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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81화 (771/1,404)

#781화 마왕성의 집사로 취직했습니다 (7)

《 돌발 퀘스트 : 암흑 상인의 부탁(완료). 》

- 암흑 상인의 비공정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

- 암흑 상인이 죽거나 비공정이 추락 시 실패.

- 퀘스트 보상.

암흑 상인의 호감도 상승.

《 암흑 상인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

《 암흑 상인과의 호감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

.

.

한 번도 아니고 급격히 올라갔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계속 눈에 들어왔다.

음.

생각보다 훨씬 많이 오르는데?

이건 보상이 짠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보상이 높은 거였어.

물질적인 보상이 아예 없는 만큼 확실히 올라가는 호감도에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아마 이 정도라면 당장 친우 수준이라고 해도 괜찮을 터.

그리고 그런 반응은 암흑 상인에게 바로 쏟아져 나왔다.

“하하, 이거 그동안 실례였군요. 이 정도의 실력자였을 줄이야.”

처음에 인간인데다가 약하다고 무시했던 모습은 지금은 온데 간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무역선을 집요하게 따라붙던 약탈선들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암흑 상인이 내려다보며 내게 말했다.

“약속한 대로 약탈선들은 모두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런 암흑 상인의 태도를 지켜본 재중이 형이 내게 귓속말을 했다.

<불멸> 호오, 확실히 처리해 주는데?

<주호> 네, 그렇네요.

사실 암흑 상인이 완전히 약속을 지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확실히 보상이 정해진 퀘스트와 달리 좀 전의 약속들은 그런 퀘스트에 포함되어 있진 않았으니까.

암흑 상인이 저 약탈선들에 욕심이 나 배 째라고 뒤집어지면 솔직히 이쪽도 방법이 없지.

뭐 아스티아가 옆에 있으니까 약속을 안 지킨다면 죄다 죽였을지도.

그렇게 방금 자신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암흑 상인이 선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상으로 하강시켜!”

곧 무역선들이 전부 바닥으로 하강해 떨어진 약탈선들을 찾아다녔다.

추락한 약탈선들은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약탈선들에 타고 있던 NPC들은 모두 사망한 상태여서 그런지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약탈선들만 반파된 모습으로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아마 조금만 늦게 찾아왔어도 전소하지 않았을까.

“빨리 회수해야겠어요.”

그렇게 불타고 있는 약탈선의 선체로 다가가자 곧 이전에 본적 있는 시스템 메시지가 올라왔다.

《 케락 1호의 선장이 사망했습니다. 주변에서 새 주인을 찾습니다. 유저 검색 중... 주호, 불멸 검색 완료. 선장 등록을 해주세요. 》

어차피 회수가 목적이라 딱히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선장 등록을 하자 시스템에 케락 1호가 등록되었다.

이 케락의 등급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팔면 꽤 비쌀지도.

엔진 기관이 두 개인 녀석은 처음 봤으니.

단순히 직선 항속 속도만을 보자면 이 녀석은 합격이었다.

“자, 그럼 마저 쓸어 보자고.”

그렇게 재중이 형과 아스티아를 데리고 주변을 뛰어다니면서 다른 케락을 회수하고 다녔다.

추락한 약탈선은 총 7대.

그중 한 대는 추락할 때 잘못 떨어졌는지 아예 선체가 두 동강이 나서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도 않았다.

옆에 따라붙은 암흑 상인에게 시선을 돌리자 암흑 상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렇게 반으로 부서진 건 수리가 불가능합니다.”

“그런가요.”

한 대가 날아가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으나 이미 6대를 건진 상황이라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약탈선들의 수리는 저희 쪽에서 해결해 드리도록 하죠. 수리가 가능한 비공정 도크가 있습니다.”

“그건 고맙네요.”

다행히 약속대로 암흑 상인이 수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옆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괜찮네. 우리 여기서 약탈선만 털고 다닐까?”

“그것도 나쁘지 않죠.”

