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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84화 (774/1,404)

#784화 마왕성의 집사로 취직했습니다 (10)

쭉 둘러본 결과 이곳의 마계 상인들은 대부분 좌판을 열어 놓고 장사를 하는 중이었다.

마치 유저들이 하듯이 물건들을 좌판에 쭉 진열해 놓고.

덕분에 물건을 살펴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물건 값이 비싼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진귀한 물건인 것도 아니었고.

물론 지금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다 산다면 꽤 돈이 들어가기야 하겠지만.

이 정도 물건들을 사는 건 내겐 어렵지 않은 일.

그렇게 지시를 내리는 순간.

암흑 상인이 정말 깜짝 놀란 듯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걸 전부 다…… 말입니까?”

“네, 끝에서 끝까지 다요.”

그리고 놀란 건 암흑 상인만이 아니었다.

똑같이 놀란 눈빛으로 날 보는 마계의 상인의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웃음 지었다.

마계 상인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나를 무시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확실히 내 쪽을 제대로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이네.

“하, 이걸 다 사겠다고?”

“문제가 됩니까?”

“아니, 그게…….”

여기 규정상 내가 물건을 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건을 못 사는 건 내 쪽이지, 암흑 상인은 아니니까.

꼼수라면 꼼수.

방법이 없다면 허점을 파고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암흑 상인이 나를 대리해서 물건을 흥정하기 시작했다.

물건 하나하나를 전부 살펴보며.

“이것들은 이 가격으로 합시다.”

“안 돼. 너무 싸잖아. 그렇게는 못 깎아줘.”

“흠, 다 판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죠.”

잠시 고민하던 마계 상인이 이내 못 이기는 척 흥정을 받아주었다.

“쳇, 네 얼굴 봐서 좀 깎아 주는 줄 알아. 평소에는 어림도 없어.”

그래도 가격을 흥정하는 이 상황이 마냥 싫지는 않은지 마계 상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웃음이 지어졌다가 곧 사라졌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마계 상인이 팔고 있는 물건들은 무기라던가 방어구 같은 완제품은 아니었다.

마계에서 쓰이는 물약과 같은 잡화물품들.

그리고 제작에 필요한 몇 가지 물품들도 같이 팔고 있었다.

당연히 정말 아무것도 없는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이런 물품도 꽤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그건 또 아니지.

하지만 이건 앞으로를 위한 포석이었다.

최소한 여기서 확실히 거래를 할 수 있는 루트를 뚫어 놔야 해.

흥정이 끝난 뒤.

내 쪽에서 암흑 상인에게 돈을 건네자 곧바로 마계 연합 상인과 물품 거래를 했다.

바로 시스템 메시지도 올라왔고.

《 마계 연합 상인과의 호감도가 올라갑니다. 》

《 마계 연합 상인과의 호감도가 올라갑니다. 》

.

.

호감도가 연속으로 쭉 오르는 걸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 확실히 올라요. 호감도.

<불멸> 나쁘지 않네. 이 정도 돈으로 호감을 살 수 있으면 말이지.

<주호> 일단 조금 더 거래를 터볼 게요.

당연히 여기서 만족할 순 없었다.

여기서 이 녀석을 확실히 구워삶을 필요가 있어.

“여긴 생각보다 물건이 적네요. 더 살 수도 없고. 어디 다른 곳에나 가 볼까나아…….”

좌판에 있는 모든 물건을 팔아 희희낙락하고 있는 마계 상인이 내가 흘리듯 한 말을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면서 시선을 돌렸다.

“설마 더 사실 겁니까?!”

지금까지 쓴 돈이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었다.

현금으로 수백에 달하는 물건을 한 번에 사댔으니까.

하지만 말이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암흑 상인 씨, 우리 자리 옮깁시다. 여기서는 더 못 사겠네요.”

슬쩍 눈치를 주자 바로 알아들었다는 듯 암흑 상인도 보조를 맞췄다.

“흠흠, 집사님이 이 정도 물품에 만족하실 분은 아닙죠.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저쪽으로…….”

