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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82화 (772/1,404)

#782화 마왕성의 집사로 취직했습니다 (8)

아마 이전이라면 마왕성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저가 버티기 힘든 마계라는 특성도 그렇고.

하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선택권 자체가 없었다.

이쪽과 전쟁 중이라는 마왕성을 처리하지 못하면 당장 마계에서 발붙일 곳도 없을 테니.

그런데 마왕성을 무너뜨린다는 내 선언을 들은 암흑 상인의 표정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하아, 제가 주호 집사에게 빚이 있어 드리는 말인데…… 사실 베르테니아 마왕성이 이길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저건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듯 손을 놔버린 딱 그런 표정이려나.

“이길 수 없다는 건가요?”

“네, 이길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단언하는 건가요?”

내 물음에 잠시 흘깃 내 눈치를 보던 암흑 상인이 결국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흠,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 보셨겠지만 베르테니아 마왕성은 이렇다 할 전력이 아예 없습니다.”

“……그렇긴 하죠.”

솔직히 말해서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마왕 벨라가 없었다면 그냥 폐허나 마찬가지였다.

싸울 병력도 없고.

성벽은 다 무너져 가는 중인 데다가.

아니.

그런 것들을 떠나서 가장 큰 문제는.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돈이 없다는 것.

전쟁이라는 건 그냥 공짜로 가능한 일이 절대 아니었다.

유저들의 연합이나 길드의 전쟁에서도 이 자금이라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암흑 상인이 말한 전력에는 이런 전쟁 자금까지 모두 포함된 이야기일 것이다.

한마디로.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마왕 벨라 하나만 빼고.

“사실 마왕 벨라님이 아니면 베르테니아 마왕성은 무너졌어도 벌써 무너졌을 겁니다.”

“……아니라고는 못하겠네요.”

암흑 상인도 이쪽의 사정을 잘 알고 있네.

뭐 이전부터 거래를 해 왔으니 오히려 우리보다 더 잘 알 수밖에 없나.

그런 암흑 상인이 확실히 진다고 하는 걸 보면…….

상대의 전력은 무조건 우리보다는 우세라고 봐야 했다.

“혹시, 우리와 전쟁 중인 마왕성의 전력을 알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약한 건 일단 알겠다.

거기다 상대방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것도 문제였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 둬야 해.

“흠, 아르곤 마왕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잠시 나를 바라보면서 뜸을 들이던 암흑 상인이 결국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어 갔다.

뭐지?

이야기하기 어려운 존재인가?

“마계 서열 4위입니다만…….”

그 말을 듣고 잠시 멀뚱멀뚱 암흑 상인을 바라보았다.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

음.

솔직히 저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혀서 말이야.

4위면 일단 한 손가락 안에 들어가니까 강한 건 알겠는데…….

잠시 고개를 돌려 아스티아를 바라봤다.

아스티아면 알려나?

그런데 아스티아를 쳐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어?

표정이 굳었어?

이제껏 아스티아가 표정이 굳은 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혹시 많이 강한가요?”

“응, 강해.”

저 아스티아의 입에서 강하다는 말이 나오다니.

재중이 형 역시 그 말을 듣고는 입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평소와는 다른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불멸> 이거 꽤 고생하겠는데?

<주호> 네, 쉽진 않을 것 같네요. 아스티아가 저렇게 나오는 건 처음 봤어요.

아스티아에게 본인과 비교해 어느 정도로 강한지 물어보려다 곧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아스티아에서 시선을 돌려 암흑 상인을 흘깃 바라보았다.

여기서 아스티아의 존재를 알려야 하나?

그렇게 고민을 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암흑 상인이 그렇게까지 믿을 수 있는 아군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쪽의 전력 중 가장 강한 아스티아라는 패를 굳이 보여 줄 필요는 없어.

생각을 정리하고는 귓속말로 아스티아에게 따로 물어보았다.

<주호> 마계 4위면 어느 정도인가요?

<아스티아> 비교해 달라는 거야?

