㅇㅇ. 1층부터 개 빡셈. 이제 다들 겨우 1층 아니면 2층에서 노는데.

- 근데 대체 어떤 놈들이 벌써 끝까지 돌파함?

- 그러게. 끝까지 돌파했으니까 마계가 있는지 아는 거잖아.

- 또 주호 네 아님?

- ㄴㄴ. 그건 아닌 듯. 주호 쪽 길드들 전부 마룡의 둥지에 있던데?

- 주호하고 불멸이 안 보이긴 하던데……. 설마 둘이서 던전을 끝까지 갔을 리는 없겠고. 그냥 헛소리 아님?

- 야, 그럼 영상 올라온 건 뭐라고 설명한 건데?

- 아, 맞다. 블랙 싸이클롭스랑 마계 미노타우르스…….

- 레벨이 얼마나 높으면 아예 시뻘것드만.

- 주변 풍경도 완전히 달랐잖아. 마계 맞는 듯?

- 와, 진짜 맞는 거면 대박 부럽네.

- 난 마계 간 것도 간 건데, 거기서 사냥이 되는 게 더 부럽다.

전사 형이 제대로 해 주었네.

미리 내가 저장해 둔 짧은 영상과 몇 가지 글을 흘려서 여론을 만들더니, 지금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자랑하는 중이었다.

로스트 스카이를 하는 사람들 누구나 다 알 수 있게.

그리고 이건 단지 우리 서버만 난리 난 것이 아니었다.

현재 다른 서버들 모두 마계라는 신규 사냥터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 중이다.

정보는 한정되어 있지만.

그중 꽤 날카로운 분석도 종종 보였고.

그렇게 정보가 공개되고는 뒤 하루 종일 전 서버가 들썩이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완전히 집중되자 전사 형이 조금씩 다른 정보를 흘러주었다.

예를 들어 마왕성이라든지…….

사람들을 혹하게 할 만한 것들을 쪼개고 쪼개서 관심이 식지 않도록.

아직 마계에 대한 정보는 우리 팀과 사장님을 제외하고는 같은 동맹들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손님을 맞을 준비가 아직 덜 됐단 말이지.

마왕성도 정비를 좀 해야 하고.

지금 베르테니아 마왕성은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

곧 들이닥칠 수많은 유저들을 전부 수용하려면 지금 상태로는 어림도 없었다.

뭐 그냥 막 받아들여도 어떻게든 되기는 하겠지만.

가급적이면 모두 이쪽의 주도하에 일을 진행하고 싶었다.

그런데 중간에 문제가 생겨 버렸다.

이건 나도 솔직히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돈이 모자랐다.

정확히는 지금 바로 끌어다 쓸 돈이.

설마 지하의 제단이 그렇게 많은 타르를 빨아들일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얼마나 많이 빨아들였나면 암흑 상인이 가지고 온 무역선 두 대 분량의 타르를 얼마 지나지 않아 홀라당 다 해치워 버렸다.

이러니 베르테니아 마왕성이 망했는지도.

마왕 벨라가 저렇게 노력하는데도 망한 이유를 이제야 여실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타르를 더 운반하기 위해 아직 팔리지 않은 약탈선들을 무역선으로 써 보려고 했으나.

문제는 둘이 호환이 안 된다는 점.

약탈선은 속도가 빠른 공격함이여서, 실제로 뭔가의 물건을 실어 나르기에는 갑판이나 저장 창고가 너무 부족했다.

거기다 더 문제는.

사장님에게 온 연락이었다.

<카이저> 흠, 약탈선을 도저히 못 팔겠다.

<주호> 아니, 왜요?

<카이저> 타르를 연료로 쓰잖아. 이건.

<주호> 아, 그렇네요…….

생각지도 못한 복병.

약탈선을 보여 주면 침을 질질 흘리고 사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타르를 연료로 쓰는 탓에 운영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제국 쪽은 타르 석 자체를 구할 수도 없다.

당연히 날아다니지도 못하는 물건을 사는 멍청이들이 있지도 않았고.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당장 쓸 수가 없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약탈선 자체가 한두 푼 하는 물건도 아닌데.

이런 최상급 비공정은 최소 십억 단위를 가볍게 넘어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장식용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돈이 썩어 나지 않고서야.

