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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85화 (775/1,404)

#785화 마계 경매장 (1)

얼마 뒤 마계 상인이 안내한 창고는 그렇게 멀지 않은 지하에 존재했다.

여기는 일종의 지하 보관소 같은 곳이려나?

보기에 위쪽은 일반 물품을 파는 공통의 장소로 보였고 지금 우리가 내려가고 있는 곳은 마계 상인들만 이용하는 별도의 장소라고 생각되었다.

꽤 강해 보이는 마족으로 보이는 경비도 중간에 상당수 포진되어 있었고.

“경비가 삼엄하네요.”

“하하, 마계 상인 연합에서 관리하는 창고이니까요. 저 역시 정말 비싼 돈을 주고 이곳을 이용합니다.”

“흐음, 안전은 확실하나 봅니다?”

“그렇죠. 여긴 마왕이 온다고 해도 뚫지 못할 겁니다.”

글쎄.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경비들이 강해 보이기는 하나.

당장 옆에 있는 아스티아만 해도 그냥 뚫어 버릴 것 같은데?

내가 못 믿겠다는 식의 눈빛을 보내자 마계 상인이 추가로 설명을 해 주었다.

“이곳 최하층에는 마계 경매장이 있습죠.”

“아, 같이 운영하는 모양입니다.”

“네, 그리고 마계 경매장에는 마계에서만 볼 수 있는 온갖 진귀한 물건들이 다 모입니다.”

마계의 진귀한 물건이라.

슬쩍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마계에서도 진귀하다면, 지키는 놈도 강하겠지. 아니면 어중이떠중이들이 다 털고 갔을 테니 이런 경매장은 유지도 못 해.

<주호> 네, 마계 상인이 말하는 것처럼 마왕이 쳐들어와도 막을 수 있어야겠죠.

진귀한 물건을 잔뜩 구해 놓더라도 마왕이 한 번 왔다고 다 털려 버리면 누가 이곳에서 경매를 하겠는가.

그렇게 한 번이라도 털리는 순간.

이곳의 신용은 바닥을 칠 것이다.

하지만 마계 상인의 말을 지금껏 들어보면 한 번도 털린 적이 없다는 것 같은데…….

그럼 최소.

마왕급의 뭔가가 이곳의 보안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야 했다.

재중이 형이 뭔가 생각을 하는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불멸> 아마, 이곳을 지키는 녀석 자체가 마왕일 수도 있어.

<주호> 그런가요?

<불멸> 마왕을 막을 수 있는 건 마왕뿐이니까. 그리고 최소 하나 혹은 둘 이상의 연합일 수도 있다.

<주호> 흠, 그런데 마왕들은 연합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전에 듣기로 마왕은 자존심이 크다고 했는데.

그런 마왕들이 연합이라니.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이상은 모르겠다는 뜻이네.

역시 이건 직접 맞부딪혀 봐야 하려나.

다시 마계 상인에게 시선을 돌려 물어보았다.

“혹시 여기를 마왕이 지키고 있는 겁니까?”

내 물음에 마계 상인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건 잘 모르겠군요. 마계 경매장의 주인이 누군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의외군요. 전 솔직히 마왕인가 했거든요. 최소한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곳을 못 지킬 테니까요.”

“흠, 그것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사실 마계 경매장에서는 힘을 못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힘을 못 쓴다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마계 상인을 바라보니 마계 상인이 손목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힘을 봉인하는 특수한 봉인구를 차야지만 마계 경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아티팩트?”

“그렇죠. 듣기로 마왕의 힘이라고 해도 봉인이 가능하다는군요.”

마왕의 힘을 봉인한다라…….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려나?

그 말을 듣고는 슬쩍 아스티아를 바라봤다.

그러자 아스티아가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아스티아> 불가능.

<주호> 그래요?

<아스티아> 고작 아티팩트 정도로 막을 것 같으면 마왕이라고 할 수도 없어.

<주호> 흐음, 그렇단 말이죠.

<아스티아> 뭐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주호> 방법이 있어요?

<아스티아> 응, 만약 그곳이 특수한 장소라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아. 이를 테면 봉인지라던가.