<주호> 실례가 안 된다면요.

<아스티아> 실례인 건 아네?

잠시 날 쳐다보던 아스티아의 눈에 서릿한 기운이 감돌았으나 곧 아스티아가 표정을 풀고는 말해 주었다.

<아스티아> 음, 예전 마계의 기준이긴 한데, 무기를 들고 있다는 가정하에…… 나와 아마 비슷할 정도일 거야.

뭐?

그렇게 강하다는 건가?

아스티아의 강함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연습 삼아 대련을 자주 해 보았으니.

사실 대련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아스티아가 날 많이 봐주는 상황이라…….

무기가 아예 없는 상태에서도 내가 아스티아를 어떻게 공격하기 힘들었다.

저런 식으로 딱 비교해 주니 대략적으로나마 격차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놀라운 것도 있었다.

다른 말로 하면 아스티아가 당장 마계에서 한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강하다는 소리니까.

음.

이건 어느 정도 알긴 하겠는데.

그럼 마왕 벨라는 어느 정도지?

솔직히 그쪽은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곧장 암흑 상인을 보면서 물어보았다.

“벨라 마왕님은 혹시 순위가?”

“아, 벨라 마왕님 말인가요? 으음, 그분도 꽤 강하긴 합니다만. 10위권 밖입니다.”

생각보다 순위가 낮은 거려나?

그래도 10위권 밖이라면 적어도 20위 안에는 든다는 거니까.

그리고 이제 이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마계에 마왕이 얼마나 있는 건가요?

“흠, 그건 사실 저희도 잘 모릅니다.”

“네? 몰라요?”

“마왕이라는 자리가 마족들의 왕이기는 합니다만…… 눈에 띄게 강한 마족이 아니면 마왕이라고 불러 주질 않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마족 다수를 한 번에 죽일 정도라던가.”

“기준이 없다는 거네요.”

“아, 딱 정해진 기준은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바로 기존의 마왕과 싸워 이기는 겁니다. 제일 쉽게 마왕 칭호를 가지는 방법입니다.”

딱히 쉬워 보이지는 않는데?

“그리고 다른 방법도 하나 있죠.”

“뭐죠?”

“마왕성.”

“마왕성?”

“네, 마왕성을 소유하면 자연스럽게 마왕의 칭호를 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 마왕성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아, 자존심이라고 했던가요.”

“그런 셈이죠. 실질적인 이득도 많습니다. 마왕성은 주변에 존재하는 다른 마족들을 거두기에 좋으니까요.”

그런데 왜 베르테니아 마왕성은 그 모양이지?

잠시 고민하다 곧장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아, 돈이 없구나.

마족도 풀 뜯어 먹고 살 건 아닐 테니.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재중이 형이 궁금한 것이 있는지 암흑 상인에게 물었다.

“마왕성을 가지려면 강해야 할 텐데, 좀 전에 마왕 벨라님은 10위권 밖이라 하지 않았나요?”

“흠, 사실 그분은 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합니다.”

“특이하다?”

“네, 특이하죠. 그분은 용기사이니까요.”

“스컬 드래곤?”

“잘 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순위가 낮음에도 마왕성을 차지하고 계시는 겁니다. 어지간한 마왕들은 마왕 벨라님께 이길 수가 없으니까요.”

저게 혼자서도 마왕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는 이유였나?

생각해보면 확실히 스컬 드래곤이 사기긴 했다.

기동력만 봐도 다른 여타 탈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니.

거기다 스컬 드래곤 자체로도 강하고.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데다가 마왕 벨라 자신도 꽤 강한 광역기를 날려 댔다.

실질적인 근접 전투는 못 봐서 잘 모르겠지만.

용기사라고 하는 걸 보면 아마 그쪽이 더 강하겠지.

이건 혼자 마왕성 안팎으로 빠르게 돌아다니며 다수는 물론 단일로도 싸울 수 있는 전천후 마왕이라는 말이었다.