또 다른 문제는 타르를 연료로 움직여야 하다 보니 마계가 아닌 제국 쪽에서 제대로 날지 못한다는 점도 있었다.

다른 환경에서의 속도 저하.

그럼 그냥 다른 비공정하고 비슷해지니.

이건 그야말로 계륵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한 번에 옮길 타르 양이 부족해 무역선을 좀 더 구매하려고 보니 이게 가격이 또 만만치 않았거든.

그동안 암흑 상인이 무역을 그렇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세 대만 이끌고 다니는 이유가 있었다.

약탈선 세 대를 사고도 남을 가격.

확실히 무역선이 엄청 크긴 크니까 그 정도 가격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무역선단을 꾸리려면 돈이 부족했다.

이건 곤란하지.

그렇다고 무역선에 그렇게 큰돈을 쓰기는 힘들어.

얼마 전, 암흑 상인이 내게 넌지시 알려 준 정보 하나.

“일주일 뒤에 마계 경매장이 열립니다.”

한마디로 참여하고 싶다면 미리 돈을 준비해 놓으라는 뜻이었다.

뭐 마계 경매장에 들어갈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실탄이 없으면 문제지.

하르를 제국에서 운반해 타르 광산들이 활성화되려면 이것도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고.

11곳이나 되는 광산을 거저 얻긴 했지만 타르로 변환시켜 다시 파는 과정까지의 시간이 좀 걸렸다.

이쪽은 바로 돈이 되지 않아.

당장 유저들을 마계로 오게 해서 하급 마력 완화제를 판다고 해도 유저들이 사냥을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

결국 당장 내가 가진 돈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계산을 일일이 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고.

내가 한숨을 푹 쉬자 옆에서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왜? 잘 안 돼?”

“돈이 없어요.”

“수백억 부자가 그런 소리를 하면 쓰나.”

“당장 쓸 돈이 부족해서 문제죠.”

“화련한테 이야기해 보던가?”

“농담이죠?”

“어, 확실히 화련은 안 되겠지.”

“네, 돈 빌려 달라고 했다가는 엄청나게 휘둘릴걸요.”

“크큭, 그건 그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돈이 화련의 돈이려나.

그때 이쁜소녀가 손을 들고는 말했다.

“오빠, 제가 빌려드려요?”

“응? 네가?”

“우웅, 저도 돈 많거든요!”

아, 얘도 재벌가였지.

그것도 엄청나게 잘나가는.

“그런데 그거 할아버지 돈 아냐?”

“그렇긴 한데…… 저도 용돈 많아요!”

용돈이라.

확실히 많긴 하겠지.

그래도 고개를 저어 보였다.

“가까운 사이에 돈 거래 하는 거 아니라더라. 지금 필요한 게 최소 백억대인데…….”

그 말에 이쁜소녀가 정말 깜짝 놀란 듯 물었다.

백억이라는 돈이 결코 적진 않지.

“오빠, 대체 요즘 뭘 하고 계신 거예요?!”

“응, 땅 파서 장사 중. 아무튼 그만큼은 무리니까 마음만 받아 둘게.”

망해도 혼자 망해야지.

얘 돈 빌려다가 같이 망하면 평생 쫓아다닐라.

옆에서 챠밍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자 걱정 말라는 듯 웃어주었다.

괜히 걱정시킨 거려나.

“돈 부족하면 제 돈 써도 돼요. 오빠 덕분에 많이 벌었는걸요.”

“아냐, 아냐. 이렇게 여기저기 돈 끌어다 쓸 일은 아니지.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네, 믿고 있어요.”

“흐음, 그럼 그 믿음에 보답해야겠네. 어디 안 망하게끔 제대로 해 볼까.”

내 말에 챠밍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돈이 없으면 빠르게 불려야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일 돈이 되는 건.

유저들 주머니를 터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저들이 바로 이곳에서 사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

곧 마계 상인 연합 주둔지에 들어가서 봤던 물건들을 기억에 떠올렸다.

“형, 계획을 앞당겨야겠어요.”

길이 없으면 억지로 만들면 그만.

바로 암흑 상인을 불러 물어보았다.

“혹시 다른 마계 상인과의 거래도 틀 수 있을까요?”