곧장 손바닥을 보이며 날 모시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암흑 상인을 보고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도 참 능글맞다니까.

재중이 형과 아스티아, 암흑 상인을 데리고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급하게 마계 연합 상인이 나를 불렀다.

“집사라뇨?”

우리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물음에 내 대신 암흑 상인이 말을 이었다.

“이분은 베르테니아 마왕성의 집사입니다.”

“아니, 인간이 말인가?!”

“흠흠, 인간이지만 그만큼 능력이 됩니다.”

암흑 상인은 이미 약탈선을 처리하면서 내 능력을 충분히 보았기에 마계 상인에게 우리를 설명하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이 더 마계 상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거 참.

암흑 상인과의 호감도가 높은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편을 들 줄이야.

잠시 나와 암흑 상인을 번갈아 보던 마계 상인이 궁금함 가득한 눈치로 암흑 상인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베르테니아 마왕성이라면…… 마왕 벨라님?”

“그렇습니다.”

“……거기 망하지 않았나?”

꽤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춰서 암흑 상인에게 말하는 것을 보자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어지간한 상인들은 다 알고 있는 모양이네.

베르테니아 마왕성이 어떤 상태인지.

그런 마계 상인에게 내가 말을 꺼냈다.

“아직 안 망했습니다만.”

“아, 소문이 그렇다는 겁니다. 소문이.”

안 망했다는 말에 꽤 당황한 눈치의 마계 상인을 보면서 다시 말했다.

여기서는 조금 과장을 할 필요가 있어.

“사실 괜찮은 광산을 발견해서 말이죠. 그래서 지금 꽤 돈이 남아도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군요.”

“아! 그랬습니까?”

망했다는 것만 알고 있지 실제로 베르케니아 마왕성으로 가는 상인은 암흑 상인이 유일했다.

그것도 돈이 되지 않아 곧 끊으려 했었고.

당연히 마계 상인은 내가 하는 말의 진의 여부를 알 수가 없지.

슬쩍 암흑 상인에게 눈치를 주자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그렇습니다. 그래서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필요한 물자가 많아진 것 같더군요. 제 쪽에서도 댈 수도 있긴 한데…… 고정적으로 무역선 십여 대 분량은…….”

암흑 상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계 상인이 내 앞에 달려 나오더니 덥썩 손을 잡았다.

“아이고, 집사님. 이 누추한 곳에 잘 오셨습니다.”

큭.

태도 바뀌는 속도 보소.

마계 상인이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슬쩍 마계 상인의 뒤편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가지고 있는 물량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제 쪽에서는 체력 회복 물약, 상태 이상 회복 물약, 장비 수리 공구, 음식 전부 다 필요합니다.”

확실히 이 마계 상인이 파는 물건 중 대부분은 그런 잡화들이었다.

특히 기존의 물약 체계보다 한 단계 높은 초농축 물약.

기본 회복량만으로 따지면 최소 2배.

한 번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무게에 한계가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유저들에게는 이쪽이 훨씬 값어치가 있었다.

거기다 PK 상황에서는 많은 양을 채워 주는 물약이 더욱 필요했다.

위험한 순간을 높은 회복량으로 살아남을 수도 있을 테니.

무엇보다 이런 물약이 가장 필요할 곳은 베르테니아 마왕성이다.

근처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의 수준과 앞으로 할 일들을 생각해 보면.

최소한 지금보다 수백, 수천 배는 많은 물약이 소모될 것이다.

“그럼 어, 얼마나……?”

다시 고개를 돌려 암흑 상인에게 물었다.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양이 얼마나 되죠?”

“음, 무역선 세 대까지입니다. 타르도 운반해야 하면 그보다는 적겠지만요. 그래도 물약으로 무역선 한 대는 가득 채울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나누는 말에 마계 상인의 눈이 번뜩였다.

무역선 한 대 분량.