이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비공정 한 대 값을 생각해 보면.

사실 그렇게 어렵게 떨어뜨린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아스티아는 손도 풀지 않았으니.

다른 유저들은 이런 식으로 약탈선을 털진 못할 것이다.

아퀼라스가 있는 우리니까 이렇게 털고 다니지.

거기다 약탈선의 엔진 기관을 순간적으로 무력화시킬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이도와 보상이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암흑 상인의 호감도 말이지?

“네, 이렇게 공짜로 수리만 해 줘도 괜찮죠.”

순간 마계의 해적이 되어 볼까 고민할 정도로.

뭐 앞으로 계속 공짜로 수리를 해 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혹시 아는가.

호감도 맥스를 찍으면 그게 가능해질지도.

그리고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거래를 잘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다.

흐음.

앞으로 별 일이 없어야 할 텐데…….

* * * * *

다시 암흑 상인의 무역선으로 이동을 해 도착한 곳은 베르테니아 마왕성과는 꽤 거리가 먼, 용암이 펄펄 끓어오르는 광산 지대였다.

“여기인가요?”

“네, 저희 쪽에서 소유하고 있는 타르 광산입니다.”

제국 쪽에서는 광산을 소유하고 있으려면 적어도 귀족이어야 가능했다.

혹은 아예 제국 소유의 광산이거나.

일단 마계에 나라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진 않으니…….

타르 광산을 보유하고 있으려면 상당한 세력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역시 그것밖에 없으려나.

“혹시 다른 마왕 아래에서 일하는 겁니까?”

내 질문에 암흑 상인이 곧 고개를 저어보였다.

“흠. 아닙니다.”

그 대답에 듣고 있던 나와 재중이 형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생각 외인데?

재중이 형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말을 꺼냈다.

“다른 마왕이 보호해 주어야 이런 광산을 지킬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권이 보장된 이런 광산을 마왕이 그냥 두고 있을 리가…….”

그런 재중이 형의 의문에 암흑 상인이 전혀 아니라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마왕은 보통 이런 귀찮은 일에 관심 가지지 않는 편입니다.”

귀찮은 일이라고?

이렇게 돈이 되는 일인데?

당장 광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들어오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제국 쪽에서도 유저들이 바득바득 작위를 가지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혹 좋은 영지라도 내려 받게 되면 그 안에 포함된 채굴 광산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

거점을 세울 수 있는 장점도 있고.

NPC들과의 퀘스트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이 있었다.

작위라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돈이 되는 일이지.

그렇게 작위를 얻으려고 피 터지는 경쟁을 하는데, 여긴 무력의 정점에 있는 마왕이 귀찮아한다고?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암흑 상인의 말은 그 모든 걸 단번에 이해하게 만들었다.

“음, 굳이 이런 쪽에 손을 대지 않아도 그들은 충분히 강하니까요. 그냥 돈과 자원이 필요하면…… 그냥 뺏으면 됩니다.”

“아…….”

“약육강식. 그게 제일 잘 통하는 곳이 이곳 마계이죠.”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럼 마왕 벨라는?

굳이 타르를 좀 구해 보겠다고 그렇게 암흑 상인과 거래를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암흑 상인 말대로라면 그냥 대놓고 뺏으면 되는 것 아니었어?

“그런 것치곤 우리 마왕님은 아닌 것 같던데…….”

“아! 집사가 되신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모르시는군요. 전 이미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사실 베르테니아 마왕성은 좀 특이한 경우에 속합니다.”

“특이한 경우라면?”

“다른 마왕성과의 전쟁이죠.”

어?

전쟁 중이었어?

고개를 돌려 아스티아를 보자 아스티아도 몰랐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

따로 들은 게 없었나?

같이 다니기에 뭔가 들은 줄 알았더니.

“가급적 마왕들은 서로 싸움을 잘 안 합니다. 정말 사이가 크게 틀어졌을 때를 제외하고는요.”

“왜 그렇죠?”