“마왕성을 뺏기 위해 마왕 벨라님께 덤빈 마왕들의 수도 적지 않습니다만, 거의 대부분 죽거나 포기했죠.”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

그럼 아르곤 마왕하고는 대체 왜 싸우고 있는 거야?

그놈은 제 마왕성도 가지고 있다면서?

거기다 상대인 마왕 벨라는 자신보다 순위도 낮았다.

굳이 아르곤이라는 놈이 마왕 벨라에게 싸움을 걸어 올 필요가 전혀 없는데.

이런 의문을 이야기하니 암흑 상인도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왕님들 속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런가요.”

“다만 마왕 벨라님도 호락호락하게 당해 주지 않더군요. 이제껏 혼자 마왕성을 지키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르곤 마왕이 직접 병력을 몰고 오면 승산이 없는 것 아니었던가요?”

단순 비교만 해봐도 만약 두 마왕의 실력이 1:1이라고 쳐도.

휘하에 거느리고 있는 마족이나 몬스터들 수를 생각해보면 이쪽이 아무래도 전력에서 많이 밀린다.

이미 몇 번은 함락되고 남았어야 할 텐데.

“아르곤 마왕님 쪽이 굉장히 신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본인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물어뜯을 다른 마왕들이 즐비하니까요.”

“그 아래 순위 말이군요.”

“네, 마왕 벨라님은 이겨 봐야 아무 의미가 없겠지만. 마왕 아르곤님은 이야기가 또 다릅니다. 단번에 4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거려나.

완전히 힘을 빼놓고 치겠다는 생각일 수도 있고.

그러고 보니 전에 몬스터들이 우르르 베르테니아 마왕성 쪽으로 이동하던 기억이 났다.

베르테니아 마왕성 성벽에 쌓여 있는 몬스터들도 꽤 많았고.

확실히 힘을 빼기 위해서라면…….

상황이 이렇게 되면 마왕 벨라도 반격은 힘들 테지.

마왕성을 비워 두기 힘드니까.

그래서 아스티아를 보자마자 손을 내밀었던 건가.

흐음.

결국 돌고 돌아 부족한 건 병력인가.

최소한 마왕 벨라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베르테니아 마왕성을 지킬 뭔가가 있어야 했다.

아스티아 성격에 계속 지켜줄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아스티아가 아르곤의 마왕성에 쳐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쩐다…….

돈과 병력.

전부 다 필요해.

돈은 어떻게든 구할 수 있다지만.

병력이라…….

혹시나 해서 암흑 상인에게 물어보았다.

“몬스터…… 아니, 마계에서도 병사를 살 수 있을까요?”

제국에서도 그렇고 따로 전투용 NPC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비록 돈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긴 해도.

돈으로 전력을 불리는 데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니까.

방어 시설을 만들어 두면 그걸 운용할 NPC가 필요하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판이라.

당장 베르테니아 마왕성에서는 아무것도 구할 수 없었지만 잘하면 이곳에서 암흑 상인에게 몬스터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전에 모든 것을 취급한다고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말이지.

아니나 다를까.

암흑 상인은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답을 해주었다.

“아, 취급은 하긴 합니다만. 생각보다 어려울 겁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병사 중에 굳이 지고 있는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들어가려는 녀석들은 없을 테니까요.”

“음, 그렇군요.”

“돈을 몇 배로 얹혀 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NPC만 고용해도 돈이 막 빠져나간다.

그런데 그런 고정 비용에 추가로 몇 배의 비용이 나간다면?

특히 마왕성을 공격해야 할 정도로 많은 숫자라…….

아무리 이쪽에서 많이 벌어들여도 그건 무리지.

적은 보수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원하는 만큼 싸워 줄 녀석들이…….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가는 생각.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형 역시 나를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형도 같은 생각 같네요.”

“그래, 그거밖에는 답이 없지.”

후.

원래 당분간은 공개할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지.

이렇게 되면.

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보상만 적절히 주면 눈이 뒤집힐.

우리가 가진 최강의 패.

“싹 긁어모으죠. 유저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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