마왕급의 힘을 내는 아스티아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높은 확률로 가능하다는 뜻이다.

봉인지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만.

<주호> 마계 경매장 자체가 봉인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네요.

<아스티아> 그럴걸? 아니면 마왕의 힘을 막을 수 있는 봉인구를 많이 만들어야 할 텐데, 그럴 거면 그냥 그 힘으로 마왕을 잡고 말지.

틀린 말이 아니네.

마왕을 봉인할 수 있는 봉인구를 잔뜩 만들 수 있는 세력이 고작 경매장만 하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이미 세상을 뒤집어도 수백 번은 뒤집었겠지.

흐음.

지금 내려가는 지하 자체가 봉인지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게 아스티아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어느새 지하 창고들이 모인 층까지 내려왔다.

입구에서 마계 상인이 신분을 확인하는 패를 보여 주자 문지기가 우리를 흘깃 바라보았다.

저 문지기도 평범하진 않네.

이전에 필드에서 보았던 마계 미노타우르스보다 머리가 두 개는 커 보이는 덩치를 가진 마족이었다.

단순히 덩치만 보면 최소 네임드급이려나?

으르렁거리는 표정으로 마계 상인과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말을 걸었다.

“저들은? 허가되지 않는 녀석들은 죽인다!”

“아, 오늘 들고 나갈 물건들이 꽤 많습니다만.”

그러면서 암흑 상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은 마왕성과 무역을 하는 암흑 상인이죠. 새로 괜찮은 거래를 터서, 흐흐.”

그리고는 마계 상인이 문지기의 손에 뭔가를 슬쩍 찔러넣어 주었다.

저건 주머니……?

그리고 그런 주머니를 눈으로 흘깃 보더니 안에 있는 물건을 확인하고는 흡족하다는 얼굴로 우리를 통과시켜 주었다.

어둠 속에서도 주머니가 빛나는 걸 보면 최소 보석쯤 되겠는데?

“흠흠, 일행이라. 알겠다. 대신 딱 지정된 창고까지다. 그 이상은 안 돼.”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문지기가 길을 비켜 주자 마계 상인이 먼저 들어가고 뒤따라 우리 역시 따라 들어갔다.

입구는 생각보다 좁았지만 입구만 딱 지나가자 거대한 공동이 우리를 반겼다.

그런 끝이 보이지 않는 창고들이 쭉 늘어져 있는 모습이란…….

안으로 걸어 들어가 창고 특유의 서늘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갈 때쯤 마계 상인에게 물었다.

“보석이라…… 꽤 입장료가 세군요.”

“흠, 이렇게 안 했으면 들어오시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 통행증이 있다고 해도요.”

이건 마계 상인이 우리에게 투자하는 금액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창고를 유지한다고 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렇다면야.”

하급 마력 완화제를 대체 얼마나 구해 뒀길래 손해가 날 정도라는 건지.

그리고 그런 의문은 한참을 걸어 지정된 마계 상인의 창고에 도착하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뭐…….

옆에서 바라보던 재중이 형도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을 정도였고.

<불멸> 이거 우리한테 못 팔았으면 저놈 파산했겠어.

<주호> 아니라고는 못 하겠어요.

그야말로 거대한 창고 가득 쌓여 있는 하급 마력 완화제를 보고는 나 역시 혀를 찼다.

얼마나 많냐 하면…….

고개를 들어서 한참 쳐다봐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대략 몇 만 개는 넘어가려나.

어쩌려고 이렇게 많은 물량을 구해 놓은 건지.

그런데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서브 퀘스트 : 마계 연합 상인과의 첫 거래. 》

- 마계 상인의 골칫덩이 『하급 마력 완화제』 처리.

- 혹은 마계 상인의 적자 상황 해결.

- 퀘스트 보상.

마계 상인과의 호감도 상승.

마계 상인과의 연합.

마계 상인의 인정 퀘스트 연계.

-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아마 지하 경매장으로 갈 수 있는 정해진 루트 중에 하나이려나.

물론 다른 식으로도 몇 가지 방법이 있긴 하겠지만.