이걸 물약으로 가득 채우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집사님! 꼭 저희가 물약을 공급하고 싶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 쪽에서 물약 가공이 가능한 마족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주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때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주호> 어떤 것 같아요?

<불멸> 나쁘지 않네. 회복량이 이 정도 등급이면 최소 네 배는 더 받을 수 있어.

<주호> 우리도 많이 남겨 먹을 수 있다는 말이죠?

<불멸> 무조건 남는 장사야. 마계에서 버티려면 싫든 좋든 어차피 이 초농축 물약을 써야 할 테니.

<주호> 그리고 독점이죠.

<불멸> 그래, 여기 녀석들은 일반 유저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지 않으니까. 당장 제국에 가져다 팔아도 눈 뒤집힐 놈들이 한둘이 아닐걸?

완벽한 독점 체계.

그 시작은 이 암흑 상인과 마계 연합 상인들의 커넥션이었다.

그런데 그때, 마계 상인이 팔던 아이템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아이템이 보였다.

검은색 물병이라…….

“이건 뭐하는 물건인가요?”

『 하급 마력 완화제 』

설명이 전혀 없어 이름만 보고는 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물어보았다.

아무리 다 산다지만 뭔지도 모르는 물건을 막 살순 없으니까.

그렇게 대답을 기다리는데 의외로 암흑 상인에게서 대답이 먼저 나왔다.

“아, 이건 광산에서 일하는 마족들을 위한 물품입니다.”

“용도가?”

“타르 광산의 넘치는 암흑 기운에 버틸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계속 노출이 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그런 하급 마족들이 장시간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물약이죠.”

그 설명에 나와 재중이 형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자마자 재중이 형이 한쪽 눈을 윙크하면서 신호를 줬다.

<불멸> 쉿. 내색하지 마. 표정 관리.

<주호> 네, 알았어요.

분명히 아까 스쳐지나가듯이 가격을 봤는데 초농축 물약보다 가격이 싸 보였다.

하지만 이 물건의 값어치는 그걸 훨씬 상회할 것이다.

당장 생각나는 사용처만 해도…….

<불멸> 이거 아무래도 대박을 건진 것 같다.

<주호> 눈치 챘을까요?

<불멸> 아니, 그랬으면 벌써 딜이 들어왔겠지.

암흑 상인과 마계 상인은 이게 단순한 물약 정도로만 생각하는지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흐음, 그렇군요. 광산에서 사용하는 물품이라 그런지 그렇게 비싸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내 물음에 마계 상인이 흔쾌히 대답을 해주었다.

이쪽이 돈을 쥐고 있는 물주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으니 이젠 뭘 물어봐도 친절함이 넘쳐났다.

“아, 요즘 타르 광산이 몇 개 폐쇄 되는 바람에 잘 안 팔리는 물건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전혀 쓸 곳도 없으니 저희도 울며 겨자 먹기로 싸게 팔고 있습죠. 창고에 쌓인 물량만 해도…… 휴.”

음. 여기서는 표를 내면 안 돼.

대박이 눈에 보이는 복권을 눈앞에 두고 혹여나 마음을 바꿀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기고는 무심한 척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사실 우리가 얼마 전에 광산을 발견해서 마침 이런 물건이 필요했습니다.”

광산이 많긴 하다.

뭐 하르 광산이긴 하지만.

일단 거짓말은 아니지.

“헉! 그렇습니까?!”

“재고가 많다면 처리를 도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처리만 할 뿐인가.

아마 앞으로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 될 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력 완화제를 들어서 한 병 마셔 보았다.

《 하급 마력 완화제를 사용합니다. 》

《 주변의 암흑 기운 중 일부를 막아 줍니다. 》

《 암흑 기운으로 인한 체력 소모와 마력 소모가 30% 감소됩니다. 》

처음에는 고농축 물약이 대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진짜 대박은 따로 있었어.

그것도 길가에서 발에 치이는 돌멩이같이 저평가를 받은 상태로.

“그 창고. 우리가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얼마나 있던.

이건 우리가 무조건 다 사야 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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