“흐음, 타르 외에 다른 물건들을 원하시는 겁니까?”

역시 한 번에 알아듣네.

“네, 가능한가요?”

“흐음, 이번 거래로 제 평판이 꽤 올라가서 어렵진 않을 겁니다만. 그럼 어떤 물품들을 원하십니까?”

좋아.

혹시나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가능하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마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무기와 방어구.”

그 말에 암흑 상인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

“음, 장비 계열은 정말 비싼데. 사들였다가 안 팔렸을 경우는 리스크가 장난이 아닙니다. 무기 하나 값만 해도…… 자칫 한 번에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타르만 사고파는 건 그런 이유죠.”

“그렇다고 언제까지 타르만 거래하실 건 아니지 않나요?”

“으음…….”

“크게 갑시다. 그리고 안 팔릴 걱정은 전혀 안 하셔도 됩니다.”

당연히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가격 불문하고 살 인간들이 넘쳐나니.

하지만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암흑 상인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말렸다.

“하아, 정말 전 책임 못 집니다. 그리고 도매상들이라 적은 양은 아예 취급도 안 해요.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네, 그건 마음에 드네요. 저도 적당히 사고 말 건 아니니까요.”

결국 일주일간 최대한 자금을 불리기 위해 다소 모험을 걸기로 했다.

타르 광산을 돌리기 위해 사장님은 계속 하르를 퍼나르는 동안 우리 팀은 무역선을 타고 곧장 마계 상인 연합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입장은 암흑 상인 덕에 아무 문제없이 넘어갔고.

그리고 지하에 들어서자 바로 마계 연합 무기상들부터 찾았다.

“무슨 일이지? 인간에게 팔 물건은 없는데?”

그래도 지나갈 때 아예 무시하면서 쳐다보지도 않던 전과 달리 이번에는 뭔가 태도가 달랐다.

바로 암흑 상인에게 신호를 하자 암흑 상인이 거래에 나섰다.

“호오, 얼마 전에 큰 거래를 했군. 자네 정도면 거래를 해도 되겠지.”

“감사합니다. 그럼 물건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역시 우리는 아직 평판이 안 되더라도.

암흑 상인이면 통해.

그리고 이번 역시 마찬가지로 암흑 상인에게 부탁했다.

“여기 끝에서부터 저기 끝까지. 전부 사요.”

내 한 마디에 당황해하는 마계 무기상의 모습과 동시에 올라가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면서 씨익 웃어 보였다.

《 마계 연합 무기상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

.

.

* * * * *

“하아, 이 무역선이 털리면 꼼짝없이 같이 파산이군요.”

“설마 파산이야 하겠어요.”

확실히 파산은 맞다.

내가 가진 전 재산을 여기다 들이받았으니.

설마 그렇게 무기와 방어구의 재고가 많을 줄이야…….

호기롭게 시작한 지름신은 내 통장을 텅장으로 바꾸어 버렸다.

암흑 상인의 농담 섞인 한숨을 들으면서 다시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도착하자 바로 전사 형에게 말했다.

“형, 지하 포탈. 유저들에게 알려 줘요.”

“흠, 정말 이젠 나도 모른다.”

“안 하면 저 파산이에요.”

내가 얼마나 많은 마계의 무기와 방어구에 돈을 들이부은지 옆에서 지켜본 전사 형이라 걱정 반, 놀라움 반의 심정으로 게시판에 뭔가를 올렸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채팅창이고 게시판이고 할 것 없이 글이 너무 많아서 읽기조차 힘들어진 것.

그리고 바로 신성 제국과 연결해 둔 게이트가 울렁거리면서 유저들이 하나둘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 진짜! 마왕성이다!!”

“와씨, 대박!!”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잖아?!”

곧장 집사의 권한으로 마계 무기점에 내가 사온 무기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물론 처음에는…….

다들 너무, 너무 비싼 가격에 거들떠도 안 봤지만.

사냥터를 확인 차 마왕성 바깥으로 나갔다가 들어온 유저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해쓱해진 표정으로 무기점으로 바로 달려가는 모습.

“저리 비켜! 내가 먼저 산다!!”

그래.

잘 왔다.

내 비어 버린 텅장을 채워 줄 고마운 고객들아.

전부 사 버렷!!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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