지금의 이 루트는 꽤 내 마음에 들었다.

“좋습니다. 한번 해보죠.”

마계 상인에게는 골칫덩이겠지만.

당장 내게는 눈앞에 보이는 저 하급 마력 완화제들이 전부 금덩어리로 보이거든.

“일단 사도록 하죠.”

《 마계 상인과의 호감도가 올라갑니다. 》

“오! 역시, 제가 보는 눈이 있습니다.”

단순히 사겠다는 말 한마디에 호감도가 오를 정도면.

이걸로 얼마나 고생을 했다는 말인지.

“안 그래도 이걸 전부 버려야 하나 했습니다.”

미친.

이 금덩어리들을 버리긴 왜 버려.

“그럼, 거래는 어떻게 할까요?”

“흠흠, 혹시 이걸 전부 사 주신다면 평균가에서 30%를 깎아 드리도록 하죠.”

마계 상인의 제안에 잠시 암흑 상인을 옆으로 데리고 나와 물어보자 흡족하다는 듯 내게 말해 주었다.

“괜찮은 거래입니다. 저희들끼리 대규모 거래 시에 통상 20%를 깎아 주는 것에 비하면 좋군요. 그리고 완화제가 이 정도 양이면 무역선의 운임료와 타르 사용량을 제하더라도 꽤 좋습니다.”

나쁘지 않다라.

암흑 상인도 중간에서 이윤을 봐야 하는 입장인 만큼 정말 괜찮은 거래일 것이다.

처음 보는 우리에게 이 정도로 호의를 베풀다니.

그만큼 마계 상인의 상황이 급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한 번 튕겨도 좋긴 한데 말이지…….

<주호> 그럴까요?

<불멸> 으음, 아냐. 여기서는 오히려 역효과겠네. 그냥 전량 사는 걸로 가자.

<주호> 흠, 더 안 깎고요?

<불멸> 뭐, 깎아도 괜찮긴 하겠지. 지금의 이 거래가 일반적인 거래라면 말이야. 저 녀석 상황을 보면 35%를 부르든 40%를 부르든 해줄 생각이 있을 거다.

재중이 형이 뭔가 생각이 있는 듯 가격을 깎는다는 선택지를 싹 없애 버렸다.

잠시 나와 마계 상인을 바라본 재중이 형이 말을 이었다.

<불멸> 하지만 앞으로 마계 경매장에 들어갈 걸 생각해 보면. 여기서 자금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좋진 않아.

<주호> 아, 확실히 그렇겠네요.

마계 경매장.

그곳에는 진귀한 물건이 엄청난 가격을 자랑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몇 푼을 못 깎아서 안달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과연 마계 상인이 우리를 그곳으로 데리고 들어가려고 할까?

어차피 데리고 들어가 봐야 별 이득이 없다고 판단할 텐데.

당장 창고를 지나오는 데만 해도 보석을 가져다 바쳤다.

그럼 당연히 마계 경매장에 들어가는 티켓이 쉽게 구해질 리가 없었다.

마계 상인 역시 꽤 무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지.

그럼 무리를 해서라도 우리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게 하려면…….

그래.

여기서는 확실히 간다.

저 녀석을 완전하게 꾈 수 있는 방법으로.

곧 마계 상인을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암흑 상인 씨에게 물어보니 통상 대규모 거래가 20%라고 하는군요. 그래서 이번 거래는 20%로 하죠.”

“헉! 정말입니까?”

안 그래도 손해를 보고 파는 마계 상인 입장에서 이보다 나은 거래가 또 있을까.

여기서 놀라면 안 되지.

이걸로 끝이 아니다.

녀석의 호감을 끌어낼 최고의 선물을 다시 꺼내놓았다.

“대신 지금 거래한 양만큼 다시 구해 놓으세요.”

“예?! 방금 뭐라고 하신…….”

“이번만 거래하고 끝날 생각은 아니지 않습니까?”

“세상에…….”

《 마계 상인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

마계 상인이 놀라 쓰러지려는 모습을 본 뒤 고개를 돌려 암흑 상인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말했죠? 진짜 제대로 된 거래를 해 보자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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