“음, 사실 서로 싸우다 힘이 빠졌을 때가 마왕들에게는 제일 위험합니다. 다른 마왕들이 그걸 두고 보지 않을 테니까요.”

“약할 때 뒤통수치는 건 어딜 가나 똑같네요.”

이미 이런 일들은 길드와 연합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조금만 약해지면 사방에 물어뜯을 녀석들이 즐비하니까.

당장 우리만 해도 틈을 보이면 덤벼들 길드들이 넘칠 것이다.

“그리고 마왕성은 일종의 자존심입니다. 마왕들에게는요. 전쟁에 져서 완전히 소멸될 정도가 아닌 이상은 마왕성은 반드시 지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분명히 베르테니아 마왕성의 지하에서 봤었지.

마신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무기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마왕 벨라의 말이 확실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 정도의 위력은 나오니까 저렇게 매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암흑 상인은 거기까지는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알면서 말을 안 하는 수도 있을 테고.

“그럼 당신들은요?”

“아, 우리는 일단은 마계의 상인 연합으로 통합니다. 각 마왕성에 필요한 물자를 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죠.”

“언제든 마왕이나 약탈선에 털릴 수 있는?”

“하하하…….”

내가 꽤 아픈 곳을 찔렀는지 암흑 상인이 쓴웃음을 보여 주었다.

좀 전에 날아오면서 약탈선에 털리려는 모습만 봐도 뭐…….

“용케 그들에게 타르 광산은 안 털렸군요.”

“아, 보통은 광산은 그냥 둡니다. 약탈자들은 이런 쪽으로는 관리가 안 되니까요. 사실 아까도 돈만 털어 가지 목숨은 살려 줍니다.”

죄다 귀찮은 일은 떠넘기고 싸움질만 한다는 걸로밖에 안 들리네.

“다 죽여 버리면 다음에 안 나오니까 살려 준다는 거군요.”

“하하하…….”

이건 뭐 극한 직업도 아니고.

“그래서 보통 미리 상납을 하죠. 통행세라고 보시면 좋을 겁니다.”

“방금은 아니었고요?”

“음, 재수가 없는 쪽이죠. 사실 이쪽은 돈이 안 되어서 우리도 철수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베르테니아 마왕성에서 돈 나올 구석이 없으니 이젠 손을 떼려고 했다는 건가.

그럼 마왕 벨라도 꼼짝없이 마왕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가 오면서.

일단은 더 이상의 약탈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만약 거래 중에 우리에게 올 물건을 털어가기라도 하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야.

여기서 걸리는 점 하나.

베르테니아 마왕성이 전쟁 중이라는 것.

보급이 부족하면 전쟁은 어떻게 해서도 이길 수 없었다.

“우리가 거래해야 하는 이유가 더 늘어났네요.”

최소한 이 암흑 상인이 있어야 다른 마왕성과 비벼 볼 수 있겠지.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상인 연합이라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만.”

“그럼 혹시 자원 외에도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있습니까?”

“흠, 보통 무기와 방어구들도 취급을 합니다. 그리고 물약도 공급합니다만.”

역시.

이 상인 연합에게 전쟁에 필요한 물건은 모두 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쪽에서 보면 상인 NPC와 같다고 봐야겠지.

그럼 이 암흑 상인의 호감도를 올려놓은 건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어.

완전 폐허나 마찬가지인 베르테니아 마왕성에 각종 물건들을 다 공급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여기서 좀 더.

최소한 이런 물자가 제대로 들어오려면.

중간에서 가로채는 약탈선들을 죄다 치워놔야 한다.

“약탈선들. 전부 이쪽에서 제거해 드리죠. 대신…….”

“대신?”

“전투에 필요한 물품을 계속 공급해 주시기 바랍니다.”

“으음, 혹시……?”

내 제안에 뭔가를 눈치챈 듯 암흑 상인의 눈빛이 반짝였다.

“네, 우리와 전쟁 중인 마왕성을 무너트릴 겁니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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